20121012

타임테이블

1. 밤에 잠자려고 가만히 누워있다가 사는 게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쨌든 내 몸을 정교한 타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자는 십년 전 쯤의 결심이 문득 떠올랐다. 왜 그걸  잊어버렸을까, 중간에 무슨 일들이 있었지...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고. 여하튼 내일 죽어도 쉬는 시간에 죽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뭐 그렇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초등학교 방학 숙제같은 정교한 타임 테이블을 만들었고, 순서대로 지키고 있다. 어려울 건 하나도 없다. 다만 이왕이면 현대 문명의 이기를 활용해 보자 싶어 아이폰 앱들을 뒤적거렸다. 사실 캘린더 / todo / 플래너 / 어젠다 류는 아이폰을 구입한 이후 계속 찾고 있는 종류다. 하지만 낮에 트위터에 잠깐 적었는데 하나같이 못 생기거나, 조잡하거나, 복잡하거나, 불편하거나 중 하나다.

왜 적당한 게 없는 걸까. todo와 아이폰 기본 캘린더는 구글 싱크를 중심으로 예전부터 활용해 왔고, 이번에 데일리 루틴이라는 앱을 설치해 봤다. 그다지.. 인데 딱히 대안도 없다. 가장 안 좋은 점은 타임 테이블 만드는 방식이 무척 까다롭고, 어딘가 중간을 고치려면 정신없이 복잡해 진다는 점.

2. 요즘 얼굴에 뭐가 진짜 많이 나고 있는데 그게 대충 씻어서 또는 요새 강아지를 얼굴에 부벼대는 때가 많은데 그것 때문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 인과 관계를 가만히 따져보니 니베아 선크림 때문이다. 스킨과 로션을 대충 바르고 50+ PA+++ 선크림을 발랐더니 문제가 생긴 거 같다. 뭐든 대충 하면 문제가 생긴다.

3. 타임 테이블 위에 한참 있느라고 트위터를 거의 안 보다가 집에 오면서 잠깐 쳐다 봤더니 재벌 좌파인가 뭔가 이야기를 했다는 ㄱㅅㅈ 씨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보인다. 뭐 시니컬하고 이상한 타입의 인간 중 하나인 그의 인생 반추 같은 이야기들. 요새 영 까칠한 기분 탓인지 시시해서 읽다가 닫았다.

뭐 재벌의 딸이고, 그의 이상한 행동 패턴들은(그 자신이 숨기기는 커녕 매우 자랑스러워 하는 덕분에) 세상에 거의 다 알려져 있다. 더구나 여성 벤처인 협회 같은 곳에 가보면 그를 프로토타입으로 삼는 듯한 부자 부인, 부자 딸 혹은 지망생이 널려 있다. 나름 음기가 탱천하는, 굉장하면서도 우울한 곳이다. 정부의 눈먼 돈들도 둥둥 떠 있고, 기업가의 핸드백에는 콘돔이 가득하고.

변명이지만 내가 그런 곳의 먼 발치에 있지만 않았어도 지금 인생이 아주 조금은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그건 아닐 거 같다.

여하튼 이런 분들은 대부분 개인의 성격이나 몇 개의 사건 그런 것들이 아니라, 이 사회의 구조의 힘으로 버티고 있고 그 덕분에 부를 축적하고 권한을 만들어 내고 있다. 실로 골치아픈 부분이다.

4. 벌레들은 경우가 없어서 싫다. 초파리, 파리, 모기 하나같이 말귀를 전혀 못알아 듣고 분노에 치민 내 손에 의해 동짝이 납작해져 터져 죽고 만다. 그 순간 작은 깨달음이라도 보탬이 있기를 언제나 기원한다.

'춥춥대는 각다귀'라는 메밀꽃 필 무렵의 구절은 참 적절하다. 몸에 당나귀 꼬리 같은 게 달려있으면 좋겠다. 컴퓨터 치면서 모기도 잡을 수 있었을 텐데.

5. 밤에 방을 쓸면 왜 작은 모래와 돌이 그렇게 많이 나오는 걸까. 내가 무슨 공사장을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쇼생크처럼 굴을 파고 있는 것도 아니고(논리적으로는 파고 있지만 물리적으로는 파고 있지 않다), 가만히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지하철을 거쳐 학교에 갔다가 가만히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지하철을 거쳐 집에 오는데. 뭐 중간에 운동이라도 잠시 했다면 억울하지나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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