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04

일요일

1. 일요일이고 비가 내렸다. 아니 내린다.

2. 며칠 전에, 그러니까 수요일에 비를 잠깐 맞았는데 그 이후로 '졸림'이 양과 질이 늘어났다. 잠이 들면 깨질 않는다. 예전부터 비가 오는 날이면 날이 어둑해서 잘 깨지 않는 습성이 있기는 했지만 요즘엔 양상이 약간 다른 것 같다. 매우 무턱대고 졸리다. 항상 결과가 있으면 원인을 곰곰이 생각하게 되는데 영양 결핍의 일종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혹은 늦가을 특유의 무력감일 수도 있다.

3. 여하튼 날이 흐리고 추워 잠깐만 바깥에 방치되어도 몸이 으슬거린다. 한동안 '머리를 쓴다'라는 행위조차 부담스러워서 케이팝 말고는 듣는 게 거의 없었는데 방 창문도 닫아놓고 오래간 만에 뭉크를 듣고 있다. 리버사이드 시절에 나온 I Got it Bad (And That Ain't Good Enough)가 지금 흘러나오고 있다. 클래식과 재즈는 아이튠스에 태그 정리가 골때려서 푸바2000으로 듣는데 화면 위에서 출렁거리는 사운드 바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4. 2시에 ㄷㅁㄴ 회의였는데 8시에 일어났다. 아휴, 다시 자야지 하고 잠들었다가 눈을 떴더니 오후 1시 10분이다. "그것 참..."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세수를 하고 나갔다. 그러고 나서 여러가지 사정으로 다들 늦어서 4시쯤 회의가 시작되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계속 자고 있던 게 아닌가 싶게 기분이 멍하다. 다 끝나고 밥을 먹으면서 살짝 정신을 차렸다.

5. 김&홍 사무실에 있는 바 레몬하트를 어제 7권까지 보고 돌려주면서 이제는 뭘 보냐 했는데 8권이 있길래 냉큼 빌려왔다. 214페이지까지 있으니 하루에 30페이지 씩만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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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 표현,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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