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12

날씨, 겨울

1. 갑자기 겨울이 찾아왔다. 겨울은 몇 가지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하나는 몇 년 전, 역시 갑자기 추워진 바람에 단풍이 들어있던 나무가 그대로 얼어 버린(아마도, 혹은 겨울을 나기 위해 모든 종류의 생존 활동을 멈춰 버린 걸 수도 있다) 것. 단풍이 든 상태로 찬 바람과 영하의 기온과 눈을 맞이하며 버텼다. 나뭇잎을 다 떨어뜨려놔야 겨울 나기에 편하다는데 그 단풍은 몹시 힘든 겨울을 보냈을 거다. 다행히 잘 버텼고 여전히 나뭇잎을 잔뜩 단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역시 군대다. 한 겨울에 군대에 간 바람에 추위에 트라우마가 좀 있는데 특히 길을 걷고 있는 동안 찬 바람이 코로 들어오는 느낌이(특유의 냄새가 있다) 드는 순간이면, 1월의 논산 훈련소에서 속에 아무 것도 안 입고 겉에 체육복만 입은 채(빨리 벗기 위해서다) 줄을 맞춰 목욕탕에 가던 기억이 반사적으로 떠오른다. 개별적인 물건에 대한 강렬한 차가운 기억들과는 별개로 이건 거의 파블로프의 개 수준으로 지워지지가 않는다.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는 순간을 보다 강렬한 다른 기억(이왕이면 좋은 거면 좋겠다)으로 채워야 치유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는 있는데 아직까지는 그런 게 없다.

여하튼 문득 든 생각은 얼어 죽을 운명이라면 급속 냉동으로... 정도가 되겠다.

2. 어제는 재미있는 점도 있었지만 좀 고약한 날이었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시기에 블로그 후원금 모집을 시작한, 나보다 훨씬 유명한 분이 300여 명의 후원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역시 조금 더 내실을 기한 이후에 했어야 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실을 블로그 자체로 만들어 낼 수는 없는 처지니 이 역시 악순환 루트에 빠지게 된다.

3. 이와 별개로 블로그 스킨을 바꾸고 싶은 열망에 시달리고 있다. 정말 오래간 만이다. 보나마나 귀찮을 거고, 티스토리에서는 뭘 해봐야 별 볼일 없기도 하고, 뜻대로 되지도 않을텐데 그래도 홈페이지에 들어갔을 때 노란 타일과 FashionBoop이라는 글자가 딱 보이면 아, 바꿔버릴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원래 계획은 후원이나 원고 수입 등으로 설치형 워드프레스로 바꾸는 거다. 미니멈으로 잡아 1년 대략 10만원 남짓 정도 소요되는 듯. 그런데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 스킨이라도? 하는 생각이 드는 거 같다.

4. 이거 말고 꾸준히 써온 앱, Todo와 Tripline도 다른 툴로 바꿔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몇 가지 뒤져본 결과 저 둘을 선택한 이유로 돌아오게 된다. 이토록 대안이 없다니, 세상이 마음 같지가 않다.

5. 이렇게 바꿔보자 열망에 시달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딱히 바꿀 게 없다. 이런 건 좀 문제다. 그렇다고 자주 쓰지도 않는 걸 바꾸는 건 사실 별 의미가 없다. 뭐든 효용이 높은 일을 하기 위해선 높은 리스크가 요구되는 법이다.

6. 어제 밤에 집에 오는 길이 너무 추웠고, 감기 기운도 있어서 머플러를 하고 나왔는데 살이 너무 따갑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나마 이게 가장 따갑지 않다라고 생각했던 제품이라 내가 잘 못된 건지, 머플러에 문제가 생긴 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7. 주말 이틀은 2시부터 9시까지 무대륙이라는 곳에 있을 예정인데 아무리 견적을 잡아봐도 이 긴 시간동안 무척 지루하고 심심할 거 같다는 공포를 떨칠 수가 없다.

8. 저녁을 먹고 2차 대전사 중 아프리카 전투 부분 - 롬멜과 몽고메리 - 에 대해 열심히 자료를 찾아가며 읽었다. 읽다가 보니 왜 읽기 시작했는 지를 잊어버렸다. 그래서 이걸 쓰기 시작했고, 그러므로 자판기 커피나 한 잔 뽑아 마셔야겠다.

9. "얼른, 주사를". 좀 재밌는 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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