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회의 때 같이 모여서 개표나 봅시다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혼자서 보는 게 나을 지, 같이 보는 게 나을 지 명확히 감이 잡히진 않았지만 여하튼 결국은 5시 40분에 을지로에 갔다.
상상의 무게가 더 큰 경우가 있고, 현실의 무게가 더 큰 경우가 있다. 상상이 더 큰 경우는 현실이 되었을 때 생각보다는 별로다 하고 실망하게 되고, 현실이 더 큰 경우는 상상으로는 여러 대책들을 마련했지만 그걸로는 부족하게 된다. 그러하다.
6시 정각 출구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고 웃고 떠들며 먹기 시작했다. 그렇다 그걸 기록해 놓으려고 한다.
하얼빈 맥주가 5병, 호세 쿠엘보 이스페셜 데킬라, 비잔, 헨드릭스 진이 한 병씩, 그리고 화이트 와인 두 병이 있었다. 헨드릭스 진은 처음 마셔봤는데 좋은 술이다. 진은 원래 약으로 쓰려고 만들었다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나초에 딥소스를 찍어 먹고, 머쉬멜로우를 먹다가 - 맥도날드 프렌치프라이 8개 - 족발 대자 - 오구반점 만두 2 - 명동교자 만두 2 - 피자 1판, 샐러드 1 - 굽네 치킨 한 마리 - 도루묵 8마리 - 귤을 먹었다.
도루묵을 처음 먹어봤다. 상당히 희안한 음식이다. 하지만 맛있다.
TV에서 확정을 알리고 당선자가 자택에서 나와서 여의도로 가는 모습을 보다가 광화문으로 움직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도 가보자 하고 각자 주머니에 데킬라와 와인, 진을 넣고 청계천을 따라 동화 면세점까지 올라갔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TV에서 봤던 승합차와 경찰 오토바이, 그 뒤를 따르는 취재단 오토바이가 지나갔다.
그리고 광화문 광장에서 사람들을 봤다. 옆에 나와서 담배를 피우는데 합창단이 아리랑을 부르길래 우리는 진을 마시며 춤을 췄다. 지하철 막차 시간을 알아보가 나는 나왔고 남은 몇 명은 청진옥에 해장국을 먹으러 갔다.
하지만 지하철은 휴일 운행 시간에 맞춰 움직인다고 끊겨 버렸다. 그래서 273 버스를 타고 고려대학교 앞에서 163번을 갈아타 집으로 왔다. 273도 막차였고, 이 두 버스는 고려대학교 앞에서 단 한 번 마주치고, 163번도 막차여서 꽤 긴장했지만 여하튼 잘 들어왔다.
이러한 날이었다.
아, 선거 이야기도 좀 해야지. 나는 꾸준히 투표하는 당, 혹은 어떤 줄기가 있다. 이제 와서는 왜 그러고 있는 지 나 자신도 잘 모르겠는데 여하튼 그러하다. (매우 희망적인 견해로 '당분간은') 만약 내가 투표한 사람이 당선된다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피자를 한 판씩 쏘겠다라고 공언을 한다 해도, 그럼에도 내가 만 원 밖에 가진 게 없어도, 크게 걱정될 건 없다고 보면 되는 그런 상황이다.
오늘 결과는 물론 그것과는 약간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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