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05

간만에 꿈을 꿨다. 그러므로 기록해 본다.

한국이었고, 나는 '남쪽 정부' 소속이었고(이건 어제 리양의 토론이 생각나서 그냥 붙인 거) 전쟁이 났다. 하지만 전쟁은 전면전까진 아니고 전방의 어느 섹터 안에서만, 하지만 매우 크게 났다. 동원령이 비밀리에 선포되서 개별 징집이 되고 있었고, 몇몇 부대가 그쪽으로 이동을 했고 많은 시민들이 그걸 목격했지만 양쪽 정부 모두 전쟁이 났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여하튼 전쟁이 난 섹터 안에서는 전투가 계속되고 양쪽 정부 모두 계속 전력을 그 안으로 밀어넣고 있었다. 서울은 평상시와 다를 바 없었지만 흉흉한 소문이 퍼지고 있었고, 정부는 루머를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나도 징집되어 버스를 타고 이동을 시작했다. 강원도 산길에 접어들면서 버스 창 옆으로 이동하는 탱크들과 완전 군장을 바리바리 두른 병사들의 긴 줄이 보였다. 무엇보다 추웠다. 겨울에 전쟁을 일으키다니 생각이 있는거냐 뭐 이런 생각을 하며 다가올 운명에 다들 깝깝해 하고 있었지만 뭐 원래 인생은 그런 것이다.

몇 십년 평화롭게 살았으면 그것도 나름 복인게지. 적어도 10살에 폭탄을 몸에 두르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도 모른채 시내 건물 사이에서 터지거나, 8살에 AK텐 같은 걸 들고 침팬지가 쳐다보고 있는 정글 사이를 돌아다니다가 지뢰를 밟는 운명을 겪을 나이는 지났으니까. 이제는 그런 일이 있어도 피난 가다가 블라 블라... 가 되는 상황이다.

뭐 이런 내용. 전장까지는 가지 않았고, 일어나서 밖을 보니 이미 해는 떴지만 눈이 온다는 예보와 다르게 하늘이 뿌옇기만 했다. 눈이 오기 직전 특유의 옅은 브라운 톤 공기. 카메라 플러스에서 Color Dodge와 Vibrant를 잘 섞으면 아무리 맑은 날씨도 그 비슷하게 된다.

여하튼 창문을 닫고 밥을 먹고 책을 읽다가 사람들의 목소리에 창을 열어보니 눈이 한가득 내리고 있었다. 강아지를 데리고 옥상에 잠시 다녀왔고, 어제 꿈을 기억 위로 다시 떠올려봤다. 눈이 싫고, 겨울이 정말 왔다는 느낌이 싫고, 올해가 끝난다는 느낌도 싫고, 이렇게 집에 가만히 있는 상황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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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평화,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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