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31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20081230
환율
PS. 한국 시장이 마감된 31일 역외 선물 환율이 100원 가량 뛰었다. 정부 돈 가져다 모두 잘들 나눠가지고 있구나.
20081229
20081226
언론노조의 총파업을 지지한다
20081219
자율적인 시장, 복지 국가
20081217
미국 제로 금리
미국이 기준 금리를 0~0.25%로 하향 조정 제로 금리 시대를 열었다. 예상되어 있는 일이라 이미 거의 반영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약간씩이지만 생각보다는 영향을 주고 있다. ZIRP가 막상 현실화 되었구나 라는 실감이거나 일본처럼 장기 불황에 빠지는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조금 더 들어간게 아닐까 싶다.
어쨋거나 세계 주식 시장은 동반 상승했고 달러화 약세가 강화되며 우리나라 환율도 내렸다. 미국 자동차가 어떻게 되느냐가 확실해지면 약간은 심리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이것도 많이 반영되어 있다. 그렇다면 연말까지 대략 1300원을 중심으로 플러스 마이너스 50원 정도에서 왔다갔다 하지 않을까 싶다. 이 말은 주식 시장도 1200을 중심으로 위아래 100 정도 왔다 갔다 하지 않을까 싶다는 이야기다. 나라에서 종가 관리에 나설테니 결론적으로는 약간 플러스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어쨋든 오바마 정부가 출범해서 재정정책을 확정시키는 순간까지 텀이 존재하게 되었다. 이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사실상 막을 방법이 별로 없는데 아직도 밝혀지지 않아 미반영되고 있는 건 없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이게 일본의 버블 붕괴 때와 같은 장기전 양상을 보일 것인가 인데 그때의 연구 결과들이 있으니 똑같이 되지는 않을거 같다.... 라지만 진행 방향은 같다.
그렇게 본다면 이번 불황의 하락점은 이번 연말에서 오바마의 정책 추진 시점 사이에서 최하점이 찾아올 듯 하다. 대공황때의 -65%점을 찍을 것인가가 좀 궁금하긴 하다. 이제 미국은 돈을 더 찍어내는 수 밖에 없다. 디플레 우려가 있어서 화폐를 대량으로 발행할 때의 걱정거리인 인플레 문제가 없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디플레 방어를 위해 지금 뿌려댄 돈들이 언제 인플레를 만드는 위협거리로 다가올 지는 모를 일이다. 결국 디플레-인플레 사이를 오가며 양쪽을 동시에 생각하며 방어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재편성이 끝나면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사실 그게 가장 큰 문제다.
*금융의 자유로운 이동이 화폐 가치의 추락과 상승을 가속시킨다. 실물 부문에 문제가 생겼을때는 그런데로 괜찮을지 몰라도 유동성과 직접 연결되는 금융 부분에 문제가 생겼을때는 문제를 풀기 어렵게 만든다. 물론, 그런 것들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번 게임의 승자는 FRB일거라는 견해가 있다. 맞는거 같다.
20081214
잡스러운 생각들
아직 정리가 잘 안되있는 상태라 일단 갈겨놓고 본다. 실물 경제의 움직임은 패턴이 다양해서 역시 좀 넓은 뷰를 가지고 이해하기가 어렵다.
한은이 목요일에 금리를 내렸다. 무려 1%. 요즘처럼 하루가 멀다하고 여러 일들이 벌어지는 세상에선 벌써 옛날 일처럼 들리는 뉴스다.
몇 번 말했듯이 개인적으로는 금리 인하에 반대한다. 지금 시점에서 금리 인하는, 말하자면 폭탄을 다음 순번에게 넘기는 정도의 기능 밖에 못한다. 물론 이건 정치 전략의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 투표로 당선된 어떤 집단도 자신들의 집권기에 하필이면 체질 개선을 위한 불황을 치루고자 마음먹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개발 독재 같은걸 옹호하자는건 아니다. 혁명이나 전복을 시도하는게 아니라면 대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명확히 구분하는건 중요한 일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 문제라는 특별한 부분이 걸려있다. 계속되는 금리 인하는 부동산 시장을 그나마 연착륙(이 가능할지는 의문이지만 어쨋든 거품을 빼내는) 시킬 가능성을 사라지게 만든다.
우리나라가 괜찮은 나라가 되려면 '경제적인' 측면에서 언젠가 한번 쯤은 큰 결심을 하고 체질 개선을 위한 불황과 혼란의 시기를 버텨내야 한다. 물론 이건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쳐다볼 문제는 아니다. 나라는 사람이 사는 곳이고 정책은 사람이 잘 살자고 추진하는 것인데, 지금의 상황은 이 판단이 어느덧 기업의 매출과 나라의 GDP 숫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더구나 문제는 지금 우리가 불황과 혼란의 시기에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불황과 혼란을 별 의미없이 겪고 있다는데 있다. 하지만 이런 논의도 별로 의미가 없다. 저번 선거가 말해주듯이 우리는 아직 그렇게 개선해 나갈 생각도,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
체질 개선과 관련해 요새 관심이 가는 나라는 덴마크다. 유로 통화권이 아닌 덴마크는 지금은 금리를 내렸지만 작년 쯤 전세계적으로 달러권-영국-유로권, 그리고 그에 대한 의존도가 큰 나라들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을때 혼자 금리를 올렸다. 불황이 찾아올 것을 알면서 체질 개선을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비관적인 기사를 꽤 많이 봤다. 특히 프리드만의 예상과는 다르게 (프리드만은 불황이 찾아오면 유로화가 분해될 거라고 예상했었다) 오히려 유로화 권들이 똘똘 뭉치는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이는 한 나라만 제 갈길을 찾아가버리면 공중 분해될 거라는 예측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쨋든 이 나라들이 금리를 내려가며 자국 시장의 움츠려든 유동성을 회복하려고 애쓰고 있는 동안 덴마크는 투자를 위축시키고 실업률을 증가시킬게 분명한 금리 인상을 택했었다. 이에 따른 경제 위축을 보며 덴마크가 유로화에 가입안해서 지금 저고생을 하는거다라는 류의 기사를 가디언에서 읽었는데 글쎄, 누가 결국 옳은 선택을 한건지는 몇년은 두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덴마크는 더욱 튼튼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나라가 금리 인상, 최소한 금리 유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에 기인한다. 물론 덴마크에 비해 우리의 금융 기술과 제조업 기반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고려할 문제다.
우리 경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적정 금리나 적정 환율이 얼마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아웃풋, 즉 Y를 끌어내고 있는 구조 자체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당장 눈에 보이는 수치를 개선시키기 위한 외화 투입에 의한 환율 정책이나 연기금 투입에 의한 주식 시장 개입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것들은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의 미봉책으로 사용되거나, 경제 주체들을 향한 시그널링으로만 의미가 있다. 요즘 매일 발생하고 있는 경제적 사건들 속에서 미봉책을 남발하면 정작 필요할 때 효과를 반감시킨다. 또한 지금 상황에서 시그널링 따위는 시장에 들리지도 않을 뿐더러 별 의미도 없어보인다.
하지만 경제를 바라보는 눈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이는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 더구나 지금의 정부의 시점을 용인하고 인정한 것은 다수의 유권자들이다. 내가 찬성하느냐 안하느냐는 일단 별개의 문제다. 합리적 기대가 존재한다는 가정을 깔아놓는다면 1% 금리 인하는 일단 효과적이다. 저 정도 수준일 거라는 기대가 없었고 돌발적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물가만 올려놓을 것이고, 더 장기적으로는 우리는 그저 모두 죽는다.
재밌는 점은 래디컬한 금리 인하가 있던 날 환율이 내렸다는 점이다. 금리 인하로 기대 환율이 높아졌음에도 당장의 환율이 내린 문제에 대해서 여러가지 가정이 있을 수 있다. 더 재미있는 점은 10월에 한은이 금리를 인하했을 때도 환율이 내렸다는 점이다. 미국 자동차 구제 금융 부결에 따른 달러 가치 하락은 금리 인하 다음날이므로 여기에서의 가정에선 제외한다. 그냥 대충 해보자.
1) 외환 시장이 현재 너무 작아서 기대가 있던 말던 자그마한 외환 수요와 공급으로 가격이 결정되는데 그 날 달러를 내놓는 사람은 많았는데 딱히 필요한 사람은 없었을 수 있다. 여기서는 그런 상황에 왜 하필 그 날 달러를 내놓은 사람들이 많았을까에 의문을 품을 수는 있지만 어쨋든 별 의미는 없어보인다.
2) 현재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에 책정되어 있어서 (이건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지만 시간 순서를 나눠보면) 일단 환율이 내릴 것이고 그 다음에 금리 인하가 개입되어 결정될 환율이 먼저 나타난 것일 수 있다. 이 경우 최소한 지금의 적정 환율이 어제 마감 수치보다는 낮을 거라는 가정 정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한은이 열심히 움직이는 걸 보고 시장이 안정될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환율이 내렸을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시장이 한은을 신뢰하고 있다는 점과 현재 환율 상황이 정상이 아니라는 가정이 함께 필요하다. 이건 (아직은 좀 논의가 필요한) 커런시 버블과 연관된다.
3) 10월달에 한은이 금리를 0.25%인하했을때 기획 재정부에서, 금리 인하는 주식시장에 호재라는 점에서 환율을 하락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언급을 했었다. 러프하게 말해서 주식이 오르면 외국인이 돌아오고 그러면 환율이 낮아진다. 이는 매우 급격하게 움직이는 달러들이 여전히 한국에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건 설득력이 있는 견해이긴한데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그렇게 간단하게 이야기할 문제는 아니라는걸 알 수 있다. 이런 정도의 변동에 환율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이라면, 멍청한 투자자가 아닌 이상 당연히 환손실 문제를 걱정한다. 즉 주가가 올라도 환율이 떨어지면 이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달러를 들고 있는 투자자들은 당연히 헤징이 필요한데 예를 들어(환율 변동에 대한 Expectation이 명확하다고 예상했으므로) 달러 선물 거래를 생각할 수 있다. 어쨋든 지금 상황에서 환율과 주식 시황이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건 의미 심장하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를 볼 때 환율과 주식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즉 환율이 우리 시장 상황(정리가 되고 있냐, 안되고 있냐)의 일종의 바로미터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목요일 금리 인하를 한 시점에서 한은에서 (아마도) 잘못 판단한 점은 미국이 자동차 구제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점이다. 이것 때문에 금리 인하의 효과가 상당히 둔화되어 버렸다. 미국 증시가 폭락했고 덕분에 우리나라 증시도 함께 내려앉아버렸다. 이왕 한건데 이 부분은 좀 아쉽다. 그런데 여기서도 환율이 다시 상승했다. 미국이 자동차 3사를 살리지 않으면 달러화 가치가 약해질 가능성이 더욱 커진건데 환율이 올랐다는건 이상한 일이다. 더구나 한중일 스와핑 규모가 300억불로 확대되었고 미 금리가 조만간 상당히 인하될 가능성이 큰 상황인데도 그렇다.
결국 이걸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우리나라 외환 시장이 미국 증시와 국내 증시의 영향, 그것도 매우 단기적인 영향을 굉장히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결국 현재 환율이 달러 공급의 증권/채권 시장에 유입되는 돈들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건 앞으로 미국이 금리 인하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때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바라보면 좀 더 확실해 질 것이다. (가정이 맞다면 한국 주가는 오를 것이고 더불어 환율은 내리게 된다) 더 중요한 점은 이런 예외적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20081210
답답한 몇시간
20081209
노팅힐 (Notting Hill), 1999
영어 공부한답시고 이 영화를 이제야 봤다. 완전 처음 본건 아니고 TV에서 여기 저기 본게 있긴 있었다. 영국인과 미국인이 동시에 나온다는 점, 시나리오를 구한 점, 거기에 영어 자막도 구한 점이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이유다.
프린트를 해서 보고 싶은데 자막은 처리하기가 귀찮아 시나리오 유무가 중요했다. 알고보니 음성 파일에 시나리오, 해설이 붙어있는 책이 나와있는게 있었다. 18000원, 스크린영어사. 저자가 성기완이던데 내가 아는 그 성기완(3호선 버터플라이)은 아니다.
어쨋든 휴 그랜트는 능글능글한게 좀 맘에 들어서 좋아하지만(비터문, 브리짓 존스, 투 윅스 노티스, 스몰 타임 크룩스, 센스 앤 센서빌러티 등 생각해 보면 그가 나온 영화를 꽤 봤다), 줄리아 로버츠는 그냥 그런데(프리티 우먼과 에린 브로코비치를 봤다) 마지막에 활짝 웃는 장면은 꽤 멋졌다. 입이 커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윤곽을 흐리게 하고 화면을 밝게 하는게 훨씬 어울린다.
원래의 목적인 영어의 측면에서는 무척 어렵다. 자막을 보고 있으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음에도, 구강 구조와 언어 습관상 나로서는 결코 따라할 수 없는 발음들이 잔뜩- 아주 잔뜩 나온다. neither를 나이더라고 하는 걸 안게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다 외워버려야지 -_-
20081206
국내 은행 파생 상품 규모
김광수 경제 연구소 發 : 머니투데이에 보도 되었다. 관련된 링크는 야후 뉴스(클릭).
국내 은행들의 파생상품 거래잔고 규모가 2008년 6월말 현재 2656조원. 이중 시중은행이 1916조원, 특수은행이 603조원. 여기서 말하는 파생상품 거래잔고가 정확히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스왑같이 중복 계산된 경우도 있으니 저게 통으로 합한 맥시멈한 액수가 아닐까 싶다. 즉 포지션을 뜻하는건 아니고 거래 금액을 말하고 있는 듯.
20081205
논쟁과 발전
얼마전에 폴 크루그먼과 그렉 맨큐 사이에 블로그에서 소소한 논쟁이 좀 있었다. 부시 행정부의 경제팀과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팀에 대한 평가에 관련된 것이었는데 맨큐가 미국 경제학자 랭킹 이야기를 꺼낸건 약간 웃기지 않았나 싶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발전소'(링크)에 적어놓은게 있다.
사실 이 둘은 논쟁이 붙는 빈도가 상당히 높다. 몇년 전에도 부시 정부의 감세안을 놓고 논쟁이 붙은 적이 있다. 그때 맨큐의 케인지어니즘은 이미 닻을 올리고 딴데로 가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부시 행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도 있다.
어쨋든 인터넷과 블로그의 발달로 유수의 경제학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이 가끔씩 아주 소소한 것들가지고도 논쟁이 붙는데, 꽤 거장들의 이런 논쟁을 구경하는건 꽤 재미도 있고 배우게 되는 것도 많기는 하다. 예전에 신문 지상을 통해 이루어졌던 이어령과 김수형의 순수-참여 문학 논쟁을 생각하면 요새는 상당히 스피디하고 관중들의 리액트도 바로 바로 이루어진다.
오늘 모 신문에 이에 대한 기사가 나왔는데 한국 외대 모 교수라는 사람이 이에 대해 설명하면서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자기 이름을 걸고 위기를 진단하기 때문에 미네르바 신드롬 같은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에서 가끔씩 보이는 이런 식의 전술은 확실히 짜증나는 구석이 있다. 전문은 여기(링크)에서 볼 수 있다.
아주 애매하게 기사를 마무리 짓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문장 자체가 중의적이기 때문이다.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 왜 안일어 나는가를 묻는 것일 수도 있고,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 실명으로 위기를 진단하지 않는건 무책임하다 로 읽힐 수도 있다.
신문 기사가 말하고자 하는, 아마도 가장 중요한 측면을 과감히 생략해 버리고 그 인상에 대한 평가는 독자에게 떠넘기고 있다. 조X일보처럼 선동적이거나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식은 아니지만 자신의 기사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트랩을 깔고 있다는 점에서 교묘하다.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우리나라에서는 실명으로 위기에 대해 진단했다가는 아주 골치아픈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매우 중요한 팩트를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미없는 비관론이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의미없는 낙관론도 역시 문제다. 어쨋든 그 점을 이 글을 쓴 기자가 간과하고 있는건지, 외대 교수가 간과하고 있는건지도 파악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그 무엇이 되었든 근본주의는 위험하다. 사람이 만든 건 어떤 것이든 오류를 포함하고 있고 그것만 따라가면 되는 유니버설한 완전체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논쟁은 어느 순간이든 중요하고 적어도 발전을 할 가능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기존 사상이 이긴다면 자신의 이론을 더 정교하게 다듬는 계기가 되고, 기존 사상이 진다면 그건 그게 잘못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므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타인의 사상을 억압하고 논쟁 자체를 피하며 그저 우기기에 급급한 사람들이 많고, 이런 사람들이 자신이 근본주의자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가 되었든 예술이 되었든 아니면 어떤 분야가 되었든 사고의 범위를 한정시키는 것처럼 한심한 짓은 없다.
PS) 맨큐와 크루그먼 사이의 논쟁의 핵심은 사실 감세정책과 재정정책 사이에서 어느게 더 지금 이 상황에 효과적일까였다. 맨큐는 감세를 주장했고, 크루그먼은 재정정책을 주장했다. 맨큐가 과연 케인지언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되긴 했는데 이건 개인적인 일이고... 결론적으로 현재 가는 방향을 볼때 맨큐는 바보다-로 끝이 날거 같다. 부디 Your Havard에서 즐겁게 사시길.
그린피스 인 부산
환경 관련해 어떤 이슈들이 있는지 궁금해서 그린피스에서 보내는 메일을 받아본다. 별 생각없이 구독 신청한 메일들이 그렇듯 아주 가끔씩 열어서 읽어보는데 오늘 온 메일의 제목이 Greenpeace coming to Korea다. 이런건 당연히 읽어봐야지.
그린피스의 Esperanza호가 부산에 들어온다. 12월 7일부터 13일까지. 그리고 한국해양대학교에서 12월 7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캠페인 워크가 있을 예정이다. 자, 중요한건 부산에 찾아오는 이유. 메일에 의하면 태평양이 전세계 참치 수요의 60%를 공급하는데 요새 참치를 너무 많이 잡아서, 잡는 양을 좀 줄여 미래의 후손들에게도 넘겨주자는 이야기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홈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다. (영어)
http://www.greenpeace.org/international/campaigns/oceans/tuna
기술 발전에 의해 배가 점점 더 커지고,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참치 생태가 위험해지고 있다고하는데 정확히 어느 정도의 상황인지 안나와있지만 많이 줄어들고 있긴 있나보다. 참치 뿐만 아니라 위험한 상황인 물고기들이 잔뜩 있는데 상어, 장어, 가오리 등등이다. Seafood Red List라고 이름붙여 따로 홈페이지가 있다.
http://www.greenpeace.org/international/seafood/red-list-of-species?MM_URL=SeafoodVB
이번에 부산에 들어오는 에스페란자도 아마 이 운동의 일환일 것이다. 배가 어디서 와서 다음엔 어디로 가는지를 못찾았는데 지금은 인도네시아에서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숲을 보호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는 것 같다.
http://www.greenpeace.org/international/photosvideos/ship-webcams
위의 홈페이지에서 그린피스의 각 배들이 30초마다 업데이트하는 웹캠을 볼 수 있다. 중간에 에스페란자가 있다.
이런 경우 마음 속이 상당히 복잡해진다. 국내적/국제적 요인들, 그리고 환경적/경제적 요인들이 아주 복잡하게 충돌한다. 나는 회, 초밥, 통조림 가릴 것 없이 참치를 꽤 좋아한다(사실 참치회는 애써 찾아가 먹는 음식은 아니지만, 살이 하얀 애들을 더 좋아한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참치 수출을 하는게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참치가 혹시나 멸종되거나, 결정적인 상황에 처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다. 참치 잡는 양을 줄이면 참치 값은 오르게된다. 당연하지만 그것도 마음 내키는 일은 아니다.
또한 만약에 우리 정부 등에서 저 요구에 수응해 참치 어획을 줄일 경우 그린피스의 손이 닿지 않는 어느 나라에서 누군가 치고 나간다면 그들이 이익을 독차지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참치 잡이가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대규모로 오랜 시간동안 이루어지는 일이라 어느 정도 국가간, 또는 회사간 균형 상태에 있을 텐데 그게 무너진다면 지금 그나마 통제되고 있는 어떤 종류의 질서가 와해될 가능성도 있다. 게임 이론을 기억하면 된다.
그렇다고 어떤 (멍청이) 경제학자처럼 남미의 원숭이가 멸종되든 말든 내 인생과 아무런 상관없는일 아니냐고 손놓고 싶은 생각도 없다. 지구는 어쨋든 인간의 것만은 아니다. 분명한 건, 참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고(어느 동물이든 양식이 불가능한 것 중 식용이 가능한 건, 더구나 맛있기까지 하면 뭐든 줄어들고 있는건 상식이다) 잘못하면 조만간 고래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도 생각해야 한다.
이 액션에 문제점도 있다는 건 분명한데 어쨋든 그린피스가 당장 우리나라에 와서 이제부터 참치 잡지는 절대 잡지마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주의를 환기시키는 역할은 있을 것이다. 요구 사항에 보면 참치 어획량을 50% 줄이라고 되어 있는데, 지금까지 해온걸 보면 이런게 자기들이 와서 몇마디 한다고 실행될거라고는 그린피스도 믿고 있지는 않을 거다. 결국 이건 주의를 끌고, 사람들에게 정보를 알리는 수준이다.
이 노력에 따라 세계의 주목을 끌고 이에 따라 국제간 협상으로 어획량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는데 아마 앞으로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므로 일단은 이 액션에 찬성을 한다. 그렇다고 부산에 찾아가지는 않겠지만(배에 올라가 볼 수 있다는게 궁금하긴 하다) 어쨋든 뭐든 남획하는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데이터를 보게 되고 정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참치 통조림 좀 줄이고 다른 물고기 먹으면 되지 뭐. 좋은게 좋은거라고 일단은 다 같이 살아남아야 세상이 더 아름다워 진다고 믿는다.
참고로 그린피스는 이런 액션을 할 때 이메일 보내는 걸로 ACTION을 함께 취해요~ 그런걸 같이 하는데 이번에는 장태평 농수산부 장관에게 보내는 이메일이 붙어있다. 그냥 누르기만 하면 내용까지 다 나오는 그런 이메일이다(이건 좀 뭔가 웃긴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문이나 한 번 옮겨본다.
Dear Minister Chang Tae-Pyong,
Tuna stocks in the Western and Central Pacific Ocean are under serious threat from overfishing. Despite warnings by scientists since 2001, two key species- the bigeye and yellowfin tuna- continue to be over-exploited, and are in real danger of disappearing altogether unless urgent action is taken to reverse this.
As the proud hosting nation of the upcoming 5th session of the Western and Central Pacific Fisheries Commissions (WCPFC), taking place in Busan from 8-12th of December, I urge Korea to show exceptional and historic leadership at the meeting by supporting strong measures to ensure the recovery of these valuable tuna stocks and to protect the rich marine biodiversity of the Pacific Ocean.
At previous WCPFC meetings Korea has directly contributed to blocking necessary conservation and management measures, by aligning itself with other Asian fishing states such as Japan, Chinese Taipei and China. It is important as Koreans, to show our role as a responsible fishing nation, by supporting the efforts of the Pacific Island countries, as the rightful resource owners, to put in place measures which will secure their futures, livelihood and food supply.
I therefore urge the Korean government to support the following key measures at the upcoming Busan meeting that will ensure sustainable and equitable tuna fisheries in the Pacific:
- The closure of the high seas areas bounded by Pacific Island states to fishing.
- A ban on transhipments at sea.
- A 50% reduction in fishing effort.
Time and tuna are running out! Dear Minister, I urge you to ensure that this meeting in Korea marks history in the conservation of tuna, by supporting and defending these important measures, which will avoid the collapse of this major fishery and protect the precious resources of the Western and Central Pacific Ocean.
Yours sincerely,
20081204
the Charlatans - Melting Pot
그동안 컴퓨터에 붙어있는 CDP가 고장나서 이미 컴퓨터로 옮겨놓은 곡들 말고는 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집에서 놀고 있는 컴퓨터용 DVDP가 CD도 재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난 이게 DVD만 재생하는 건줄 알았다 -_-) 설치 완료. Writing은 안되지만(mp3 플레이어를 구입한 이후로는 거의 쓰지 않는다) 어쨋든 CD뿐만 아니라 DVD도 돌릴 수 있다. 이걸 몰랐다니-
그런 연유로 DVD로 있던 데카판 Die Zauberflöte도 한번 봐보고(컴퓨터의 성능이 별로라서인지 끊기는 경향이 있다), CD도 이것 저것 인코딩을 해 오래간만에 몇 곡 들어봤다. 샬라탄스의 멜팅 팟, 매닉 스트리트 프리쳐스의 에브리씽 머스트 고, 올맨 브라더스의 브라더스 앤 시스터스, 산울림 13집, 그린데이의 두키, 머틀리 크루의 닥터 필굿 이렇게 인코딩 완료. CD보다 성능은 좋은 건지 인코딩도 더 빠르다.
샬라탄스는 실로 오래간만에 들었다.
난데없이 샬라탄스가 생각 난 이유를 추적해 보면 - 어제 얼마전 MBC에서 시작한 음악 방송 라라라를 본데서 시작된다. 라라라 첫회 게스트는 이승렬. 이 사람 정말 오래간만에 본다. 레코드 가게 알바하던 시절에 못보던 음반이 들어오면 들어보곤 했는데 그때 유앤미블루 1집이 나왔었다. U2를 꽤 열심히 듣던 시절이었는데 왠지 맘에 들었었다. 이런 저런 일이 있고 팬으로써 몇 명이 함께 유앤미블루, 즉 이승렬과 방준석을 찾아가 만난 적이 있다. 두 명 다 딱히 말솜씨가 좋거나 서글서글한 사람들이 아니라서 좀 서먹서먹 했지만 재미있었다. 그나마 방준석 씨가 말은 거의 다 했던 거 같다. 방준석 씨는 요즘 영화 음악을 하고 있다.
어쨋든 이승렬이 라라라 나온거를 보고 있자니(이 분의 말솜씨는 10여년 간 더 퇴보한 듯) 예전에 브리티시 락을 열심히 듣던 시절이 떠올라 뭐 좀 들어볼까 했는데 컴퓨터 안에 들어있는게 스톤 로지스, 오아시스, 블러 정도 뿐. 그러고보니 다른 곡들도 상당히 엉뚱한 음악들만 잔뜩 들어있는게 갑자기 짜증이 나서 CDP를 어떻게 해야 겠다라고 생각을 했고, 오늘 DVD로 교체를 했고, 처음 인코딩한 샬라탄스를 듣고 있다.
사실 베스트 음반과 라이브 음반에는 약간 반감을 가지고 있다. 라이브는 대게 너무 어수선하기 때문이고 베스트는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나마 괜찮은 라이브는 오지 오스본의 트리뷰트 정도. 보스톤도 베스트로 듣는게 좀 더 인상에 남아있는거 같은데 이건 처음에 들었던 보스톤이 베스트 음반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쨋든 정규 음반은 스튜디오에서 완벽하게 통제된 완결된 음악으로 듣는게, 그들이 지금 어디쯤 와있는지 생각해 보기도 편하고 구석구석까지 재대로 마감된 프로듀싱 솜씨를 엿보는 재미도 있어서 더 좋아한다. 그렇지만 샬라탄스는 베스트를 가지고 있다. 뭐, 말은 재잘재잘 하지만 그렇게 철두철미하게 사는 것도 아니니까 그려려니 한다. 지금 와서는 정규 음반 구하기가 더 까다로울 거 같은데 Some Friendly나 Between 10th and 11th 정도 기회가 된다면 구입하고 싶기도 하다.
Suede가 미국 시장에 London Suede로 나왔듯이 샬라탄스도 미국 시장에 The Charlatans UK로 나왔다. 60년대 같은 이름의 락 밴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Weirdo에서 폼나게 키보드를 두드리던 롭 콜린스는 교통사고로 죽었지만 이들은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에 the Cooking Vinyl이라는 회사에서 You Cross My Path라는 음반을 내놨다. 1989년에 데뷔했으니 이제 20년차다. 심심해서 찾아봤더니 신애라, 고현정, 김혜림, 스키드 로가 이때 데뷔했다.
옛날이구나.
20081203
변명
제목을 적고 나니까 조금 이상하긴 한데 여하튼 이 블로그의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저 문장은 사실 원래 쓰였던 곳과 같은 맥락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맨 처음에는 싸이월드 패션아트라는 제목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었는데 너무 직설적이라 이글루스로 가면서 지금의 제목으로 바꿨다. 그런데 얼마 후에 같은 제목의 책이 나와버리는 바람에 그 이미지가 약간 겹쳐버렸다. 그러든 말든 알게 뭐냐라는 생각에 가만히 두고 있다. 하지만 굳이 전공투 이미지를 여기에 투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럼에도 약간의 이상적인 생각이 담겨있기는 하다.
연대, 즉 solidarity를 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니버설리즘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믿을건 이제 사람 밖에 없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도 살짝 섞여있지만 결국은 그렇다고 나도 생각한다. 좀 웃기지만 사실 연대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본 곳이 트로츠키의 후예 들이나 인터내셔널리즘의 저서들을 통해서가 아니었다. 리차드 로티의 Contingency, Irony and Solidarity가 처음이었다. 이 책은 90년대 중반에 번역본이 나오기도 했는데 결국 못 구했다.
당시 개인적으로 천착하던 문제를 해결하고자 처음엔 근대 독일, 그리고 나선 프루동 같은 사람들의 예전 저작들을 끄적거리다가 어쩌다 로티에 닿아버린거다. 이런건 그냥 우연이다. 나는 그저 교조주의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고 일종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었을 뿐이다. 읽고 있던 책의 주석에서 로티를 본 게 아니라 듣고 있던 강의에서 이름을 들었고, 그 사람이 뭘 썼나 궁금해서 도서관을 뒤적거리다 내 손까지 들어오게 된 거다. 물론 나는 이후로 로티에 대해 굉장한 호감을 가지고 있다. 작년에 작고했는데 늦게나마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
그러고 나서 역사를 따라 주르륵 올라가보기 시작했는데 이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길기 때문에 여기선 생략한다. 어쨋든 이러저러한 과정들이 있었고 블로그의 저 문장이 내가 생각하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대안이 되어줄거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여전히 믿고는 있지만 상황이 '연대를 하면 정말 해결이 될까?'가 아니라 '연대가 가능은 하냐?'로 물러나 있다. 연대를 위해 중요한 것은 물론 허위 의식을 파괴하고 자기 계급을 명확히 인식하는 일이다. PT가 공동의 처지에 놓여있다는 상황을 확신하고 그것을 타파해 나가는게 러프한 스킴이다. 여기에는 여러 난항들이 존재하는데 마침 얼마전 IB티(검색을 막고 싶다)에 플랫폼에 대한 논의가 올라와서 유심히 읽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의 시작은 아주 작은 깨우침 - 정신을 파동시키는 어떤 충격들 - 에서도 시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건 별 생각없이 살던 내 자신을 최소한 정신적으로나마 일깨운게 고다르였다는 사실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예술은 매우 중요한 키워드다. 건축과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이즈음이다. 그리고 패션에 집중해 보기 위해 마치 선문답같은 제목과 내용으로 블로그의 이름을 만들었었다. 물론 나 자신의 한계로 내용은 산으로 가버리고 있다. 꾸준히 집중하는 능력이 확실히 예전만 못하다. 그렇지만 지금 이곳도 패션과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꾸릴 예정이다.
더구나 삶도 잘 못 챙기는 주제에 도 닦는 것도 아니고. 사원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회사가 고객 만족을 시키겠다는건 어불성설이라는 말이 있다. 일본의 모 경영자가 한 말이다. 나 자신이 나를 만족시키지 못하는데 대안을 고민해 무엇하나라는 생각을 요새 많이 한다. 그래서 커리어에 조금 더 집중해야 한다.
어쨋든 이글루스의 블로그가 너무 산으로 가는거 같아서 '발전소'라는 블로그(링크)도 하나 만들었다. 경제와 정치 이야기만 해볼까 하고 만든건데 이것도 역시 산으로 가고 있다. 텅텅 비어있기까지 하니 경치는 좋다. 폼나는걸 좋아해서인지 여기에는 'ANDERSDENKENDEN'이라고 써놓기까지 했다. 'Freiheit ist immer die Freiheit des Andersdenkenden'에서 마지막 단어만 써놓았다. 이렇게 설명까지 하니 좀 민망하긴 하다.
별 내용도 없는 이 글을 쓰는건 사실 오늘 우석훈 교수가 블로그에 올린 글(링크)을 보니 문득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서이다. 자신의 문제는 아무도 해결해 주지 않는다. 그것은 구조적 문제고 그러므로 결코 혼자 해결할 수 없으니 연대를 해야 한다. 그러면 '아마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좋겠다.
요즘 들어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다. 정신이 바짝들게 하는 예술적 감흥이 너무 없고, 육체적으로 운동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 뉴스를 많이 봤더니 머리 속이 퍽퍽해 지는거 같고(하도 어처구니 없는 일을 많이 벌리고 있어서 다른 뉴스는 차마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해야할 일들을 자꾸만 미룬다.
좀 지쳤나보다. 어쨋든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도록 방치하는건 위험하다. 내 몸은 쳐지기 시작하면 한도 없이 내려간다는걸 잘 알고 있다. 대충 계획을 세운건 음악을 많이 듣고, 건축물이나 여튼 좀 예술적인 감흥을 줄 만한 곳들을 살짝 찾아다니기 위한 리스트를 만들 생각이다(이건 많이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부수적으로 약간의 운동 효과도 있다). 오래간만에 부암동 안쪽 길을 걸어다녀볼 생각도 한다. 그때도 꽤 추웠는데 요새도 춥구나. 세월이 흘렀고, 갈 사람은 다 갔는데 난 여전히 여기서 부암동 돌아다닐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이렇게 머리가 멍할때 항상 사용하던 방법 중 하나인데 복잡한 철학책을 한권 골라 차근차근 읽으면서 두뇌를 리프레쉬 시키는 것이다. 저번에 포기한 로티에 다시 도전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과 저녁에 잠드는 시간을 고정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목욕 순서와 로션 순서를 엄수하고, 물을 많이 마시고, 담배를 줄이고, 산책을 많이 해야 한다. 언제나 생각하는건 무엇인가 픽스 된게 있어야 보다 더 자유로운 사고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어렸을 적에는 그저 깃털처럼 훨훨 날아다니고 싶었으나 그러기에 의지가 너무나 부족하다는걸 금방도 깨달아버렸다. 지금은 닻을 내리고, 거기서 부터 줄이 닿는 곳 안에 뭐가 있는지 하나씩 하나씩, 하지만 확실히 알아가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사고가 한정되는 듯 한 기분에 우울해 질지 모르지만 인간은 어차피 유한한 존재다. 때가 되면 닻을 올려 조금 더 나아가 다시 내리면 된다. 이러다 보면 언젠가 깃털이 될지도 모르지.
여하튼 지금은 별 다섯개짜리 호텔 방을 잡아 'DON'T DISTURB' 푯말을 앞에 걸어놓고 딱 이틀만 잤으면 좋겠다. 웨스틴 조선의 그 푹신 푹신하고 따뜻한 헤븐리 베드와 침구류 속에 파묻히고 싶다.
아니면 이왕 이렇게 된거 좀 더 혹사시켜 온 정신이 깨어나도록 분천이나 태백 정도를 걸어다니면 어떨까 싶다. 석포에서 청옥산 자연 휴양림까지 가서 하루 자고 국도 따라 돌아오면 어떻게 될 거 같기는 한데 잘 모르겠다. 이 부근을 돌아다녀봤던 경험으로는 걸어 다닐 수 있는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감이 안잡힌다.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다...
20081129
미국 경제학자 랭킹
이 블로그에 순위 이런걸 자꾸 올려서 안타깝지만 이상하게 자주 눈에 띈다. 어쨋든 이런게 있다.
맨큐의 블로그에서 우연히 링크를 봤는데 일단 홈페이지 맨위를 보면 세개의 단체가 개입해있다. RePEc(Research Papers in Economics), 코네티컷 대학 경제학부, IDEAS(biblographic database)이다. 정확히 어떤 사람들이 어느 정도의 간격으로 조사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2008년 10월의 랭킹이라고 나와있다.
18000여명의 등록된 경제학 저자들을 베이스로 하고 상당히 여러가지 항목으로 평가되어 있다. 아래 링크에서 상위 5%, 901명의 리스트를 볼 수 있다.
http://ideas.repec.org/top/top.person.all.html
물론 경제학도 그렇고 학문이라는게 야구 타율도 아닌데 여기 나온 순위로 이러쿵 저러쿵 할 수는 없는 일이다. 901등을 차지한 캔사스 FRB의 토드 클락이 사실은 경제의 진리(그런게 있다면)를 궤뚫어보고 있는데 사람들이 몰라줄 뿐- 이런 일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순위는 지금 현재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고, 그런 활발한 활동을 가능하게끔 하는 명성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자 약간의 재미 정도로 읽히는게 좋을 것이다. 당위론 가지고 너무 많은 줄을 써먹는구나.
10위 정도까지 이름과 현재 소속을 써본다. 여러 곳에 개입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대학이나 정부 기관을 우선 순위로 하나 씩만 쓴다.
1. 조셉 스티글리츠 - 컬럼비아 대학
2. 안드레이 쉴라이퍼 - 하버드 대학
3. R. 배로 - 하버드 대학
4. 제임스 헥만 - 시카고 대학
5. 로버트 루카스 Jr - 시카고 대학
6. 피터 C.B. 필립스 - 예일 대학
7. O. 블랜챠드 - MIT
8. J. 티롤리 - 툴루즈 School of Economics
9. E. 프레스콧 - 아리조나 주립대
10. 마틴 S 펠드스타인 - 하버드 대학
교과서나 정책 분야에서 알만한 사람인데 10위권 밖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로렌스 서머스가 11위, 폴 크루그먼이 15위, 토마스 사젠트가 16위, 맨큐가 21위, 버냉키가 35위, 개리 베커가 36위, 로버트 머튼이 82위, 로버트 홀이 90위, 데이빗 로머가 94위, 폴 사무엘슨이 105위, 핀 키드란드가 109위에 있다.
정말 할일이 없는지 꽤 열심히 봤더니 고려대 이종화 교수가 240위에 있다. 이 사람에 대해 잘은 모르는데 거시경제학, 경제성장론, 화폐 금융론 강의를 하고 있다.
밀튼 프리드만이 405위에 있는거 보니 생사여부는 상관없는 듯. 근데 죽어서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걸까.
BUY Nothing DAY
Buy Nothing Day(BND)는 소비주의에 대항하기 위한 운동이다. 뱅쿠버의 아티스트 테드 데이브가 시작했고 애드버스터에서 후원한다. 처음 시작은 1992년이고 1997년부터 지금의 날짜, 미국은 11월 28일, 국제적으로 11월 29일에 시행된다. 크리스마스 쇼핑이 시작되는 블랙 프라이데이의 시작일이다.
상당히 무모한 시도이기는 하지만, 애드버스터는 CNN에 광고도 때린다.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 이스라엘, 독일, 뉴질랜드, 일본, 네덜란드, 노르웨이, 그리고 소소하게 한국 등등 65개국 정도에서 '어떤' 사람들이 참가하지만 아직은 그렇게 큰 물결을 만들지는 못했다.
요즘 같은 경제 상황에서는 Buy Something Day라도 만들어서 국가에서 쿠폰이라도 나눠줘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소비에 몰두하는 삶이란 그것도 또 괴롭고 피폐한 일이므로 하루라도 자신의 생활 패턴과 라이프 스타일을 돌아보는 날이 있다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왕 BND날이 있으니까 자신이 가지고 있지만 필요없는 것들을 물물 교환하는, 거대한 마켓 같은걸 열 수 있으면 더 의미있겠다 싶다. 조금만 더 부지런하면 한번 열어보겠는데. 어쨋든 이번 주 토요일은 Buy Nothing Day다.
메인 홈페이지 : http://www.adbusters.org/campaigns/bnd
참고로 일본의 BND 홈페이지 링크도 올린다. http://bndjapan.org/
20081127
BIS
길게 떠들기 :
MB가 기내 인터뷰인가 뭔가 하는 뉴스를 봤는데 거기에서 BIS 비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요지는 BIS 비율이 불경기때 금융회사가 대출을 줄일 수 밖에 없게 만들기 때문에 재검토의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BIS는 일단은 월드 스탠다드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권장 사항이라고는 하지만 어쨋든 작동하고 있다) 이런 말은 내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내 인터뷰가 아니라 BIS에 직접 이야기하든가 아니면 BIS가 기준이 되도록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미국 정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거 아닌가 싶은데 어쨋든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이건 사실 조금 복잡한 문제다. BIS는 월가의 자본 시장 규율을 전세계적으로 확대시키려는 전략이 들어있기도 하지만(그러면서 그토록 빚이 많은 미국 정부는 파산 선언을 하지 않는지 의문이지만), 은행의 건전성을 담보할 만한 장치가 부재한 상태에서(은행-기업-정부간 커넥션은 위기를 함께 뚫고 나갈 수도 있을 동반자가 될 수도 있고, 버블을 잔뜩 키웠다가 한꺼번에 망할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최소한의 버팀목을 마련해 줄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말하자면 활용하기 나름이라는 건데 세상이 다 잘 돌아갈 때야 괜찮지만 요새처럼 문제가 심각해져 갈때는 문제가 된다. 중소기업이 돈을 받으면 괜찮아질텐데 은행이 BIS 비율 때문에 돈을 못빌려주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물론 평소에 현금 확보를 충실히 해와서 유동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괜찮겠지만 그랬으면 이미 중소기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고 있을 것이다. 또한 요즘처럼 유동성 자체가 축소되는 상황에서는 BIS를 어느 정도 양보하고 일단은 돈을 늘리는 방법을 채택할 수 있을지 모른다.
며칠 전에 장하준 교수가 CBS와 인터뷰한 걸 읽었는데 이분은 심지어 우리나라라도 나서서 한 2년 정도 BIS 비율을 중지하겠다고 선언하라는 이야기도 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말해도 되나 싶은데 미국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용감하게 벗어나는 건 콩고 같은 나라면 몰라도 이게 실제로 가능은 한건가 잘 모르겠다. BIS 보류를 선언하면 국내 은행의 신뢰성에 의심이 더욱 늘어날텐데 그럼 우리끼리 경제 살리는건 그렇다 치더라도, 만약에 외국 은행들이 IMF 때처럼 대출금 회수에 나서면 그때는 어쩌려나 잘 모르겠다. 장하준 교수는 이럴 때 보면 굉장히 국가 중심 사고라고 할까, 어쨋든 과격해진다.
하지만 BIS를 픽스 시켜놓고 운용하는 것도 문제가 있긴 하다. 세상사 다들 유도리가 있듯이 어려울때는 서로 도와야 하는 법이다. 망하지 않아야 할 것들은 어떻게든 추스려 함께 살아나야 하지 않겠다. 그러나 여기에 또한 모럴 해저드 문제가 있다. 김대중 정부때 벤처 기금이 그러했듯이 보나 마나 별 거지같은 사기꾼들이 로비를 무기로 잔뜩 메달려 은행이 뿌려대는 돈을 챙기려 몰려들게 될 것이다. 또 잘못 살려 놓으면 일본의 은행-기업-정부간 커넥션이 그랬듯 아주 크게 말아먹어 버릴 수도 있다. 일본처럼 돈이 많지도, 어떻게든 먹고 살아갈 제조업이 튼튼한 나라도 아니라서 크게 말아먹으면 아주 골치아파 진다.
생각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싶은데 하나는 유연한 BIS 운용. 침체기와 호황기에 서로 가중치를 둬서 BIS를 운용하는 방법이다. 특히 이 가능치가 실현 가능성이 있어야 하고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있어야 한다. 바젤2가 돌아가고 있다면 조금 덜해질 문제이긴한데. 어쨋든 이건 이미 BIS가 경기의 호불황을 더 강화시킨다는 연구도 있기 때문에 아주 자세히 연구한다면 BIS가 직접 움직일 만 할지도 모른다.
이런 계산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프리사이즈하게는 알 수 없지만 하여간 이론적으로는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건 역시 모럴 해저드가 위에 올라탈 여지가 있고 버블이 존재한다면 그걸 키울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이런 파인 튜닝이 완벽하게 작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문제를 염두에 둬야 한다.
또 하나는 국책 은행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민간 은행들은 BIS 비율을 따라야 하니까 지키도록 하고, 그에 따라 신뢰를 획득하도록 유도하고 정부 보증이 있는 은행들이 BIS 비율 약화라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움직이는 방법이다. 이건 일단 전반적으로 공영화시키는(서울시에서 버스 전용차선 한다고 서울 버스들을 반 공영화 시킨 것과 비슷한 점이 있다)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 나가는 돈은 사실 결국은 정부 돈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정부의 역할 확대를 찬성하는 편이고 요새처럼 부패가 만연한 상황에(키코 가입 문제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이미 확인할 수 있다) 민간 은행을 믿느니 차라리 조금이라도 감시가 가능한 공영화를 선택하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민영화나 공영화냐 하는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잘 돌릴 수 있는가를 알아내고 그에 걸맞는 감시 체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회가 선순환을 유도하면서 제대로된 감시 체제를 확립 한다면 이게 훨씬 낫다.
하지만 알다시피 국회는 선순환을 하고 있지 않고, 공영화된 기관들은 감시 기구와 함께 모럴 해저드에 빠져 세금을 나눠먹기 십상이고, 이에 달라붙어 함께 이익을 취하려는 자들이 정치 자금을 제공하며 우르르 몰려드는게 지금의 형국이다. 그리고 분명 지금 정부가 완전 바보는 아닐테고 노리고 있는게 있을텐데, 그게 명확하게 뭔지를 아직 잘 모르겠는게 문제다. 경제를 왜 이렇게 운용하고 있는걸까 라는 고민 전에 그것들이 뭘 향해 가는가를 알아내는게 좀 더 시급하지 않나 싶다. 노리는게 없다면 정말 말도 안되고.
MB가 정말 어떻게 하려고 BIS 이야기를 꺼낸걸까? 언제부터 그렇게 용감해졌을까. 하긴 저번에 신 브레턴우즈 체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아니 저 사람 지금 무슨 소리하는건지 알고나 있는 걸까 싶기도 했다. 물론 이틀만에 말이 싹 바뀌어 버렸었지만. BIS 비율 문제가 과연 어떻게 되려는지 궁금하다.
20081126
밀튼 프리드만
여기에 하도 시시한 내용만 올리고 있다보니 이런 것도 한번 올려본다. 대가의 이름을 살짝 빌려본다고나 할까. -_- 요새 가장 궁금한 것중 하나는 과연 지금의 사태를 밀튼 프리드만이 보고 있다면 뭐라고 했을까 하는 점이다.
사진은 1972년 시카고 Calumet 고속도로에서 교통 위반 딱지를 끊고 있는 밀튼 프리드만의 모습. 사진은 조지 스티글러가 찍었다. 둘이 테니스 치러 가는 길이었다고. 프리드만은 76년, 스티글러는 82년에 노벨상을 받았다.
20081120
논쟁
심상정 대표와 노무현 전 대통령 사이에 일종의 토론이 진행 중이다. 민주주의 2.0에 요즘에는 가본 적이 없는데 그곳이 그라운드고 프레시안에 실린 기사를 보고 알았다. 논쟁의 핵심은 노무현 시대가 신자유주의인가 아닌가이다. 이 논쟁이 의미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토론에 의하면 한미 FTA가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이기 때문이란다.
물론 이 토론은 의미가 있다. 당의 대표와 전 대통령 사이에서 의미있는 토론이 벌어진다는 것은 말한대로 책임 정치의 구현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지 모르고, 또 지금 우리나라 경제 위기의 원인을 규명하는데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둘다 내공이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라 테크니컬한 면에서 구경 자체에 흥미로운 면들도 꽤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이뤄져야할 노무현 시대에 대한 해명과 규정 작업을 조금 앞당기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로서는 지금 이 시점에 심상정 대표가 왜 저런 논쟁을 해야 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역사학자도 아니고, 경제사학자도 아니고, 심지어 전 대표도 아니고 현 당 대표다. 만약에 노무현이 자신이 했던 정책들이 신자유주의 정책이라고 하면 어쩔거고, 아니라고 하면 어쩔건가. 그게 매크로한 시점으로는 의미를 가질 지 몰라도 지금 당장에 무슨 소용이 있나. 논리적 완결성도 좋고 좌파 특유의 도덕적 우위성도 좋다. 그걸 대체 왜 지금, 거기다가 풀어내고 있는걸까.
당 대표라면 현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당이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를 조금 더 낫게 만들어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체 지금의 경제 정책, 외교 정책 등등을 만드는 사람들이 누군가. 혹시나 노무현이 전 대통령으로서 지금 시국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람이라면 또 이야기가 다를 수 있다. 지금 무슨 영향을 미치고 있나.
왜 이 바쁘고 험난한 시기에 거기가서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물론 민주주의와 정치 발전에 유의미할 것이라는 믿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믿음은 일단 지금 정부가 가지고 있는 한도 끝도 없어보이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되는거 아닐까? 뭔가 계속 하고 있는건 안다. 하지만 결국 하나도 막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안다. 거기에 힘을 실어주고 싶지만 유권자로서 저번 선거의 뼈아픈 패배도 기억하고 있다. 거기에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한 내 책임도 일부는 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지금 거기가서 토론 벌인다고 GM 대우 같은 대형 제조업체 생산 중단에 따른 협력 업체 문제가, 경제 양극화 문제가, 가스비 인상 같은 물가 문제가, 종부세 폐지에 따른 지방 정부 재정 문제가, KBS, YTN 등에 걸쳐있는 언론 자유화 문제가, 촛불 시위 이후의 시민 권리 문제가, 아니면 대북 일방 주의에 의한 북한과의 외교 문제가 눈꼽만큼이라도 해결되나? 눈꼽 만큼이라도 해결되면 말도 안하겠다. 왜 이 와중에 거기가서 그러고 있는걸까.
옛날 문제를 해결해야 지금 문제도 해결한다면 김대중도 나오고 김영삼도 나오고 한도 끝도 없다. 우리 정치에 쌓여있는 문제들이 한두개인가. 자꾸 잊어버리고 넘어가버려서 문제지 기억만 하고 있다면 지금의 논쟁은 언제든지 의미를 가질 수 있고 나 역시도 명확한 논쟁의 결말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벌어지는 논쟁은 그저 하루바삐 노무현이 사실 저는 신자유주의자였어요 라는 대답을 듣고 싶은게 아닌가 모르겠다.
적군이 몰려오고 있는데 이순신이 옳으니 원균이 옳으니 싸우면 뭐하냐. 일단 일본군부터 무찌르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다. 현 정부 문제만 가지고도 골치가 아프다. 빨리 빨리 다음 선거 대비하고, 지금의 문제가 무엇이고 해결 방법이 무엇인지 제시하고 정권 무찔러야지 꼴보기 싫어서 못살겠다 정말. 내가 투표하는 사람들은 대체 언제쯤이나 당선되는거야라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그거 해결 방법부터 이야기해야 하는게 순서 아닐까.
20081117
윤리적 기업 - 옵서버 선정
옵서버지에서 런던 주식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중 가장 윤리적인(ethical) 기업을 선정해 순위를 발표하는데 이번이 두번째다. Ethics still matter in hard times라는 가이드 출판에 붙이는 말이 의미 심장하다.
요즘 영국 경제도 역시나 아주 어려운데 이럴 때일 수록 사회적, 환경적 문제에 있어 정직한 포지셔닝이 투자자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결국 이 위기를 극복해 낼 것이라는 옵서버의 예측 역시 충분히 설득력있다. 이에 대한 내용은 다음(링크)에서 볼 수 있다.
100점 만점으로 평가하는데 올해 1위는 Scottish & Southern Energy(SSE)로 93.40점을 받았다. 순위 내용에 관한 원문은 다음(링크)에서 볼 수 있다.
1위인 SSE는 세계에서 가장 큰 풍력 발전 지대를 Suffolk 해변에 13억 파운드를 들여 만들겠다는 플랜이 큰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이는 연료 부족 문제 해결도 동시에 고려하고 있으며, 10만명의 사람들에게 사회적 요금표(special rates for disadvantaged customer)에 의거해 요금을 받을 계획을 하고 있다. 이 요금표는 취약한 소비자들에게는 20% 디스카운트를 제공하게 된다.
Carbon neutral 계획과 2012년까지 쓰레기 매립을 하지 않기로 계획한 Plan A를 발표한 Marks & Spencer, 저소득자와 고령층의 디지털 디바이드를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를 선보인 보다폰, 연료 효율과 소음 감소, 대체 연료 분야의 R&D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롤스 로이스(이 부분에 대해 다음에 좀 알아볼 생각이다) 등이 포함되어 있다. 아래가 순위.
The top 20 firms
1 Scottish & South'n Energy 93.40
2 Kingfisher 87.05
3 BT Group 86.64
4 Mondi* 85.94
5 Royal & Sun Alliance 83.00
6 Shaftesbury 82.82
7 Vodafone 81.50
8 Mouchel 81.27
9 Aviva 80.42
10 Johnson Matthey 79.89
11 Rolls-Royce 79.58
12 GKN 78.41
13 Smith & Nephew 77.28
14 BG Group 77.16
15 Hammerson 77.07
16 Tui Travel 76.89
17 Bhp Billiton 76.82
18 Marks & Spencer 76.61
19 Interserve 76.59
20 Atkins 76.41
*Mondi Demerged From Anglo-American In 2007
20081115
G20 국가들 상황
가디언지에 간략한 인덱스가 실렸길래 옮겨본다. 원문은 이곳(링크)에서 볼 수 있다. 알파벳 순.
국가명 - 국가 채무 액수 - 위험도(높을 수록 위험) 순이다.
아르헨티나 - 1500억불 - 5
오스트리엘리아 - 1410억불 - 3
브라질 - 5900억불 - 3
캐나다 - 9000억불 - 4
중국 - 5800억불 - 3
프랑스 - 1조 6300억불 - 4
독일 - 2조 700억불 - 4
인도 - 6370억불 - 1
인도네시아 - 1470억불 - 2
이태리 - 2조 1900억불 - 5
일본 - 7조 4500억불 - 3
멕시코 - 2030억불 - 4
러시아 - 760억불 - 4
사우디아라비아 - 910억불 - 3
남아프리카공화국 - 880억불 - 2
대한민국 - 2690억불 - 3
터키 - 2570억불 - 4
영국 - 1조 2000억불 - 5
미국 - 8조 4000억불 - 5
유럽연합 - 15개국 ? - 4
가디언지는 지금의 혼란을 해소할 키 플레이어로 인도를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이 위기의 최대 승자는 중국, 일본은 차세대 리딩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힘쓰는 중이라고 평한다.
위험한 상태로 지목된 국가는 아르헨티나, 이태리, 영국, 미국이다.
아르헨티나는 디폴트 선언한게 2001년인데 그새 또 많이도 빌렸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민간 연금 펀드를 모두 국유화할 예정이다. HSBC 등 10개 민간 기업들이 주식, 채권으로 연금 펀드를 운영했었는데 이게 손실이 엄청나다고 한다. 그래서 국유화 하는 건데 그럼에도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하다. 어쨋든 일단 당장 갚아야 할게 올해 70억불, 내년 140억불인데 이걸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전망이다.
이태리는 인구 대비 GDP로 우리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데 그냥 봐도 국채가 너무 많다. 물론 지하 경제 규모가 막강하고, 탈세를 사랑하는 나라라 정확한 측정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이태리 정부는 400억 유로를 은행권에 투입했고, 기업권 대출 보증을 위해 6억 5000만 유로 정도의 펀드를 구성했다.
영국과 미국은 생략.
우리나라에 대한 부분을 좀 더 자세히 보면: "은행 국유화는 없지만 정부는 악성 부채와 저성장에 대한 우려에 대비해 유동성 공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중(Wobbling)"
사실 경제 규모로 봤을 때 우리나라의 국가 채무가 유난히 많은 수준은 아니다. 다만 유동성 문제에 직면해 있는데 그것을 해결할 방법이 별로 없다는 것, 그리고 그걸 해결할 방법을 현 정부가 좀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다는게 문제로 보인다.
기업이 흑자 도산하는 경우가 괜히 있는게 아니다. 기업은 물건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채가 있고, 주식이 공개되어 있다면 현금 관리도 잘 해야 한다. 현금 관리를 못하는 회사는, 아무리 체력이 튼튼하고 지구력이 좋아도 운동화에 신경을 안쓰는 마라토너와 똑같다. 안타까워 할게 아니라 능력이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
좀 더 나가면 사원 관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제품을 아무리 잘 만든다고 해도 노조 문제로 갈등하고 있다면 역시 회사로서 살아나갈 능력이 부족하다고 봐도 된다. 김연아가 상금 대비 원가 비용 아끼겠다고 녹슨 스케이트화를 신고 대회에 출전하지는 않는다. 사원 만족도 못시키는 회사가 소비자 만족을 시키겠다라니 어불성설이다.
여하튼 빌린 돈들이 이렇게 많은데 그럼 누가 빌려줬을까 하면 어차피 그 놈이 그 놈들이다. MB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국가를 기업으로 본다면 상호 출자에 의해 커가고 있었다고 보면 된다.
이게 꼭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채무 관리를 잘 해야 이게 득이 될 수 있다는 건 국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그 누구에게나 분명하다. 관리를 잘 할 수 있다면 1조불도 괜찮은 거고, 관리를 못하면 100억불도 나라를 무너뜨릴 수 있다. 건설 회사 살생부 작성할 때가 아니라, 은행권 자금 상황을 명확하게 실사하는게 먼저가 아닐까 싶다.
20081108
유동성의 문제
현 상황을 조금 간단히 모델링 해보자. 유동성 위기의 문제가 어디서 왔느냐가 그 시작이다.
지금 세상에 돈이 모자라서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니다. 부동산 거품과 이와 연결되어 있는 서브 프라임 문제로 은행 등 신용 창조 기관들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고, 그에 따른 위기감으로 시민들이 돈을 회수해 오는 바람에 통화 창조의 양이 줄어들었다. 금융 기관 사이에서도 서로 상대방의 회계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상호 보증이나 대출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문제의 핵심은 이러한 기관의 신뢰에 있다. 또한 이는 지금까지 은행의 규제를 풀어주고 파생 상품 등을 효과적으로 감독하지 못한채 오히려 장려한 규제 당국의 신뢰에도 있다. 정부의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에 지금 위기에 대한 대처 방안에도 사람들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즉 화폐량 자체가 부족하지는 않다. 그러므로 지금의 유동성 위기는 사실 일시적인 현상이다. 대공황 때처럼 유동성의 루트인 화폐 자체가 모자라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 현상은 방치해 놓으면 고착화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각국은 은행과 파생 상품 등 금융 기관에 대한 규제 강화 방안을 찾고 있다. 감독 기관이 은행을 철저히 조사하고 확실히 믿는 다면 예금 전액 보증 같은 정책은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현재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금리를 내려 유동성을 확대시키는 일이다. 잠자코 있던 덴마크도 금리를 내렸고, 우리 나라도 두번에 걸쳐 상당히 큰 폭으로 금리를 내렸다.
두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은행이 신뢰를 회복했냐는 점이다. 몇 개의 은행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대부분의 은행들은 몸을 바짝 추스리고 다음 분기 실적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기업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가장 큰 무기는 매출액이다.
언제나 그렇듯 은행의 목표는 국가 경제의 성장이니 이런게 아니다. 자신의 생존이 최우선 과제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은행에 대한 구조 금융 투입, 유동성 확대를 위한 정책들은 매출액을 부풀리도록 만들 수 있는 최상의 수단이다.
암 환자에게 모르핀을 투여했더니 갑자기 웃으며 이야기한다고 암이 사라졌다고 믿는 것과 똑같은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아마도 몇 년쯤 지나면 은행들은 좋았던 이 시기를 돌아보며 더욱 거대화된 자신의 몸집을 뽐내고 있을 것이다. 부실이 제도화되는 수단을 제공하는건 온몸에 수류탄을 감고 다 같이 죽지 않으려면 내 말 들으라고 떠드는 테러범하고 다를게 없다.
또 하나가 있다. 유럽, 미국, 일본 등이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함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현재 예측되고 있다. 즉 전세계의 AD 자체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억지로 유동성을 늘려려는 정책은 리스크가 굉장히 크다. 각국은 지금의 화폐량으로 가능하지만 불충분한 신뢰로 떨어져있는 유동성이 a만큼 있는데, a가 움직이지 않는 다는 이유로 여기에 b의 유동성을 보급하고 있다. 경제 전체의 규모가 줄어들었는데 유동성은 반비례하며 늘고 있다. 그게 가져올 결과는 너무 뻔하다.
결론적으로 a가 움직이게 될 때 과잉 호황을 가져올 것이고, 그때가서 b를 낮추면 불황이 찾아온다. 대개 그렇듯이 경제에 외부 효과가 생기면 과다한 플러스가 생기면 내부를 거기에 맞춰 부풀리게 된다. 이때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하면 상당한 고통이 따르게 된다. 그렇다고 유동성이 확대되기 시작했을때 금리를 인상하며 거기에 찬물을 끼얹을 용감한 행동을 할 기관은 없다.
즉 지금의 유동성 확대는 고통을 뒤로 미루는 행위 밖에 안된다. 시간을 벌어 놓으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지 않겠냐는 바람 정도다. 이건 예전에 은행과 감사 기관, 기업이 서로 윈윈하며 매출을 부풀려 온 과정, 즉 거품을 만드는 과정과 똑같은 일을 되풀이 하는 것이다. 거품이 꺼지기 전에 더 큰 거품을 만드는 건 당장은 매력적이지만 다음에 찾아올 불황의 크기를 더욱 키우게 된다.
지금 필요한 건 성급한 금리의 조정, 유동성을 억지로 끌어올리려는 정책들이 아니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막혀있는 신용 통로를 회복하기 위해 금융 기관들을 더욱 투명하게 만드는게 당장은 힘들어 보일지 모르고, 지금 정부와 정치인과 친한 척 하는 기업들을 몇 개 무너지게 만들지도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정작 살아야 할 금융 기관과 더 크게는 이와 연결되어 있는 회사들을 살릴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20081107
뉴스들을 보다가
미국 선거에서 오바마가 당선된 일을 전후로 국내에 웃기는 일이 정말 많이 일어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원래 웃기는 일이 많이 일어나는 나라이긴 하지만 심심해서 근래에 본 뉴스 몇가지를 잠시 써본다. 귀찮아서 출처는 모두 생략.
쓸데없는 뉴스와 그런 뉴스를 내뱉은 언론에 대한 최상의 방책은 비판이 아니라 무시다. 이게 최상의 방법이긴 한데 우리 나라 시민 모두가 동시에 이렇게 생각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만 이게 말처럼 쉽게 되는 일이 아니라 어렵다.
너무 가만두는 것도 곤란하긴 하다. 관련 학자 등의 핵심을 찌르는 비판들이 좀 더 많아 지고 널리 알려져야 될텐데. 어쩃든 결론적으로는 이 것들이 빨리 빨리 없어지는게 우리 나라가 다시 살아날 가장 중요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1. 조갑제 曰 오바마 알고보니 좌파 아니더라 : 이 양반이 하는 말이 대체 왜 뉴스에 실리는지 모르겠다. 지금 시점에서 우파니 좌파니 찾는 행위 자체가 센슬리스 아닌가.
2. 이동관 曰 2MB와 오바마가 같은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 일단 이동관은 왜 아직 청와대에 있는지를 모르겠다. 그리고 대체 뭘 공유한다는 건지도 모르겠다. 오바마가 한국에 있었으면 친북 좌파라고 욕이나 했을 것들이 무슨 잡소리들이 그리 많은지.
3. 동아일보는 브래들리 현상, 브래들리 현상 노래를 부르더니 이제 와서 한다는 소리가 인종의 벽 허물고 변화의 신대륙 문이 열렸다나 그렇다. 자기들도 이미 알겠지만 니들만 없어도 백배는 나아진다.
4. 강만수 장관이 오늘 '헌재와 접촉했는데 세대별 합산은 위헌으로 갈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는 발언 내용을 부인하고 재정부 세제 실장이 헌재 수석 연구관과 헌법 연구관을 방문 재정부 입장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둘 사이에 축소된 점이라고는 재정부 장관과 헌법 재판관이 직접 등장하지 않는 다는 것 뿐이다. 어떻게 되었든 판결 결과에 대해 암시라도 있었다면 결국은 똑같은 말이다.
우선은 헌법 재판소가 재판 결과에 대해 왜 미리 언급했는지에 대해알아야 한다. 헌재의 해명에 의하면 위헌 여부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한 적이 없다고 한다.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들은 사람은 그걸 들었다. 우리 나라 정치 뉴스에 매우 자주 나오는 패턴이다.
이건 권력 분립과 사법부의 독립과 직접 연관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지금의 정부야 무슨 소리를 하든 안믿는 사람이 많이 있다고 해도, 헌법 재판소도 그렇게 되면 안된다. 뭔가 하나는 제대로 서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무조건 안했다고만 발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 충분히 해명해야 한다.
5. 홍 모 위원과 고 모 위원이 하버드 출신이라고 오바마와의 인맥으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한나라당에서 말했다. 이런 발상 자체가 어처구니가 없는데, 예를 들어 권영길이나 심상정이 대통령이 되었는데 같은 서울대 출신이라고 이회창을 인맥이라고 데려오면 너는 옳다구나 하겠냐?
6. 촛불 시위로 수배중이던 5명이 강원도 동해시 여관에서 연행되었는데 이들이 화투나 치고 있었다는 뉴스가 있었다. 경찰의 이 졸렬한 공작술의 역사가 대체 언제쯤이나 끝날까?
7. 강 장관이 헛소리를 좀 해서 또 한은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버냉키는 처음 FRB 의장이 되었을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며칠 쏟아내다가 자신의 말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걸 보더니 입을 닫았다. 그 이후에는 아주 필요할 때만 말을 꺼내고 있다.
강 장관은 처음 장관이 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며칠 쏟아내다가 자신의 말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걸 보더니, 시장이 전혀 반응하지 않는 수준으로까지 말을 쏟아냈다. 그걸로는 성이 안찼는지 더더욱 말을 쏟아내 한은, 헌재, 국회, 중국 인민은행, 무디스 등과 대립각을 세우고 재정부 관료들이 끊임없이 해명문을 내게 만들고 있다. 보아하니 아직 성이 안찬거 같은데 이제 뭘할려나?
아직도 많은데 조금 귀찮아져서 그만.
20081031
가만히 생각
지금 상황을 간단하게 보면, 견고해 보이던 세계 경제의 두 축 미국과 EU가 무너져가는 와중인데 이게 진정되고 다시 체력이 회복될 때에 과연 누가 세계 경제의 주도축이 될 것인가를 두고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세계 경제를 주도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기축 통화로서의 달러다. 이는 미국의 군대를 강하게 만들어 주고, 또 군대가 달러를 강하게 만들어주는 상보 관계를 이뤄가며 지금까지 달려왔다. 이게 내포하는 문제는 미국의 경제에 문제가 생겼을때 세계 경제에 파급 효과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유럽이 그 험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유로화를 만들게 된 것도 포스트 달러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시도 중 하나다. 현재로서 미국의 경제 규모에 육박하는 섹터는 일단은 유럽 연합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기축 통화를 보유함으로서 얻게 되는 미국의 추가 이익, 그리고 미국이 흔들릴 때 필연적으로 유럽 국가들이 같이 흔들리게 된다는 점에서 슬슬 짜증을 낼 법도 하다.
만약에 이게 20년 후 쯤 벌어졌다면 중국도 끼어들어서 더욱 복잡해졌을텐데, 60여년 만에 찾아온 기축 통화를 둔 싸움에서는 일단 중국이 주도할 만한 형편은 못된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이 다음에 찾아올 기축 통화 전쟁에서는 아마 중국이 거대한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큰 일이 있지 않는 한 이건 내 인생 안에는 오지 않을 듯 싶다.
그 다음 문제가 되는건 우리 나라의 포지셔닝이다. 이번에 300억불 통화 스왑은 일단 가장 문제가 되고 있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크게 두가지 시그널링이 포함되어 있다.
첫번째는 지금까지 정부에서 외화 보유고 운운하며 부정해왔던 것과 다르게 유동성에 실질적인 문제가 있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부 말대로 외환 보유고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스왑은 필요가 없고 한은이 비행기로 날라다니며 은밀히 이 건을 추진할 이유도 없다. FRB 스왑말고 IMF 스왑도 껴있다는데 (뷰스앤뷰스에만 나와있다)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물론 정부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이므로 (정부는 투자자들이 쓸데없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스왑을 추진했다고 볼 수도 있다. 어쨋든 믿을 만한 버팀목이 필요한 상황인 건 틀림없다. 참고로 CDS는 통화 스왑 발표보다 먼저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아마 그 쪽에 소문이 먼저 났나보다.
두번째는 지금 이 와중에 우리가 미국 경제와의 밀착도를 보다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IMF의 지원을 받는 몇몇 나라들과, 이번에 통화 스왑이 결정된 몇몇 나라들이 이로써 달러 기축이라는 같은 배를 타게 되었다. 이건 좀 생각해 봐야할 문제다.
미국이 오늘 발표한 바에 의하면 3분기 성장률은 0.3% 감소했고, 소비 지출 3.1% 감소했다. 아직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미국에는 카드 연체, 자동차 할부 연체, 실물 경제 등등 문제들이 잔뜩 남아있다. 더구나 ABS 상품은 이런 카드나 자동차에도 만들어져 있다. 주택보다 덩치는 작지만 실업률의 향방에 이 모든 것의 움직임이 달려있다. 이런 미국 경제의 향방에 우리는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우리의 주된 교역국은 2003년 이후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그런데 그런 중국이 얼마전 러시아와의 교역에서 달러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말은 지금 달러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난 가만히 앉아 두고 볼 생각이다라고 선언한거다.
이렇게 되면 안달이 나는 쪽은 유로권과 달러권이다. 위안이 기축 통화가 될 가능성은 없겠지만 그래도 최대의 달러 보유국이자(러시아는 5위다), 아무도 무시 못할 경제 대국으로 커가고 있는 나라다. 그러므로 중국은 우리나라에서 자민당이 했던 것과 비슷한 역할 - 캐스팅 보트 - 을 맡을 생각인가 보다.
이런 상황에서 괜히 나서서 나는 미국 편이에요 라고 주장해봐야 득될게 별로 없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조용히 있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포커판에서 내가 뭐가 들었는지 알려주면서 혼자 든든하게 생각해 봐야 별볼일 없다. 그럴 바에야 은밀히 캐스팅 보트 쪽에 붙는게 나을거 같은데 지금 정부는 미국 달러 기축이 이어질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 듯 싶다.
선물 거래는 함부로 하는게 아니라는 주식 시장의 교훈은 외교에도 통한다. 어쨋든 할 수 있는 것도 없는데 두고 봐야지. 망할 거라는 확신이 들면 풋사서 들고 있으면 되는거고. 9.11때 1000원짜리 풋이 50만원이었다는데 -_-
20081026
10월 25일 2008년
밖에서 오토바이들이 몰려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좀 나은 편이다. 여름 내내 더워서 방 창문을 열어놨는데 어제부터 잘 때는 창문을 꼭꼭 잠그고 자기로 했다. 새벽이 확 추워져서 아침에 일어나면 목도 잠기고 감기 기운도 생겼기 때문이다.
어쨋든 방 창문 하나 닫았다고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조용해 진다. 창문 상태가 그닥 좋지 않은 물건인데도 그래도 안닫는 것과 이리 차이가 나는구나 싶다. 그래도 집 앞 도로가 경기도로 나가는 직선 도로라 떼지어 몰려다니는 오토바이나 덤프 트럭 소음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안좋은 점은 담배 피울때, 청소할 때 창문 여는 일이 조금 귀찮다는 것.
두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상당히 중요한데 집중이 잘 안된다. 기분이 너무 피폐해져있고, 패배 의식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약발이 떨어져가고 있는 발랄함을 충전시킬 시즌이다. 그렇게 겨울을 기다리자.
20081024
20081023
10월 23일 2008년
매일 쓴다고 하더니 2주일이 넘게 이 사이트에 와보지도 않았다. 인생 꽤 골치아프다. 언론에는 세계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넘치고, 내 주변에는 나에 대한 비관론이 넘치고 있다. 나 좀 어떻게 해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제 말 할 곳도 없다. 꾸준히 연락이라도 하는 사람이 다섯 손가락도 남는 지경이고, 알 없으면 어디 나가기도 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무너져갈 수는 없다는 마음이 아직도 남아있다는게 내가 가지고 있는 희망이라면 희망이다. 살아남아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한다. 반드시 그렇다고 생각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희망의 끈은 중요하다.
20081022
전략과 전술
세계 경제의 동반 몰락도 있지만 우리나라 경제가 안드로메다를 향해 가는 가장 큰 이유는 현 정부의 잘못된 상황 판단, 혹은 잘못을 가장한 의도된 상황 판단에 기인한다.
작년부터 경고된 미국 경제의 위기, 그리고 이에 따른 달러화 가치 하락은 누구나 예상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경제팀은 엉뚱한 발걸음을 계속 걷고 있다. 저 위의 '잘못을 가장한'이라는 말을 쓴 이유는 여기에서 나온다. 말 그대로 누구나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그리고 그 누구보다 실상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들을 잔뜩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희안한 갈짓자 행보를 보였다는 것은 의심을 품기 충분하다. 과연 누가, 어디서 이익을 보고 있는가를 곰곰히 살펴봐야 한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좀 더 생각해 볼 구석이 많기 때문에 여기서는 일단 미룬다.
정권 초기에 대통령의 입, 정부 기관의 입을 빌어 계속 등장한 것 중 하나가 공공 기관 근무자들의 업무 태만 전략 부재, 그리고 그에 대비한 과잉 임금 문제다. 어제도 세금의 혜택을 받는 공공 은행과 시중 은행의 월급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고 이를 조중동이 받아 대서 특필하고 있다.
자, 여기서 곰곰히 생각해 보자. 도덕적 해이의 주체는 누구인가. 정부는 환율을 안정시킨다고 외화를 대량으로 퍼붓고 있고, 주가 폭락을 막는다고 연기금을 대량으로 퍼붓고 있다. 물론 이유가 분명치 않거나, 투자자들의 심리적 동요에 의한 단기적 급락을 막기 위한 정부 자금 투입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와 병행해야 할 일은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한, 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들이다.
어차피 정부 돈이란 시민들의 세금이므로 그냥 때려붓는건 당장 환율 상승이 주춤하고, 주가 하락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지만 이건 잠시의 신기루들일 뿐이고 이대로 가면 시민들의 부담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원화 가치를 증대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한은이 금리를 올리고, 잘못된 규제를 없애고 필요한 규제는 더욱 강화시켜 궁극적으로 그들이 흔히 말하는 월드 스탠다드의 투명하고 튼실한 사회 구조를 안정시켜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털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증시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정부는 우리나라 최상단부의 잘못된 구조들을 고칠 생각이 없어보인다. 대기업 편중 구조를 고칠 생각도 없고, 국회의 도덕적 해이를 고칠 생각도 없고, 건설 경기 부양에 의한 GDP 상승이 시민들의 생활과 별 관련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생각도 없고, 주택 가격 버블이 궁극적 문제 중 하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생각도 없어 보인다.
이런 와중에 시종일관 언론을 통해 내미는 문제 중 하나는 공기업 임금 문제, 은행 임금 문제, 복지 혜택 문제들이다. 최상단부는 고칠 생각 없으니 우리 사회 구조의 상단부 중 하나로 문제를 떠 넘기고 있다. 그리고 이런 지적은 비정규직 문제, 취업 문제, 당장의 생활비 걱정 등으로 엉망이 되어가고 있는 중하단부 계층에게 아주 인기가 있다.
우리나라 5대 재벌 기업의 노동자들에 대한 과도한 임금, 복지 혜택의 문제, 예속된 납품 중소 기업에 대한 도덕적 해이, 강압적 태도들 역시 제기될 때마다 언론에 의해 공장 노동자의 과도한 복지 혜택과 임금 상승 문제로 치환되는 경향이 있다.
이건 아주 간단한 전략이다. 즉 정부는 문제의 궁극적인 책임을 질 생각도 없으면서 그나마 안정적인 노동자 계층이 희희낙낙하는 듯한 모습을 비안정적인 노동자 계층에게 끊임없이 보여주고 주입시켜 줌으로써 노동자 계층을 분열시키고 있다. 즉 자신의 잘못을 치환시키고 비안정적 계층의 비난의 화살을 안정적 노동자로 돌린다.
일제 시대때 적극적인 친일파들을 중간에 세워 약간의 이익을 품에 안기고 이들을 통해 독립군들을 잔인하게 압박해 일제에 대한 비난을 일부 자국민에 대한 증오로 치환시킨 방법과 매우 유사한데, 이런 건 사실 식민지 통치나 자본주의 초기의 부르주아들이 했던 기본적인 전략 중 하나다.
가장 웃기는 일 중 하나는 역시나 안정적 계층의 노동자라고 할 수 있는 조중동의 언론인들이 이 문제를 신나게 대서 특필하고 있다는 점인데 첫번째는 이런 기사가 인기가 있기 때문일테고, 두번째는 언론사 자신들의 문제를 지적할 방법이 우리 사회 구조상으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은 시민들이 깨어 현 정부의 잘못된 활동, 언론의 잘못된 태도를 적극적으로 비판해야 한다. 그렇지만 적극적인 부익부 빈익빈 전략에 말려있는 시민들은 자기 몸 가누기도 점점 힘들어져 가고 그러므로 비판을 할 시간적 여유도 점점 사라져간다. 그리고 이런 전략들에 함께 춤을 추는 비안정적 계층도 점점 늘어간다. 우민화 정책은 이런 점에서 매우 지독하고 비인간적이고 극복해 내기가 힘들다.
만수가 대체 왜 저럴까, 명박이 대체 왜 저럴까 하고 질문을 하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 중 하나는 이런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은 결국 사회의 최상단부에 더욱 큰 이익을 보장해 준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대변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대변해 주는 사람을 뽑았다. 그들에게도 이익이고 우리에게도 이익인 정책도 있잖아 라는 질문은 그러므로 합당한 문제제기가 아니다.
나라가 망하면 걔네들도 망할 거 아냐라고 생각한다면 그저 순진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금칠한 방에 사는 사람들은 가난한 아프리카 국가의 독재자들과 독점 기업주들이다. 남미의 시민 경제는 몰락을 향해 달려가지만 일부의 독점 기업주들은 돈이 많아 주체를 할 수도 없는 지경이다. 그걸 먼저 깨달아야 한다.
9월 2일, 2008년. 미국도 엉망이다.
20081009
금리 인하
10월 7일에 쓴 글에서 금리 인하를 하면 안된다고 했었는데 2일 사이에 약간의 변동이 생겼다. 미국, 유럽 9개국이 급작스럽게 금리를 낮췄고 아시아 국가들도 일본을 제외하고 금리를 낮췄다. 예상은 하고 있었던 일이지만, 물가 문제로 인해 정작 실행할 확률이 그다지 크다고 여겨졌는데 실행한 셈이다. 이로서 두번째 마약(첫번째는 700bn $ 구제 금융)이 투입되었다.
이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낮췄다. 이게 상당히 애매한데 미국이 금리를 0.5% 낮췄기 때문에 그 사이 만큼의 여유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급박한 상황이라고 여기고 아마도 그 간격을 이용해 보고자 0.25%를 급히 낮춘걸로 보인다. 아마 미국이 0.25% 조정했으면 가만히 있었을거 같다.
그것 때문에 0.25%의 차이가 상당히 의미심장해졌다. 어쨋든 급박한 시장 상황 속에서 한은은 최선을 다 한 걸로 생각된다. 움직일 수 있는 폭을 최대한, 그것도 매우 신속하게 이용하고 있다. 이 시그널링은 상황에 따라 더 올릴 수도, 고정시킬 수도 있다는 유연성을 보여준다. 즉 이번 금리 인하는 주식 시장 안정보다는 신뢰성 회복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이로서 추산해 볼 수 있는 건 우리 경제가 여태 완전히 날아가지 않고 있는 이유가 정부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크지만, 한은의 움직임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정권 초기 MB와 MS의 억지스러운 경기 부양책에 한은이 적극 대응하던 모습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금리 인하에 오늘의 주식시장은 반응을 해 줬다. 그렇지만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환율이 가장 큰 문제인데 현재 시간 1425원이다. 어찌 되었든 지금 상황에서의 금리 조정은 아픔을 잠시 잊게 만드는 마약에 불과하다. 이런 잠시 동안의 평화를 이용해 경제 장관이 펀더멘털 재구축을 위해 움직이며 시그널링을 보내줘야 한다. 이 텀을 벌기 위해 유럽과 미국은 금리를 움직였고, 한은도 그 와중에 생긴 작은 틈새를 이용했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 장관께서는 과연?
코스피 반등에서 다시 환율 문제로 내려앉는 순간까지 뭘 하실지 지켜보자.
20081008
앰네스티 최종 보고서
앰네스티가 보고서를 쓰고 있다고 포스팅한게 7월 30일인데(링크) 며칠전 보고서가 나왔다. 9월 예정이었는데 약간 늦어졌다.
다음 링크에서 원본 pdf파일과 영문 요약본을 볼 수 있다. (링크) 아직 한글본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 앰네스티의 고은태 지부장 블로그에 요약문의 번역본이 일단 올라와있다. (링크)
그리고 아주 재빠르게도 법무부에 해명자료가 올라왔다는데 컬럼(링크)만 보이고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고은태 지부장 블로그에 법무부의 해명글에 반박글을 올렸다.(링크)
내용은 위 링크를 찾아가면 볼 수 있으니 생략.
법무부의 반박글이나 위의 컬럼을 보면 알 수 있는 점은 아직도 이 사람들은 앰네스티가 뭐하는 데인지, 왜 있는지를 모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밥멀어 먹기도 힘든데 보나마나 알고 싶지도 않을 양반 들이고.
컬럼에 재밌는 말이 나오는데 맨 아래 단락 “우리나라는 더 이상 열악한 인권 상황의 저개발국가가 아니다… “운운 하는 부분이다. 당신이 사는 나라는 그럴지 몰라도 내가 살고 있는 나라는 분명 열악한 인권 상황의 국가다. 국격에 맞는 대응이라니 정말 놀고 있네. 귀신은 대체 뭐하나 몰라, 저런 것들 안 잡아가고.
여하튼 이제 남은 것은 저번 글에도 적어 놓았던 소위 인권 국가들의 연대 뿐이다. 인권 국가가 되었든, 비인권 국가가 되었든, 단체가 되었든, 개인이 되었든 우리는 분명히 보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연대를 표시하고 행동해 준다면 영원히 기억하며 보답할 것이다.
20081007
하이 리스크 그리고 하이 리턴
이런 저런 이야기를 썼었는데 사실 관심만 가지고 있다면 여기저기서 다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여서 관뒀다. 핵심은 이거다. 우리나라 경제팀은 신뢰를 잃었다(라기 보다는 애초에 없었다). 알면서 뽑았다. 지금 여당에 투표한 사람들은 그냥 미친 짓 한거고, 이에 반대한 사람들은 설득에 실패한 잘못을 저질렀다. 어차피 지나간 일이고 되돌리지는 못한다. 지금 중요한 건 어제 일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 일이다. 그게 해결되고 나서 어제 일을 따져도 잊어버리는 만행을 또 저지르지 않는다면 늦지 않다.
지금 주식이 떨어지고, 환율이 오르는 건 유동성의 문제라기보다는 경제팀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더 크다. 안 좋기는 하지만 이렇게 크게 움직일 이유는 별로 없어보인다. 문제는 지난 6개월간 하는 짓을 봤더니 지금의 경제팀이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위인들이 절대 아니라는 확신이 이미 우리나라 증시 참가자는 물론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들었기 때문이다. 시장에 보내는 시그널링은 엉망진창이었고, 결국 이제는 아무도 듣지 않는다.
신뢰 회복을 위해선 당장 경제팀이라도 갈아치워야 할텐데 바꿀 생각은 없어보인다. 위기가 안 보이는 건지, 안 보려는 건지, 또는 무슨 다른 속셈이 있는지(금덩어리나 달러를 잔뜩 사놓았을 수도 있고, 이 기회에 친인척, 지인들에게 공기업 팔아서 한 목 잡아볼 수도 있다)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바꿀 생각이 없는게 분명하다. 따지고 보면 탄핵이 최선이다.
미국을 보자. 미국의 금융가들은 하이 리턴을 얻기 위해 규제 완화라는 하이 리스크를 선택했다. 그래놓고 예정대로 리스크가 찾아오니까 이제와서 발뺌하고 있다. 이들을 제대로 청산하고 가지 않는 한 미국 금융 경제에 밝은 미래 따윈 없다. 그냥 몇 십년에 한 번씩 똑같은 짓을 반복하고 말거다. 미국의 일부 시민들은 왜 금융가의 모럴 해저드를 시민들의 세금으로 떼워야 하냐고 반문한다. 요새 매일같이 ANSWER에서 베일 아웃 반대 메일이 날라오고 있다.
대답은 간단하다. 부시는 분명히 공약에서 경제 부흥을 위해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누가 뽑았냐. 미국 시민들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미국인들은 그들의 잘못 때문에 세계 경제에 끼친 악영향을 고려해(아이슬란드 등등의 나라는 지금 부도 위기에 몰려있다) 지네 금융 구조를 위한 기금 말고 세계 금융 구조를 위한 기금을 7조불은 내놔야 한다. 미국인도 아니고, 부시한테 투표한 적도 없는데 부시가 잘못한 책임을 왜 우리도 지냐. 니들이 물어내라.
우리 경제팀도 엉망이지만 너네처럼 대규모로 말아먹지는 않았다. 정확히 추산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코스피 떨어진 지수 중 반쯤은 미국 책임이고 반쯤은 만수 책임이다.
투표는 장난이 아니다. 그들의 손에 쥐었던 투표 용지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져야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 손에 쥐어졌던 투표 용지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져야한다. 욕 맨날 해봐야 소용없다. 투표만 잘 했어도 되는걸 뭐하러 지나간 다음에 욕하나. 물론 이 시기가 지나가면 분명하게 과오를 따져야 한다. 소리나 꽥꽥 지르는 바보같은 청문회는 필요없다. 명백하게 과오를 가리고, 책임을 분명히 하고, 손해의 액수를 산정해 물어내게 해야한다.
일제 시대 청산할 때도, 군부 청산할 때도, IMF 청산할 떄도 우리는 한번도 그런 걸 제대로 해낸 적이 없다. 우리 경제가 지금 이따위 인것도 그런 청산을 제대로 못하게 방치해 놓은 시민들의 잘못이기도 하다. 대충 둘러대고 시간만 지나가면 별일 없다는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도 돈은 어디가지 않는다. 거지같은 놈들이 아직도 잔뜩 위에 메달려 지들 좋은 것만 하고 있는데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아직도 헛소리들을 해대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분명한건 심각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단은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화폐를 보유하고 있는게 최선이 아닐까 싶다. 이건 어떻게 바뀔지 모르므로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분노의 포도 정도를 곰곰히 읽으면서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만약 지금 시점에서 증권 살리겠다고 금리를 낮춘다면 미친 짓도 그런 미친 짓이 없고, 재앙도 그런 재앙이 없을 거다. 한은 총재는 그걸 알고 있는거 같은데 경제팀 수장은 모르는거 같다. 당분간은 한은 총재가 이기길 바래야지.
6개월만에 이래 놓은걸 보면 참 굉장한 인간들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부시는 8년이나 걸렸는데.
10월 6일 2008년
감기에서 탈출하고, 잠시 정신을 놨더니 근 일주일이 지나가버렸다.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은 나의 고쳐야 할 버릇 중 하나다. 그래도 머언 먼 뒤안길에서 다시 돌아와 WLW 앞에 섰다. 그간 몇가지 일이 있었다.
1. 그를 만났고 고마운 이야기를 들었다. 어제 잠을 거의 못잤지만 그만한 가치는 있다.
2. 옷을 샀다. 너무 높았던 꿈을 버리고, 현실에 눈을 맞췄다. 결론적으로 맘이 편하다.
3. 인생의 방향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한다. 아직도 나는 살아있고, 할 일이 많다.
4. 6일 하루 동안 알랑 드 보탱의 여행의 기술을 다 읽었다. 숲에 가고 싶은 생각을 한다.
5. 많이 걸었다. 많이 걷는건 언제나 유익하다. 워즈워스는 산책으로만 80여살까지 살면서 20에서 25만 킬로미터 정도를 걸었다고 한다. 나는 지금까지 몇 킬로미터나 걸었을까.
6. BP에서 루엘이라는 잡지를 하나 줬는데 꽤 재밌다. 근래의 남자 패션에 대한 포멀한 정보가 많다. 이런게 있으면 맘이 편하다.
20081002
10월 1일 2008년
감기에 걸렸다. 아주 구질구질한 감기다. 방에 뚫려있는 구멍에 발라놓은 시멘트는 아직 마르지 않았다. 거기서 안좋은 기운이 마구 올라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생각보다 잘 안마른다. 그렇지만 내일 정도면 책상도, 삼단 옷장도, 의자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거 같다. 세가지 감사. 하루종일 누워서 코만 풀어댔더니 솔직히 별로 생각나는게 없다.
히지만 생각해보면
1. 보일러 틀어 따뜻하게 잘 수 있었다.
2. 차가운 커피를 계속 마실 수 있었다.
3. 이글루스에 올린 MMM 20주년 기념에 대한 이야기를 이틀 간 600명 정도 와서 봤다. 그 중 몇 명쯤 곰곰히 읽어봤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걸로 조금이나마 사람들이 패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고, 누군가 나선다면 세상이 조금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20081001
9월 30일 2008년
솔직히 오늘은 쉽지 않다. 아주 조잡한 이야기로 나가게 된다. 그래도 인생이 거창한 것만은 아니다.
1. 방 공사가 다 끝나진 않았지만 목욕탕 물이 잘 나오게 되었다. 좀 자세히 말하면 잘 나오는 수준을 넘어서서 지금까지 살던 어떤 집보다 잘 나오는 곳이 되었다. 목욕탕 수준이다. 나는 물이 졸졸 나오는 경우 게을러지는 경향이 있다. 이제는 그런 변명은 안해도 되게 되었다.
2. 책을 한권 샀다. 재무제표에 대해 알 일이 많은데 너무 몰라서 하나 사게 되었다. 아직까지는 나에겐 책 살 돈은 있다. 다행이다. 더구나 밥도 먹고 있다.
3. 한창 우중충해 하면서 정신이 어딘가 헤매고 있었는데 그에게서 오후 6시 13분에 전화가 왔다. 나는 김동인이 만들었다는 '그녀'라는 호칭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는다. 여하튼 덕분에 잠시나마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의 존재 만으로도 항상 감사한다.
20080930
9월 29일 2008년
1. 자꾸 이런 저런 실패만 거듭하다보니 주눅이 들게 된다. 그래도 아직 의지는 남아있어서 조금 만 더 해볼까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
2. 어제 구입했던 옷을 반품했다. 줄어들었던 가처분 소득이 복귀했다. 요새 쇼핑에 확신이 부족해져있다. 어떻게 보면 뭐든 괜찮아보이고, 어떻게 보면 뭔들 필요하냐 싶다. 1번과 연결해 자기 확신이 부족한 탓이다. 이번 가을을 어떻게 지낼 것인가 하는 이미지가 흐리멍텅한 상태인데 그 상태에서 뭔가 구입하는건 나중에 후회만 늘 뿐이데 잘했다. 반품은 처음 해보는거라 들리는 소문들을 생각하며 약간 걱정했는데 과정 자체에 큰 문제는 없었고 수월하게 해결됐다. 좀더 생각해보자.
3. 무명씨로 블로그를 한지 3년 만에 잡지에 조그맣게 글이 하나 실렸다. 내가 생각했던거보다 훨씬 오래 걸려버려서 사실 될대로 되라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실렸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감흥이 별로 없었는데 오늘 막상 보니 그래도 기쁘다.
왜 하필
세상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게 잘못된 일은 아니다. 항상 긍정만 하는 자세로는 자신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 발견하기 어렵고, 따라서 발전도 어렵다.
그렇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지금껏 꽤 많은 비판과 부정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그러다보니 자기 자신에게도 비슷한 시선을 자꾸 보내게 된다. 결론은 자기 부정의 심화다. 내가 생각하는 의견에 대해 자신이 없어지고 비관론자가 되어간다.
이런 식의 작업이 주는 평범함, 무모함, 단순함. 그리고 세상의 주류 노선을 쫓아가지 못해 안달내는 거 같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러기에 인생은 너무나 짧고 나는 단 일초라도 즐겁게 보내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세상에 대한 비관주의가 그를 막으려 한다면 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것을 물리쳐내야 한다.
오프라 윈프리가 하루에 세가지 씩 감사하는 일기를 쓰면 인생이 달라질 거라고 말했다. 그걸 보고 따라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도 써보려고 한다. 매일은 자신없지만 가능한 한. 겸사 겸사 매번 실패하고 마는 일기도 써 볼 생각이다.
굳이 공개 블로그에 올리는 이유는 혹시나 누군가 볼지 모른다는 생각이 긴장감을 불어넣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구글 블로그에 계정을 또 하나 만든 이유는 이곳은 나에 대한 어지간한 관심과 추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없다 그런 사람) 절대 못찾을 곳이기 때문이다.
천천히 나아갈 생각이다. 블로그 템플릿도 무척 맘에 안들고, 좌우가 왜 이렇게 좁은건지 궁금하지만 그런건 일단 묻어놓고 간다.
20080827
지금 이 시대
경찰이 연대 오세철 명예 교수 등 사노련 운영위원 8명을 긴급 체포했다. 이유는 '국가 변란을 선전, 선동하고 안보에 위해를 끼치는 문건을 제작, 배포한 혐의'다. 매카시즘 풍의 이번 체포는 그야말로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는데 웃고 넘어갈 수 만은 없는게 어쨋든 8명의 위원이 실질적으로 체포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촛불 시위가 알려줬듯이 반정부 투쟁은 시민들의 전폭적 지지를 얻지는 못했다. 나이브한 독재 편승형 시민 의식의 결론은 작금에 펼쳐지고 있는 상황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금방 깨달을 수 있지만 여전히 현 정부에 뭔가 기대한다는 사람들이 존재하니(그것도 꽤 많은거 같으니) 할 말은 없다.
민주주의란 이렇듯 시민 의식이라는 이름으로 독박을 쓰게 되어있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현 정권에 투표했든 안했든, 또는 지금 동의하든 안하든 이 정권이 불러일으켜올 참상에 대해 설득하지 못했고, 그럴듯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고, 정권 퇴진 운동을 점화시키는데도 실패한 좌파 혹은 현정부 반대파의 책임이 사라지는건 아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마저 그 모양이었는데 이거 원.
정권 퇴진 운동이 실패, 또는 그다지 인기가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 생각나는건 일단 대안 정당을 만들고, 혹은 일단은 민주당이 가장 크니까 구성원들을 대폭 갈아치워서 시민들의 지지를 좀 얻도록 쇄신하고 다음번 선거에서 이겨서 지금 정부/국회 다수당 구성원을 반란죄로 처벌하는 방법 밖에 떠오르는게 없다. 나라 말아먹은 것도 분명 반란죄다.
이것들 아무리 생각해도 공기업 팔아치우고 어쩌구 하면서 한몫 단단히 잡아 내빼려는거 아닌가 싶은데 만약 정말 그런 거라면 출국 금지같은걸로 붙잡아야하고 정 안되면 이스라엘 사람들이 나치 잡으러 다녔던 것처럼 쫓아다니는 수밖에 없을거 같다. 조금 극단적인 의견인거 같아도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런 세상이 안올거라는 보장도 없다.
참고로 타이의 반정부 시위대 3만여명은 어제 8월 26일 국영 방송국을 점령하고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방송은 중단되었고 정부 청사의 입구는 트럭으로 봉쇄되었다. 현 총리 사막도 지난 2월에 투표로 당선된 사람이다. 보아하니 사막 총리도 물러날 생각이 별로 없어보이는 거 같고, 그 쪽도 충돌은 불가피할 거 같다. 이런 떨거지들이 왜케 여전히 세상 여기저기에 널려있는지 난 정말 모르겠다.
20080820
생각해보면
아주 간단하게 치환할 수 있다. 제어장치가 없는 정당 민주주의는 폭주하고 있고, 누군가가 멋대로 덮어 씌워버린 자본주의는 표류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실상 정당 독재 국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소니의 플레이 스테이션을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닌텐도는 자신의 라이벌은 소비자의 무관심이라고 대답했다. 우리 정치의 가장 큰 약점 역시 무관심이다. 초월 혹은 대안의 부재를 내새운 다수 시민의 무관심은 독재의 가장 튼실한 서포터 들이다.
20080731
2008년 7월의 교육감 선거
마르크스가 살아있던 시대에는 꽤나 유용했을지 몰라도 세상을 이분법적 도식으로 바라보는건 위험하다. 손쉽긴 하지만 알다시피 세상이 그렇게 간단하게 돌아가고 있지만은 않은게 명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서울의 교육감 선거는 그런 도식이 완전히 무용한건 아니다. 아주 명확한 제로섬 게임의 선거전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의 시민을 크게 두 부류로 자녀들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투자할 수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로 나눌 수 있다. 비록 지금 자녀가 없다해도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손주들에게 혹은 잠재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분류는 유효하다. 이 두 부류는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사실 현 정권에 대한 찬반의 성향과도 많은 부분 겹쳐있다.
그리고 두명의 후보가 있었다. 한명은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투자할 만한 장을 마련해 주려는 사람이고, 또 한명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부여되는 불이익을 가능한 덜어주려는 사람이다.
자, 선거가 있었고 결과 집계가 지금 진행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는 이미 선거율을 통해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1, 2위가 강남구, 서초구로 둘다 19%대다. 그리고 은평구, 금천구, 강북구가 13%대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강북쪽에서 떠오르는 교육 관심구인 노원구가 17%대로 3위고, 송파구가 16%대로 4위다. 목동이 있는 양천구가 15%대로 의외로 낮게 나왔다.
두 집단간의 6%의 차이. 작다고 하면 작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차이가 뜻하는 바는 꽤나 의미 심장하다. 이건, 정치 운동이 하부 계층의 지지를 얻기는 매우 힘들고 - 그럴 시간도, 여력도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 그러므로 대중 운동화 하기 전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려준다. 후쿠모토주의가 범했던 것과 똑같은 실수가 여기서 되풀이 되고 있다.
현 정권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의지를 확인하는 공감의 자리를 끊임없이 마련하는건 그 자체의 내부 결속을 위해서는 유의미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자랑스러울지는 몰라도 이 문제를 해결할 핵심이 아니다. 좀 더 넓게, 특히 국내 정책들이 작금에 구가하고 있는 '고통의 전가 시스템'이 하부 계층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는걸 확인시키고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만이 우리 사회를 그나마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보다 더욱 더 낮은 계층의 문제들을 더욱 들춰내야 하고 그러므로 필연적으로 이건 자본주의의 계급 문제와 닿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지금의 상황은 매우 구조적인 문제가 만들어 내고 있다. 대체 왜 니들 좋은 일을 할 수 있는데 선거하러 나오지 않았냐고 투덜거리고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그걸 인식하지 않고서는 이번 교육감 선거와 비정규직 문제가 어떻게 맞닿게 되는지, 누진세 삭감의 문제와 어떻게 맞닿게 되는지 쉽게 깨닫지 못하는 현 구조는 점점 더 고착화 되어간다.
하지만 이건 직접적인 선동이라든가 선전으로 이루어질 일이 아니다. 후쿠모토는 지식인 노동자들로부터 아래로의 혁명을 계획했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연대는 너무나 헐거웠고, 정작 직접적으로 계급적인 문제들의 모순을 맞닥트리고 있는 사람들의 호응을 얻어내지 못했었다.
결국 필요한건 멀게만 느껴지는 지금 정부가 펼치는 정책들과 자신과의 연결 고리를 좀 더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작업이다.
지금 선거 결과가 나왔다. 절망적이고, 실망스럽지만 이제 할 일은 분명히 정해졌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는 촛불 시위보다 그것을 알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대의제 민주주의 체계에서는 100만의 군중보다 1표를 행사하는게 더 중요하다는걸 우리는 알아야한다.
1, 2위구가 보여주는 19%의 투표율은, 그리고 그들 구가 저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전국 1위의 투표율을 차지한 지역이었다는 사실은 그 사람들이 요란을 떨지 않고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게 무엇인지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는걸 보여준다.
물론 그렇다고 촛불 시위의 의미가 퇴색되는건 아니다. 민주주의는 언제나 광장을 지향하고 그곳에서의 소통을 통해 발전한다. 이것은 결국 우리가 궁극적으로 향해야 할 곳이다. 하지만 우리는 마츠리를 위해 그곳에 모인게 아니라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그곳에 모였던것 역시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이 무브먼트는 지금보다 훨씬 더 넓어지고 더 깊어져야한다. 그래야만 아마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이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여당과 20년, 30년 그것보다 더 길게 싸워온 사람들이 이 사회에는 잔뜩 쌓여 있다. 하루 아침에 끝날 싸움은 애초에 아니다.
너무 들뜨지도, 너무 실망하지도 않고 자신의 힘을 명확히 인식하고 하나씩 이뤄나가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 그들에게도 우리에게도 아직 샴페인은 이르다. 우리는 오늘의 투표를 이 싸움이 끝날 마지막 순간까지 기억해야 한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20080730
앰네스티 보고서 / 연대를 기대한다
앰네스티의 무이코 조사관이 촛불 시위와 관련된 국내 인권 상황에 대해 조사하고 돌아갔다. 이에 대한 보고서가 몇 장 엠네스티 홈페이지에 올라와있고, 9월에 최종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1960년, 살라자르의 독재 체제하에 있던 포르투갈에서 두명의 대학생이 술집에서 자유를 위해 건배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다. 영국의 변호사 피터 베넨슨이 이에 대한 기사를 읽고 1961년 옵서버지에 '잊혀진 수인들'이라는 기고문을 내 정부의 탄압에 인권을 빼앗긴 사람들을 위한 행동이 필요함을 밝혔다. 그렇게 앰네스티가 탄생했다.
150여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는 앰네스티는 사실 행정 집행력이 있는 기관도 아니고 정부에 직접적으로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기관도 아니다. 그럼에도 앰네스티가 국제 사회의 신뢰를 얻는 이유는 명확한 보고서와 이에 대한 각 지부국들의 호응이다.
호응을 통해 연대를 만들어내고 그럼으로서 힘을 얻는다. 자기랑 별로 관계없어 보일지 모르는 먼 남의 나라 인권을 위한 조그만 행동들이 모여 궁극적으로 자신의 인권을 공권력으로 부터 보호받고 존중받게 된다. 연대는 이렇게 현실이 되고 실질적인 힘을 얻는다.
우리나라 정부는 보고서에 대해 앰네스티가 균형잡힌 시각을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을 했다. 이건 완전히 잘못된 반응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엠네스티가 지적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우리나라 공권력이 말하는 인권이라는게 국제 표준, 즉 세계 인권 선언과 여타의 인권 선언에서 밝힌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대고 균형과 정당한 법집행 운운하는건 애초에 말이 안된다.
콩고는 피그미족을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합법적으로 대량 학살했고, 우간다는 우출루 족을 공권력으로 합법적인 이유를 대며 대량 학살했다. 이 둘은 자기네 나라 법으로는 합법적인 행동을 했을지 몰라도 국제 인권 기준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있어서는 안되는 행동이라고 말하는 거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엄연히 우리의 헌법에, 그것도 허가제를 절대 금지한다고까지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부는 집회를 실질적으로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고 더구나 공권력의 무력을 동원해 강제로 해산시켰다. 앰네스티가 말하는 것은 이 국내적인 '합법'의 국제적인 '비합법'이다.
어쨋든 9월에 보고서가 발표된다. 아직은 어떤 내용이 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검경의 방해로 구속 수감자들과의 면담도 금지되었고 조사관의 스케줄도 계속 공개되어 제대로 된 조사를 방해받기 때문에 좋은 내용의 보고서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우리의 인권을 위해 세계 각국의 정부와 시민들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우리 나라의 인권 탄압이 비록 잠비아, 수단, 앙골라, 르완다, 동남 아시아의 몇개 국가, 북한과 비교할 만한 수준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이들과 달리 엄연히 세계 주류 시장에 포섭되어 있는 국가고 그러므로 우리같은 나라에서의 인권 탄압을 크게 다루어야 앞으로 소위 선진국에서 나올 수 있는 인권에 대한 탄압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미영독프 같은 주판알 열심히 두드리는 복잡한 나라들은 일단 제외하더라도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그 무엇보다도 중시한다고 맨날 떠드는 북유럽의 여러 국가들과 시민들이 과연 어떻게 이 문제를 다루고 대처하는지 유심히 지켜볼 생각이다. 실질적인 대안을 우리 정부에서 내놓을 때까지 대사를 소환하든, 우리 물품 불매 운동을 벌이든 열렬히 호응해 주겠다. 절대 가만히 있는 것만은 말아달라.
앰네스티를 통한 연대가 있었기에 우리 세계 시민들은 피노체트에 대해 사법적인 단죄를 할 수 있었다. 승리는 기억일 뿐만 아니라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미래여야만 한다.
20080718
개헌 논의
요새 또 개헌에 대한 논의가 등장한다. 사실 5년 단임제, 4년 중임제, 의원 내각제 이런건 자기들한테는 가장 중요한 일일지 몰라도 시민들의 생활하고는 별로 관련이 없다. 제도야 뭘 택하든 권력이 편중되지 않게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시민들의 의견이 더 잘 반영될 수 있게 헌법이 고쳐지는게 중요한 일이다.
9차 개헌 헌법에 대해 소소한 불만이 많이 있었는데 이왕 바꿀 지도 모르니 생각하고 있는 나름의 마지노선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 다음과 같다.
-국민 소환제, 국민 발안제 도입
-행정부 수장의 국회 해산권 도입
-국회의 행정부 각료 및 수장 해임결의권 도입 / 입법-행정부간 균형
-군인, 군무원 이중 배상 금지 폐지
-공무원, 국영기업체, 공익사업체 노동권 법률 유보 폐지
-국가의 환경 보전 및 관리 의무 강화
-대법원장, 각급 지방법원장 직선제 도입
-검찰의 기소독점권 폐지
-헌법재판소장 직선제 도입
-대법관 수 헌법에 명시
-국가의 인권 보장 의무 도입
-독점 기업의 경제력 남용, 기업의 사회적 의무에 대한 국가의 규제, 조정 기능 강화
-'사형'을 명문으로 제시한 구절 삭제
빠진게 있나 모르겠는데 우선 생각나는 것들만. 이런 논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듯 싶은데, 아무리 양보해도 이 중에 빠지는 내용이 있으면 찬성표 던지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20080717
신문을 사다
오래간만에 종이 신문을 샀다. 한겨레 신문 2008년 7월 16일자. 나의 종이 신문 구독률은 낮의 빈시간, 지하철 이용률 두 변수의 플러스 함수다. 이 중에 지하철 이용률에 훨씬 많은 가중치가 붙어있다. 그렇지만 집중도와 졸음이라는 마이너스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지하철 오래 탄다고 마냥 올라가는건 아니고 말하자면 역 U자형 함수라고 할 수 있다. 대략 편도 40분 정도의 지하철 Commuter일때 신문 구독률이 극대화 되는거 같다. 대학 4년간을 그랬고 덕분에 한때 항상 한겨레 신문을 가방에 끼고 다니는 사람이라는 말도 들었다.
오래간만에 신문을 산 이유는 사망설 광고 때문이다. 광고를 내자는 이야기를 슬쩍 봤고, 모금을 한다는 이야기도 슬쩍 봤는데 오늘 아침에 자판기 커피 마시면서 가판에 놓여있던 한겨레 신문에 우와사의 그 광고가 실려있는 모습을 보고 구입했다. 600여명이 성금을 냈고, 한겨레 쪽에서도 조금 할인해 줘서 1면에 실린걸로 알고 있는데 성금을 낸 사람에는 끼지 못했지만 어쨋든 신문은 하나라도 사줘야지 싶었다.
이 소문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잘 모르겠다. 당연히 진실이 아닐 수 있다. 인간의 눈이라는건 사실 그다지 신뢰할 만한 도구는 아니다. 머리 속이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이고 상상력이 시각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이에 대한 실험을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본 적 있는데 자신이 목격한 걸 제대로 기억하는 인간은 한 명도 없었다. 물론 이건 진실일 수도 있다. 아무도 가능성이 0이라고는 말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밝혀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게 어떻게 되었든 단지 어떤 현상을 목격하고, 의심을 하고, 그걸 인터넷에 올렸다고 잡아가는 경찰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도, 구속적부심심사를 기각한 법원도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체 무슨 죄목이 적용되는건지 잘 모르겠는데 어쨋든 그 사진을 올린 사람은 지금 구속 수감되어 있고, 경찰과 검찰에 의해 앰네스티 조사관의 면담도 거부당한게 지금의 상황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에 조금 더 붙여본다.
어쨋든 오늘자 신문을 유심히 봤는데 줄줄이 암담한 이야기들 밖에 없다. 뭐, 즐겁고 소소한 일들만 써있으면 팔리는 뉴스는 안될지도 모른다. 노르웨이 신문 아프텐포스텐이 영어판 인터넷 사이트가 있어서 가끔씩 가보는데 거의 매번 첫페이지 톱은 순록이다. 순록이 많이 내려와서 전통있는 스키 대회가 취소되었다느니(스폰서까지 잡은 50년인가 된 대회가 순록 때문에 취소되었단다), 순록 한마리가 활주로에 뛰어들어서 나갈때까지 항공기 운항이 중지되었다느니 그런 이야기들이다. 어제 가봤더니 늑대 여섯마리가 마을에 내려왔다는 이야기가 걸려있었다.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데 역시 자주가서 보게 되진 않는다. 또 순록이군- 정도의 느낌이랄까. 노르웨이 말은 못읽어서 잘 모르겠는데 사진으로 추측하건데 노르웨이판과 영어판이랑 같을 때도 있고 다를 때도 있고 그렇다. 약간 보수적 성향의 신문으로 알고 있는데 은근 외국인들의 눈을 신경쓰고 있는걸까 싶기도 한데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겠다.
어쨋든 안 좋은 소식만 실려야 팔린다고 해도 이건 너무 암울하다. 1면에는 사망설 광고가 실렸고, 2면에는 접견을 거부당한 앰네스티의 항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3, 4면은 독도 이야기, 5면은 금강산 피살 사건을 둘러싼 북한과의 이야기, 6면은 노무현 자료 반환을 놓고 벌어지는 다툼과 강만수의 서울 법대 사랑 이야기, 8면은 검찰의 고소 권유 이야기, 9면은 기무사 이야기다. 그 이후로는 파니메이와 프레디맥 이야기, 학교 보수공사 부실 시공 이야기 등등등이다.
기무사 이야기는, 어떤 하사가 개인 블로그에 <제국주의론>, <임금노동과 자본>을 인용한 글을 올리고 책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을 소지하고 있는 걸 기무사에서 국보법 위반 혐의로 군 검찰에 송치한 사건이다. 다행히 군 검찰은 아직 이성이 남아있는지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위의 사망설 구속 사건도 그렇고 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나는 생각의 범위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대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 제도라는건 사람 잘 살자고 만든 도구다. 그러므로 국가의 목표는 자유 민주주의의 공고화가 아니라 좀 더 넓은 범위에서 사람들이 잘 사는 나라다. 자유 민주주의는 중간 목표로서 기능할 뿐이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완벽한 이론이나 제도 따위는 결코 있을 수 없다. 애초에 신이 아닌 이상 오류가 존재하기 마련이고,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그런 오류와 실수를 가능한 줄이는 방법은 가능성의 측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범위를 검토하는 일이다.
그런데 국보법은 중간 목표를 공고화 한답시고 궁극적인 목표로 가는 상상의 범위를 오히려 좁혀 놓고 있다. 목적을 지배해 버리는 수단. 그런게 세상에 있을 수 있을까. 그것이 사회주의든, 무정부주의든, 민족주의든, 아니면 국가주의든 다른 이론에 배타적인 근본주의적 경향만 아니라면 모두 포용할 수 있어야한다. 물론 오늘까지는 자본주의와 결합된 대의 민주주의가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인간은 어쨋든 발전하고 있으므로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결국 이 때문에 우리는 남들보다 항목이 더 좁은 선택지를 지닐 수 밖에 없게 되어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건 집권 엘리트 층이 체제에 대해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보안법이 가장 먼저 만들어진게 이승만 시절이었다. 처음에는 몰라도 그 다음에는 자신의 정권을 유지시킬 정당성이 없어지니 결국 만들어낸게 보안법이었다. 체제 유지에 자신감이 없고, 그 자신감을 만들어줄 정당성이 없으니 아무대나 같다 붙여도 되는 법을 만들어냈다. 이 법은 그 이후, 지금까지도 계속되어 오고 있다.
나는 왜 이 정권의 주도층이 자신의 이론과 신념에 그토록 자신감이 없이 국보법을 유지시켜 놓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정말로 사회주의 혁명이나 무정부주의자들의 준동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건가? 무식한 시민들이 꼬드김 몇 번에 넘어가 혁명론자가 되어 테러를 벌일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설마 그게 겁나는건가? 북한의 존재? 글쎄, 그들이 정말 공산주의자가 맞는지 아닌지가 토론의 대상이 되어버리지도 못하는 지금에 와서 국보법의 존재 따위로 실질적 위험을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주사파? 주사파가 과연 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걸까. 미국에도 이탈리아에도 프랑스에도 영국에도 심지어 일본에도 반국가주의 단체가 존재한다. 나라가 망했나? 사람들이 집에서 몰로토프 칵테일을 만들면서 폭력 혁명을 준비하고 있나?
이런 점은 소위 음란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보안법처럼, 음란물도 이 이름에 포섭되는 것들이 너무나 많고 자의적 해석이 동반되는 법이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포르노가 합법화되면 사람들이 포르노에 미쳐서 사회가 음탕해 질거라는 생각은 꽤 이상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합법화가 이미 되어 있는 나라들은 어떻게 버티고 있는걸까. 지금껏 20여년 우민화 정책을 추진해온 당사자들은 시민들이 멍청해졌을거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보다시피 그런 일은 안벌어졌다. 애초에 방 구석에 처박혀 그런 거나 볼 놈들은 이미 보고 있으니 별로 상관할 바도 아니다.
또한 이건 예술 분야에서 상상력을 억압하는 도구로도 자리잡고 있다. 예술은 애당초 설득의 과정이 아니라 모티베이션의 과정이다. 사람의 머리 속에 잠재되어있는 어떤 의식들을 의도적으로 끌어올리고 환기시켜 보는게 목표고 그걸 경험하는게 감상이다. 그러므로 여기에는 옳음과 틀림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뭐가 끌어올려졌는지, 어떤 감정적 경험을 하게 되었는지에 T와 F가 무슨 소용이 있겠냐. 아 기분나쁘네 F, 아 이건 좀 좋네 T. 이런 식의 점수 매김이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건가? 장정일은 대체 왜 잡혀갔던걸까.
더구나 애초에 그런 류의 정화는 시민들 자신이 경험과 이성으로 이룩해내야 하는 일이지 규제로 이루어질 일이 전혀 아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든, 내가 뭘 보든 대체 왜 국가가 나서서 상관해야 하는지, 그렇게 할 일들이 없는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이런 류의 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에 매번 나오는 집권층의 견해는 "아직 시민들의 의식이 성숙하지 않아서...' 운운이다. 아마도 가장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집단이 그 따위 말을 하고 있으니 더 어처구니가 없다.
20080711
돈당 ; 전당 그리고 광당
기존의 좌우파 이론에 기대어 내가 생각하고 있는 정당의 지형도는 다음과 같다. 물론 이건 간주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반증이 나오면 바로 철회하고 조금씩 조금씩 파인 튜닝해가는 임시 거점 가설이다.
더구나 정치란건 재선과 의회 안에 자기 자리 넓히기를 두고 여러 수싸움들과 냉정한 이익 쫓기가 섞여있기 마련이고 그 때문에 상당히 복잡한 스펙트럼의 사람들을 한 곳에 모으고 있다. 그러므로 간판과 메인 스트림에 대한 대체적인 소속 의원과 당원들을 하나하나 생각하면 좀 다른 면을 발견할 수도 있다. 가만 보면 알겠지만 거기가 뭐하는데인지도 모르고 의원된다니까 얼씨구나 껴있는 사람들도 꽤 있다.
일단 가장 우파로는 이회창 당이 아닐까 싶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생각이기는 하지만 일단 안보와 성장률에 최우선을 두고 있고 지금의 여당보다는 조금이나마 더 상식적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진 않지만 적어도 (지금같은) 터무니 없는 짓은 안하지 않을까라는게 지금의 생각, 또는 기대다.
그리고 중도 우파로는 이전 여당이었던 열우당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개혁을 추진하고, 반 재벌적이고 시장 친화적이라는 점에서 전형적인 친시장주의 노선이다. 복지 정책에 있어서도 시장 주의가 가지고 있는 한계들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부안과 새만금을 보면 생각보다 더 국가주의적이지 않나 싶기는 한데 평균내면 대충 이 정도 아닐까 생각한다.
중도 좌파로는 민노당. 노조뿐만 아니라 농민, 환경, 인권 운동 등의 한두 계열들이 복잡하게 섞여 있어서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기는 하다. 어느 부분에서는 굉장히 우파스러운 면이 있기도 하고(특히 다양성의 포섭이라는 측면에서), 엄연히 노조를 중심으로 엮여진 당이라 이익 집단적인 경향도 무시할 수 없다. 역시 이런 저런 거 다 모아 평균 내보면 이쯤이 아닐까 싶다.
좀 더 좌파로는 진보신당, 그리고 이와 겹치기도 하고 좀더 좌파적이기도 한 사회당도 있는데 선거때 너무 죽을 써놔서 정당으로서 활동 중이라고 말하긴 좀 그렇다.
어쨋든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서 여러 사건이 닥칠때마다 당의 입장과 소속 의원들의 언급을 보면서 머리 속에 조금씩 미세한 부분들을 튜닝해가며 정치를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여당은 뭐냐 하면 내 생각에는 그냥 돈당이다. 돈당. 풀어 쓰자면 錢당 혹은 狂당인데 중의적 의미를 살리기 좋으니 돈당이라고 하자. 문제는 과연 왜 이런 당이 생기게 되었을까(더구나 멤버가 조금씩 바뀌긴 했지만 거의 비슷한 사람들이 광복 이래 거의 모든 시절을 다수당으로 있었다) 하는 점이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일단 현대사가 잘못 시작했다는 점이 크다. 정치적 경륜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그나마 있던 사람들은 미국을 등에 업은 친일 세력에 눌려버렸고)... 이건 상당히 길고 복잡한데다 다들 대충은 아는 내용이니까 생략하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다른 나라에서는 로비스트를 해야 할 것들이 직접 정치에 뛰어들어버렸다. 대부분 나라의 경우 정치라는건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조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의 거대한 두 축이라 할 수 있는 사용자와 노동자들이 로비스트로 참여해 각종 정책안을 제안하면 정치적 경륜, 정치적 학식, 혹은 정치적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조율을 해 서로에게 무리가 가지 않는 정도의 선에서 균형을 맞춰간다. 선거 결과에 따라 조금씩 좌우로 출렁출렁 거리긴 하지만 어쨋든 한 두번 걸러주기 때문에 극단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건 막아준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는 로비스트를 해야 될 사람들이 직접 정치판에 뛰어들어버리는 바람에 아무 꺼리낌없이 자기들 입맛에 맞는 정책들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정치적 조율도 없고, 계층적 조화도 없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고려도 되지 않는다. 원래 로비스트들은 그런 식으로 밀어 붙여야 그나마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정치판에서 채택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로비스트들의 극단적인 제안들이 여과없이 정책으로 반영되버리니 펼치는 정책마다 엉망진창이 될 수 밖에 없는게 당연하다. 뭐 밑도 끝도 없이 돈이면 다 되는 노선이라 정치적 스펙트럼이니 이런거 아무 소용도 없다.
더구나 돈당은 주요 노선이 돈이라 세금을 걷어다 생긴 돈을 한 곳에 뭉텅으로 뿌려 개발 이익을 부풀리는 정책을 자주 추진한다. 박정희때 만들어진 이 묘안은 제대로 작동했고 나날이 정교하게 완성되어갔다. 우리나라에선 이거 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고 더구나 세금으로 걷은 남의 돈으로 자기들끼리 잔치하자는 일인데 왜 마다하랴. 니들은 번지르르 펼쳐진 아파트와 도로, 가로수를 보며 선진 조국에 사는거에 감탄이라 하라고.
이 와중에 누군가 눈치 빠른 몇 명은 같이 껴서 이익을 나눠 가지게 된다. 이런 찬란한 투기의 이익史는 신화가 되고, 다음번에는 혹시 나에게.. 라는 기대를 사람들에게 부풀게 만든다. 이렇게 혹시나 하고 달라 붙어있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존재하기 마련이라 이 당은 일단 정권을 잡기만 하면 지지자 재생산에는 문제가 없다. 선진 조국 완성을 위해 대규모 개발만 추진하면 돈도 벌고 지지자들도 덩달아 불어나는데 이것만큼 쉽고 좋은게 어딨냐. 그러므로 이런 것들은 아예 발도 못붙이게 하는거 말고는 방법이 없다.
어제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을 했는데 주요한 말 중에 하나가 대의 정치가 위협받고 있다는 거였다. 인터넷 때문에 여론이 여과되지 않고 범람한다나 뭐라나 여튼 그렇단다. 말인 즉슨 옳다. 대의 정치는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그건 우리만 그런게 아니라 대의 정치를 훨씬 먼저 시작한 서구 선진국들도 마찬가지고 그것도 한 40년 전부터, 좀더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걸로 따지면 한 20년 전부터 대의 정치는 시종 위기였다.
대의 정치에 위기가 온 이유는 시민들의 의식이 이전과 비교될 수 없을 만큼 성장했고, 다양한 이익 추구가 등장해 대의 정치로 이 모든 걸 커버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은 대의 정치에 이런 의견들을 반영할 수 있는 직접 민주제 요소를 어떻게 하면 집어넣고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왔다. 그런데 이 나라 수장이라는 분은 대의 정치가 위기니까 대의 정치를 회복(!)하자고 말하고 있다. 잃어버린 10년 어쩌구 하는데, 여당은 한 20년 정도를 통으로 잃어버리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대의 정치 위기에 대한 논의로 나온 것 중에 deliberative democracy라는게 있다. 우리 말로는 보통 심의 민주주의라고 번역하는데 가장 중요한 논거 중 하나가 투표에 의한 잘못된 집단적 선택을 어떻게 바로 잡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대충 말해서 시민들 간의 끊임없는 의사 소통을 통해 개인들이 자기 선호를 계속 변화시켜 가며 합의된 집단적 의사를 형성하려는 루소적 직접 민주주의의 현대판이자 가능하게 만들어 보려는 버전이다. 롤스의 제자였던 코엔 정도부터 시작된 개념인데 2000년 들어서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편이다.
심의 민주주의의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디서 많이 들은 이야기다 싶은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 촛불 시위 하는 사람들이, 소통 좀 하라고 정부보고 반 년째 외치고 있는 사람들이 해 왔던 이야기다. 굳이 이론을 들먹이지 않아도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는 자연스레 시민 의식을 저런 방향으로 가게 만든다. 즉, 적어도 대의 민주주의의 측면에서 시민들은 2000년대인데 정부는 1980년대라는건 팩트다.
경제적인 측면,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이런 식으로 볼 수 있는 점이 많은데 그렇잖아도 너무 길어져서 일단은 생략한다. 다만 어제 정부가 부동산에 대한 규제 완화를 발표했다. 물가의 폭등을 부동산의 거품으로 잡아보겠다는건 옛날 중국이 말했던 오량캐로 오량캐를 잡는다는 이이제이인가. 참내. 정말 기발하다고 칭찬을 해줘야 하는건가. 아, 돈당 대체 누가 뽑은겨 ㅠㅠ
20080709
순진한 상황 인식
약간의 소회 : 이 블로그에 설치되어있는 구글 어낼러틱스가 여기가 얼마나 마이너한 곳인가 증명한다. 거기다 쓰여있는 글까지 가는 곳없이 길어지니 이야 말로 금상 첨화, 한계 구독률이 0으로 수렴한다. 길게, 길게, 아무도 읽을 엄두가 결코 안나도록 재미없게 길게, 길게.
최선의 결과만을 생각하고 행동하는건 바보같은 짓이다. 물론 최악의 결과만을 생각하고 행동하는것 역시 바보같기는 매한가지다. 지나친 낙관도 지나친 비관도 결과적으로 행동의 준거에 영향을 미친다. 필요없는 실망과 필요없는 환희보다 더 중요한건 앞으로 살아가야할 삶이다. 결국은 두 다리로만 버티며 머리와 손으로 한칸 한칸 나아갈 수 밖에 없는 바로 그 삶.
가끔 뉴스에서 부모가 상속한 엄청난 재산을 두고 어처구니 없게 치사한 싸움을 벌이는 형제 자매에 대한 이야기를 본다. 건실해 보이고 자본도 넉넉한 회사가 월급 얼마 주지도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이야기를 본다. 아이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한 그 복잡 다단한 탈세의 방법들을 본다. 더 필요할 것도 없을 거 같은 자산가가 탈세를 위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별의 별 치사한 수단을 동원하는 모습을 본다.
예의도 없고, 인정머리도 없고, 최소한의 상식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 인터넷 게시판에 어처구니 없는 댓글을 달고, 반대 시위라며 쇠파이프와 각목을 챙겨오는 사람들. 대한 제국때도 있었고, 자유당때도 있었던 그 사람들. 완장을 채워주니 감격에 겨워 다 쓸어버리자고 의기를 다지는 사람들.
우리는 그런 사람들과 싸우고 있다. 우선 그걸 알아야 한다. 촛불 좀 들고 있으면 세상이 확확 변할거라는 나이브한 인식은 정신을 더 옭아맬 뿐이다. 50만이 모였다. 만족한다. 비폭력을 유지했다. 만족한다. 풍자가 가득한 인기 만점의 팻말을 만들어 들고 나갔다. 만족한다. 글쎄, 이 싸움은 그리 간단하게 풀려나갈 문제가 아니다.
이 시위의 시작은 의식의 환기가 아니었다.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고, 현 시점 그것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과정을 지금의 집권자는 '오해가 풀리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람을 투표로 뽑았다는게 믿겨지지 않지만 유신 헌법도, 짐바브웨의 무가베도, 히틀러도, 부시도 애초에 투표로 결정된 것들이다.
참여의 주최가 20대 대학생들이었으면 그들은 조직할 수 있는 단위가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제도가 있고, 세상의 불의와 부정에 반박할 수 있는 전통과 정당성이 있으니 이렇게 나아가진 않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하지만 그것이 비정규직 문제와 사회적 압박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는 88만원 세대이기 때문이든지, 더 나은 삶 따위는 RATM의 노래나 프랑스 신문에나 나오는 옛날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든지, 아니면 오직 기득권으로 들어가는게 목표지 능력없어서 고생하는 하부 시민들의 인생 따위는 관심없기 때문이어서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여하튼 그런 일은 없었다.
그들이 말하는, 물론 개인적으로 참가한 수많은 학생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투표에 의해 선출된 학생회의 결정을 따른다는 (만약 학생회가 나가자고 했어도 우르르 나올거라고도 전혀 믿지 않지만) 대의 민주주의가 무얼 말하는지 아직 나는 잘 모르겠다. 관용에는 폭이 있는 법이다.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전 세계의 현대사는 아픔으로 점철되었고 우파 내에서도 결국 방어적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한국 거대 기득권이 60년에 학생들의 힘을 본 후 전두환 정권때부터 근 20년간 줄기차게 시도된 조용하고 순종적인 소시민 양성 계획은 이렇듯 성공적이다.
전공투의 투쟁도 68혁명도 실패했다. 하지만 그 이후 프랑스와 일본의 사회는 매우 다르다.
전공투는 애초에 말이 안되는 투쟁이었다. 학내 문제 등에서 출발해 마르크스, 트로츠키, 마오, 제4인터내셔널, 스탈린, 아나키즘 등의 현란한 문구가 난무했지만 이건 말하자면 홍대 클럽 안에 붙어있는 체 게바라의 포스터 같은 그런 시위였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시위대 군중 안에서 헬멧을 쓰고 애타게 자기가 옳다고 생각되는 세상을 만들려고 애쓰던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다수다.
야스다 강당을 점유하고 있던 대학생들을 경찰 기동대가 해산시켜버렸고 그때의 의장 야마모토 요시타카는 예비학교의 물리 선생님이 되었고, 부의장 이마이 키요시는 사회당 의원으로 출발했다가 탈당하고 지금은 민주당 의원이 되었다. 진압을 하던 경찰 지휘부는 차례대로 4명이 법무부 장관이 되었다. 대학생들이 한때 55만명이 모였는데, 더구나 무력 시위였는데 이루어낸건 아무것도 없었다.
후퇴에 대해선 전혀 생각해놓지 않았던 이 시위는 결국 참여자 모두에게 패배감 만을 안겨주었다. 단카이 세대들은 결국 사회로 속속 들어가 그들이 그토록 비판하던 것들과 똑같은 사람들이 되었다. 그때의 무브먼트는 누군가에게는 대학 시절을 이야기하는 술 안주거리가 되버렸겠지만 그런 세상을 정말 애타게 원했던 순진한 사람들은 상처를 받았다. 고통의 전가. 그게 이 시위의 마지막 모습이다.
68혁명은 이와는 약간 다른 길을 걸었다.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며 드골을 내려앉히기 위해 시위가 시작되었다. 좌익 세력이 중심이었지만 참여한 대다수는 평범한 시민들, 대학생들, 지식인들이었다. 파리 2/3 노동자들이 파업을 했고, 군사력이 동원되었고 의회가 해산되었다. 드골은 대피까지 했지만 시위는 갑자기 사그라들었다. 시위대의 모습을 보며 주판알을 튀기던 시위에 참가한 몇몇 조직들의 의견은 분열되었고 기만적 전술의 끝에 노동자들은 파업을 철회했다. 시위가 끝나고 이루어진 총선에서 드골은 오히려 승리했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원하는 결과물을 얻지는 못했지만 평범한 참여자들이 극한 탄압의 소용돌이를 겪고 난 후 의식이 바뀌었다. 사람들 의식 속에서 권위에 대한 복종이 사라졌고 평등과 인권 그리고 연대가 전면에 나섰다. 진보적인 의식들은 제도들을 하나 하나 바꿔갔다. 물론 지금의 프랑스가 완성된 나라는 아니다. 문제는 여전히 잔뜩 쌓여있다. 하지만 똑같이 68년에 일어났던 이 두 경험이 다른 결론을 만들었다는건 분명하다.
이번 시위가 좁은 의미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잘 모르겠다. 재협상이라는 메인 타겟이 있는데 이건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좀 더 넓은 관점에서는 아마 더 나은 사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패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 가장 큰 변수다. 혹시나 하는 기대 속에 좌파 운동권을 사로 잡고 있는 패배주의, 전대협을 사로 잡고 있는 패배주의, 그리고 60일간 촛불을 든 사람들 머리 위로 언뜻 언뜻 드리워지고 있는 패배주의. 어쨋든 이긴 건 별로 없고, 진건 잔뜩 있는게 우리나라 집회와 시위의 역사다.
하지만, 지금은 물론 조중동 광고 리스트 올렸다고 출국 금지를 당하는 웃기지도 않은 상황이 '잠시' 도래되고 있지만, 20년 전 30년 전과 비교하면 분명 우리는 할 수 있는 말이 더 많아졌고, 할 수 있는 행동도 더 많아졌다. 민주주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이런 시절은 앞으로 최고로 길어야 5년이다. 이 경험이 잊혀지질 않기를, 조금만 지나면 보나마나 도래할 저들의 기만적 전략들에 굴하지 않기를, 투표의 힘에 대한 시민적 각성이 잊혀지지 않고 계속 지속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좀 더 의견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회가 도래하면 그때가서 발안제나 소환제를 도입하도록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번 정권은 외교도 못해, 영어도 못해, 컴퓨터도 못해, 경제도 못해, 인권도 못 보호해, 행정은 엉망이야, 지지율도 엉망이고 대체 뭘 잘하는걸까. 평범한 사람들과는 별 관계도 없는 5개 대기업 매출 늘어난거 한가지 있는건가. 역시 삽이나 던져줘야 신명나서 땅 파댈려나.
20080703
1999년 시애틀의 교훈
1999년 시애틀의 시위와 2008년 우리나라 시위는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일단 1999년 시애틀 이야기부터.
1999년 시위의 목적은 알다시피 시애틀에서 열리는 WTO회의를 무산시키는 것. 이를 위해 목적을 달리하는 여러 단체가 한데 모여서 오직 한가지 목표 회의의 무산을 위해 시위를 시작했다. 외부인이 약 5만명 정도가 시애틀에 모였다. 어쨋든 시위가 시작되었고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는 회의장을 둘러싸고 회의국의 입장을 막았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는데 센터를 경호하던 경찰 병력 일부가 시위대 내부에 고립되버렸다.
결국 시애틀 경찰은 고립된 경찰 병력을 구하고 회담장 안에 이미 들어가있던 사람들을 구해내기 위해 강경 진압을 선택한다. 최류탄, 고무탄 등이 사용된 강경 진압과 체포는 하지만 시위를 더욱 격화시켜버린다. 특히 요새 국제 규모의 시위에 항상 등장하는 무정부주의 단체 블랙 블록이 방화 등의 과격 시위를 시도하는데 그렇다해도 이 시위 역시 비폭력(자기 방어를 위한 바리케이트, 물리적 저항 수준의) 기반이라 시위대에서의 자체 제어에 나름 성공한다.
비록 야간 통행 금지와 도시 전역에 비상 경계령이 선포되고 시위 금지 구역이 설정되었지만 밤사이에 과격한 충돌은 자제되었다. 어쨋든 이런 시위를 통해 WTO 회의를 무산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진압의 결과로 경찰 서장은 해임되고 다음해 시애틀 시장도 낙선한다. 그리고 법정 투쟁에 들어가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시위 금지 구역 바깥에서 체포된 157명에게는 불법 체포를 이유로 25만불을 배상해준다. 그리고 2007년 시위 금지 구역 내의 (바깥이 아니라 금지 구역 안이다) 공원에 모여 노래를 부르며 연좌 농성을 벌이다 체포된 175명에게 납득할 만한 이유나 확실한 증거 없는 불법 체포였다는 이유로 100만불을 배상하고 체포 기록도 삭제되었다. 뒤의 판례는 법원에서 경찰의 진압 자체가 수정 헌법 4조의 위반이라는 판결을 받는데 사실 100만불 배상은 시애틀 정부가 가입한 보험 회사와 시위대 간의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고 시애틀 정부는 항소를 포기한다.
가끔 미국은 폴리스 라인 설정해 놓고 넘어오면 다 때려 잡는다느니 발포해 버린다느니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도 때에 따라서다. 그게 가능하려면 현실된 위협의 존재와 그걸 증명하는게 매우 중요하다. 가난한 시위대나 반항자(특히 흑인이나 히스패닉, 그리고 아시안)들이 별 이유 없이 총 맞고, 그러고도 경찰에게 무죄가 나와버리는 이유 중 하나는 어설픈 변호사와 부족한 증거 확보라는 점도 있다. 시애틀 정부도 물론 이런 서류 작업의 미비 때문에 패배했고, 그걸 아쉬워했다.
결국 시위대와 경찰 및 정부 양쪽 다 증거의 확보가 가장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경찰 중대장이 횡단 보도 막고 '내 맘이다' 따위의 대답을 하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 어쨋든 이외에도 다른 몇차례 소송에서 시애틀 정부는 80만불 정도를 더 배상했다.
미국이 개인의 권리를 소송에 의해 보장하며 유지하고 있는 나라라는건 확실해 보인다. 돈이면 하여튼 다 되는걸 보면(변호사 마련도, 증거 확보도 다 돈이다) 웃기는 나라인거 같기도 하고, 적어도 그 시스템 안에서는 돈만 있다면야 완벽한 나라인거 같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소고기 반대 시위 역시 소고기 재협상이라는 단일 목표를 이루어내기 위해 나가고 있다. 정치적 관심이 덜한(즉 뚜렷한 노선을 가지고 있지 않은) 시민들이 주도한 덕분에 반 FTA나, 반 신자유주의 등의 문제로 확대시키지 않을 수 있었고 한국내 우파 중 소수와 좌파 단체들이 참여하면서 확대 일로를 걷게 되었다. 참여한 단체가 천개가 넘는데 사실 주도하고 있는건 정치적 단체들은 아니고 무소속자 또는 생활 관련 단체들이다.
시위의 본진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 조직에서는 비조직 노동자라고 지칭했던데 이건 좀 이상한 이야기다. 물론 허위 의식이라고 설명하면 비조직 노동자가 맞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편하고 손쉬운 설명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측면이고 현 시점을 전혀 설명해내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이해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 생각된다. 지금에 와서 논의의 폭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애초에 자본주의의 모순을 노동자 관점에서 깨닫고 시작한 시위가 아니다.
만약 비조직 노동자가 맞다면 기륭 전자나 이랜드, KTX 노조에 대한 무관심(아주 약간 관심이 늘고는 있다)을 어떻게 설명할 건가. 아무리 의식 수준이 낮다고 해도 3달이 지나는 동안 관심이 많이 가지 않는다는건 이상하지 않나.
기존 좌파(서구에서는 신좌파의 등장으로 구좌파로 불리는) 쪽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 제도에 속하는 자들의 당위로서 참여할 지는 몰라도 정치적 확대의 측면에서는 전혀 지지를 못 얻고 있다. 시위 현장에서 진보 신당은 대환영을 받지만 여전히 지지율은 10%에 못미친다. 노회찬 말대로 이건 서포터로 인식하고는 있지만 대안으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다는 증거다.
노조 역시 노동자 의식을 투철히 쌓아나가는데 설령 성공했을지는 몰라도, 연대에 의해 쟁취되는 민주주의 의식을 투철히 쌓아나가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침묵 상황은 앞으로 노조에게도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다. 2달을 이어온 촛불 시위에 대한 응답이 2시간 파업이라니, 이에 과연 누가 환호와 지지를 보낼 것인가. 평범한 시민들은 임금 몇퍼센트, 복지 수당 몇퍼센트 때문에 얼마나 오랫동안 열심히 투쟁을 했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애초에, 자신들의 활동의 정당성과 지지를 부여받을 수 있는(뭐 역사적 이론적 정당성 운운하면 할 말 없지만) 이런 기회를 날려먹는건 전혀 전략적이지 못하다. 지금까지 시민들의 별다른 지지 없이도 잘만 성공해 왔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위험한 발상이다. 부메랑은 언제나 뱅뱅 돌며 날아다니고 있고, 다음엔 누구의 목을 치기 위해 날아올지 모른다.
임금 투쟁은 너무 현실적이라 시민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고, 여전히 남아있는 노동자의 세상 운운은 너무 비현실적이라 시민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좌파 입장에서는 이 시위에 대해 별 다른 대안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가질 수 있는 저력도 부족하지 않나 싶다. 그게 좀 안타깝다.
어쨋든 이런 주체와 참여자라는 점에서 국내적 연대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국제적 연대와 관심을 얻는데에는 실패했다(기 보다는 시도도 안하고 있다, 이게 반 FTA로도 잘 안 나간다).
이건 우리 관점으로는 절차의 문제, 정부의 기망 문제, 국내 민주주의 문제, 크게는 대의 민주주의의 미래 등등이 섞여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이슈다. 하지만 소고기 수입 문제 때문에 몇십 만명이 모여 시위를 하고, 또 저렇게 강경하게 진압을 한다는건 외국인들에게는 거의 해프닝으로 보이기 쉽다. 물론, 이건 이 시위를 소고기 수입 반대로 한정시켜서 보도하고 있는 외신의 문제이기도 한데, 이들이 한국 사회를 그렇게 잘 이해하고 있다고 볼 순 없기 때문에 제대로 설명하기는 조금 난감한 문제다.
어쨋든 시애틀과 마찬가지로 우리 나라도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인해 시위도 강경한 노선으로 흐르던 와중이었는데 사제단 등 종교계의 개입으로 일단 현재 관점에서 진정된 상태다.
그러나 이 시위가 계속된지 3개월째인데 6개월 전의 우리나라 상황과 비교해보자. 결론적으로 소고기의 검역권은 더 약화되었고, 그때도 대운하는 보류였는데 지금은 약간 더 강한 의미에서 보류 상태다. 정부 말로는 수도, 전기 민영화 계획은 없었고 다른 공기업 민영화 계획만 있었다고 하니 그것도 바뀐건 없다. 결국 3개월의 시위 동안 얻은건 거의 없는 상태다. 청와대 비서진들 교체가 유일한 성과지만 그게 그거인 상태에서 별 의미도 없다.
이 다음부터가 문제다. 과연 정부가 말을 들을까? 만약 안듣는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일단은 위 시애틀의 예처럼 경찰의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 배상이나 절차법 위반 사항에 대한 고소는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경찰 간부급의 불법 행위를 처벌할 수 있어야 시민들이 불법적으로 당한 고통을 조금이나마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다. 법원이 과연 들어줄까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권양숙 사건 에서도 87년 시위가 시민들의 잠정적 승리로 끝나고 나서야 재정 신청을 받아준 놈들이다) 그래도 일단 제도권 내에서 중요한 루트다.
정치적으로가 문제인데 선거는 너무 멀리있고 소환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탄핵 제도가 존재하기는 하는데 의석수 상 국회에서 통과될 리가 없다. 헌법이 대통령과 국회 의원의 임기를 보장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물론 이거엔 법적인 논란이 있겠지만) 국회 의원을 소환시키는 법이라도 만들면 좋겠지만 역시 발안권도 없다.
헌법을 개정시키면 가능하겠지만 이게 또 국회 다수(그것도 아주 많이)를 한나라당이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려운 일이다. 헌법 개정안 발안권도 시민들에겐 없다. 그리고 시민들이 원하는 헌법 개정안이 마련되지 않을 것이고, 한나라당이 원하는 헌법 개정안은 시민들이 통과시켜주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야 할 수 없다 쳐도 여당과 (합체할 가능성이 있는) 그 비슷한 당을 국회에 너무 많이 뽑아준 결과가 역시 나타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이니 어쩌니 하는데 사실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이 없고, 국회의 대통령 탄핵권이 있는 우리 헌법은 국회 2/3를 차지하고 있는 정당이 폭주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전혀 마련되어있지 않다.
지자체장들을 소환시켜 간접적으로 국회와 행정부를 압박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건 너무나 번거롭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다가 이루기도 어렵다.
과연 어떤 방법이 있을까. 목표는 시애틀처럼 간단 명료한데 이루어낼 수 있는 방법이 뚜렷하지가 못하다. 시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관념과 지식이 높아지고 연대에 대한 확신이 높아지는 것들 다 좋다. 하지만 결과를 꼭 얻고 싶다. 특히 절차상의 문제를 이렇게 지나쳐 버리면 이건 5년 내내 반복될 거다. 현 정부가 조금이라도 의견을 듣고 협상이라도 하면 좋겠는데 전혀 안 들을거 같다는게 문제를 참으로 어렵게 만든다. 무슨 방법이 있을까 과연.
20080630
촛불 문화제의 진화
이 시위의 경과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비록 능력이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양상의 변화와 경찰 및 정부 대응의 변화를 생각해 보고 과연 어떻게 하면 이 시위에서 이길 수 있을까를 곰곰히 생각해 단상 정도로 이곳에 글을 남기곤 하고 있다. 그런데 상황의 급변함과 열린 지식의 숨가쁜 성장 덕분에 글을 올려놓고 하루만 지나도 적용이 어려운 옛날 이야기가 되버리곤 한다.
애초에 모두가 알고 있듯이 촛불 문화제는 위로 부터 기획된 시위가 아니라 어느날 문득 나타난 시위였다. 작금의 상황을 개탄하다 여기저기서 의견이 모이고 몇 안되는 사람들이 청계천 구석에, 동화 면세점 앞에 앉아 촛불을 키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시위가 대형화되면서 처음에는 다함께, 다음에는 대책위가 전반적인 리드를 담당하는 역할을 자처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완벽한 거리 민주주의로 작동해 순간적인 의사 판단, 광범위한 정보력으로 진행되던 시위는 그토록 거부하던 지보부와 마이크, 깃발의 등장으로 다시 예전 시위의 모습으로 복귀해 버렸다. 물론, 대체 목적이 뭔지 모르겠는 대책위의 나이브한 대응 방식과 마이크에서 울려퍼지는 대중을 괴리시키는 음악 소리에 사람들은 분노하고 좌절했다. 대중 운동에서 참여자를 소외시키는 이런 구태의연한 방식에 꽤 많은 사람들이 대책위가 뒤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무래도 마이크가 있는 곳에 모이기 마련이고 이건 불만이긴 하지만 일종의 주어진 조건으로 작동했다. 그렇지만 대책위가 뭘 하든 말든 처음 시위를 시작했던 일군의 사람들은 대책위 주변에서 전경차를 치우고, 전경과 대치하며 청와대 행진이라든가, 게릴라식 행진을 벌여왔다. 그러나 이런 식의 시위는, 특히나 비폭력을 명분에 걸어놓고 이런 식으로 일을 벌이면 당연히 많은 피해를 양산하고, 결국 사람들은 80년대 스타일의 사수대를 고려하게 된다. 이게 지금까지의 양상이다.
그런데, 이번 주말에 웃기는 일이 하나 생겼는데 거리 민주주의를 방해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여겼지만 도저히 치울 수 없었던 대책위와 마이크 차량을 경찰이 직접 치워버린거다. 지금까지 시위의 진화가 주로 내부적인 요인으로 이루어졌다면 이번에는 외부 요인에 의해 다시 한번 이루어지게 되었다.
어떻게 되었든 경찰, 혹은 현 정부 덕분에 이 시위는 한 달간의 지지부진함을 딛고 5월 31일로 복귀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블로그로 치면 5월 27일의 포스팅이다. (링크) 현 정부가 정말 멍청하다는게 이 사실로 다시 확인된다. 민주주의가 뭔지 전혀 모르고 있는 거다. 이 시위는 이제 산발적으로 퍼질 것이고, 하부에 의해 전체가 모습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거리에서 숨가쁘게 결정과 반성, 진화가 거듭될 것이다.
이런 방식의 시위는 분명 내게도 낯설기는 하다. 하지만 광화문을 지나 효자동과 삼청동에 진출했던, 청와대로 가는 골목 골목들에 시위대가 들어차고, 막히면 돌아가고 열려있으면 지나가며 전체가 유연하게 반응하던 바로 그날에 대책위도 다함께도 없었다는걸 우리 모두는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방식의 우월함과 파괴력을 믿는다. 물론 지금까지의 진행으로 보건데 사수대의 역할을 담당해야 할 필요성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건 어제 생각했던 그 사수대가 아니라 세포처럼 증식하며 함께 확장해 나가는 사수대가 될 것이다. 핏줄을 따라 온몸 구석구석을 마음껏 돌아다니는 적혈구와 백혈구의 집합. 바로 그것이다. 한 곳을 막으면 다른 곳으로 흘러갈테고, 다 막으면 한나라당이고 정부고 우리나라라는 몸 자체가 죽어버린다.
20080629
만약 아직도
물론 '비폭력 평화 시위'라는 명분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해는 가는데 실리를 너무 도외시하고 있다. 더구나 사수대 비슷한 것도 없는 상황에서 버스가 끌려 나오자마자의 상황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 '버스가 끌려나오면 시민들이 우르르 몰려들어간다'가 아마 버스를 끌고 있는 사람들의 예상 답안지인거 같은데, 최근의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버스가 끌려나오면 전경들만 우르르 몰려나와 막 때리기만 한다.
곤봉 들고 때리는데 스크럼이 무슨 소용이 있냐. 강철 머리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예전에 스크럼이 효용있었던 이유는 사수대가 막아주고 있기 때문에 전경들도 시위대에 도달하기가 용이하지 않았고, 도달해도 그쪽도 마찬가지로 위험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크럼을 짜고 있는 시위대 연행이 쉽지 않았었다.
어쨋든 이런 과정의 결과는 피해만 막심하다는 사실이다. 이런 시위에서 시간을 벌어주면 시위의 폭력성과 배후를 집요하게 붙잡고 늘어질 정부와 조중동에게 더 큰 이익이 될 뿐이다. 알다시피 조중동의 논조는 사뭇 선동적인데다가 중독성까지 있어서, 말이 안되도 왠지 그럴듯 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맘 잡고 하나 하나 따지지 않으면 그들이 말하는 소위 합리적, 중립적 의사라는 선동에 몰락되기 쉽상이다. (그래서 약간 비겁하게 보일지 몰라도 능력이 딸리는 나같은 사람은 안보는게 최선의 방책이다)
현재 시민들은 비폭력이라는 명분을 단어 그대로만 이해하고 있고, 그래서 개념이 담아내는 폭이 너무나 좁다. 비폭력을 위한 자기 방어의 선까지도 제외시켜 버리는 배타주의적이고 근본주의적인 비폭력에 대한 정의가 결국 시민들의 사고와 행동의 범위를 위험할 정도로 한정시킨다.
대책위에서는 이런 퍼포먼스를 통해 시민의 뜻이 전달될 거라고들 말하는데, 여태 보면 알겠지만 전달 안된다. 전달이 되바야 듣지도 않고, 들려도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듣는다.
그래도 뭐, 이건 어쩔 수 없이 시민들의 가장 하부로부터 상향적 의사 결정이 이루어져야하고, 그게 패러다임이 되지 않는한 설득의 문제는 아니긴하다. 지금 시민들이 자기 방어를 위한 폭력을 허용할 심적 단계에 가있는가 생각하면 어떤 사람은 가 있는거 같은데 어떤 사람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건 아직 그냥 내 생각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2008년 5월과 6월. 그리고 오늘 6월 29일이다. 고난의 행군이 문자 그대로 끝을 보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간밤의 극심한 탄압은 사람들에게 메타포로서 80년 광주를 연상시킨다. 이로써 87년 6월 서울 방식의 시위는 이제 그 잘난 정부 덕분에 80년 5월 방식을 고려하는데 까지 나간다.
만약 아직도 작금의 이 문제를 옳음과 틀림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면 아서라고 말하고 싶다. 나 같은 경우 광우병 쇠고기 따위 이제 별로 관심도 안 간다. 이명박 정부는 쇠고기 협상을 둘러싸고 왜 그런 결정이 이루어졌는지를 알 수 있는 수많은 메타 문제들, 그것도 쇠고기보다 훨씬 더 중요한 핵심적인 문제와 오류들을 자진해서 보여줘 버렸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 정부가, 그리고 한국의 5%가 우리가 예상하던거보다 훨씬 더 미쳤고, 훨씬 더 무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것은 당과 부당의 싸움이다. 이것은 시민들이 몇 십년 간 겨우겨우 이루어놓았던 민주주의와, 그것을 파괴하려는 자들과의 싸움이다. 명분, 시민들이 동의하든 말든 우리는 이것 때문에 잘 살게 될거라는 그다지 확실하지도 않은데다가 나머지 95%의 시민들에게는 보나마나 강건너 불구경이 될, 정부의 그 보잘 것 없는 명분으로부터 비롯된 권력의 강압적 발동을 분쇄하기 위한 싸움이다.
어느게 더 국익에 부합한다느니, 어느게 더 가난한 사람을 위할 거라느니 웃기지마라. 맘에도 없이 떠드는 소리라는거 시위 현장에 1시간만 있으면 알 수 있다. 우리는 민주 공화국이고 그러므로 파쇼와 독재는 청산할 대상일 뿐이다. 이건 선조들의 피가 얼룩져있는 헌법 제1조, 민주 공화국을 다시 구해내기 위한 작업이다.
2008년 5월과 6월. 그리고 오늘 6월 29일이다. 문자 그대로 고난의 행군이 끝을 보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간밤의 극심한 탄압은 사람들에게 80년을 연상시킨다. 그러므로 87년 6월 서울 방식의 시위는 이제 그 잘난 정부 덕분에 80년 5월 광주 방식을 고려하게 만든다.
만약 아직도 작금의 이 문제를 옳음과 틀림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면 아서라고 말하고 싶다. 광우병 쇠고기 따위 이제 별로 관심도 안간다.
이명박 정부는 쇠고기 협상을 둘러싸고 왜 그런 결정이 이루어졌는지를 알 수 있는 수많은 메타 문제들, 그것도 쇠고기보다 훨씬 더 중요한 핵심적인 문제들을 자진해서 보여줘 버렸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 정부가, 그리고 한국의 5%가 우리가 예상하던거보다 훨씬 더 미쳤고, 훨씬 더 무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이것은 당과 부당의 싸움이다.
이것은 시민들이 몇 십년간 겨우겨우 이루어놓았던 민주주의와, 그것을 파괴하려는 자들과의 싸움이다. 명분, 시민들이 동의하든 말든 우리는 이것 때문에 잘 살게 될거라는 그다지 확실하지도 않은데다가 나머지 95%의 시민들에게는 보나마나 강건너 불구경이 될 정부의 그 보잘 것 없는 명분으로부터 비롯된 잘못된 권력의 발동을 분쇄하기 위한 싸움이다.
어느게 더 국익에 부합한다느니, 어느게 더 가난한 사람을 위할 거라느니 웃기지마라. 우리는 민주 공화국이고 그러므로 파쇼와 독재는 청산할 대상일 뿐이다. 이건 선조들의 피가 얼룩져있는 헌법 제1조 민주 공화국을 다시 구해내기 위한 작업이다.
We shall overcome
We'll walk hand in hand
We'll all be free
We are not afraid
We are not alone
The whole wild world around
We shall overcome
20080628
비폭력은 무엇일까
우리는 투표를 해 헌법을 확정했고 이를 통해 국가에게 군과 경찰이라는 무장의 특권을 부여했다. 시민들 각자가, 혹은 단체를 이루어 무기를 지니고 자기 방어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일이 너무 복잡해지니까 이런 방법을 사용한다. 물론 미국 같은 나라처럼 이런 무장의 자유권을 일부분 시민들에게 나눠 지니게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공권력이 너무 강한데다가 사적 자치의 원칙도 꽤 투철한 나라라 이런 식으로 전개된게 아닐까 싶다.
어쨋든 우리는 자신을 무장 시킬 자유권을 국가에 독점적으로 부여해줬고, 그러므로 헌법과 법률을 통해 이 독점권을 제한시킨다. 군대와 경찰이라는 무력의 사용은 국가를 지배하고 운영하는데 있어서 매우 강력한 권한이고, 그러므로 차칫 이런 권한을 허용하고 운영을 가능하도록 세금을 내는 시민 자신을 억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고픈 개한테 잡아먹힌 주인, 간단히 말하자면 이런 경우다.
그래서 군경 입장에서 보면 약간 억울할 수 있을 정도로 무력 사용에는 아주 복잡한 규율이 존재한다. 특히 시민과 근접해 마주 대할 일이 많은 경찰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집시법과 국보법이 존재해 다른 시민 사회 국가에 비해 억압적인 룰이 많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헌법과 법률은 시민들에게 유리하게 설계되어있고, 그래야만 한다. 다시 말하지만 무기 사용의 독점은 매우 강력한 권한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임무 수행시 항상 자신의 관등성명을 밝혀야 하고, 법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만 움직여야 한다. 시민은 사적 자치와 천부적 자유권이 우선이지만 공권력은 헌법과 관련 법령이 우선이다. 경직법과 행정절차법 등이 이 권한의 발동 방법을 세세히 규정짓는다. 그러므로 시민을 위한 법률이 묘사하는, 예를 들어 경찰이 불법적인 체포를 시도했을때 사용되는 폭력 등의 정당 방위는 경찰에게는 의미가 없는 조항이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단지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너에게 방패를 주고 쓰는 방법을 정해 줬잖니 가 우리가 줄 수 있는 대답이다.
물론 폭도들이 등장해 공권력을 위협할 경우에 자위권이 발동 될 수 있다. 조직 폭력배 집단이 종로 경찰서 침탈을 시도하는데 어이쿠 그러냐 하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폭도의 정의는 매우 한정적이어야 한다. 아무대나 붙인다고 폭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공권력에 정당 방위적 폭력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시민이 먼저 때리길래 우리도 때렸다는 변명은 필요 없다. 시민은 천부적 자유권으로서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지만 경찰은 법률에 규정된 범위 안에서만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 어쨋든 그들에겐 민주 공화국이라는 헌정의 수호가 가장 중요한 임무다. 무력 사용의 독점에는 당연히 그만큼의 책임과 강력한 수행 조건이 뒤따르는 법이다.
만약 경찰 입장에서 자신을 제한하는 법률망이 정녕 싫다면, 그리고 대충 봐서 경찰 몇명 다치면 폭도로 간주해 그것도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까지 진압을 하고자 한다면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바로 경찰의 무력 사용 독점권을 해제시켜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이 법률망을 넘는 작전을 펼치는게 합당화 될 수 있다. 애초에 무기 독점이라는 특권이 주어진 집단이므로 이런 식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두가지 방법이 있을텐데 하나는 시민들에게도 무기 사용권을 허용하든지, 경찰이 직접 비무장을 선택하든지다. 어쨋든 룰은 공정해야 할 것 아닌가.
80년 광주나 여수 순천의 경우 시민들이 무력 사용권을 자력으로 획득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물론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이건 아주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기 마련이다. 그리고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한다. 더구나 무기의 종류와 사용 면에서의 퀄러티의 차이가 아주 크기 때문에 시민들의 승리 가능성도 불확실하다. 그러므로 이 길은 가능한 피해야 한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경찰이 직접 자신의 무장을 해제 하든지, 시민들이 나서서 자력으로 경찰을 비무장화 시키든지 하는 방법이다. 물론 전자가 가장 훌륭하다. 꼭 막아야 하는 것만 몸으로 막는다. 꼭 막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어쨋든 대략적인 구도를 이렇게 정해 놓으면 나중에 역사의 심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대략 미식 축구 경기장에서 쿼터백이 공을 잡고 있는 상황의 모습을 생각하면 된다. 패싸움 하자고 모인건 아니므로 어깨 밀치기 정도가 허용될 수 있는 맥시멈이 될 것이다. 시민이 무지하진 않기 때문에 맨몸으로 나와있다고 마구 집단 폭행하는 일은 없다. 그런건 걱정안해도 되니까 만약 이렇게 하고 싶으면 해도 되고 안전도 보장된다. 이로서 경찰은 할 일을 했고, 시민도 할 일을 했다.
그 다음은 자력으로 비무장화 시키는 것인데 87년 6월 항쟁의 경우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경우 물론 강압적 폭력이 존재하게 되지만 가능성이라는 상황 안에서 볼때 피해는 가장 최소화 된다. 전자는 경찰청장이 특별한 용자면 몰라도 실현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이건 실현이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
만약, 시위를 하는 사람이건, 진압을 하는 사람이건 전혀 아무런 피해가 없어야 하고, 그럼에도 민주 공화국이니까 정부는 시민들의 뜻대로 알아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분명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세계의 모든 나라의 역사가 증명하듯이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경찰이 직접 비무장을 선택하는 것보다 확률이 낮지 않을까 싶다. 그러므로 피해를 최소화 시키는 비폭력의 방법은 역시 경찰을 무장 해제 시키는 후자다.
하지만 여기에도 역시 심각한 외부 요소가 존재하는데 바로 군대다. 군대를, 특히 시민의 뜻에 동의하지 않고 권력의 길을 걷기로 한 군대를 시민들의 자위로 무장 해제 시키는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건 엄청난 희생을 감수해야 하고, 더구나 그게 일단락 되더라도 그로부터 비롯되는 정신적인 후유증이 끝도 없이 계속 될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시민이 무장하고 내전화 되는 길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87년에는 아마도 군대 출동 그 직전까지 갔지만 전두환은 매우 효과적인 방법을 고안해 냈다. 그럼으로써 87년 6월을 시민들의 승리로 보이게 만드는 것에도 성공해 냈고, 권력을 자기 통제 범위 안에서 유지시키는데도 성공했다. 만약에 지금 이명박이나 한나라당이 이런 전략으로 움직여 하야한다면 아마 약간은 더 온화하지만 결국은 비슷한 한나라당 정권으로 바뀔 지 모른다는 예상은 이 기억에서 비롯된다.
물론 군대를 누군가 설득할 수 있거나, 군대 내에서 민주화에 대한 자정 작용이 잘 이루어지고 있거하 하면 이야기는 약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가 그랬다. 시위에 의해 경찰이 거의 무장 해제되었고, 별 다른 수가 생각나지 않은 대통령이 군대를 찾았지만 군대가 시민들에게 군 권력을 사용하기를 거부해 버렸다. 결국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탈출 밖에 없었다. 80년에도 쿠데타를 막고 서울의 봄을 지키고자 하던 군인들이 분명히 있었다.
사실 남미의 사정은 우리와 약간은 다른데, 그쪽의 반정부단체들은 대부분 무장을 하고 있다. 그 나라들의 헌법이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어쨋든 무장을 통한 자기 방어권이라는 천부적인 권리를 반정부 세력이 어떤 식으로든 획득하고 있는 나라들이 많아 군경의 피해도 심각하기 마련이고, 그러므로 상황이 심각하게 진행될 가능성들을 잔뜩 지니고 있다.
어쨋든, 우리는 지금 상황에서 아주 많이 나아가 매우 특별한 상황이 도래하지 않는 한 어딘가에서 총을 구입하거나, 경찰서 무기고를 습격해 무장하거나 하는건 가능한 범위에서 제외시킬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87년 방식 말고는 딱히 선택할 수 있는게 없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그런 상황에 치닫기 전에 정부가 이 상황을 뒤로 물르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그런 일이 있을거 같지는 않다. 행정절차법을,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그리고 헌법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무조건 자신이 옳고, 결국 이게 시민들에게도 옳은 일이 될 것이다라고, 그것도 그에 대한 별다른 이유 설명도 없이, 주장하는 정부가 그렇게 근사하게 사태를 반전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만약, 이미 지나가버린 사실에 대한 가정이지만, 청와대에 가서 직접 말 좀 해야겠다고 효자동, 삼청동 골목에서 물대포를 맞던 2008년 6월 1일 새벽에, 이명박이 시위대를 청와대 앞마당에 불러들였다고 해보자. 이건 전혀 위험한 일도 아니고, 대통령으로서도 자존심 상할 일도 아니다.
물론 이명박의 입장과 의식으로서는 쇠고기 수입과 한미 FTA, 공기업 민영화, 대운하 건설에 대해 추진 말고 별다른 대안도 없겠지만(그게 가장 큰 문제이긴 하다) 그 날 어떻게든 사정을 털어놓던지, 이야기를 듣고 조금이라도 반영시키려는 쇼만 했어도 지금 같은 상황은 오지도 않았고 올리도 없었다. 쇼한다고 욕하는 사람도 물론 있을테고 나도 아마 그러겠지만 그래도 여론은 훨씬 더 먼 곳에 가있을테고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은 나같은 사람만 왕창 먹고 - 이번에도 글렀나하며 - 억울해 했을 것이다. 그 날 말고도 기회는 많이 있었다.
과연 그가 합리적인 해결, 소통을 통한 해결을 기대하는가는 그것을 염두에 두고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답이 너무 금방 나와버린다. 아마도 머리 속에 그런 선택안 자체가 전혀 존재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전형적인 한국형 CEO로 명령만 해 본 사람이라 자기가 인정하는 몇몇 세력들, 예를 들어 조중동 같은 곳을 제외하고는 누군가에게 뭔가 듣는 방법 자체를 잊어버린게 아닐까 싶다. 상징도 은유도 없는 양반이라 그런 면에서는 이해하기도 매우 쉽다. 만약 히딩크 스타일의 전략가 대통령이었다면 이 시위는 아마 방식의 근본부터 다시 잡아야 했을 것이고 매우 어렵게 전개되었을거다.
자, 이 시위에서 과연 시민들이 승리할 수 있을까. 그건 사실 분명하다. 혹시나 실패해 당장은 안되는 일은 있을 수 있어도 통사적인 관점에서는 승리할 것이다. 정 안되면 총선이나 대통령 선거에 시민 정당 만들어서 내놓고 아예 제헌 헌법 만들어서 새 나라 만들어 버리고 다른 유산과 부채는 다 물려받고 다만 이명박은 청문회 열어 단죄하고, 그 불법성을 들어 정당성을 부인하고 당시 맺은 협상을 무효화 시킨 다음 재협상 하자고 나설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식의 접근은 매우 힘든 고난의 길이고 더구나 매우 귀찮은 일이다. 생각만 해도 귀찮다. 그리고 역사의 유동성이라는게 어떻게 전개될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믿고 뭔가 선택한다는 건 어렵다. 알다시피 안해도 되는걸 하는건 경제학적으로 기회 비용이라는 이름을 단 낭비다.
어쨋든 지금 시민과 정부 모두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언제나 시민과 정부의 대립이 있을 경우 공은 정부에게 있게 된다. 이게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현 정부는 지금 이기고 나중에 망할 것인가, 아니면 아예 지금 지고 나중에 그나마 편하게 살 것인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시민들은 그 선택에 따라 반응할 것이다.
20080626
경찰 간부
진짜 ㅂㅅ이라는 말 밖에 안나온다. 경찰 조직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있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래도 중대장이면 예하에 100명은 넘는 전투 중대원들 있을테고 전투 경찰 본연의 임무(대간첩 작전) 수행중이면 그 100명이 넘는 중대원들 생사가 중대장의 명령에 왔다 갔다 할텐데.
한 나라 군/경 병력의 장교 쯤이나 된다는 작자가, 기자가 이거 불법아니냐고 간부 나오라니까 한손으로 이름표 가리고 도망가는 꼴이라고는, 정말 가관이다. 애초에 책임 지지도 못할 일이면 왜 벌였고, 그럼에도 일이 일어났으면 그거 책임 질 자존심도 없나. 벌 받아봐야 얼마나 큰 벌 받는다고, 그래도 지네 중대원들이라고 그 사이로 이름표 가리고 도망이나 가고.
대체 경찰 대학에서는 뭘 가르치는 거길래 간부라는 사람이 저 모양인지(경찰 대학 출신 아닌 중대장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중대원들이, 와~ 우리 중대장 이름표도 열라 잘가리고 도망도 잘가네 하면서 퍽이나 존중하고 명령도 잘 따르겠다. 어처구니가 없네 정말.
주변에 보면 그래도 그 와중에 중대원들 어차피 시민들 시위 막는건데 너무 심하게 진압하거나, 불법적 행동 있으면 막고, 맨 앞에 서서 시민들에게도 중대원들 다치지 말게 해달라고 자제시키고 하는 다른 중대장들 보면 창피하지도 않은지 정말.
so called 실용 파시즘
브리태니커 사전에 나와있는 파시즘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파시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국가의 절대 우위이고, 다른 특징들은 모두 여기에서 유래한다. 개인의 뜻을 굽혀 국가가 명시한 대로 국민의 통합된 뜻에 따르고 국가를 상징하는 보통은 카리스마적인 지도자에게 완전히 복종하는게 파시즘의 특징이다. 또한 군사적 가치관과 전투 및 정복을 찬양하고, 자유민주적 민주주의와 합리주의 및 부르주아적 가치관은 낮게 평가한다"
즉 파시즘은 국가의 절대 권력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리고 포퓰리즘에 기반하며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지도자가 강권 통치를 휘두른다.
히틀러를 생각해 보자. 1차 대전 패전으로 실의에 빠졌을 뿐만 아니라, 빚더미 속에서 슈퍼 인플레이션 상태에 빠져있는 독일 시민들에게 1등 국민 독일인, 1등 국가 독일을 주장하며 투표로 당선되었다.
그리고, 그 지지를 기반으로 나치와 다른 주장을 하는 시민들을 무력으로 탄압하였다. 이건 좀 잘못된거 아닌가 하는 주장은 다수 득표를 받은 히틀러에 의해, 그리고 그 득표를 등에 얻은 나치스에 의해 철저히 억압되었다.
신자유주의를 제국주의의 세련되고 교묘해진 현대판 버전으로 생각할 수 있듯이 이걸 지금 시국에 대입해 볼 수 있다.
이명박은 현 상황을 잃어버린 10년, 즉 환란 상태라고 규정지었다. 그리고 이 주장을 조중동이 서포트하면서 그는 실정으로부터 시민을 구원할 CEO형 지도자로 자신을 자리매김하고 그 이미지로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주장했던 한미 FTA와 시민 생활에 필수적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해 임기가 보장된 수도 없이 많은 단체장들에게 강제 사표를 받았고, 측근으로 교체시켰다. 그리고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 협상에(아마도, 틀림없이)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OK 사인을 해버렸다.
그리고 나더니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하기 시작했다. 아이도 연행하고, 기자도 연행하고, 할아버지도 연행하고, 국회의원도 연행했다. 그러면서 '법치'를 말하기 시작했다. 불법 과격 시위와 반정부 세력. 어청수를 청장으로둔 경찰은 이에 보란듯이 반응해 주고 있다.
3.1운동이 과격해 지면서, 일본 내에서도 식민지에 대한 가혹한 수탈에 반발한 전세계적인 합리적 민주주의 요구에 발 맞춰 많은 시민들이 민주화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소위 다이쇼 데모크라시가 찾아왔다. 우리나라에도 헌병 경찰이 사라지고 보통 경찰이 등장했다.
식민지를 다스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권을 소수의 시민들에게 뿌려주는 것이다. 권력과 돈을 쥔 소수는, 권력과 돈을 유지시키기 위해 동료 시민들을 억압한다. 지식인은 이론을 만들고, 권력자는 조직을 동원한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의 이름을 잔뜩 알고 있고, 그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잘 알고 있다. 식민지는 자기 분열되고 결국 자기들끼리 싸우게된다. 일제는 가만히 앉아 돈 몇푼, 권력 조금 던져주면 일제 편을 드는 우리 시민이 독립 운동하는 시민들을 잡으러 다닌다.
박정희 시대의 구사대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동작된다. 파업에 들어간 노동자들은 전경 등 외부에서의 외압과 프락치에 의한 내부 분열, 동료였던 사람들이 구사대로 변신해 가하는 폭력 앞에 노출된다. 지독한 과정이다.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되고 결국 지쳐간다. 외형적, 내형적 폭력이 결합된 시민 억압 방식은 전형적인 파시즘의 룰이다.
사실 이와 비슷한 일이 지금 이랜드 시위나 기륭전자 시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시니컬하지만 이건 현실이다. 생존권 투쟁은 이토록 가혹한 일이고, 어떤 인간에게 인권이란, 인간의 존엄이란 아무 의미 없는 레토릭일 뿐이다.
한때 러시아에 협력하다가 일본 협력으로 노선을 바꾼 이완용도 사실 생각해 보면 조선을 꽤나 위했던 사람이다. 그는 조선인이 잘 살기 위해선, 이대로는 절대 불가능하니 어딘가 큰 나라에 위탁해 나라를 발전 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조선'이라는 이름이 무의미한 이상 어디에 붙어있어도 여튼 잘 살면 그걸로 된 거였다.
그러므로 그는 자신 덕분에 제국의 시민이 된 조선인들이 자기를 을사 오적으로, 나라를 팔아먹은 파렴치범으로 모는걸 이해하지 못했고, 결국은 자기 말을 들은걸 감사하게 될거라고 믿고 있었다.
이건, 정당성 없이 대통령이 되었으니 민주화는 글렀고 그러므로 경제 성장으로 시민들의 지지를 받아야겠다고 마음 먹은 박정희나 전두환도 마찬가지였다. 여운형을 살해한 어떤 사람도, 김구를 살해한 어떤 사람도, 시위대를 잡겠다고 검정 테이프로 감싼 쇠파이프를 들고 뛰어들던 백골단원들도, 광주의 소요를 진압하겠다고 총검까지 꼽고 사돈반을 타고 광주로 향하던 공수부대원들도 어쩌면 자기가 한 일이 결국은 선이라고 믿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잘못된 믿음은 이토록 비열하고, 같은 시민으로서 고통스럽고, 모두를 괴롭게 만든다.
지금 투표에 의해 선택된 이명박은, 다수의 표를 등에 업고 의견이 다른 자들을 경찰력으로 억압하고 있다. 민주주의 따위, 의견의 경청 따위, 조언 따위 아무것도 듣지 않는다. 자신이 틀림없이 옳고, 결국은 자신이 말한게 맞을거라고 시민들에게 주장하고, 듣지 않는 자들에게 잘못된 정보에 부화뇌동한다며 타박하고, 경찰을 동원해 진압해간다.
가장 괴로운 일은 이런 사람을 투표로 뽑았다는 몇개월밖에 안된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욱 괴로워하고, 잘못된 선택을 되돌리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긴 역사를 되돌아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잘못된 선택을 했고, 그 덕분에 얼마나 많은 고난이 있었는지 알고 있었으면서도 또 똑같은 짓을 해버리고 말았다.
이제,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 새로운 종류의 파쇼들을 우리의 역사에서 지워내야한다. 그것이 우리의 잘못을 속죄하고 후세들에게 적어도 나쁘지는 않은 나라를 넘겨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대중 교통 이용 중 두가지 일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이명박 아웃, 소고기 재협상 등의 피켓을 든 아이들이 십여명 우르르 탔다. 아마도 초등학생인거 같았고 인솔자로 보이는 선생님이 있었다. 학교 선생님이 데려온 건 아닌거 같았고 어떤 종류의 모임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쨋든 애들이 우르르 타자 사람들이 촛불 집회에 가는 거냐고 묻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누군가 시위 현장에서 주의할 점을 이것 저것 설명해 주었고(간단히 요약하면 선생님을 잘 쫓아다녀라), 또 누군가 아이들이 직접 그린 팻말을 보면서 내용에 대해 물으며 이런 저런 칭찬을 해줬다. 그리고 또 누군가 아이들에게 의료 민영화에 대해 설명해 주고 가방에서 민영화 반대 뱃지를 꺼내 아이들에게 하나씩 달아주었다.
지금 이명박은, 조중동은, 공문 받고 우익 집회에 참가했다는 아저씨들은, 아고라 글마다 찾아가며 악성 댓글 올리는 알바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는걸까. 조금만 눈을 크게 뜨면 아마도 보일텐데 알고 싶기는 한걸까.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데 길거리에 이런 저런 가판 음식점들이 있는 산 근처의 정류장을 지나고 있었다. 등산객들이 잔뜩 있고 뭔가를 드시고들 계셨는데 버스 앞에서 비둘기 한마리가 얼쩡 얼쩡 거렸다. 그 비둘기를 관심있게 쳐다보던 버스 운전사 아저씨가 차를 세우더니 앞 문을 열고 좌상 아주머니에게 "비둘기 밥 좀 주세요~"하고 외쳤다.
그런데 아줌마 말이 비둘기에게 밥 주면 국립 공원 관리단에서 과태료를 물린단다. 나도 비둘기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밥 준다고 돈 물리는 법도 있나보다.
버스 운전사 아저씨 역시 전혀 납득을 못하더니 아니 그런 법이 어딨냐고 하면서 그래도 밥 좀 줘요, 배고파 보이잖아 (그런데 정말 배고파 보였다) 소리치면서 다시 버스를 다시 운전하셨다. 그러면서 "아니 이놈의 지구 10초만 흔들면 다 죽을텐데 같이 좀 잘 살지"라며 중얼거렸다.
그러게, 같이 좀 잘 살지 대체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난리 치는 것들이 이리도 많은지.
20080624
부끄러움을 모르는 일군의 무리들
일제시대때 의병 토벌 하러 다니던 일진회 산하 자위단, 일제의 사주 아래 반러친일 운동을 벌이던 관민 공동회, 70년대 노동 운동이 시작되었을때 경찰보다 더 참혹하게 같은 노동자를 때려 잡던 구사대.
80년 광주로 진격한 공수부대, 구로구청 부정 선거 감시단을 때려 잡으러 들어갔던 백골단, 그리고 작금의 북파 공작원과 고엽제 피해자, 그리고 뉴라이트라고 자칭하는 일군의 사람들.
대체 이들을 움직이는 모티베이션은 무엇일까.
군인이나 경찰이라면 상의 하달의 명령 체계? 그게 다 일까? 그것만 가지면 사람을 그렇게 잔인하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전쟁에 참가하는 군인의 폭력성은 그래도 나라를 보존시키겠다는 명분이 굳게 받쳐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정말 이들은 자신이 나라를 구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건가? 아니면 몇 푼의 돈? 얼마만큼의 권한? 이권? 대체 그 원동력이 무얼까.
과연 무엇이 이토록 사람을 부끄러움을 모르도록 만들고, 사태에 대해 무지하게 만들고, 사고를 정지시키고, 폭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일까. 정말 모르겠다.
20080621
급흥분글
예를 하나 들자. 함수를 잘 모르는데 이번 시험 범위가 미적분이다. 미적분 공부 한답시고 뭔소린지 몰라도 열심히 외우면 아마 몇 점 맞을 수 있을거다. 그래서 뭐할거냐 대체. 와 80점 짝짝짝. 이유도 모르고, 점수만 나오면 신나고, 안나오면 우울하고. 완전 초등학교 마인드잖아 이거.
쌀 빨리 자라라고 위에서 끌어 올리면 다 죽어버린다 뭐 이런 이야기도 있다. 머리채 잡고 끌어올려서 GDP 숫자 올리면 그거 뭐할거냐 대체. 사람들이 잘 사는게 중요한거냐 아니면 OECD 순위가 더 중요한거냐. 그거 두개가 같나? 멕시코 GDP도 매년 오르고, 실업률도 매년 오르는거는 안보이나.
이번 범위가 뭐든 함수 공부 먼저 해야하는거 아닌가? 기초 튼튼 실력 쑥쑥 이런말 못들어본건가? 이번 시험 점수 떨어지는거 그게 뭐가 그리 무섭냐. 시험 한 번 보고 말거 아니잖아.
물가가 폭등하고 있다. 각종 원자재 가격에 유류 가격 상승, 거기다 식량 가격 상승으로 세상이 다 난리인데 대기업 수출 잘하라고 환율 개입했단다. 물가가 안오를리가 없다. 물론 덕분에 1/4분기 대기업 매출도 십 몇퍼센트인가 늘어났댄다. 백화점 매출도 그만큼 올랐고 더구나 명품관 매출은 삼십 몇퍼센트인가 늘어났단다.
대기업 수출 많이 하면 당연 GDP 오른다. 추가 경정 예산 투입해도 GDP 오른다. 그래서 뭐할거냐 대체. OECD 순위 작년엔 몇위였는데 올해는 몇위. 와~ 짝짝짝. 삼성 휴대폰 수출액 얼마, 세계 시장 몇위 놀랍다 덩기덕 쿵덕.
나머지는 다 구경꾼이냐. 다카키 마사오 시절에 저녁에 뭐 먹을 것도 없으면서 신문보면서 오, 자랑스러워 수출 백만불탑. 이게 재밌냐. 여기가 대표 선수들 열라 뛰면 나머지는 응원이나 하는 축구장인가?
중소 기업 지금 얼마나 엉망인지 알기나 하는건가 모르겠다. 열심히 일 좀 해보려면 대기업한테 삥뜯기고, 국세청에 삥뜯기고. 자본금 5억에 인테리어 3억 들여서 중소기업 지원금 받으러 돌아다니고 술사주고 쿵짝쿵짝, 여자 끼워주고 쿵짝쿵짝.
마누라도 법인 만들라고 시켜서 무슨 사업하는지도 모르겠는데 여성 벤처 지원금이나 받으러 다니고. 유령 회사들은 또 왜 그리 많은지 대기업이 비자금 만드는건 잡을 생각도 없으면서 광화문 앞에다 컨테이너나 쌓고 앉아있고.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는데 문짝은 으리으리 번쩍번쩍, 회사는 테헤란로에, 청담2동에. 이런 회사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기는 하는건가. 뭔가 해보려는 사람 발목은 잡지 말아야할거 아닌가.
그런거는 강건너 불구경하면서 조갑 그 양반은 언제적 양반이 아직도 튀어나와서 공권력의 힘을 보여줘야 하느니 이따위 소리나 해대고, 왜 아직 살아 있는거야 대체. 무덤에 침 뱉어 주겠다고 진중권이 말했잖아.
정부는 뭐 하려고 있는거야. 헌법 읽어보기는 했나. 그런거 무슨 소리 써있는지 관심은 있냐. 농지는 농부만 가질 수 있다고 제헌 헌법부터 써있었던거 들어보기는 했나? 지들끼리 잘살고, 지들끼리 세계 수위 해먹고 좋다고 헤벌래 하고, 나머지는 구경꾼이냐. 어차피 수출 해서 돈 벌어도 니들이 다 가지고 가잖아.
우리도 좀 같이 잘 살게 해달라고 촛불들고 앉아있었더니 물대포를 뿌리지 않나, 율동하고 춤추는 여고생은 방패로 쳐서 끌고가질 않나. 북파 공작원, 고엽제 피해자, 뉴라이트 이건 또 뭐야 대체. 나중에 장군의 아들같은 드라마나 한편 만들어줬으면 하는건가. 멀쩡히 있는 사람들은 대체 왜 때려.
애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냐. 왜 우리나라는 성장론자들이 하나같이 파시스트들인거야. 파이프 하나씩 쥐어주고 말 잘들으니까 그것도 좋다고 플랜 카드 걸어주고 이권 사업하게 법만들어준다고 하고 뭐하는 짓들이야 대체.
사업하고 돈벌어서 벤틀리 타고 다닌다고 누가 뭐래냐, 조중동 기자하면서 좌파 타령 한다고 누가 뭐래냐, 멋대로 신나게 살아 아무 말 안할테니까 좀 가. 왜 대체 정치는 하겠다고 나와서 사람 이렇게 못살게 만드는거야.
민주 공화국 이런 휘양 찬란한 이름따위 필요도 없다. 이게 나라 맞는거냐. 이게 정말 나라가 맞기는 하는 거냐.
절차, 평화, 부활
1. 국회 경고를 위해 군대를 동원하는 게 대통령의 통치 행위라는 생각이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심지어 이게 국힘의 대통령 옹호, 탄핵 반대 논리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정말 엉망진창이다. 아무튼 국회 표결에서 204표가 나와서 탄핵이 의결되었고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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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 만에 영화 칼리골라(1979, 예전엔 칼리귤라라고 했던 거 같은데 검색해 보니 요새는 칼리골라라고 하는 듯... 이태리 제목은 Caligola, 영어 제목은 Caligula다)를 봤다. 봐야지 하고 찾아본 건 아니고 유튜브 뒤적거리는 데 풀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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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냉면 이야기를 잠깐 한 김에 오늘은 비빔밥과 곰탕 이야기. 사실 곰탕은 좀 아는데 비빔밥은 잘 모른다. 우선 비빔밥 조선 기록을 보면 비빔밥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골동반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동국세시기에 골동반에 대해 이렇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