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27

BIS

길게 떠들기 :

MB가 기내 인터뷰인가 뭔가 하는 뉴스를 봤는데 거기에서 BIS 비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요지는 BIS 비율이 불경기때 금융회사가 대출을 줄일 수 밖에 없게 만들기 때문에 재검토의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BIS는 일단은 월드 스탠다드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권장 사항이라고는 하지만 어쨋든 작동하고 있다) 이런 말은 내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내 인터뷰가 아니라 BIS에 직접 이야기하든가 아니면 BIS가 기준이 되도록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미국 정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거 아닌가 싶은데 어쨋든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이건 사실 조금 복잡한 문제다. BIS는 월가의 자본 시장 규율을 전세계적으로 확대시키려는 전략이 들어있기도 하지만(그러면서 그토록 빚이 많은 미국 정부는 파산 선언을 하지 않는지 의문이지만), 은행의 건전성을 담보할 만한 장치가 부재한 상태에서(은행-기업-정부간 커넥션은 위기를 함께 뚫고 나갈 수도 있을 동반자가 될 수도 있고, 버블을 잔뜩 키웠다가 한꺼번에 망할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최소한의 버팀목을 마련해 줄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말하자면 활용하기 나름이라는 건데 세상이 다 잘 돌아갈 때야 괜찮지만 요새처럼 문제가 심각해져 갈때는 문제가 된다. 중소기업이 돈을 받으면 괜찮아질텐데 은행이 BIS 비율 때문에 돈을 못빌려주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물론 평소에 현금 확보를 충실히 해와서 유동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괜찮겠지만 그랬으면 이미 중소기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고 있을 것이다. 또한 요즘처럼 유동성 자체가 축소되는 상황에서는 BIS를 어느 정도 양보하고 일단은 돈을 늘리는 방법을 채택할 수 있을지 모른다.

며칠 전에 장하준 교수가 CBS와 인터뷰한 걸 읽었는데 이분은 심지어 우리나라라도 나서서 한 2년 정도 BIS 비율을 중지하겠다고 선언하라는 이야기도 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말해도 되나 싶은데 미국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용감하게 벗어나는 건 콩고 같은 나라면 몰라도 이게 실제로 가능은 한건가 잘 모르겠다. BIS 보류를 선언하면 국내 은행의 신뢰성에 의심이 더욱 늘어날텐데 그럼 우리끼리 경제 살리는건 그렇다 치더라도, 만약에 외국 은행들이 IMF 때처럼 대출금 회수에 나서면 그때는 어쩌려나 잘 모르겠다. 장하준 교수는 이럴 때 보면 굉장히 국가 중심 사고라고 할까, 어쨋든 과격해진다.

하지만 BIS를 픽스 시켜놓고 운용하는 것도 문제가 있긴 하다. 세상사 다들 유도리가 있듯이 어려울때는 서로 도와야 하는 법이다. 망하지 않아야 할 것들은 어떻게든 추스려 함께 살아나야 하지 않겠다. 그러나 여기에 또한 모럴 해저드 문제가 있다. 김대중 정부때 벤처 기금이 그러했듯이 보나 마나 별 거지같은 사기꾼들이 로비를 무기로 잔뜩 메달려 은행이 뿌려대는 돈을 챙기려 몰려들게 될 것이다. 또 잘못 살려 놓으면 일본의 은행-기업-정부간 커넥션이 그랬듯 아주 크게 말아먹어 버릴 수도 있다. 일본처럼 돈이 많지도, 어떻게든 먹고 살아갈 제조업이 튼튼한 나라도 아니라서 크게 말아먹으면 아주 골치아파 진다.

생각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싶은데 하나는 유연한 BIS 운용. 침체기와 호황기에 서로 가중치를 둬서 BIS를 운용하는 방법이다. 특히 이 가능치가 실현 가능성이 있어야 하고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있어야 한다. 바젤2가 돌아가고 있다면 조금 덜해질 문제이긴한데. 어쨋든 이건 이미 BIS가 경기의 호불황을 더 강화시킨다는 연구도 있기 때문에 아주 자세히 연구한다면 BIS가 직접 움직일 만 할지도 모른다.

이런 계산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프리사이즈하게는 알 수 없지만 하여간 이론적으로는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건 역시 모럴 해저드가 위에 올라탈 여지가 있고 버블이 존재한다면 그걸 키울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이런 파인 튜닝이 완벽하게 작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문제를 염두에 둬야 한다.

또 하나는 국책 은행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민간 은행들은 BIS 비율을 따라야 하니까 지키도록 하고, 그에 따라 신뢰를 획득하도록 유도하고 정부 보증이 있는 은행들이 BIS 비율 약화라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움직이는 방법이다. 이건 일단 전반적으로 공영화시키는(서울시에서 버스 전용차선 한다고 서울 버스들을 반 공영화 시킨 것과 비슷한 점이 있다)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 나가는 돈은 사실 결국은 정부 돈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정부의 역할 확대를 찬성하는 편이고 요새처럼 부패가 만연한 상황에(키코 가입 문제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이미 확인할 수 있다) 민간 은행을 믿느니 차라리 조금이라도 감시가 가능한 공영화를 선택하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민영화나 공영화냐 하는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잘 돌릴 수 있는가를 알아내고 그에 걸맞는 감시 체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회가 선순환을 유도하면서 제대로된 감시 체제를 확립 한다면 이게 훨씬 낫다.

하지만 알다시피 국회는 선순환을 하고 있지 않고, 공영화된 기관들은 감시 기구와 함께 모럴 해저드에 빠져 세금을 나눠먹기 십상이고, 이에 달라붙어 함께 이익을 취하려는 자들이 정치 자금을 제공하며 우르르 몰려드는게 지금의 형국이다. 그리고 분명 지금 정부가 완전 바보는 아닐테고 노리고 있는게 있을텐데, 그게 명확하게 뭔지를 아직 잘 모르겠는게 문제다. 경제를 왜 이렇게 운용하고 있는걸까 라는 고민 전에 그것들이 뭘 향해 가는가를 알아내는게 좀 더 시급하지 않나 싶다. 노리는게 없다면 정말 말도 안되고.

MB가 정말 어떻게 하려고 BIS 이야기를 꺼낸걸까? 언제부터 그렇게 용감해졌을까. 하긴 저번에 신 브레턴우즈 체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아니 저 사람 지금 무슨 소리하는건지 알고나 있는 걸까 싶기도 했다. 물론 이틀만에 말이 싹 바뀌어 버렸었지만. BIS 비율 문제가 과연 어떻게 되려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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