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19

자율적인 시장, 복지 국가

덴마크는 회사의 구조 조정이 매우 자유롭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재취업 제도, 직업 교육 제도, 실업자에 대한 복지 지원 등에 정부에서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붇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다니던 회사에 구조 조정이 있어도 덴마크 시민이라면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 어차피 의료, 교육비에서 목돈이 필요한 나라도 아니다.

스웨덴은 자율학교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자 등 일부 래디컬한 자유 시장 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모델이다. 즉 바우처를 지급하고, 학교 선택권을 부여한다. 좋은 학교는 바우처를 많이 가질 수 있으므로 예산이 점점 풍부해지고 나쁜 학교는 점점 불리해진다. 게다가 여기에 사립 학교도 참여시켜 영국보다 더한 경쟁 구도를 만들어냈다. 이 경우 언제나 교육 양극화 문제가 대두되는데 스웨덴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왜냐, 스웨덴 정부가 소외 계층과 안좋은 학교의 개선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붇기 때문이다.

자율 시장은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댓가가 따른다. 덴마크와 스웨덴 시민들, 더 크게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주변의 국가들에 살고 있는 시민들이 자유 경쟁 시대니까, 국가에 이익이 된다니까, 내 능력이 부족하니까 라고 생각하며 자율 시장의 룰을 따르고 있는게 아니다. 그런 부분이 조금이라도 미흡해지면 아마도 훨씬 무시무시하게 시위를 해댈 사람들이다. 네덜란드는 교육 시간을 늘린다고 하니까 전국 고등학생이 일어나서 조직적으로 시위를 했다.

즉 이런 종류의 개혁은 분명 일정 부분 효율성에 이바지할 수 있겠지만 어지간히 복지 체제가 완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는 시도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사회 안정망 측면에서, 소득 격차 측면에서 시도해서도 안되는 것들이다. 우리나라 정책 만드는 사람들과 대기업들은 가만 보면 앞 부분만 자꾸 따오려고 한다. 가끔씩 정부가 시민들에게 권리만 요구하고 의무는 소홀히 한다고 비판하는데(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정부가 시민에게 할 말이 아니다), 그건 그쪽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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