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03

변명

제목을 적고 나니까 조금 이상하긴 한데 여하튼 이 블로그의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저 문장은 사실 원래 쓰였던 곳과 같은 맥락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맨 처음에는 싸이월드 패션아트라는 제목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었는데 너무 직설적이라 이글루스로 가면서 지금의 제목으로 바꿨다. 그런데 얼마 후에 같은 제목의 책이 나와버리는 바람에 그 이미지가 약간 겹쳐버렸다. 그러든 말든 알게 뭐냐라는 생각에 가만히 두고 있다. 하지만 굳이 전공투 이미지를 여기에 투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럼에도 약간의 이상적인 생각이 담겨있기는 하다.

연대, 즉 solidarity를 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니버설리즘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믿을건 이제 사람 밖에 없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도 살짝 섞여있지만 결국은 그렇다고 나도 생각한다. 좀 웃기지만 사실 연대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본 곳이 트로츠키의 후예 들이나 인터내셔널리즘의 저서들을 통해서가 아니었다. 리차드 로티의 Contingency, Irony and Solidarity가 처음이었다. 이 책은 90년대 중반에 번역본이 나오기도 했는데 결국 못 구했다.

당시 개인적으로 천착하던 문제를 해결하고자 처음엔 근대 독일, 그리고 나선 프루동 같은 사람들의 예전 저작들을 끄적거리다가 어쩌다 로티에 닿아버린거다. 이런건 그냥 우연이다. 나는 그저 교조주의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고 일종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었을 뿐이다. 읽고 있던 책의 주석에서 로티를 본 게 아니라 듣고 있던 강의에서 이름을 들었고, 그 사람이 뭘 썼나 궁금해서 도서관을 뒤적거리다 내 손까지 들어오게 된 거다. 물론 나는 이후로 로티에 대해 굉장한 호감을 가지고 있다. 작년에 작고했는데 늦게나마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

그러고 나서 역사를 따라 주르륵 올라가보기 시작했는데 이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길기 때문에 여기선 생략한다. 어쨋든 이러저러한 과정들이 있었고 블로그의 저 문장이 내가 생각하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대안이 되어줄거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여전히 믿고는 있지만 상황이 '연대를 하면 정말 해결이 될까?'가 아니라 '연대가 가능은 하냐?'로 물러나 있다. 연대를 위해 중요한 것은 물론 허위 의식을 파괴하고 자기 계급을 명확히 인식하는 일이다. PT가 공동의 처지에 놓여있다는 상황을 확신하고 그것을 타파해 나가는게 러프한 스킴이다. 여기에는 여러 난항들이 존재하는데 마침 얼마전 IB티(검색을 막고 싶다)에 플랫폼에 대한 논의가 올라와서 유심히 읽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의 시작은 아주 작은 깨우침 - 정신을 파동시키는 어떤 충격들 - 에서도 시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건 별 생각없이 살던 내 자신을 최소한 정신적으로나마 일깨운게 고다르였다는 사실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예술은 매우 중요한 키워드다. 건축과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이즈음이다. 그리고 패션에 집중해 보기 위해 마치 선문답같은 제목과 내용으로 블로그의 이름을 만들었었다. 물론 나 자신의 한계로 내용은 산으로 가버리고 있다. 꾸준히 집중하는 능력이 확실히 예전만 못하다. 그렇지만 지금 이곳도 패션과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꾸릴 예정이다.

더구나 삶도 잘 못 챙기는 주제에 도 닦는 것도 아니고. 사원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회사가 고객 만족을 시키겠다는건 어불성설이라는 말이 있다. 일본의 모 경영자가 한 말이다. 나 자신이 나를 만족시키지 못하는데 대안을 고민해 무엇하나라는 생각을 요새 많이 한다. 그래서 커리어에 조금 더 집중해야 한다.

어쨋든 이글루스의 블로그가 너무 산으로 가는거 같아서 '발전소'라는 블로그(링크)도 하나 만들었다. 경제와 정치 이야기만 해볼까 하고 만든건데 이것도 역시 산으로 가고 있다. 텅텅 비어있기까지 하니 경치는 좋다. 폼나는걸 좋아해서인지 여기에는 'ANDERSDENKENDEN'이라고 써놓기까지 했다. 'Freiheit ist immer die Freiheit des Andersdenkenden'에서 마지막 단어만 써놓았다. 이렇게 설명까지 하니 좀 민망하긴 하다.

별 내용도 없는 이 글을 쓰는건 사실 오늘 우석훈 교수가 블로그에 올린 글(링크)을 보니 문득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서이다. 자신의 문제는 아무도 해결해 주지 않는다. 그것은 구조적 문제고 그러므로 결코 혼자 해결할 수 없으니 연대를 해야 한다. 그러면 '아마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좋겠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휘청, 유지, 저편

1. 도서관 사람이 많아서 집에 이틀 있었다가 오늘 나갔다. 이틀 정도만 집에 있어도 다리가 살짝 휘청거려. 하체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나 봄. 2. 하이브 - 어도어 사건에서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는 민희진이 지분을 20%나 가지고 있는 것. 자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