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07

하이 리스크 그리고 하이 리턴

이런 저런 이야기를 썼었는데 사실 관심만 가지고 있다면 여기저기서 다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여서 관뒀다. 핵심은 이거다. 우리나라 경제팀은 신뢰를 잃었다(라기 보다는 애초에 없었다). 알면서 뽑았다. 지금 여당에 투표한 사람들은 그냥 미친 짓 한거고, 이에 반대한 사람들은 설득에 실패한 잘못을 저질렀다. 어차피 지나간 일이고 되돌리지는 못한다. 지금 중요한 건 어제 일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 일이다. 그게 해결되고 나서 어제 일을 따져도 잊어버리는 만행을 또 저지르지 않는다면 늦지 않다.

지금 주식이 떨어지고, 환율이 오르는 건 유동성의 문제라기보다는 경제팀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더 크다. 안 좋기는 하지만 이렇게 크게 움직일 이유는 별로 없어보인다. 문제는 지난 6개월간 하는 짓을 봤더니 지금의 경제팀이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위인들이 절대 아니라는 확신이 이미 우리나라 증시 참가자는 물론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들었기 때문이다. 시장에 보내는 시그널링은 엉망진창이었고, 결국 이제는 아무도 듣지 않는다.

신뢰 회복을 위해선 당장 경제팀이라도 갈아치워야 할텐데 바꿀 생각은 없어보인다. 위기가 안 보이는 건지, 안 보려는 건지, 또는 무슨 다른  속셈이 있는지(금덩어리나 달러를 잔뜩 사놓았을 수도 있고, 이 기회에 친인척, 지인들에게 공기업 팔아서 한 목 잡아볼 수도 있다)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바꿀 생각이 없는게 분명하다. 따지고 보면 탄핵이 최선이다.

미국을 보자. 미국의 금융가들은 하이 리턴을 얻기 위해 규제 완화라는 하이 리스크를 선택했다. 그래놓고 예정대로 리스크가 찾아오니까 이제와서 발뺌하고 있다. 이들을 제대로 청산하고 가지 않는 한 미국 금융 경제에 밝은 미래 따윈 없다. 그냥 몇 십년에 한 번씩 똑같은 짓을 반복하고 말거다. 미국의 일부 시민들은 왜 금융가의 모럴 해저드를 시민들의 세금으로 떼워야 하냐고 반문한다. 요새 매일같이 ANSWER에서 베일 아웃 반대 메일이 날라오고 있다.

대답은 간단하다. 부시는 분명히 공약에서 경제 부흥을 위해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누가 뽑았냐. 미국 시민들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미국인들은 그들의 잘못 때문에 세계 경제에 끼친 악영향을 고려해(아이슬란드 등등의 나라는 지금 부도 위기에 몰려있다) 지네 금융 구조를 위한 기금 말고 세계 금융 구조를 위한 기금을 7조불은 내놔야 한다. 미국인도 아니고, 부시한테 투표한 적도 없는데 부시가 잘못한 책임을 왜 우리도 지냐. 니들이 물어내라.

우리 경제팀도 엉망이지만 너네처럼 대규모로 말아먹지는 않았다. 정확히 추산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코스피 떨어진 지수 중 반쯤은 미국 책임이고 반쯤은 만수 책임이다.

투표는 장난이 아니다. 그들의 손에 쥐었던 투표 용지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져야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 손에 쥐어졌던 투표 용지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져야한다. 욕 맨날 해봐야 소용없다. 투표만 잘 했어도 되는걸 뭐하러 지나간 다음에 욕하나. 물론 이 시기가 지나가면 분명하게 과오를 따져야 한다. 소리나 꽥꽥 지르는 바보같은 청문회는 필요없다. 명백하게 과오를 가리고, 책임을 분명히 하고, 손해의 액수를 산정해 물어내게 해야한다.

일제 시대 청산할 때도, 군부 청산할 때도, IMF 청산할 떄도 우리는 한번도 그런 걸 제대로 해낸 적이 없다. 우리 경제가 지금 이따위 인것도 그런 청산을 제대로 못하게 방치해 놓은 시민들의 잘못이기도 하다. 대충 둘러대고 시간만 지나가면 별일 없다는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도 돈은 어디가지 않는다. 거지같은 놈들이 아직도 잔뜩 위에 메달려 지들 좋은 것만 하고 있는데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아직도 헛소리들을 해대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분명한건 심각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단은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화폐를 보유하고 있는게 최선이 아닐까 싶다. 이건 어떻게 바뀔지 모르므로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분노의 포도 정도를 곰곰히 읽으면서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만약 지금 시점에서 증권 살리겠다고 금리를 낮춘다면 미친 짓도 그런 미친 짓이 없고, 재앙도 그런 재앙이 없을 거다. 한은 총재는 그걸 알고 있는거 같은데 경제팀 수장은 모르는거 같다. 당분간은 한은 총재가 이기길 바래야지.

6개월만에 이래 놓은걸 보면 참 굉장한 인간들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부시는 8년이나 걸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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