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동반 몰락도 있지만 우리나라 경제가 안드로메다를 향해 가는 가장 큰 이유는 현 정부의 잘못된 상황 판단, 혹은 잘못을 가장한 의도된 상황 판단에 기인한다.
작년부터 경고된 미국 경제의 위기, 그리고 이에 따른 달러화 가치 하락은 누구나 예상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경제팀은 엉뚱한 발걸음을 계속 걷고 있다. 저 위의 '잘못을 가장한'이라는 말을 쓴 이유는 여기에서 나온다. 말 그대로 누구나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그리고 그 누구보다 실상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들을 잔뜩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희안한 갈짓자 행보를 보였다는 것은 의심을 품기 충분하다. 과연 누가, 어디서 이익을 보고 있는가를 곰곰히 살펴봐야 한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좀 더 생각해 볼 구석이 많기 때문에 여기서는 일단 미룬다.
정권 초기에 대통령의 입, 정부 기관의 입을 빌어 계속 등장한 것 중 하나가 공공 기관 근무자들의 업무 태만 전략 부재, 그리고 그에 대비한 과잉 임금 문제다. 어제도 세금의 혜택을 받는 공공 은행과 시중 은행의 월급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고 이를 조중동이 받아 대서 특필하고 있다.
자, 여기서 곰곰히 생각해 보자. 도덕적 해이의 주체는 누구인가. 정부는 환율을 안정시킨다고 외화를 대량으로 퍼붓고 있고, 주가 폭락을 막는다고 연기금을 대량으로 퍼붓고 있다. 물론 이유가 분명치 않거나, 투자자들의 심리적 동요에 의한 단기적 급락을 막기 위한 정부 자금 투입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와 병행해야 할 일은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한, 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들이다.
어차피 정부 돈이란 시민들의 세금이므로 그냥 때려붓는건 당장 환율 상승이 주춤하고, 주가 하락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지만 이건 잠시의 신기루들일 뿐이고 이대로 가면 시민들의 부담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원화 가치를 증대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한은이 금리를 올리고, 잘못된 규제를 없애고 필요한 규제는 더욱 강화시켜 궁극적으로 그들이 흔히 말하는 월드 스탠다드의 투명하고 튼실한 사회 구조를 안정시켜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털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증시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정부는 우리나라 최상단부의 잘못된 구조들을 고칠 생각이 없어보인다. 대기업 편중 구조를 고칠 생각도 없고, 국회의 도덕적 해이를 고칠 생각도 없고, 건설 경기 부양에 의한 GDP 상승이 시민들의 생활과 별 관련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생각도 없고, 주택 가격 버블이 궁극적 문제 중 하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생각도 없어 보인다.
이런 와중에 시종일관 언론을 통해 내미는 문제 중 하나는 공기업 임금 문제, 은행 임금 문제, 복지 혜택 문제들이다. 최상단부는 고칠 생각 없으니 우리 사회 구조의 상단부 중 하나로 문제를 떠 넘기고 있다. 그리고 이런 지적은 비정규직 문제, 취업 문제, 당장의 생활비 걱정 등으로 엉망이 되어가고 있는 중하단부 계층에게 아주 인기가 있다.
우리나라 5대 재벌 기업의 노동자들에 대한 과도한 임금, 복지 혜택의 문제, 예속된 납품 중소 기업에 대한 도덕적 해이, 강압적 태도들 역시 제기될 때마다 언론에 의해 공장 노동자의 과도한 복지 혜택과 임금 상승 문제로 치환되는 경향이 있다.
이건 아주 간단한 전략이다. 즉 정부는 문제의 궁극적인 책임을 질 생각도 없으면서 그나마 안정적인 노동자 계층이 희희낙낙하는 듯한 모습을 비안정적인 노동자 계층에게 끊임없이 보여주고 주입시켜 줌으로써 노동자 계층을 분열시키고 있다. 즉 자신의 잘못을 치환시키고 비안정적 계층의 비난의 화살을 안정적 노동자로 돌린다.
일제 시대때 적극적인 친일파들을 중간에 세워 약간의 이익을 품에 안기고 이들을 통해 독립군들을 잔인하게 압박해 일제에 대한 비난을 일부 자국민에 대한 증오로 치환시킨 방법과 매우 유사한데, 이런 건 사실 식민지 통치나 자본주의 초기의 부르주아들이 했던 기본적인 전략 중 하나다.
가장 웃기는 일 중 하나는 역시나 안정적 계층의 노동자라고 할 수 있는 조중동의 언론인들이 이 문제를 신나게 대서 특필하고 있다는 점인데 첫번째는 이런 기사가 인기가 있기 때문일테고, 두번째는 언론사 자신들의 문제를 지적할 방법이 우리 사회 구조상으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은 시민들이 깨어 현 정부의 잘못된 활동, 언론의 잘못된 태도를 적극적으로 비판해야 한다. 그렇지만 적극적인 부익부 빈익빈 전략에 말려있는 시민들은 자기 몸 가누기도 점점 힘들어져 가고 그러므로 비판을 할 시간적 여유도 점점 사라져간다. 그리고 이런 전략들에 함께 춤을 추는 비안정적 계층도 점점 늘어간다. 우민화 정책은 이런 점에서 매우 지독하고 비인간적이고 극복해 내기가 힘들다.
만수가 대체 왜 저럴까, 명박이 대체 왜 저럴까 하고 질문을 하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 중 하나는 이런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은 결국 사회의 최상단부에 더욱 큰 이익을 보장해 준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대변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대변해 주는 사람을 뽑았다. 그들에게도 이익이고 우리에게도 이익인 정책도 있잖아 라는 질문은 그러므로 합당한 문제제기가 아니다.
나라가 망하면 걔네들도 망할 거 아냐라고 생각한다면 그저 순진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금칠한 방에 사는 사람들은 가난한 아프리카 국가의 독재자들과 독점 기업주들이다. 남미의 시민 경제는 몰락을 향해 달려가지만 일부의 독점 기업주들은 돈이 많아 주체를 할 수도 없는 지경이다. 그걸 먼저 깨달아야 한다.
9월 2일, 2008년. 미국도 엉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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