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30

앰네스티 보고서 / 연대를 기대한다

앰네스티의 무이코 조사관이 촛불 시위와 관련된 국내 인권 상황에 대해 조사하고 돌아갔다. 이에 대한 보고서가 몇 장 엠네스티 홈페이지에 올라와있고, 9월에 최종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1960년, 살라자르의 독재 체제하에 있던 포르투갈에서 두명의 대학생이 술집에서 자유를 위해 건배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다. 영국의 변호사 피터 베넨슨이 이에 대한 기사를 읽고 1961년 옵서버지에 '잊혀진 수인들'이라는 기고문을 내 정부의 탄압에 인권을 빼앗긴 사람들을 위한 행동이 필요함을 밝혔다. 그렇게 앰네스티가 탄생했다.

150여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는 앰네스티는 사실 행정 집행력이 있는 기관도 아니고 정부에 직접적으로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기관도 아니다. 그럼에도 앰네스티가 국제 사회의 신뢰를 얻는 이유는 명확한 보고서와 이에 대한 각 지부국들의 호응이다.

호응을 통해 연대를 만들어내고 그럼으로서 힘을 얻는다. 자기랑 별로 관계없어 보일지 모르는 먼 남의 나라 인권을 위한 조그만 행동들이 모여 궁극적으로 자신의 인권을 공권력으로 부터 보호받고 존중받게 된다. 연대는 이렇게 현실이 되고 실질적인 힘을 얻는다.

 

우리나라 정부는 보고서에 대해 앰네스티가 균형잡힌 시각을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을 했다. 이건 완전히 잘못된 반응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엠네스티가 지적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우리나라 공권력이 말하는 인권이라는게 국제 표준, 즉 세계 인권 선언과 여타의 인권 선언에서 밝힌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대고 균형과 정당한 법집행 운운하는건 애초에 말이 안된다.

콩고는 피그미족을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합법적으로 대량 학살했고, 우간다는 우출루 족을 공권력으로 합법적인 이유를 대며 대량 학살했다. 이 둘은 자기네 나라 법으로는 합법적인 행동을 했을지 몰라도 국제 인권 기준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있어서는 안되는 행동이라고 말하는 거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엄연히 우리의 헌법에, 그것도 허가제를 절대 금지한다고까지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부는 집회를 실질적으로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고 더구나 공권력의 무력을 동원해 강제로 해산시켰다. 앰네스티가 말하는 것은 이 국내적인 '합법'의 국제적인 '비합법'이다.

 

어쨋든 9월에 보고서가 발표된다. 아직은 어떤 내용이 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검경의 방해로 구속 수감자들과의 면담도 금지되었고 조사관의 스케줄도 계속 공개되어 제대로 된 조사를 방해받기 때문에 좋은 내용의 보고서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우리의 인권을 위해 세계 각국의 정부와 시민들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우리 나라의 인권 탄압이 비록 잠비아, 수단, 앙골라, 르완다, 동남 아시아의 몇개 국가, 북한과 비교할 만한 수준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이들과 달리 엄연히 세계 주류 시장에 포섭되어 있는 국가고 그러므로 우리같은 나라에서의 인권 탄압을 크게 다루어야 앞으로 소위 선진국에서 나올 수 있는 인권에 대한 탄압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미영독프 같은 주판알 열심히 두드리는 복잡한 나라들은 일단 제외하더라도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그 무엇보다도 중시한다고 맨날 떠드는 북유럽의 여러 국가들과 시민들이 과연 어떻게 이 문제를 다루고 대처하는지 유심히 지켜볼 생각이다. 실질적인 대안을 우리 정부에서 내놓을 때까지 대사를 소환하든, 우리 물품 불매 운동을 벌이든 열렬히 호응해 주겠다. 절대 가만히 있는 것만은 말아달라.

앰네스티를 통한 연대가 있었기에 우리 세계 시민들은 피노체트에 대해 사법적인 단죄를 할 수 있었다. 승리는 기억일 뿐만 아니라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미래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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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평화,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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