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26

so called 실용 파시즘

브리태니커 사전에 나와있는 파시즘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파시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국가의 절대 우위이고, 다른 특징들은 모두 여기에서 유래한다. 개인의 뜻을 굽혀 국가가 명시한 대로 국민의 통합된 뜻에 따르고 국가를 상징하는 보통은 카리스마적인 지도자에게 완전히 복종하는게 파시즘의 특징이다. 또한 군사적 가치관과 전투 및 정복을 찬양하고, 자유민주적 민주주의와 합리주의 및 부르주아적 가치관은 낮게 평가한다"


즉 파시즘은 국가의 절대 권력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리고 포퓰리즘에 기반하며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지도자가 강권 통치를 휘두른다.

히틀러를 생각해 보자. 1차 대전 패전으로 실의에 빠졌을 뿐만 아니라, 빚더미 속에서 슈퍼 인플레이션 상태에 빠져있는 독일 시민들에게 1등 국민 독일인, 1등 국가 독일을 주장하며 투표로 당선되었다.

그리고, 그 지지를 기반으로 나치와 다른 주장을 하는 시민들을 무력으로 탄압하였다. 이건 좀 잘못된거 아닌가 하는 주장은 다수 득표를 받은 히틀러에 의해, 그리고 그 득표를 등에 얻은 나치스에 의해 철저히 억압되었다.


신자유주의를 제국주의의 세련되고 교묘해진 현대판 버전으로 생각할 수 있듯이 이걸 지금 시국에 대입해 볼 수 있다.

이명박은 현 상황을 잃어버린 10년, 즉 환란 상태라고 규정지었다. 그리고 이 주장을 조중동이 서포트하면서 그는 실정으로부터 시민을 구원할 CEO형 지도자로 자신을 자리매김하고 그 이미지로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주장했던 한미 FTA와 시민 생활에 필수적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해 임기가 보장된 수도 없이 많은 단체장들에게 강제 사표를 받았고, 측근으로 교체시켰다. 그리고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 협상에(아마도, 틀림없이)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OK 사인을 해버렸다.

그리고 나더니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하기 시작했다. 아이도 연행하고, 기자도 연행하고, 할아버지도 연행하고, 국회의원도 연행했다. 그러면서 '법치'를 말하기 시작했다. 불법 과격 시위와 반정부 세력. 어청수를 청장으로둔 경찰은 이에 보란듯이 반응해 주고 있다.

3.1운동이 과격해 지면서, 일본 내에서도 식민지에 대한 가혹한 수탈에 반발한 전세계적인 합리적 민주주의 요구에 발 맞춰 많은 시민들이 민주화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소위 다이쇼 데모크라시가 찾아왔다. 우리나라에도 헌병 경찰이 사라지고 보통 경찰이 등장했다.

식민지를 다스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권을 소수의 시민들에게 뿌려주는 것이다. 권력과 돈을 쥔 소수는, 권력과 돈을 유지시키기 위해 동료 시민들을 억압한다. 지식인은 이론을 만들고, 권력자는 조직을 동원한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의 이름을 잔뜩 알고 있고, 그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잘 알고 있다. 식민지는 자기 분열되고 결국 자기들끼리 싸우게된다. 일제는 가만히 앉아 돈 몇푼, 권력 조금 던져주면 일제 편을 드는 우리 시민이 독립 운동하는 시민들을 잡으러 다닌다.

박정희 시대의 구사대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동작된다. 파업에 들어간 노동자들은 전경 등 외부에서의 외압과 프락치에 의한 내부 분열, 동료였던 사람들이 구사대로 변신해 가하는 폭력 앞에 노출된다. 지독한 과정이다.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되고 결국 지쳐간다. 외형적, 내형적 폭력이 결합된 시민 억압 방식은 전형적인 파시즘의 룰이다.

사실 이와 비슷한 일이 지금 이랜드 시위나 기륭전자 시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시니컬하지만 이건 현실이다. 생존권 투쟁은 이토록 가혹한 일이고, 어떤 인간에게 인권이란, 인간의 존엄이란 아무 의미 없는 레토릭일 뿐이다.

한때 러시아에 협력하다가 일본 협력으로 노선을 바꾼 이완용도 사실 생각해 보면 조선을 꽤나 위했던 사람이다. 그는 조선인이 잘 살기 위해선, 이대로는 절대 불가능하니 어딘가 큰 나라에 위탁해 나라를 발전 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조선'이라는 이름이 무의미한 이상 어디에 붙어있어도 여튼 잘 살면 그걸로 된 거였다.

그러므로 그는 자신 덕분에 제국의 시민이 된 조선인들이 자기를 을사 오적으로, 나라를 팔아먹은 파렴치범으로 모는걸 이해하지 못했고, 결국은 자기 말을 들은걸 감사하게 될거라고 믿고 있었다.

이건, 정당성 없이 대통령이 되었으니 민주화는 글렀고 그러므로 경제 성장으로 시민들의 지지를 받아야겠다고 마음 먹은 박정희나 전두환도 마찬가지였다. 여운형을 살해한 어떤 사람도, 김구를 살해한 어떤 사람도, 시위대를 잡겠다고 검정 테이프로 감싼 쇠파이프를 들고 뛰어들던 백골단원들도, 광주의 소요를 진압하겠다고 총검까지 꼽고 사돈반을 타고 광주로 향하던 공수부대원들도 어쩌면 자기가 한 일이 결국은 선이라고 믿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잘못된 믿음은 이토록 비열하고, 같은 시민으로서 고통스럽고, 모두를 괴롭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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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투표에 의해 선택된 이명박은, 다수의 표를 등에 업고 의견이 다른 자들을 경찰력으로 억압하고 있다. 민주주의 따위, 의견의 경청 따위, 조언 따위 아무것도 듣지 않는다. 자신이 틀림없이 옳고, 결국은 자신이 말한게 맞을거라고 시민들에게 주장하고, 듣지 않는 자들에게 잘못된 정보에 부화뇌동한다며 타박하고, 경찰을 동원해 진압해간다.

가장 괴로운 일은 이런 사람을 투표로 뽑았다는 몇개월밖에 안된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욱 괴로워하고, 잘못된 선택을 되돌리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긴 역사를 되돌아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잘못된 선택을 했고, 그 덕분에 얼마나 많은 고난이 있었는지 알고 있었으면서도 또 똑같은 짓을 해버리고 말았다.

이제,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 새로운 종류의 파쇼들을 우리의 역사에서 지워내야한다. 그것이 우리의 잘못을 속죄하고 후세들에게 적어도 나쁘지는 않은 나라를 넘겨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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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평화,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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