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19

'친일파'라는 명칭에 대하여

얼마 전에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에서 친일파 명단을 발표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있지만 근본으로 돌아가 친일파의 죄상을 알려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우리 나라와 우리 나라 시민들을 해하였고 생존을 위협했기 때문이고, 더불어 미래에 혹시나 비슷한 일이 생겼을때 자신의 이익만을 쫓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는 끝까지 쫓아가 벌 줄 것이다라는 걸 후세에 알리기 위함이다.

여기서 더 나가면 이익을 위해 평화를 버린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서다. 좋게 말해서 교훈이고 솔직히 말하면 딴 생각 품으면 죽는다 정도...

하지만 알다시피 지금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앞으로 이런 일이 생겼을때 자발적인 참여 말고, 이리 저리 주판알을 두드릴 사람들에게 독립 운동을 할 유인 같아 보이는 건 그다지 없지 않나 싶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식민지였었고, 그래서 일제 부역 세력에게 친일파라는 이름이 붙인다. 그렇지만 알다시피 일본은 지금 GDP도 우리보다 높고, 각종 공업도 발전한 나라다. 이유야 어떻게 생각하든 결과적으로 그렇다. 특히 튼튼한 중소 제조업 분야는 분명 배울 것이 많은 부분이다. 그와 더불어 그냥 옆나라인데 재밌는 것도 좀 많아 보이네 하는 사람들도 있다.

단어의 의미 측면에서 보면 일제 식민지 시절의 잔재는 청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배울 건 배워오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또는 문화 소비자라든가 그냥 뭐 있나 관심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친일파다. 일본 시민들과 환경이나 평화 연대를 꾸미는 사람들도 말하자면 일본과 친한 사람들이다.


문제는 여기서 물타기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갈길이 삼만리인데 친일파 처단이라니 무슨 소리냐는 말이 위에서는 나온다. 이 놈의 나라는 제국주의 시대에 한 몫 잡은 사람들이 열심히 재산과 권력을 뿔려놔서 이제는 어지간하면 따라잡기도 힘든 형편이 되어버렸다. 이 사람들이 친일파와 저 위의 친일파가 다른 사람들을 뜻하는데도 같이 뭉뚱그려 슬렁슬렁 넘어가버릴라고 하는 격이다.

물론 일본도 제국주의 청산에 완전히 성공한 나라는 아니다. 독일 같은 경우 네오 나치다 뭐다 해서 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주류 정치계, 문화계, 산업계에서는 발 붙일 자리가 사실 거의 없어 보이는데 일본은 그렇지 않다. 그러니 한때 정한파의 선두에 섰던 사람 손자가 수상도 하고 그러고 있다.

경제가 문제라고 식민지(혹은 그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곳)가 있어야 호황이 계속되는 제국주의 스타일의 자본주의 신봉자를 수상으로 올리다니 그것 참 말세다. 하긴 뭐 우리나라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으니 할 말은 없다. (참고 - 우석훈 교수의 촌놈들의 제국주의)

어쨋든 이런 애매한 단어 조합을 사용해 빌미를 제공하느니 이름을 좀 다듬는게 어떨까 싶다. 예를 들어 '일제 식민지 시절 반역자 명단'이라든가, '반 제국주의 복역자 처벌 운동'이라든가. 말이 좀 복잡해지기는 한데 그래도 이름을 명확히 해야 이용당하는 일이 없어진다.

반 제국주의에 좀 더 방점을 붙이면 일본에 남아있는 군국주의 세력 축출과도 연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못하고 있으면서 남의 나라보고 이러쿵 저러쿵 하기도 좀 그런 일이다. 그리고 총칼 대신 무역 보복과 경제 봉쇄를 무기로 하는 제국주의의 세련된 현대판이라고 할 수 있을 신 자유주의 반대 운동과도 연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쨋든 천상 이런 양반들 이미 늙어 죽어버린 사람도 많고 하니 형벌은 어려울 것 같고 당시 반민특위 자료라도 어케 구해다가 재산 몰수라든가, 이익 반환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 그거 가져다가 독립 운동했던 사람들 찾아다 연금이라도 좀 주게.



댓글 2개:

  1. 예전에 일 때문에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만난 적이 있었지요. 그들의 주거환경과
    자괴감 때문에..그 일 마치고서도 오랬동안
    마음이 어두웠었습니다.
    기운 내세요. 음, 이건 다른쪽 글에 쓰고
    싶었던 덧글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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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댓글 고맙습니다, 뭐 언젠가는 해결되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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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평화,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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