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복잡한 문제라 결론은 모르겠다. 대체적인 스킴에 대한 이야기만 한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평화 시위를 열망한다. 일제의 지독한 탄압으로 폭력 시위화 되긴 했지만 3.1운동도 비폭력 시위로 시작되었고, 87년 6월의 전단을 봐도 절대 비폭력 노선 견지를 외치고 있다. 남미나 아프리카처럼 내전화 되는 일은 거의 없고, 혹시 최류탄, 강력 진압이 동원되면 화염병, 돌로 맞서는 정도다. 거기까지 발전하기 이전에는 '대치'상황이 주로 나타난다.
본진으로 대규모로 모여있는 시위 집단이 있고, 최전선은 전경들과 대치한다. 그리고 혹시나 연행되거나 대열이 무너졌을때를 대비해 대체 인원들이 뒤에서 이를 서포트한다. 이 대치를 지속시키기 위해 스크럼을 짠다. 시위는 남자만 참여하거나, 여자만 참여하는건 아니기 때문에 남녀가 섞여서 스크럼을 짜는 상황에서 여러가지 문제가 생겨난다.
예를 들어 성희롱 (지금은 이 정도로 밀집되어있지는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은 없다, 그리고 이건 철저히 잘못된 개인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논쟁 가치는 별로 없다), 효율성 논쟁, 남녀 성역할 문제 등등이다. 이 문제에 대해 처음 들은건 거의 20여년일이고 그때 조금 고민해보다가 한동안 의식의 구석에 잠재되어있었는데, 요새 다시 스크럼을 짤 일들이 생기면서 의식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우선 효율성 문제.
시위는 목적은 '승리'하는 것이다. 전투의 측면에서 보자면 남자, 여자가 섞여있으면 힘의 차이 때문에 분명 효율성은 떨어진다. 이런건 나처럼 별로 힘 세보이지 않는 남성에게도 마찬가지다. 함께 싸울 수 있다면 물론 좋겠지만 전경들이 약한 쪽을 공략해 무너지면 그게 더 손해지 않냐는 생각이다. 더구나 전경들은 갖은 모욕적인 언어 폭력을 구사하며 상당히 악랄하게 공략한다.
그렇지만 다른 면에서 시위는 시민 의식을 모아 합리적인 의견을 전하는 과정이 중요한 일이다. 시위는 기존 질서에 대한 반발이고, 이때 발생할 수 있는 위법성이 정당화되기 위해선 과정의 명분이 중요하다. 그래야 관심없는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효율성보다 중요한건 참여의 평등함이다. 무너지는 일이 있을지 몰라도 함께 행동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발생하는게 성에 따른 역할 문제다. 분명 평균적으로 남자쪽이 힘은 더 세다. 시위는 어쩔 수 없이 폭력, 혹은 준폭력이라는 남성성을 동반하게 된다. 절대 비폭력을 외치지만 결정적 순간에 방어하지 않으면 결코 이길 수 없다.
방어적 민주주의라는게 있다. 히틀러는 1차 대전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독일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며 독일 국민들에 의해 선택받은 지도자였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집단도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투표에 의해 채택되었으므로 포섭할 수 있어야 한다는건 다만 레토릭에 지나지 않는다. 그 레토릭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우리는 자세히 알고 있다.
어쨋든 이런 몸싸움의 와중에 여전히 남아있는 유교적 가부장주의는 여성은 보호 대상이라는 관념을 만들고, 결론적으로 그곳에서 여성을 배제시키려는 욕구를 낳는다. 지금 등장하고있는 예비군 시위대를 예로 들 수 있다. 위험하니까 뒤로 물러서라라는 말이 서슴없이 나온다. 물론 여기에 수긍할 수도 있고, 수긍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저런건 남성이 해야되는 일이라면서 '주체적'으로 물러나는 일도 있다.
여기서 조금 더 나가면 생각은 아주 복잡해진다. 과연 성평등의 상태는 어떤 상태를 말하는가.
분리주의는 손쉬운 해답이긴 하지만, 재생산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구나 '배제'를 기본 테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나로서는 수긍할 수 없다. 조금 이해하기 힘들다.
출산을 제외한 나머지 역할의 동일성이라고 한다면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이건 남성도, 여성도 상당히 주체적으로 부지런하게 의식을 발전시켜야한다. 이상적인 상태를 말할때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걸 요구하는건 대부분 좋긴하지만 이루기가 힘들다. 끊임없는 사고의 확장을 요구하고 대의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요구한 공산주의는 그래서 실패했다.
남녀의 역할이 완전히 따로 적립된 상태라고 한다면, 그건 과정은 어떨지 몰라도 결과물은 유교적 가부장주의와 별다를게 없을 듯 하다.
사람의 생각은 다양하다. 그러므로 아마도 정답은 없다.
중요한건 배제시키지 않는 일이다. 시위 현장은 마초들이 구성시켜놓은 기존 구조물이 아니고, 민주주의의 장이다. 참여하기 위해 그곳에 온 것이지 구경하기 위해 그곳에 온건 아니다. 그러므로 스크럼에 힘을 보태고 싶은 여성이 참여시키는게 옳다. 위험하니까 뒤로 비키세요라는 말은 그다지 좋은 태도가 아니다. 어차피 판단은 자기가 하는 일이다.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뒤로 비킬테고, 이 정도면 해볼만하다 싶으면 버틸 것이다. 효율성은 아마 보완 방법이 있을거라 생각한다.
내 짧은 지식때문에, 참 어려운 문제다.
2008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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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 goo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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