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한대를 움직이는 모습을 보다가 어쩔 수 없이 돌아왔다. 나를 제약하는 일상 때문에 억울하지만 발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일상, 그놈의 일상. 그리고 지금, 인터넷 방송에서는 방금 전까지 내가 있던 그 자리에서 방패를 휘두르는 전경들의 모습이 보인다. RSS에 등록해 놓았던 BBC 뉴스 첫번째 칸에 실려있는 이 시위에 대한 사진을 본다.
민주주의에는 대가가 따른다. 대의 민주주의하에서, 그리고 아나키즘을 제외한 어떤 체계 안에서도 세상에는 지배 계층과 피지배계층이 있기 마련이다. 피지배계층이 뭔가 원하지만, 그것이 지배계층의 이익이 아니라면 '나라는 시민들의 것'이라는 허황된 레토릭들에도 불구하고 반항하고, 반발해야 얻어낼 수 있다. 그건 역사가 증명한다. 싸우지 않고선 빈 손 뿐이다. 그들은 대의를 쫓아 뭔가 내준 적도 없고, 마침내 어쩔 수 없이 내주게 될 상황이 와도 갖은 수사들로 우리를 현혹시킨다.
이 와중에 꼼짝도 안하고 투덜거리면서, 아니면 아예 그럴 의지도 능력도 가지지 않고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건지 관심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는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아니 오히려 그들이 다수다. 제 몸하나 까딱하기 싫으면서 권리는 줄기차게 주장하는 자들은 언제나 있다. 누군가 다쳐가면서, 죽어가면서 만들어낸 결과물들에 대고 감내놔라 팥내놔라 열심히도 챙겨먹는다.
수구 세력들은 진보 진영이나 정당한 시민들의 권리 의식들과 그나마 정면 대결이라도 하고 있지 ,이 민주주의의 프리라이더들은 변화의 시기엔 몸을 숙일 뿐이다. 뭔가 바뀌나 싶으면 재빨리 주판알을 튀기고 대세를 따른다.
이들을 원망하는건 아니다. 이들도 같은 나라에 사는 같은 시민이다. 우리의 점잖은 선조들은 일제 치하에서 '일본의 무신함을 피하려 안이하노라'라며 '자기를 책려하기에 급한 오인은 타의 원우를 가치 못하노라'는 때아닌 관용을 베풀었지만 이런 현학적인 단어들도 실로 아깝다.
이들을 책망하지는 못한다. TV로 폭력의 현장을 바라보며 히히덕 거리며, 폭력 앞에 노출되어있는 시민들에게 비폭력하라고, 그게 시민의 힘이라고 쉽게들 말한다. 질서 의식을 말하며 불법을 탓한다. 물론 이것은 지켜야할 것이고 이 시위의 진정한 힘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너희들이 할 말은 아니다. 그건 그 자리에 서있는 절박한 사람들 입에서나 나올 말이다. 이런 자들을 다 끌어다 단두대에 밀어넣은 로베스피에로는 실로 위인이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 뿐이다. 민주주의의 성과물들을 부산물들을 마음껏 받아 먹어도 좋다. 다만 지금하고 있는 일, 그거라도 열심히 해라. 제발 거기서라도 남의 성과물들을 탐내지 말고, 그곳의 불의에 정면으로 대항하고 너 자신의 이익과 권리를 위해 싸워라. 그리고 제발 방해라도 하지 말 것을 간절히 바란다.
2008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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