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13

6월 10일 이후.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이명박이 촛불 시위대의 말을 들을 것인가. 글쎄, 아마 안들을 것 같다. 특히 이게 지금 논의되고 있는 '비폭력'에 머무른다면 아마 절대 안들을거다. '비폭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경찰의 무장 해제 정도는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왠지 이런데는 사람들이 흥미가 없는거 같다. 모두들 자신이 만든 룰에 묶여 꼼짝도 못하는 형세다. 대체 뭐가 비폭력인거야.

사람들이 조중동을 쓰레기라고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너무나 무서워한다. 그들이 여론을 조작하면 우리는 필패할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는다. 적과 싸워야 하는데 이미 적을 무서워하고 있으니 게임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조중동을 완전히 청산시키기위해 나서야한다. 이런 기회는 금방 금방 찾아오지 않는다.

앞에서 아무리 재잘재잘 떠들어도 어이쿠 그렇구나 하고 물러나는 일은, 절대 없다. 100만명이 모여 앉아있어도 그들을 물러나게 할 전략이 없고 전술이 없으면, 그냥 야구장에 앉아서 관람하는 관객과 똑같다. 그냥 관객이 좀 많은 것 뿐이다. 그래서인지 요새 잔뜩 들어찬 시민들의 행렬을 보면 서 자꾸 월드컵이 떠오른다. 이게 기우였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

물론 이 시위가 확대 재생산 되기 위해선 논의와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간이 그 과정을 마냥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도 분명한 진실이다. 임계점에 닿았다 싶으면 내달리는게 정석이다.


정치적으로 이명박은 민주주의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다. 아니면 전혀 이해할 생각이 없다. 대통령 선거를 5년간 군림하는 왕 뽑는 행사쯤으로 생각하고 있는거 같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이게 좀 의심스러운데. 뭔가 크게 한몫 잡아보려고 일 벌리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몇조에 이르는 세금 환급, 100일 기념 사면, 군보호 지역 해제, 재산 환원 취소. 자기 돈 드는거 하나도 없이 남의 돈으로 어떻게 생색만 내보려고 하고 있다.

그러면서 영국, 유럽 등지에서도 하도 문제가 많이 생겨 이리 저리 재검토 해보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는 줄기차게 추진하고 있다. 자연 독점 기업, 국가 기간 산업들이 민영화 되면 엄청난 이익이 보장될게 뻔하다. 넓지도 않은 우리나라 그런 기업들을 사들일 수 있는 후보자들 다 그놈이 그놈들이다. 대통령 측근은 또 왜 이리 많은지.

(시민들은 2000억 넘게 쓰게 되겠지만) 국가는 2000억 아끼니 세금 낭비를 줄이는 일 아니냐는 발상이 대체 어떻게 나오게 되는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괄호는 왜 말 안하는데. 세금 두번만 아끼다간 사람들 초가 삼간 다 태워먹겠다.

시민들 다 거지되도 정부의 재정 적자 해소했다고 업적이랍시고 자랑할 사람이다. FTA하면 누가 제일 이익볼까. 대부분 이명박과 경영인 핫라인으로 연결된 수출 위주의 대기업들이다. 핫라인으로 연결된 철의 커넥션. 참으로 굳건하기도 하여라.


이명박의 오랜 기업인 생활이 증명하듯이 그는 철저한 실리주의자다. 촛불의 상징, 비폭력의 은유 그런거 전혀 못알아 듣는다. 알아 듣고 움직였을 사람이면 예전에 움직였고, 사실 아예 이런 일이 생기지도 않았다. 광화문, 효자동, 삼청동 모두 콘테이너로 틀어막고 청와대 처마 끝에 앉아 장마가 대체 언제쯤 오려나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할 이야기도 하나 없고, 들을 이야기도 하나 없다.

우리나라 헌법은 대통령이 직접 그만두지 않는다면 그 권한은 국회밖에 없다. 천상 국회를 압박해야한다. 여의도 가봐야 개회도 안했고 아무도 없긴 하지만 6월 10일에 명박산성이 세워져있고, 마침 청와대 가면 뭐하냐 알아듣지도 못한다는 회의론 대두도 있길래 난 당연히 행진이 국회로 향할 줄 알았다.

왜 안갔는지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아쉽다. 이명박 뒤에 숨어 상황만 좌시하고 있는 한나라당에게 너네들을 잊어버린게 아니라고 확실하게 각인시켜줄 기회였는데 그걸 그냥 날려먹었다. 실리주의자에게는 실리를 뺏는걸로 승부를 봐야한다. 100만명이 콘테이너 뒤에서 노래나 부르는 것보다 한나라당 출신 시장 한명 내리는게 정말로 훨씬 더 효과가 클 거다.


내각 사퇴론 이야기까지는 나왔는데 사실 실행되고 있는건 거의 없다. 그리고 또 박근혜 총리론 이야기가 나온다. 과연 그게 실행될까 의심스럽기는 하다. 알다시피 이명박은 한국 수구 우파 비주류다. CEO 이미지를 등에 업고 세계 경제가 어려운 타이밍을 잘 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의 실체를 이토록 못알아본 우리 시민들이 야속하지만 그건 이미 지난 일이고.

당선된 후 그가 기용한 인사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인맥 풀이 턱없이 좁고 그나마 엉망진창이다. 애초에 행정부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헌법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나라를 경영하는게 기업과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생각해 볼 필요도 없는 사람들만 잔뜩 들어차있다.

하지만 박근혜는 다르다. 그는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진 한국 수구 우파의 메인 스트림이다. 그들은 한 시절 나라를 꾸려나간 노하우를 가지고 있고 그러므로 훨씬 노련하다. 인맥 풀도 비교가 안된다. 지금처럼 아마츄어 냄새 풀풀 나게 정권을 꾸려갈 뜨내기들이 아니다. 이제 됐다 싶으면 이명박 따위 뒤도 안돌아보고 차버릴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에게 안방을 내주는건 자기 자리 찾기도 엄청나게 어려워 질거라는걸 아마 이명박도 알고 있을거다. 그래서 이 카드는 실현되기 어렵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지금 현재는 이명박의 카드라고는 버티기 뿐이다. 하지만 촛불 문화제한다고 자유발언 계속해봐야 5년 정도 아마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잠잠해지면 움직이고, 잠잠해지면 움직이고 하면서 실속 다 챙겨먹을거다.

정말로 후딱후딱 해치워 버려야한다. 느긋하게 앉아 우리 참 잘하지, 민주주의 만세 하면서 좋아하고 있을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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