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30

촛불 문화제의 진화

이 시위의 경과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비록 능력이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양상의 변화와 경찰 및 정부 대응의 변화를 생각해 보고 과연 어떻게 하면 이 시위에서 이길 수 있을까를 곰곰히 생각해 단상 정도로 이곳에 글을 남기곤 하고 있다. 그런데 상황의 급변함과 열린 지식의 숨가쁜 성장 덕분에 글을 올려놓고 하루만 지나도 적용이 어려운 옛날 이야기가 되버리곤 한다.

애초에 모두가 알고 있듯이 촛불 문화제는 위로 부터 기획된 시위가 아니라 어느날 문득 나타난 시위였다. 작금의 상황을 개탄하다 여기저기서 의견이 모이고 몇 안되는 사람들이 청계천 구석에, 동화 면세점 앞에 앉아 촛불을 키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시위가 대형화되면서 처음에는 다함께, 다음에는 대책위가 전반적인 리드를 담당하는 역할을 자처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완벽한 거리 민주주의로 작동해 순간적인 의사 판단, 광범위한 정보력으로 진행되던 시위는 그토록 거부하던 지보부와 마이크, 깃발의 등장으로 다시 예전 시위의 모습으로 복귀해 버렸다. 물론, 대체 목적이 뭔지 모르겠는 대책위의 나이브한 대응 방식과 마이크에서 울려퍼지는 대중을 괴리시키는 음악 소리에 사람들은 분노하고 좌절했다. 대중 운동에서 참여자를 소외시키는 이런 구태의연한 방식에 꽤 많은 사람들이 대책위가 뒤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무래도 마이크가 있는 곳에 모이기 마련이고 이건 불만이긴 하지만 일종의 주어진 조건으로 작동했다. 그렇지만 대책위가 뭘 하든 말든 처음 시위를 시작했던 일군의 사람들은 대책위 주변에서 전경차를 치우고, 전경과 대치하며 청와대 행진이라든가, 게릴라식 행진을 벌여왔다. 그러나 이런 식의 시위는, 특히나 비폭력을 명분에 걸어놓고 이런 식으로 일을 벌이면 당연히 많은 피해를 양산하고, 결국 사람들은 80년대 스타일의 사수대를 고려하게 된다. 이게 지금까지의 양상이다.

그런데, 이번 주말에 웃기는 일이 하나 생겼는데 거리 민주주의를 방해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여겼지만 도저히 치울 수 없었던 대책위와 마이크 차량을 경찰이 직접 치워버린거다. 지금까지 시위의 진화가 주로 내부적인 요인으로 이루어졌다면 이번에는 외부 요인에 의해 다시 한번 이루어지게 되었다.

어떻게 되었든 경찰, 혹은 현 정부 덕분에 이 시위는 한 달간의 지지부진함을 딛고 5월 31일로 복귀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블로그로 치면 5월 27일의 포스팅이다. (링크) 현 정부가 정말 멍청하다는게 이 사실로 다시 확인된다. 민주주의가 뭔지 전혀 모르고 있는 거다. 이 시위는 이제 산발적으로 퍼질 것이고, 하부에 의해 전체가 모습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거리에서 숨가쁘게 결정과 반성, 진화가 거듭될 것이다.

이런 방식의 시위는 분명 내게도 낯설기는 하다. 하지만 광화문을 지나 효자동과 삼청동에 진출했던, 청와대로 가는 골목 골목들에 시위대가 들어차고, 막히면 돌아가고 열려있으면 지나가며 전체가 유연하게 반응하던 바로 그날에 대책위도 다함께도 없었다는걸 우리 모두는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방식의 우월함과 파괴력을 믿는다. 물론 지금까지의 진행으로 보건데 사수대의 역할을 담당해야 할 필요성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건 어제 생각했던 그 사수대가 아니라 세포처럼 증식하며 함께 확장해 나가는 사수대가 될 것이다. 핏줄을 따라 온몸 구석구석을 마음껏 돌아다니는 적혈구와 백혈구의 집합. 바로 그것이다. 한 곳을 막으면 다른 곳으로 흘러갈테고, 다 막으면 한나라당이고 정부고 우리나라라는 몸 자체가 죽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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