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28

enough

근 한 달 동안 미뤄놓았던 영화를 봤고, 미뤄놓았던 음악을 들었다. 며칠은 집안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푸른 소금을 보면서 이젠 됐다 싶었다. 예상대로 꽤 한심했지만 푸른 소금 맨 마지막은 마치 꿈 같다. 그런 삶을 살고 있다면 아마도 기쁠 것이다. 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문득 이제는 됐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 정도 깜냥에 이 정도 보고, 듣고, 읽었으면 이제 충분하다. 별로 기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억울하지도 않다. 별로 자랑스럽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서럽지도 않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들은 물론 있지만, 앞으로 딱히 무슨 수가 있을 거 같지는 않다. 삶이 행복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고 말하는 자들은 믿지 않는다. 그렇다고 딱히 그들을 미워하거나 증오하는 건 아니다. 이런 삶이 있고, 저런 삶이 있다. 누구는 완주를 하고, 누구는 달렸지만 꼴등을 하고, 누구는 포기를 하고, 누구는 달리고 싶었지만 넘어진다. 다들 저마다 사연들이 있다. 누군가는 이 고통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원하고, 누군가는 이 고통 속에서 이제 편안해진다. 고통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자에게 행복을 기원하고 싶다, 그리고 고통 속에서 편안해진 자에겐 이제 원하는 걸 쥘 수 있을테니 함께 기뻐하겠다. 아무도 60억 모두의 사연을 챙길 수 없다. 한 동안 기도를 했다. 비록 종교 집회에 나가지는 않지만 어쨋든 한 번도 유신론자가 아닌 적은 없다. 무엇이든 답을 원했고, 확신을 하진 못하겠지만 아마도 답을 얻은 것 같다. 延期가 인생에서 의미를 가지는 때는 단 한 순간도 없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 편안하다. 이 글자들은 이윽고 剝製가 될 것이다. 당신 때문이 아닙니다. 걱정마세요.

댓글 2개:

  1. 어설프게 격려를 하고자 함은 아니지만... 저도 개인적으로 꽤나 힘든 시기를 2년 째 겪고 있는데, 기다리면 봄이 온다는 당연한 명제를 항상 새겨봅니다. 항상 글을 재밌게 보는 입장에서는 계속 쓰시는 글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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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매번 이런 거만 남겨서 죄송하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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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 변함, 위상

1. 아이언 렁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링크 ). 철 원통으로 몸을 감싸고 기계식 인공 호흡을 하도록 만드는 기계로 사람은 머리만 빼놓고 살게 된다. 소아마비 환자들이 들어가는 데 계속 거기에만 있는 건 아니고 건강이 좋을 때는 잠깐 씩이라도 나올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