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16

영화 음양사를 보다

요즘 제일 많이 하는 건 잠자는 거다. 잔다. 계속 잔다. 눈을 뜨면 신경질이 난다. 그러므로 다시 잔다. 가만히 있으니 배도 안고프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일어난다. 창문을 담요로 덮어놨는데 구석 한 부분만 비워놨다.

다 가려버렸더니 낮밤 없이 너무 컴컴해 그래도 빛이 좀 있어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딱 그 자리에 해가 들어온다. 얼굴이 따가워서 일어난다. 방이 비좁고 책상이 온통 들어서 있어 창문의 다른 자리를 비울 수도 없다. 뭐, 그 정도 수고야 감내하자.

창문의 빈 공간, 바로 그 자리는 무척 묘해서 보름달 때가 되면 달도 딱 그 자리에 들어 선다. 서늘한 달빛이 방에 드리운다. 달빛이라는 건 참으로 서늘한 색이다. 만약 꼬리가 있었으면 거대 원숭이로 변했을 지도 모르는데 라는 생각을 보름이 되는 15일 마다 한 번씩 꼭꼭 한다.

그리고 조금 걷기도 하고, 뭔가 먹기도 하고, 돌아다니기도 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보고, 버라이어티를 보고, 저번에 말한 쌓여있는 영화를 본다. 걷는 건 2km 정도가 평균이다. 그냥 걷는 거 말고, '걷는다'라는 명백한 인식 하에 이 정도다. 6.5km, 8km 짜리 계획들을 세우고 지도를 저장해 놓았지만 막상 걷다보면 아직 춥다. 그나마 좋아하는 일인데 추위가 무섭고 서럽다.

발도 시리다. 제 정신인 신발이 없다. 눈, 비, 바람, 추위 모두 그저 반긴다. 그래봐야 죽으러 갈 차비도 없는 판국에 이것도 감지덕지다.

트위터는 자다 잠시 깨어나서도 본다. 화장실에서도 보고, 밥 먹다가도 본다. 언어가 실종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뭔가 들리는 걸 갈구한다. 소리가 안되니 글자로라도 충족한다. 괜히 남의 대화에 끼어들었다가 후회하기도 하지만, 어차피 인생도 그러하다. 저번 주 내내 인터넷과 전화가 함께 끊겨버렸을 땐 한심하긴 해도 아예 포기하니 그것도 편안하지 않나 생각했었다. 여튼 하지만 그것도 그 때 뿐이었다.

그리고 버라이어티를 보고, 저번에 말했던 안 보고 남겨뒀던 영화를 본다. 이게 생각했던 것보다 양이 많다. 역시 5분 쯤 들으면, 풀 앨범이라해도 1시간 쯤 들으면 되는 음악과 다르다. 여하튼 음양사도 그 중 하나다. 음양사 2도 남아있다.

 

음양사는 원래 소설이고, 그게 만화화가 되었고, 다시 영화화가 되었다. 사실 이 방면으로는 공작왕 만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약간 소박하지만 음양사도 나쁘진 않다. 영화는 만화보다 별로였다. 세이메이도 이상하고, 히로마사도 이상하다. 이마이 에리코(스피드!)와 코이즈미 쿄쿄(오토코 노 코, 온나 노 코!)가 나오지만 고만고만하다.

다만 세이메이 역의 노무라 만사이가 66년 생인 건 조금 놀랐다. 그는 3살 때 아역으로 데뷔했고, 구로사와 아키라의 란에도 나왔단다. 1985년 영화니 20살인데 란의 어디에 나왔는지 기억이 전혀 없다. 생각난 김에 아키라 영화도 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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