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북한 철도 동영상이라는게 있길래 뭘까 싶어 다운 받아 봤다. Shinchosha(신조사)라는 로고가 계속 나오는 걸로 봐서는 일본 쪽에서 촬영한 영상 같다. 하지만 촬영도 워낙 못했고, 뭔가 완결된 분위기 자체가 아니다. 아주 깊게 들어가지는 않지만 북한 철도에 관심있는 열차 오타쿠에게는 나름 귀할 거 같은 영상이다.
총 30분 정도.
초반 1/3은 증기 기관차 하나와 디젤 열차 하나(열차 번호도 나온다)를 계속 보여준다. 앞도 보여주고, 옆도 보여주고, 석탄을 넣는 모습도 보여주고, 바퀴가 움직이는 모습도 보여준다. 역에서 찍은 영상이 많지만 달리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찍은 화면도 있다.
중반 1/3은 평양역에서 묘향산역까지 달리는 모습을 찍은 영상이다. 무척 투박한 열차 승객 시점으로 그냥 "열차를 타면서 밖에 보이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 그 자체다. 열차는 계속 가고 창문 너머로 일하는 사람들, 돌아다니는 사람들, 지나가는 트럭, 농촌, 도시, 산, 들이 펼쳐진다. 중간 중간 역을 지나칠 때는 자막으로(일본어다) 표시된다.
북한 철도 노선은 이렇게 생겼다. 만포선(순천~만포)이 묘향산역을 지나간다. 평양에서 순천까지는 평라선(평양~나선) 구간이고 순천부터는 만포선 구간이다. 만포선은 일제 시대 때 만주 침략을 위해 만들어진 노선인데 지금은 묘향산 관광용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1980년에 전 구간이 전철화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북부철길, 백두산청년선, 평라선 함흥에서 나선 구간이 무척 흥미가 간다. 개마 고원을 위쪽으로 지나는 만포에서 혜산 사이는 북한에서도 가장 취약한 교통 라인이라고 한다. 얼마 전 영하 39도를 찍었다는 삼지연도 저기 근처다. 예전에 옆집 사시던 할머니가 중강진 출신이라 그곳이 얼마나 추운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은 적이 있는데 중강진(찾아보니 지금은 중강군이란다)도 저기 근처다. 5번 국도가 원래 거제에서 중강진까지 가는 도로다(지금 우리나라 노선은 거제에서 철원까지).
철원 신탄리 역에 가면 경원선 철도 중단점이 있다. 경원선은 서울에서 원산까지 노선이다. 위 지도에서 고원 바로 위가 원산인데 고원~원산 구간은 원래 함경선(원산~청진) 구간이다. 북한이 들어선 다음 이름이 좀 바뀌어서 경원선은 함경선 고원~원산 부분과 합쳐 강원선이라고 부르고 있다. 세포역에서 아래로 내려가있는 선이 신탄리에서 연결되는 경원선 라인이다.
심심해서 찾아본 세포역.
여하튼 이 동영상은 약 15분 정도 그냥 바깥 풍경을 계속 보여준다. 헤드폰으로 소리 크게 틀어놓고 콜라 마시면서 멍하니 보고 있었는데 그거 참, 묘한 매력이 있다. 하지만 묘향산의 절경을 볼 수 있나 좀 기대했는데 산악 지대로 들어서면서 살짝 보이다가 열차는 역에 도착한다.
마지막 1/3은 평양의 대중 교통이다. 지하철이 잠깐 나오고, 두가지 종류의 전차가 다니는 모습이 나온다. 하나는 두 칸 짜리로 일반적인 용도인 거 같고, 또 하나는 관광용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다.
결론적으로 중간 1/3이 참 마음에 든다. 화장실에 다녀와도 아무 말 없이 기차는 계속 달리고 있다는게 아주 좋고 전반적으로 사람 목소리 따위 나오지도 않는다는 것도 좋다. 칙칙 폭폭 덜컹 덜컹하는 기차 소리를 좋아한다면 이 동영상은 그야말로 100점 짜리다. 30분 내내 그 소리만 나온다. 몇 명 모여 방에 불 꺼놓고 큰 화면으로 이걸 보면서 맥주나 마시면 왠지 행복할 거 같다.
말씀하신 영상을 좀 구할수 있을까 해서 염치없이 문의 드립니다. 가능하시다면 juhong10@nate.com 으로 포스팅좀 부탁드립니다.
답글삭제유튜브에도 올라와 있더라구요 http://www.youtube.com/watch?v=2uq5EXmUv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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