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 쯤에 토미네의 '완벽하지않아'를 읽었는데 오늘 문득 같은 출판사(세미콜론)에서 나온 윌슨이라는 만화가 보였다. 미국 만화 시리즈를 낼 생각인건가? 여하튼 책의 크기도 같고, 두께도 비슷하다.
토미네는 읽고 나서 이야기를 안 했으니 잠깐 덧붙이자면 벤-미코 / 앨리스의 이야기다. 여하튼 아주 간단히 요약하자면 벤이 애인, 친구 등등 모든 걸 다 잃고 마는 과정. 전반적으로 미국 타입의 시니컬이 가득 들어있는데 그런 만큼 허망하다.
윌슨은 데니얼 클로즈라는 만화가의 작품.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윌슨이다) 시니컬을 넘어서 말이 못됐다. 거의 아무한테나 말 걸고 욕하는 1호선 방랑자 할아버지 마인드인데 그런 만큼 허망의 크기는 더 크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생각난 이야기 : 한때 공공 도서관에 다녔는데(동대문) 시설이 별로 좋지 않은 공공 도서관이라는 곳은 정말 이런 곳이 세상에 있는가 싶을 정도로 이상한 기운이 감돌고 사람들도 어딘가 삐툴어져있다. 물론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하튼 그 속에서 나도 함께 이상한 기운을 뿜어내고 함께 삐툴어졌다.
대체 왜 여기 와 있는지 모르겠는 사람들이 물론 꽤 있는데 어떤 젊은 산발의 청년이 자리를 넓게 차지하고(이런 분들의 특징), 바랜 빛의 두터운 재질의 검정 베낭을 옆에 두고 뭔가 알 수 없는 옛날 책들을 보고 있었다. 가끔 시끄러운 말 소리를 내고 그러면 사람들의 얼굴이 잠깐 열람실 책상 위로 올라왔다가 다시 사라지는 패턴의 반복.
화장실에 갔다가 그 청년이 변기가 있는 칸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난 양치를 하고 있었다. 조금있다가 정말 서럽게 우는 소리가 나면서 그 청년은 엄마를 찾으며 죄송하다는 말을 연신 반복했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나오더니 다시 민폐형 도서관 청년으로 변신.
뭔가 저러면 쓰나 싶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이해가 갔다고나 할까... 윌슨을 보는 기분이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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