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10

2012 지리산 여수

1. GPS를 기반으로 장소 도착할 때마다 찍어놓는 게 귀찮아서 포스퀘어를 기반으로 했더니 배치가 좀 이상해졌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후배 자동차의 시가잭 휴즈가 고장이 났고, 덕분에 전화기 충전을 할 수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배터리가 13% 남아있었고, 사진 몇 장 찍고 나니 꺼져버렸다.

다음 번 충전은 성삼재에 있는 카페 베네. 의자가 없는 테이크 아웃 점이라 기대했던 아이맥은 없었지만 커피를 마시면서 충전을 부탁했는데, 다행히 일하고 있던 두 청년 중 한 명이 아이폰 유저라 충전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몇 분 있을 수 없었기 때문에 포스퀘어를 찍고, 사진을 하나 찍고 메시지에 답장을 보내다가 다시 꺼졌다.

그러고는 여수에 들어가서야 이마트 앞 카센터에서 휴즈를 고쳤고 충전이 가능해졌다. 덕분에 사진을 찍고, 포스퀘어를 체크하는 등 정작 필요할 때는 배터리가 3%~꺼짐 사이를 맴돌다가 집에 오는 동안에는 완충까지 올라갔다. 지하철에서 트위터는 볼 수 있었다.

 

2. 2008년 여수에 간 적이 있고, 그때 서대회를 먹었었다. 이건 집에와서 컴퓨터로 찾아낸 기록이 내게 보여주는 자료다. 하지만 막상 그 자리에서는 언제 여수에 갔었는지, 서대회를 먹은 게 순천인지 여수인지 통영인지, 겨우겨우 여수라는 기억이 떠올랐을 때는 당시 먹었던 집이 어디인지(상당히 맛있었다) 도무지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기록 체계의 문제점에 대해 생각했다. 정리를 좀 다시 해야겠다.

 

3. 여수 아쿠아리움을 갔다. 1인 20,500원. 수족관이라는 사실에 흥분했지만 솔직히 사정상 약간 무리였다.

어쨌든 사람이 거의 없던 4층의 벨루가 수조 위 쪽에서 멍하니 물을 들여다 보고 있는데 갑자기 하얀 그림자가 다가오더니 벨루가 한 마리가 붕하고 떠올랐다(얘네는 점프는 하지 못한다).

살짝 무서웠지만(-_-) 계속 다시 떠오르길래 나도 귀엽다 귀엽다 하며 머리를 계속 툭툭 쳐줬다. 살이 딴딴할 줄 알았는데 스폰지처럼 푹신푹신하다. 하는 행동이 강아지같다. 사람을 좋아하고, 잠깐이라도 만져주고 애정을 주면 기뻐한다. 얘네는 정말 물고기가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벨루가 생태 설명할 때 파트너인 사육사를 대하는 모습은 정말 애정을 갈구하며 주인에게 안기고 싶어하는 강아지의 모습과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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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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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전리에서 구례까지 861번 지방도. 이 길은 멋지다. 특히 성삼재까지의 급하게 솟은 산 사이로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는 도로 위에 빽빽하게 들어찬 숲은 넋을 잃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잠시 쉬려고 내려선 곳에선 바람소리와 물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좋아하는 도로들인 평창에서 정선으로 넘어가는 42번 국도의 드라마틱함이나, 묵호에서 울진까지 7번 국도의 고즈넉함이나, 태백에서 포항까지 31번 국도의 터프함과는 또 다르다. 지리산이란 이런 것이다를 눈부시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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