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V를 잔뜩 봤다.
2. 불후의 명곡을 몇 편 봤는데 느낀 점 중 하나는 요즘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 부르는 스타일이 오디오로 비유하자면 출력이 작아졌고, 하지만 디테일은 풍부해졌다는 사실이다. 테크닉 적인 면에서 꽤 훌륭하고 그걸 통해 꽤 많은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아웃풋 자체의 한계로 답답함을 느낀다. 더구나 소리가 말하자면 틔어있지 않다. 처음에 몇 곡 들으면서 저 아이는 소리가 꽤 답답하네라고 생각했었는데 문득 모두 다 그런 다는 걸 알았고, 그게 말하자면 요즘 보컬 스타일의 추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면서 너무 인상 깊어서 미래에 과연 어떤 보컬리스트가 될까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사람은 솔직히 없고 아주 괜찮았던 건 시스타의 효린과 엠블랙의 지오. 특히 효린은 실력 뭐 이런 것도 괜찮지만 그런 걸 떠나 엔터테이너로서 그 흥겨움이 가히 최고다. 그것만 가지고도 그의 노래를 들어 볼 가치가 있다.
효린의 노래를 보면서 역시 미국 진출을 하고 싶다면 보아나 원더걸스, 임정희보다는 시스타라는 내 생각에 어느 정도 맞지 않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미국이라는 데는 아무리 생각해도 도전과 극복의 다큐멘터리보다 으헤헤헤 웃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3. 키스 앤 크라이도 우연히 봤다가 통으로 다 봐버렸다. 다 본 건 아니고 관심있는 두 커플 김병만 조와 크리스탈 조.
김병만은 달인 코미디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그것 뿐만 아니라 개콘 자체를 거의 안보기 때문에) 잘 몰랐는데(물론 하도 이야기가 많이 나오니까 소문은 듣고 있었다) 이번에 처음 자세히 봤다.
이 사람은 생긴 거, 키, 표정 등등 이 모든 것들이 그의 노력과 결합되면서 이상한 감동이 만들어진다. 어쨋든 대단하다. 파트너인 이수경 과의 퍼포먼스가 3번 있었는데 셋 다 구성도 꽤 좋고 파트너십도 좋다.
피겨의 세계는 잘 모르지만 춤이나 패션 이런 걸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라인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스탠스, 발란스, 라인. 여튼 사람이 서 있을 때 만들어지는 멋진 라인.
그런 점에서 크리스탈은 발군이다. 뭘 해도 멋지게 보이고, 테크닉의 부족을 연기로 채워 넣는데 또 매우 잘 한다.
이런 모습으로 스르륵 미끄러지는 모습은 정말로 너무 멋지다. 캡쳐는 김병만 이수경의 탱고. 크리스탈 쪽도 멋진 게 있었는데 장면이 너무 빨라서 캡쳐는 못했다.
4. 키스 앤 크라이, 나가수, 불후의 명곡 이런 것들은 오디션 프로그램과 약간 다르게 프로훼셔널들이 나와서 경쟁하는 프로다. 키앤크는 주 종목이 아니라는 점에서 약간 다르지만 피겨의 테크닉보다 어떤 연기를 하는지, 어떤 구성을 만들어가는 지는 그들의 주 종목이라 유심히 보게 된다.
이렇게 프로들을 맞대결을 시켜버리면 이상한 현상들이 잔뜩 생겨난다. 재능, 노력, 극복, 마이웨이, 경쟁과 그로부터 받는 영향. 자기색으로 승부하는 프로의 세상이므로 마이 웨이를 굳건히 밀고 나가야 하고, 또 그 와중에 그렇게 밀고 가는 타인을 보며 흡수하든지 극복되든지 먹혀버리든지 하는 과정이 생긴다. 이런 건 좋은 영향을 만들 수도 있지만 차칫 매우 위험해 질 수도 있다.
가만히 보면 장혜진은 박정현에게, 손담비는 크리스탈에게 억눌려있다. 그리고 차오름도 이동훈을 극복하기 위해 절차부심하고 있는데 잘 안풀리고 있다. 스타일이 다른데 상대방의 압도적인 재능을 마주하면 사실 많이 곤란해진다.
표가 어떻게 나오든 장혜진은 그걸 - 박정현 및 다른 가수들의 캐릭터 - 넘어서는 게 중요하다. 뭔가 흔들리고 있는 듯 해서 팬으로서 무척 안타깝다. 장혜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만 가지고도 충분히 최고다. 다행히 이번 주 나가수에서 장혜진은 그 억눌림을 극복할 실마리를 잡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손담비와 차오름은 어떤 식으로 극복의 실마리를 찾을 지 궁금하다. 일단은 굳이 승점에 연연하지 않고 그 압박감을 떨치고 즐거움을 찾는게 우선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5. 탑밴드라는 방송이 있다. 아마츄어 밴드들 중에 가능성이 좀 보이는 팀을 뽑아다가 위탄처럼 멘토(신대철, 정원영, 남궁연, 체리필터, 노브레인 등등)가 조언을 좀 하고 그런 식으로 올라가 최종 탑밴드를 뽑는 오디션 방송이다.
좀 이상한 게 1등 하면 TV와 홈시어터 세트를 준단다. 탑밴드 1등하는데 왜 TV와 홈시어터를 주는걸까. 차라리 공연다니라고 다마스라도 한 대 주는 게 낫지 않나.
이 방송은 솔직히 재미없다. 개인적으로 아마츄어가 나오는 방송은 거의 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튼 어쩌다 봤는데 눈에 띄는 팀이 몇 개 있기는 했다.
우선 드럼-기타 2인 체제인 모 그룹. 이름을 잊어버렸다. 멤버가 둘 밖에 없는데 소리의 덴서티가 무척 높아서 놀랐다.
그리고 POE. 이 밴드 역시 여성 보컬(건반)에 드럼, 베이스 3인이라는 변태적 체제다. 그런데 소리는 무척 하드하다. 여자 보컬이 능력이 출중한데 음악을 거의 끌고 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그걸 더욱 두드러지게 들리도록 하는 리듬 라인도 상당히 괜찮다. 이 팀은 풀 음반이 나오면 한번 들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게이트 플라워스. 이 팀은 개인적으로는 이제는 그닥 관심이 떨어진 음악을 하긴 하는데(말하자면 정통 롹) 워낙 잘한다. 정말 잘한다. 특히 기타-베이스 콤보는 발군이다. 졸면서 듣고 있다가 이건 뭐야 하며 눈을 번쩍 떴다. 요즘 졸면서 보다가 눈을 번쩍 뜬거는 무한도전 서해안 대로 가요제 특집에서 정형돈 정도 밖에 없었다.
이 중 POE에 대해서 체리필터가 약간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 간추리자면 너무 천재같은데, 그래서 뭘 하는 건지 못 알아듣겠다, 좀 더 대중적인 목소리를 듣고 싶다 뭐 이런 이야기. 글쎄, POE가 과연 천재적인가의 문제는 차치하고(지금까지의 상태에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거야 말로 재능과 개성, 락시장 안에서의 유니크한 포지셔닝을 갉아먹고 하향 평준화되라는 의견이 아닌가 싶다.
대체 왜 이런 의견을 가진 사람이 멘토 한다고 와서 앉아있는 건지 모르겠다. 평론가가 그렇게 말하는 거면 몰라도, 천재성이 보인다고 생각하면 그걸 키워줄 방법을 찾아야지(직접 하든지 남을 소개해 주든지) 없앨 궁리부터 하고 있다니 이런 생각이 머리에 박혀있다는 사실 자체를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자신이 가르킬 능력 안된다거나 흥미가 없거나 못알아 듣겠으면 그냥 저는 안되겠네요 하면 되는 거지(남궁연은 그렇게 했다) 이건 또 무슨 오지랖일까. 이런 의견에는 물론 체리필터의 음악에 흥미가 전혀 없는 내 취향도 약간 영향을 미쳤다.
5. Miss A의 새 싱글 Good-bye Baby는 약간 실망스럽다. 곡도 Love Alone에 비해 그냥 그렇고, M/V도 이해가 잘 안가고(김남진 뭐하는 거야), 특유의 발랄함도 확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멤버들은 분명히 일취월장하고 있다. 한번 들어보고 싶다면
http://youtu.be/EYKO1za5mX0
6. 요즘은 Shakira가 좋다. 여름에는 Shaki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