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놀음이니 정교한 근거 같은 게 있으면 나도 좋겠고, 읽는 분들도 좋겠지만 그런 건 일절 없다. 예전에 예능과 코미디 시청률에 급한 관심이 일어나 미국이나 일본 쪽을 대충 훑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보고 느낀 순전한 감.
내 생각에 우수한 예능 방송의 사회적 적정 시청률은 15%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걸 기준으로 아주 잘 만들어진 1위 방송은 18%정도, 20%가 넘으면 세월을 떠나 회자될 전설, 12% 정도면 유지 가능한 수준. 물론 실험적인 방송도 있어야 나중에 응용 재생산될 테기 때문에 꼭 시청률이 방송 존망의 잣대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MBC에서 웃으면 복이 와요를 두고 잘못 생각한 점은 그 방송에 나오는 코미디언들을 발전시켜 다양한 MBC의 버라이어티에서 재활용할 수단을 찾았어야 하는데, 그냥 방송 하나만 가지고 평가한 거 같아서 조금 아쉬웠었다. 물론 그거 말도 다른 이유들도 있었겠지만.
어쨋든 일주일에 한 3개쯤 존재할 A급 예능 방송의 평균적인 시청률이 15%보다 높으면 그 사회는 바깥에 재미있는 일이 너무 없거나, 삶에서 즐거움을 느낄 만한 구석이 너무 없어서 할 수 없이 TV나 보면서 웃어야 사람이 너무 많다는 뜻이다.
그리고 15%보다 낮으면 그 사회는 이미 너무 시끄럽고, 요란하고, 뭔가 시급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어서 TV 따위는 볼 틈이 없는 지경이라는 뜻이다. 물론 다이나믹하고 역동적인 사회도 좋지만 그것도 어지간해야지 문제가 생기면 후다닥 고쳐가며 나아가야 한다. 사람이 역동적이려면 사회가 스테이블해야 한다. 발판이 튼튼해야 사람들이 마구 뛰어다니지.
어쨋든 밖에서 노는 게 더 좋은 사람은 나가서 놀고, 운동이 좋은 사람은 뛰어다니고, 여행이 좋은 사람은 어딘가로 나가고, 취미 활동이 있는 사람들은 모임이나 혼자 그걸 하고 있고, 사교 활동을 위해 약속도 잡고, 영화도 보러가고, 음악 전시회도 보러가고, 바쁜 사람은 일 하고, 또 다른 거 보는 사람들은 그거 보고 15% 정도를 유지하면 나름 그 사회는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탄탄하게 굴러가는 게 아닐까 싶다.
매주 다르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1박 2일이 보통 30% 정도 나오고, 무한도전, 남자의 자격, 황금어장, 놀러와 같은게 20% 안팎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말은 바깥 사회가 그다지 재미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예능 방송을 보고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