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28

러닝 스루 더 리버사이드

가장 최근의 달리기는 딱 일주일 전이다. 4.47km를 달렸다. 그리고는 계속 비다. 그 전에도 계속 비다.

사실 달리기따위 못한다고 투덜거릴 상황이 아니다. 비가 너무 왔고, 산이 무너졌고, 하천이 범람하고, 사람이 죽었다. 내 블로그 친구 한 명도 강아지 5마리를 데리고 교회로 피신해있다는 포스팅을 올렸다. 그러므로 그냥 이렇게 조용히 말한다.

 

89년인가 90년인가 수해를 당한 적이 있다. 딱 한 번 뿐이었으므로 그나마 다행인 인생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집에 가는 길에 허리까지 차올라 있던 물을 헤치고 들어갔고 그날 밤 집에 물이 들어왔다. 계단을 한 칸씩 한 칸씩 잠식하듯 올라왔고, 그걸 별 뾰족한 수도 없이 보고만 있었다. 잠실이었고 건물의 3층이었다.

다음 날 아침에 해병대 보트가 베란다 앞에 섰고 나는 그걸 타고 학교를 갔었다. 그때 성문 종합 영어가 떠내려갔는데, 지금까지 영어에 그다지 자신이 없는 건 그 떠내가는 모습을 본 트라우마 때문이 아닌가 혼자 생각하고 있다. 최면 같은 걸로 그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지우고 싶다. 그거 말고도 지우고 싶은 게 잔뜩 있기는 하지만.

오후에 집에 돌아올 때는 물이 다 빠져있었고 대신 석유류 원료를 쓰던 아파트에서 기어나온 시커먼 덩어리들에서 냄새가 진동을 했다. 지금도 기억을 떠올리면 그 냄새가 난다. 갑작스럽게 닥친 것도 아니고 스물스물 밀려올라왔고, 산이 무너진 것도 아니었지만 끔찍했다.

 

어쨋든 간만에 스트레스를 풀 수단을 찾았는데 못하고 있으니 좋지가 않다. 그래서인지 계속 뭔가를 먹는다. KFC, 롯데리아, 코스트코, GS25, 세븐일레븐, 홈플러스, 맥도날드. 계속 어딘가를 들른다. 조막만한 예산은 일찌감치 빵꾸가 났다. 다음 달 초부터는 꼼짝 안하고 방에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한다.

멍하니 노래를 듣는다. 달리기할 때 들을려고 챙겨놓은 재생목록이다. 달리면서 듣다가 이상하면 빼고, 괜찮아보이는 건 집어넣고 그런 식으로 만들어가고 있는데 아직 완성판은 아니다.

Love Alone - 미스에이
아이(Love) - 에프엑스
Bubble Pop! - 현아
Heart to Heart - 포미닛
미스터 - 카라
Who will Survive in America - Kanye West
Run - 리쌍 feat. YB
Hate You - 2NE1
Hot Summer - 에프엑스
NU ABO - 에프엑스
Best Thing I Never Had - Beyonce
Go Away - 2NE1
Pretty Girl(Rock Version) - 카라
Kiss - 산다라 feat. CL
Tonight - 빅뱅
No.1 - 시크릿
Grand Final - 리쌍 feat. 정인, 날유
UGLY - 2NE1

이렇게 18곡이다. 오늘 추가한 곡이 두 개나 된다. 지금도 비가 자비란 없다는 기세로 내리고 있다. 이제 그만 그쳐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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