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16

낙서

언제까지 이렇게 떠들까를 생각했다. 기억을 따라 올라가면 한 20년은 이렇게 부유하는 잡담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계속 도구는 바뀌었다. 일기장에, 낙서장에, 메모장에, 커뮤니티에, 블로그에. 어느 시점인가가 되면 끝나겠지, 그러면 좀 더 유용하고 소중한 이야기에만 힘을 쏟게 되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이대로 계속되고 있다. 죽는 날까지 이러는 거 아닐까 생각하면 약간 겁이 난다. 그런 삶 따위를 살고 싶지 않다.

오늘은 종일 뭉크를 들었다. 리버사이드에서 나온 열 몇 장짜리 컴플리트 컬렉션을 몽땅 아이팟에 집어넣고 순서대로 돌린다. 리버사이드 시절의 뭉크는 어딘가 뭉크같지 않다. 어쨋든 볼륨을 끝까지 올렸지만 역시 부족하다. 악기란 원래 공기와 몸을 울리는 기계다. 귀 속에서 아무리 재잘거리며 웅장한 척을 해도, 결국은 시시하다.

몇 개인가 재미있을 거 같은 내용이 보이길래 블로그에 포스팅도 했다. 커피도 마셨다. 큰 컵에 인스턴트 3스푼, 큰 컵에 2스푼, 작은 컵에 4스푼, 작은 컵에 2스푼 이런 저런 조합을 시도했다.

그러는 동안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좋아졌다가, 약간 흥분했다가, 조마조마해졌다가, 우울해졌다가 기분은 알아서 자기 할 일을 했다. 우울해졌다가가 밥을 먹었다와 겹치는 바람에 채했다. 가스활명수를 두 병 사다가 하나씩 마시고 몇 십분 쯤을 걸었다. 더워서 소화가 되기도 전에 길거리에 꼬꾸라질 판이라 그냥 돌아왔다.

코는 훨씬 더 부어올랐다. 열이 나서 그런지 살도 벗겨진다. 참 오래간 만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듯. 이렇게 또 하루가 끝이 났나보다. 오늘도 세상에 별 일은 없어보이지만, 혼자 지치도록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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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 시합,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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