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12

20120411 총선이 끝났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할 정도로 득도 수준의 달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도 겸해서. 올해 예정된 두개의 큰 정치 이벤트 중 하나가 지나갔다.

오랫동안 진보 정당의 지지자로 살아오면서 깨달은 사실 중 하나는 세상은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는 다는 거다. 이건 당연한 사실인데 이걸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것과 현실로 마주하는 거에는 차이가 있다. 사람마다 다를 지는 모르겠는데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 흥분에 휩싸인 적도 있고, 많이 절망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문자 그대로 세상은 하루 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주 오랫동안 정말 열심히 해야 조금이나마 변한다. 공들여 쌓아도 무슨 일 하나면 툭 하고 사라진다. 옛날 사람들이 막 죽어가면서도 괜히 혁명을 일으킨 게 아니다. 몇 백년 씩 기다리다 결국 참지 못한 거다.

군사 정권 시절에 독재나 부조리에 맞서 싸우던 분들은 지금도 그 비슷한 것들에 분노하며 여전히 싸우고 계신다. 아주 조금씩 변해가는 것들도 있지만, 되돌아보면 거의 패배만 경험하셨을 분들이다. 선거고, 시위고, 투쟁이고 거의 모두 진다. 맞기도 하고, 잡혀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자리에들 계시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다. 사람이 계속 지기만 하면 주눅이 든다. 지겨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그 바닥에 있던 이재오나 김문수가 항로를 옮기고나서 맛보았을 희열이 과연 어느 정도였을지 대충이지만 짐작도 간다.

 

어쨋든 오래 걸린다. 선거라는 거에 대해 진보 정당 지지자로서 이렇게 되면 좋겠다하는 소박한 개인적인 바램은 가지게 된다. 그리고 약간 거대한 측면의 바램도 들어간다. 이번에는 개인적으로는 여소야대 정국 정도 만들어지면 대성공이라고 생각했고, 어려울 거 같기는 하지만 진보신당 3% 득표 하면 좋겠다 정도 생각했다. 현실적으로는 2% 득표로 정당 유지 정도가 목표.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선거라는 건 기대를 실현시키는 장이 아니라 현실의 디테일을 확인하는 정도의 이벤트다. 그 사실을 명심해야 엄한 곳 붙잡고 탓하는 사태가 생기지 않는다. 딱히 거대 정당이나 기업들 처럼 고급 정보의 소스를 가지고 있지 않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선거 결과를 보여주는 긴 화면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미세 튜닝할 재료가 되어준다. 괴리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 정도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SBS 개표 방송을 보는데 서울 투표소별 개표 결과를 보여주는 화면이 나왔다. 지역을 따라 개표 결과가 갈리고, 또 지역구 안에서도 동네에 따라 개표 결과가 갈린다. 따지고 보면 이유가 떠오른다. 그게 보여주는 건 앞으로 선거의 현 지역 구도가 청산되고 나면, 이번에는 경제적 지역 구도가 형성될 거라는 점이다. 선거구 확정이라는 마술은 더욱 매우 디테일한 다툼이 될 것이다.

여튼 총선이 이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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