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웨이츠의 Rain Dogs를 오늘 열심히 들었다. 1985년 음반으로 톰 웨이츠의 9번째 스튜디오 음반. 이 음반의 가장 훌륭한 점은 캐릭터가 명확하다는 거다.
요즘에는 사실 예전처럼 음반을 막 외우면서 듣지 않아서 뭐가 뭔지도 모르고 듣는 일이 일쑤다. 하지만 톰 웨이츠 음반은 아이팟에서 랜덤 플레이로 듣다가도 첫 음만 딱 들려도 '아, 톰 웨이츠인가 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녹음, 악기 소리들, 노래들, 심지어 곡 사이의 공백마저 구석구석이 혼연 일체가 되어 Rain Dogs라는 음반의 전체 관념에 이바지한다. 원래 그래야 되는 거긴 하지만, 이런 식의 충실함은 꽤 마음에 든다.
언제부터 제목에다 날짜를 이렇게 열심히 썼지 하고 뒤적거려보니까 3월 11일이다. 그 전에도 종종 사용하긴 했는데 3월 11일부터 빈도가 확 늘었다.
3월 11일에는 굴을 파고 있는 사람의 그림과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계속 생각하며 굴을 판다'라고 써놨다. 당시에 트위터 프로필도, 아무도 안 보는 종류지만, 같은 문장으로 바꿨었다. 크게 마음에 들지도 않았고, 한 번만 더 꼬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생각에 그렇게 여유가 있질 않았다. 그저 뭔가 메시지를 써 놓고 싶다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급했던 성질이 습관과 훈련으로 많이 누그러져 한 동안은(아마도 2000년 정도부터 2011년까지 만난 사람들) '느리고 여유있는 사람'이라는 이야기까지 들었었는데 리셋되었다. 말도 급해지고, 맘도 급해지고 있다. 나로서는 매우 좋지 않은 신호라는 걸 알지만, 그때 그때 의식할 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려 콘트롤하지 않는 한 바로 무너진다. 쥬이 데샤넬의 SNL 비디오를 보면서 연습해봐도 그다지 효과는 없다.
가능한 아웅다웅하지 않고, 마음 상하지 않고, 마냥 좋은 생각만 하면서, 세상으로부터 위로하고 위로받으면서, 하하호호 즐겁게 살고 싶지만 역시 어려운 일인가보다.
아무리 집중해도 나로서는 아이폰 3gs로 찍은 야경 사진은 여기까지.
강아지를 데리고 옥상에 올라갔더니 나와 후레시를 보고 짖는다. 얼굴이 안 보이는데 뭔가 움직이며 깜빡거려서 그런가 보다. 개는 후각이 발달해있고, 눈은 난시인가 근시인가여서 서포트만 할 뿐 별로 유용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데,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함께 살았던 개들은 대부분 시각 중심이 아니었나 싶다. 바로 뒤통수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억지로 고개를 돌려 확인을 해야 마음을 놓는다.
낮에 문래동에 갔다가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면서 한강을 건넜다. 4월과 5월은 근거리/원거리 모두 공기가 뿌옇기만 해서 별로 좋아하질 않는데 오늘은 적어도 근거리 공기는 무척 좋았다. 선명하다. 꽃도, 풀도, 물도, 하늘도, 사람도 모두 선명하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가보다. 한강 둔치에 사람들이 잔뜩 보였고, 한강에는 하얀 요트들이 떠 있다.
저번에 심었던 꽃이 피었다. 좀 작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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