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29

Holy Motors를 보다

레오 까라의 2012년작 홀리 모터스를 봤다. 재미있냐 하면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나쁘진 않았다. 특히 영화 내내 톤이 그다지 흔들리지 않는 미묘한 심심함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1. 여러가지 면에서 이 영화는 이런 걸 꽤나 많이 보던 (나의) 90년대가 떠오른다. 레오 까라는 그 즈음을 다시 뒤적거리는 거 같다.

사실 이런 류의 자아 뒤흔들기는 이미 너무 많이 나왔다. 그렇지만 사는 데는 호연지기를 가지고 미래를 내다 볼 것인지, 독 짓는 늙은이가 되어 한 곳만 파고 들어갈 것인지, 아니면 정신이 점프하는 곳에 몸을 맞길지 등등 각자 여러가지 방식이 있는 법이다.

2. 또 생각나는 건 러브 익스포져. 보면서 처음엔 대체 이거 어쩔 생각이야... 하다가 파티에 다녀온 딸과 만나는 장면에서 문득 기억이 떠올랐다. 왜 그랬지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딸이 연기를 좀 못해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 평탄해 보이던 화면에 균열이 있었고, 뭔가 어설픈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차 그거였나 싶게 되었다.

물론 이 영화 역시 이후 러브 익스포져 만큼이나 먼 데에 있는 강을 건넌다.

3. 오스카와 에바가 만나는 장면이 연기인지 실제인지 잘 모르겠다. 복선이 깔리긴 했지만 확신이 서진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는 그게 많이 궁금했는데 이 영화가 닫히는 삼 단계(드니-운전사-리무진)를 보면서 세상 천지에 그런게 다 무슨 소용이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4. 그건 그렇고 카일리 미노그 노래 좀 이상하던데. 저렇게 성량이 가늘었었나. 그리고 침팬지는 마음에 들었지만, 롤링 스톤즈 개더스 노 모스는 별로였다.

5. 이걸 쓰면서 문득 든 생각이 : 이 영화를 아직 못 본 사람이 지금 써놓은 이야기를 자세히 탐독한다면 과연 영화의 얼마 만큼을 예상할 수 있을까. 그런 분이 혹시 계시다면 댓글을 부탁드려본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언덕, 기초, 반점

1. 요새 달리기를 하고 있다. 오래 된 건 아니다. 한 달 조금 넘은 거 같다. 많이 하는 것도 아니다. 이틀에 한 번 5km가 목표지만 일주일에 두 번도 어렵고 5km는 아직 못 뛰어 봤다.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니다. 원래는 수영을 배우고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