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앞다리살을 사 놓은 게 있었고, 워낙 할 일이 없는 토요일이라 시작했다. 몇 년 전에 한번 만들어 봤는데 그때는 인터넷 검색하면 나오는 한시간 남짓 걸리는 레시피를 보고 했었다. 설탕을 많이 넣어서 좀 달았던... ㅜㅜ
그러다가 다른 레시피를 찾았는데 아무래도 이게 더 괜찮을 거 같아 Pocket(리드 잇 레이터가 바뀐 거)에다 넣어놓고 몇 달이 또 지났다. 동파육은 삼겹살로 만드는 게 맛있기 때문에 이걸로 차슈를 만들 생각이었는데 좀 더 고급 요리를 해보자라는 생각에 시작.
사진이 어두워서 밝게 했는데 더 까맣다. 이건 복잡하진 않지만 긴 시간이 들기 때문에 간단히 레시피를 남겨 놓는다. 이왕 하는 거라면 좀 더 좋은 재료를 확보한 다음 시작하도록. 4시간 쯤 지난 다음 이럴 거면 좀 제대로 할 걸 하고 후회해봐야 소용없다.
동파육 요리는 사실 별로 요구되는 기술은 없다. 오로지 인내, 그리고 다 끝나고 나서 설거지라는 대노동이 기다리고 있을 뿐.
원래는 청경채가 안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디선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위키피디아에서 찾아봐도 청경채는 들어가 있지 않다. 청경채가 들어가기 시작한 게 일본이라는 거 같은데 자세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청경채를 좋아하므로 넣기로 했다.
돼지고기는 덩어리로 있으면 좋다. 위 사진이 정상적인 크기다. 하지만 1cm 두께로 잘라서 사왔기 때문에 차슈에서 동파육으로 바뀐 것도 있다. 여하튼 물에다 담궈서 핏물을 빼고 뭐 그런 과정을 거친다. 그러고 나서 자른다. 이상적인 크기는 역시 위 사진. 돼지껍질부터 삼겹살 안쪽까지.
그리고 간장 50cc, 청주 120cc, 다진 마늘 한 스푼, 다진 생강 반 스푼 정도를 섞어 소스를 만든다. 오향분을 넣으면 좋고, 청주 말고 소홍주를 넣는 게 좋다고 하는데 그런 거 없었다... 오향분은 지마켓 같은 데서도 많이 팔고 있으므로 관심있다면 도전.
이제 고기를 냄비에 넣고, 소스를 붓고, 물을 좀 넣어 고기가 잠길 정도로 만들고 대파를 잘라 넣은 다음 삶기 시작한다. 원래는 항아리에 넣고 밀폐해서 삶았다고 한다. 원래 이야기에 따르면 소동파가 그런 식으로 삶아 먹곤 했는데, 바둑 두면서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다가 아, 고기! 하고 열어보니 완전 맛있는 게 있더라 이런 스토리 되겠다.
하지만 항아리로 삶을 수는 없기 때문에 압력 밥솥에다 했다. 뚜껑을 닫아야 할 거 같은데 무서워서 열어놓고 했다(예전에 터진 적 있다.. -_- 참고로 펑하고 터지진 않고 압력이 나가는 곳에 뭔가가 녹으면서 김을 빼버린다 - 그런 다음 타기 시작함).
이제 8시간 동안 끓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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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쯤 시작했는데 중간에 우동도 한 번 끓여먹고 하다가 배도 고프고,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이런 생각이 떠올라 5시간 몇 분 만에 꺼버렸다. 애초에 고기가 얇았기 때문에 더 하면 다 녹아버리는 거 아냐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고.
압력 밥솥을 보면 늘어 붙어 있는 기름 덩어리들이 있는데 그걸 소스로 뿌린다. 기름만 떠서 보관해 놨다가 나중에 쓰면 좋다고 하는데.. 귀찮다. 오랫동안 익혔으므로 고기가 흐물흐물하다. 밥에 돈부리처럼 얹어 먹어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설거지... ㅜㅜ 왜 만들어 먹었을까...
예전에 말한 적 있지만 반드시 밖에서 사먹어야 하는 음식이라는 게 있다. 동파육도 물론, 아니 물론 정도가 아니라 당연히 그런 음식이다. 동파육 통조림도 어딘가 가면 있다고 한다(중국집에서 많이 쓴다고). 여하튼 이제 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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