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14

레미제라블을 읽다

다들 영화를 보고 있지만, 책을 읽었다. 아이북스 스토어에 한글판이 두 가지가 있는데 5권짜리(이건 권당 7.99불, 8.99불이다)가 있고, 1권짜리 무료 버전이 있다. 5권짜리가 다 합쳐서 대충 2500페이지 정도 되는데 그걸 400페이지 안쪽으로 줄인 버전이다. 물론 테스트라 무료 버전으로.

이 책읽기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는데 하나는 읽은 지 엄청나게 오래된 걸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보자 + 나는 과연 아이북스 전자책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가였다.

후자의 경우

- 소설을 읽으면서 메모하는 습관이 있는데 그게 좀 어렵다. 등장인물을 잘 못 외워서 '폭풍의 언덕'과 '죄와 벌'을 읽으면서 생긴 습관이다. 덕분에 히이드 클리프나 라스콜리니코프 같은 이름이 여전히 머리 속에 남아있다. (참고로 폭풍의 언덕의 경우 3대가 입체로 내려오기 때문에 벽걸이형 달력 정도 크기의 종이는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약간은 필사적으로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 애써야 했다. 뭐 결과적으로는 이런 습관이 자연스러워지는 게 나을 거 같기도 하고.

- 아이폰으로 봤는데 한 페이지에 들어갈 수 있는 글자수가 너무 적다. 글을 읽는 행위와 페이지 넘기는 행위가 혼재하는 바람에 산만해진다. 더구나 기술적인 문제 - 페이지가 잘 안 넘어간다든가 하는 등등 - 의 존재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영어의 경우에는 한 페이지에 들어가있는 단어수의 측면에서 약간 더 낫기는 한데 이건 대신 또 너무 촘촘해 매직아이를 보는 기분이 든다. 결국 아이패드, 적어도 아이패드 미니 정도는 되야 양쪽의 타협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왕 TV 미니시리즈를 보기 시작했으니 한꺼번에 읽어 버리자는 기분으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한 권 사봤다. 아이북스에서 찾아보면(영어판 존 르 카레 소설은 거의 다 있다) TTSS가 3가지가 나오는데(한글판은 없다) 원래 책이 12.99불인데 영화 나오고 나온 게(Enhanced 버전으로 영화 예고편 같은 게 들어있다) 11.99불이다. 뭔가 불안해서 원래 책을 샀다. 이거 말고 칼라 트릴로지 디지털 컬렉션이라는 게 있는데 TTSS와 The Honourable Schoolboy, Smiley's People 세 권을 묶어서 29.99불로 판다.

그런데 오늘 ㄷㅁㄴ 교정으로 ㄱ앤ㅎ 사무실에 갔다가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열린 책들)를 빌려오는 바람에 일정이 좀 꼬였다. 빌린 거 먼저, 는 일단 원칙이다.

 

소설은 예전에도 그렇게 느꼈겠지만 여전히 깝깝하다. 어떻게 될 지 알고 있으니까 더 짜증난다. 하도 이런 깝깝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다보니(나이가 들 수록 생활이 안 풀려서 그런 건지 이런 경향이 심해지는 듯 - 넉넉하고 안정적인 환경이었다면 이런 소설을 즐기며 볼 수 있었을까 궁금하다) 예전에 안 그런 게 뭐 있을까 하고 찾아본 적이 있다.

당시 집에 있던 한국 소설 전집인가 하는 세로로 적혀 있는 소설책 중에 그런 걸 하나 찾았었는데(이광수의 별로 안 유명한 소설이었던가 그랬는데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 여하튼 사건은 계속 있기는 한데 싹이 나오자 마자 잘라버리며 의문의 여지없이 샥샥 풀리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보다시피 제목도 생각 안 날 만큼 기억에서 사라져있다.

 

할 일이 전혀 없으니 이런 것들을 쌓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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