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07

TV를 보다

1. 홍백가합전에서 SKE48이 공연하는 모습을 봤다. AKB48을 거의 그들 데뷔할 무렵 쯤에 보고 이 부류 그룹은 처음 봤는데 자기들끼리 부딪치고, 중간에 재주도 넘고 좀 난리다... 저 뒷편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끝까지 방긋방긋 웃는 멤버들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2. 우결에 대한 비판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가 가능한데 이 두 의견이 매우 극단적인 자리에 놓여있다. 개인적으로 우결이 '재미있다'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비판은 대부분 부당하게 보인다.

대충 우결의 역사를 보면 처음에 하시모토 마사미가 진행하는 코이스루 하니카미와 완전히 똑같은 포맷의 방송을 박경림 진행으로 파일럿 비슷하게 방영한 적이 있다. 첫번째 여자 게스트가 홍수아였나 그랬던 기억이 있다. 물론 표절이라고 욕을 바가지로 먹었고(보면서 설마 사왔겠지 했는데 아니었던 듯) 진행이 중단되었다가 얼마 후 우결이라는 좀 더 확장된 포맷으로 다시 등장했다.

하니카미는 하루 데이트라는 그나마 현실감있는 소재라 이해가 쉽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약간 억지를 부릴 요소가 다분하고, 더구나 장편의 가상 스토리로 넘어갔는데 사실 생각해 보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수많은 연예인들이 결혼도 하고, 울고 웃고, 같이 잠도 자는 판국에 안 될 건 또 뭐 있냐 싶은 상태에서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다.

대신 그 상태로 진행되다보니 역시 동종의 포맷 무한 반복이라는 문제가 심각해 졌는데(그런 걸 보면 이런 분야에서 하니카미의 포맷은 정말 튼튼해서 사람만 계속 바꿔가면 되니까 100년도 해 먹을 수 있을 듯) 이번 시즌 들어오면서 전반적으로 수위를 높이고, 각 커플들이 '진짜가 아닌가' 생각하게 할 만한 시그널을 수시로 보내고 있다. 웃기는 게 지금까지 안 그러다가 갑자기 세 커플이 동시에 그러고 있으니 컨셉의 티가 좀 많이 난다는 점이다.

 

먼저 섹스리스 부부의 소꼽장난같은 일상을 뭐하러 보고 있냐라는 비판이다. 즉 리얼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리얼하지 않다는 거다. 사실 우결이라는 방송 자체가 시트콤과 별로 다를 바가 없는 구조 아래 놓여 있는 데 이런 비판이 존재한다는 게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일단 출연진 양 쪽이 다 프로 연예인이고, 개인적으로는 방송 화면에 비치는 모습 가지고는 아무리 쳐다봐도 그에 대해 단 1g도 알 수 없을 다고 생각한다.

언뜻 보이는 진심 따위 없다. 그 상태에서 끝나는 것도 아니고 구조가 거르고, 사람이 거르고, 기계가 거른다. 음캠에서 구하라가 카메라를 보고 웃는다고 날 보고 웃는 게 아닌 거랑 똑같다. 그리고 1g이라도 파악될 만한 인간이라면 연예인 적성이 아니니 빨리 그만두는 게 낫다.

그런 점에서 '짝'은 정말 굉장한 프로그램이다. 난 TV를 통해 전혀 그 방면의 리얼을 만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런 건 잘 못 본다.

여하튼 여기에서 즐길만한 게 있다면 저 인간이 얼마나 충실하게 저 연기를 하고 있나 하는 완성도 뿐이다. 여하튼 토요일 저녁 7시에 과연 뭐가 나올 거라 생각한 건지? 만약 그게 진짜라면, 더 재미있어질 거라고 생각한 건지?

차라리 내용이 워낙 헐거우니까 차라리 좀 더 대본질을 해서 클라이막스를 시시때때로 집어넣어야지 너무 심심하다는 비판은 이해가 간다. 이번 시즌에 세 집을 같은 동네에 살게 한 건 이를 위한(막장 드라마 타입의 폭발을 위한) 포석이 아닐까 생각해 그나마 약간 기대하고 있다.

 

또 하나는 정 반대의 선상에서 나오는데 리얼이라고 해놓고(리얼을 기대하고 보는 데) 리얼이 아니라는 거다.

개인적으로 이런 건 시골 할머니 정서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최불암-김혜자나 배일집-배연정이 정말 부부라고 생각하거나, 거리에서 드라마 악역을 마주치고 욕하는 것과 같다. 어쨌든 티브이에 나오니까 진짜라고 생각하는 것.

이런 거야 롤플레잉 연기를 잘 했다는 뜻이니까 우결 쪽에서는 나쁠 게 없다. 하지만 아이돌은 회사의 관리가 워낙 뛰어나니까 그 롤플레잉 설정을 망치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지금까지 보면 역시 문제가 생기는 건 정형돈, 오연서 같은 다른 분야 사람들이다. 나이가 찬 타분야 사람들은 당연히 이런 거 시키면 안 된다. 능수능란한 캐릭터 질이야 말로 아이돌에 특화된 능력치다. 우결이 만약 지금 포맷을 지속시킨다면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게 바로 그거다.

 

여하튼 결론적으로 비판은 대부분 맥락이 잘 이해가 안 가고, 내 생각은 이렇게 애매하게 가느니 차라리 하니카미 포맷을 사다가 좀 꾸며서 하는 게 낫지 않나 싶다. 그래도 남격 합창단의 민망함이나 무르팍의 호들갑보다야 훨씬 낫다.

문득 생각나는게 하니카미에서 하시모토 마사시가 말한 적이 있는데 하니카미 방송을 하고 나면 남자 쪽은 진짜로 반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고 한다. 이에 비해 여자 쪽은 거의 그렇지 않다고. 우리나라는 어떤 지 궁금하다.

 

3. 내 딸 서영이인가? 하는 드라마를 봤다. 이 드라마의 웃기는 점은 이런 류 드라마에서 훨씬 더 심각한 내용(불륜, 배다른 아들, 쌍둥이 등등)이 심심찮게 나와서 왠만하면 시청자들이 까딱도 안 할 거 같은데 별 거 아닌 거 같은데(물론 실제라면 다르겠지만) 등장인물들이 너무들 심각하게 반응한다. 그러다보니 아니 왜케 호들갑이야 싶다.

이건 마치 며칠 전 방송한 무한도전 박명수의 어떤가요 특집에서 곡들이 하나같이 형편없지만 그 안에 섞여서 6편을 쭉 틀어놓으니 그나마 좋게 들리는 곡이 생기는 것과 비슷하다. 다들 고만고만해 지면 튀는 게 보인다. 역시 인간은 상황에 금방 적응하고, 상대평가에 능숙한 건가.

그리고 씨엔블루 그 아이... 너무 중책을 맡긴 게 아닌가... 굉장하던데... -_- 주변의 연기까지 모두 무너트리는 강력한 포스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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