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04

플레이리스트

음악 이야기를 쓰려고 했지만 사실 요즘은 많이 듣지는 않는다. 가만 보면 출렁거리는 리듬(여튼 셔플)을 듣다가 서서히 피하게 되고 그러면서 좀 더 납작한(이라는 표현은 뭔지 아무도 모를 거 같지만) 쪽으로 방향을 틀고 트립합, 앰비언트까지 갔다가 다시 지겨워져서 돌아가고 뭐 이런 식을 중학교 때부터 비슷한 루틴으로 반복하고 있는 거 같다. 한가지 메뉴를 두번 연속 먹는 게 싫어서 급식을 좋아하는 것과 어딘가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여튼 한동안 조지 클린턴, 피펑크, 다이아나 로스(청소할 때 좋음) 막 이러다가 요새는 좀 조용해 졌다. 그러다가 지금은 잘 안듣는 게 요새 지하철을 타도 멀미가 나기 때문이다. 귀에 커널 이어폰을 끼어 귀마개처럼 활용하며 절대 안정을 희구하면서 계속 잠을 잔다.


오늘은 가스활명수를 하나 마시고 2015년에 디제이 쉐도우라니 웃기긴 하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찬바람을 뚫고 2km를 걸었다. 아이폰 용량 한계상 플레이리스트 만들어 놓은 것만 들고 다니게 된다. A/T/O/S의 Project나 Massive Attack의 Pray for Rain 같은 곡에서 초반에 버벅대다가 이윽고 쿵 쿠쿵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게 여전히 참 좋다. 좋아하는 예능 장면을 보관해 놓고 생각날 때 마다 다시 보듯 계속 듣는다. 

이런 게 산처럼 쌓이고, 그러면서 어느덧 천천히 취향이 이동하고, 그러면서 지울 거 지우면서 리프레시하고 사는 거 같다. 예컨대 중학교 때 듣던 음악에 어떤 미련도 없다는 게 내 자신이 마음에 드는 몇 안되는 종류다. 여튼 지금 몇 년 째 듣고 있는 곡들도 아마 어디쯤에서 돌아보면 이미 눈 녹아 사라지듯 미련없이 치워져 있을 게 틀림없고 다른 레파토리를 쌓아놓게 되겠지. 그런 인생... 피곤하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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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 표현,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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