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요일이었다. 그러면서도 꽤 일찍 일어났다.
먼지가 왕창 - 아까 봤을 때 180인가... 여튼 매우 나쁨 - 이었다. 날씨가 꽤 따뜻해서 자전거를 탈까 했었는데 공기 때문에 포기했다. 문득 생각난게 산 속은 좀 괜찮을까 싶어서 예전부터 보고만 있던 동네 뒷산을 올랐다. 40분 코스, 높이는 170미터. 그런데 나름 힘든 편. 177미터가 정상인데 거긴 딱 군부대(철조망 너머로 볼 수만 있다...)여서 못가고 그 옆 봉우리는 갈 수 있다. 나무가 많아서 조망이 무척 안좋다는 게 단점, 그럼에도 산정상 특유의 바람(사방이 틔어 있으니 정상에는 바람이 분다. 산은 이것 때문에 오른다!)이 부는 게 장점, 인터넷 검색해 보니 여름에 날파리가 엄청 많다는 게 단점.
여튼 산이어도 보잘 것 없는 동네 뒷산, 먼지는 엄청 났다. 꾸역꾸역 다 올라와 있다.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이런 아파트 단지를 봤다. 갤러리아 외관 설계한 곳과 같은 곳에서 했다나 뭐 그런... 패션도시 대구의 특징을 살린 오색찬연한 외관이 특징이라는데 그런 거야 뭐 알게 뭐냐이고 이 배치가 꽤 인상적이다. 뭔가 대구의 더위와 습기를 극대화할 방법을 찾아낸 게 아닐까... 온도 습도가 최고로 높은 스폿이 저 단지 내부의 공원 어딘가에 있을 거 같다. 그걸 찾아내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어보고 싶다.
예전의 일자 배치와 다르게 최근 대형 아파트 단지는 지나가다 슬쩍 봐도 배치 자체가 꽤 견고하게 보이는 곳이 많다. 그러므로 항상 드는 생각은
-> 1) 혹시나 전면전이 벌어지고 대패하더라도 남한 완전 점령엔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될 게 틀림없다. 지리산에 들어갈 것 없이 아파트 동 하나에 전투병 한 명씩이 숨어서... 공성전은 성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마련. 그러므로 테헤란로의 고층 빌딩이나 도곡동이나 불광동의 아파트 단지를 점령/방어하는 워게임 같은 게 나온다든가...
-> 2) 이 전 포스팅에서 이야기 했던 바 저런 외관의 형태가 일종의 소속감 - 아파트 단지에 사는 사람과의 소속감이 아니라 아파트 단지 자체와의 소속감 - 을 유발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된다. 현대인에게 소속감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모두다, 외로운 사람들...
에핑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것 중 하나는 소속사의 한정적인 역할이다. 물론 소속사가 거대한 틀 안에서 상업적으로 가능성있는 포지션을 잡아 내고, 이 오묘한 바닥에서 갈 방향을 만들어 내겠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멤버들이 죽어가는 노래나 컨셉을 살려 놓을 수도 있고, 충분히 살 수 있는 노래나 컨셉을 맥 없이 죽일 수도 있다. 게다가 자기 성격, 연습생 시절의 수련, 제가 생각하는 방향 등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완성하진 못해도 드러낼 수는 있다. 이게 최전선에서 구별되는 미묘한 뉘앙스를 만들어낸다.
스엠도 마찬가지인데, 스엠의 아이돌들은 회사의 능력이 과대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스엠이라는 회사는 가장 크고, 가장 체계화된 곳이고, 가장 멀리 보고 있는 곳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런 점은 아이돌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비슷한 경력 중) 가장 멀리 보고 있고, 그룹의 목표 속에서 자신의 목표를 섞어 요령있게 돌진하고 있는 야심가들이 대다수다. 뭐 별 생각없이 스엠에서의 나날이 그저 즐거운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그런 점에서 에펙의 몇몇 노래들과 레벨의 해피나 아이스크림에서 보여지는 차이는 스엠의 포지셔닝 구별도 있겠지만, 멤버의 다름에서 드러나는 면이 꽤 크지 않나 가정을 세워 놓고 있다.
내일부터 3일간 아침 기온이 영하라고 한다. 약간 극단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저 평범한 꽃샘 추위의 하나라고 가능하면 평범하게 바라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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