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데이였다. 노동절. 매우 더웠다. 날은 어제보다 부옇고 흐렸고, 더위는 지리했다. 방안은 벌써 한 여름이다. 기어다니는 룸메이트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몸 속 여기저기가, 특히 뇌가 익는 기분이든다. 이 느낌을, 당연히, 좋아하지 않는다. 피할 방법이 별로 없다는 점이 더 암울하다.
메이 데이 집회가 열리는 명동/시청에 갈까 하다가 관뒀다. 몇가지 사정이 있었는데, 저녁에 작은 약속도 하나 생겼기 때문이다. 시간이 안맞아서 방황을 조금 했다. 현대 백화점에 정말 오래간 만에 갔는데 어두워졌고, 복잡해졌다. 하지만 신촌점 특유의 느낌이 남아있는 게 신기했다. 콘크리트가 뿜는 포스인가. 살짝 돌면서 확인해보고 싶었던 걸 보려고 했는데 신촌점에는 별게 없었다.
자판기 커피를 몇 잔 마셨고, 저녁밥을 많이
먹었다. 그리고 아는 형이 이사간다는 동네를 한 바퀴 같이 돌고 한강에 가서 월드콘을 먹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집에 들어와 심심해서 카스 한 병을 딸기랑 같이 먹었다. 만년필용 블랙 라커에 대한 이야기와 샤넬의 라일락 스카이, 나스의 비브란트 라일락 사진을 찾아봤다. 전자는 좋아하고, 후자는 약간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둘 다 나름 매력들이 있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몇 마디 할까하다가 관뒀다. 할까 말까할 때는 안하는 게 최선이다. 잠깐 못참고 떠들면 거의 백퍼센트 후회한다. 당분간 입을 다물고 있어야지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별다른 사건이 없다면, 내 지리하고 평범하고 구질거리는 일상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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