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게장이나 게찜을 먹으면 입술이 따끔따끔하다. 뭐 그려려니 하고 참고 먹는데 사실 꽤 부어오른다. 지금껏 그저 양념이 강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살았는데 알고 봤더니 알러지란다. 결론적으로 나는 갑각류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심하게 부어 올라와 심각해지는 사람도 있다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 다만 어서 얻어터진 거 같은 꼴이 되기는 한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납득이 가지 않은 채 묻어 두었던 과거의 사건들 많은 부분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짠 음식 먹으면 기침하는 것도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별로 가리는 것 없고 꽤 유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내 기대만큼 유하지는 못한가 보다. 내게 알러지 따위가 있다는 건 꽤 충격이다.
2. 물이 빠진 해수욕장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법이다.
3. 어린이 날에는 내 자녀가 없다는 이유로, 어버이 날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이유로 우울해졌다. 사회를 따라가지 못하는 자는 언제나 우울하다. 동생이 그나마 챙겨줘서 다행이다.
4. 말했듯 Smurf's Village를 하고 있다. 혹시나해서 Snoopy's Street Fair도 설치해봤는데 그 쪽은 그림은 훨씬 귀여운데 '오~'하는 뭔가가 없었다. 화면 확대만 되었어도 스머프 때려지우고 스누피를 했을 지도 모른다.
꾸미는 재주는 영 없는 듯.
5. 공각기동대 SAC Gig TV 시리즈 2탄을 다 봤다. 쿠사나기와 아라마키, 바트와 토그사 외 공안 9과 다른 멤버들을 다룬 에피소드가 하나씩 있어서 캐릭터를 좀 더 명료하게 하면서 디테일을 불어 넣은 점은 좋았다. 사실 1탄 26편, 2탄 26편해서 52편이나 되는 시리즈이니 주인공 격 몇 명만 가지고 끌고 갈 수는 없는 법이다. 둘 중에서는 2탄 쪽이 더 마음에 들었다.
공각기동대 TV판에는 두가지 큰 줄기가 있다. 하나는 여러 전쟁이 지나간 이후, 일본이 세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되고, 그 상황에서 여러 당면한 문제들(여기서는 미국과의 관계와 난민 문제)을 어떻게 해결하는 가다. 이 부분에 있어서 나라 이름이 거론되는 건 중간에 출장가는 독일 정도 빼고는 일본과 미국 외에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어차피 픽션의 상황 설정이라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데, 알겠지만 반도와 난민, 그리고 그곳의 통일 정부라고 모호하게 이름이 붙은 것들은 바로 우리들(한국)일 것이다. 여튼 이 헤게모니 다툼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건(1편이고 2편이고 결국 권력을 손에 쥐고자 하는 기업-정치권 높은 곳의 음모를 다룬다)의 해결을 다루면서 결국 뭐가 더 나은 상태인가를 이야기한다.
또 하나 줄기는 위의 역사적인 관점과 약간 다른데 경험과 인식이 '나'를 증명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정의될 것인가 하는 일종의 존재론 적인 물음이다. 이 부분이 오시이 마모루의 극장판에서는 좀 더 중점적으로 다뤄진다. 이것은 사실 꽤 어려운 문제인데 상황 제시를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환기시키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꽤 흥미롭게 생각한다.
저번에 말했듯 만화에서는 '이건 결국 다 농담'이라는 게 기저에 깊게 깔려 있었고, 극장판은 너무 정색을 해 버렸지만 TV판은 나름 발란스를 찾으려고 애쓰고는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위 두가지 관점 중 역사적인 쪽에 방점을 두고 있다. 사실 복잡한 쪽은 영화판에 넘겨주고, 시리즈로 지속되는 TV서스펜스와 스릴, 해결해야 할 거대 사건의 등장을 위해선 맞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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