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석가탄신일이다. 휴일이라고 많은 이들은 즐거워했지만 나로서는 구내 식당을 안 하기 때문에 밖에 나갈 수 없는 날일 뿐이다.
2. 덥고 답답하고 그래서인지 머리가 안 돌아간다. ㅋㅂㄱ를 보다가 대체 나는 뭘 보고 있는 것인가하는 생각에 잡지를 덮었다. 그러고는 각종 사진과 화보들을 챙겨봤다. 구글 리더에 쌓여있던 숫자가 1000+에서 0이 되었으니 꽤 본 것 같다. 몇 가지는 챙겨서 메모함에 넣어놨지만 그다지 inspiration을 주는 건 없었다.
커스텐 던스트가 입고 있던 옷이 좀 예뻤던 거 같다. 장갑을 고무 장갑인 줄 알고 이것은 실험적인 건가라는 생각을 잠깐 했을 정도니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다시 보니 고무 장갑 맞나 싶기도 하고...
3. 스머프 마을이나 좀 정돈시켜볼까 싶어서 들어갔지만 원래 엉망이든게 건들면 건들 수록 더 엉망이 되었다. 도시 계획은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
4. 강아지를 데리고 옥상에 올라갔다. 집 건물은 4층인데 3층 주민 2가구, 4층 주민 2가구가 각자의 방식으로 옥상에 식물을 키우고 있다. 올라가서 주변을 둘러보니 옥상마다, 길가 구석의 텃밭마다 참 여러가지 방식으로 뭔가를 기르고들 있다. 덕분에 이 건조하고 푸석푸석한 동네가 살짝 푸릇푸릇하고 울긋불긋하기는 하다.
하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 그런 풍경이 마냥 즐겁지 만은 않은게 사실이다. 조은 교수가 사당동 철거촌 연구할 때 곳곳에 피워져있던 꽃들과 채소들이 여기도 사람사는 곳이구나 하는 생동감을 주더라는 이야기를 한 적 있다. 난쏘공에도 맨 팬지꽃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게 삶이다라는 말을 듣는 건 아무리 웃고 있어도 기분이 좋지 않다.
5. 지금 이 시점에서 종이 잡지를 만드는 일은 노스탤지어 따위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시점을 가져본 적도 없고, 가질 생각도 없다. 물론 지금 하는 게 대단한 역사적 의의 같은 걸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 따위 로망을 쫓기 위해 포스팅을 확확 때리면 되는 걸 종이에 옮기는 바보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것을 향수의 일종으로 보는 시각을 마주 대하는 것도 의미가 있기는 한데, 그 의미는 그 언급을 한 상대가 가지고 있는 패러다임이 완전히 다른 장에 가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대화를 한다면 무척 어려울 것이다라는 걸 미리 아는 건 꽤 중요하다.
물론 페이퍼 잡지의 제작은 시대 역류의 아예 느낌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넷상에서 휘발되고 마는 인용 대상을 어떻게든 확보해 놓기 위한 일종의 방법론이다. 긴 문장은 긴 사고의 가장 중요한 재료다.
6. 인스턴트 커피 100개인가 200개인가를 샀더니 쉬지 않고 마셔댄다. 뇌가 녹는 기분이 드는 것의 원인에 이것도 한 몫하고 있을 듯 싶다.
7. 남아있는 선택지가 과연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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