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바퀴벌레라고 하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나오지 않는다. 벌레는 그냥 뒤에 관용적으로 붙이는 거 같고, 정식 이름은 그냥 '바퀴'. 동의어로 '香娘子'(향랑자)라고 한단다. 향은 향기, 냄새를 말하는 거고, 랑은 '낭자'할 때 그 낭이다. 결국 향기나는 아가씨라는 뜻인데 어쩌다가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한때 바퀴와 전쟁을 벌인 적이 있다. 따뜻해지기 시작할 무렵에 어쩌다 하나 보이는 걸 방치하면 그야말로 박살이 난다. 귀찮아서 몇 해를 내비뒀더니 말 그대로 그들에게 점령당했다. 그 광경은 정말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자는 결코 그게 어떤 건지 알 수 없다.
결국 어느날인가 온 집안을 다 헤집으면서 그것들을 잡아들였다. 장농, 바닥, 세탁기, 에어컨, 냉장고, 심지어 냉장고 내부, 싱크대, 가스렌지, 화장실, 가능한 모든 곳을 다 뒤졌고, 다 끄집어냈고, 눈에 보이는 대로 모두 다 죽여댔다. 그 지경이 될 때까지 방치한 것도 물론 문제지만 여하튼 그것들은 놀라울 정도로 여러 곳에 살고 있었다.
그런 massacre가 있은 이후 대략 2년 정도는 또 조용해졌고 평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그것들은 결국 다시 찾아왔다. 살고 있는 패턴 - 청소, 세탁의 완벽한 마무리 - 의 변화가 있거나 동네 전체가 청정 지역이 아닌 한 그것들이 다시 안 찾아올 이유가 없다.
두번째 침략에는 좀 더 확실한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바로 파워포스젤인가 맥스포스젤인가 하는 약품이다. 설치형 약에 나오는 그 까맣고 동그란 플라스틱 통을 100개 쯤과 함께 옥션에서 3년 전쯤에 구입했다. 혹시나 실패하면 그때는 골치 아파지기 때문에 규칙을 명확하게 지키기로 했다.
자주 나오는 곳들을 중심으로 전방위적으로 약을 설치한다. 그러고나서 며칠 지나면 겔겔거리는 바퀴들이 기어나오기 시작한다. 이때 내버려두는 게 중요하다. 그것들은 병든 몸을 이끌고 집으로 기어들어간다.
그리고 정확히 1개월 후에 약들을 다 거두고 거의 같은 위치에 원래 설치한 양의 90% 정도를 설치했다. 그리고 3개월 후에 80%. 잊어버리지 않게 달력에 표시해 놓는 게 중요하다. 어쨋든 그것들은 결국 다 사라졌다. 그리고 구석구석까지 대청소를 한 번 했다. 그 이후 3개월 째도 달력에 표시해놨는데 다시 설치할 필요는 없었다.
이런 지난한 전쟁은 결국 마무리되었다.
그러다가 작년 이맘 때의 일이다. 밤에 집에 들어와 더워서 창문을 활짝 열어놨는데 뭔가 휘리릭하고 날아 들어왔다. 바퀴였다. 4층이니까 설마 날다가 들어왔을거 같지는 않고 벽을 타다가 불빛을 보고 들어온게 아닐까 싶다. 그것은 가끔 바깥에서 보던 미국의 그 거대한 것과는 다르게 생겼다. 덜 큰 놈인가 하고 바깥으로 쫓아내고 말았다.
그리고 올해 동네 길에서 3회, 잠원역 근처에서 1회, 한강 이촌 지구에서 2회, 대흥동 옆길에서 2회, 여의도 한강 공원에서 1회 그것들을 목격했다. 작년하고 돌아다니는 패턴의 변화가 그다지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목격의 빈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러다 며칠 전 일본 바퀴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혹시나 하고 찾아봤더니 역시 그 놈이 맞다.
세스코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의 바퀴 수가 증가하고 있다. 작년 대비 무려 +24%. 이 중 흔한 독일 바퀴가 85%(나와 싸웠던 놈들), 7%가 일본 바퀴다. 하지만 일본 바퀴는 매년 50% 정도의 속도로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다.
참고로 이것들은 주로 바깥에 살며 물 같은 걸 얻기 위해 집에 들어온다. 보통 정원, 화분 같은 데 잘 숨어 있기 때문에 실내 정원 같은 걸 가꾸는 경우 주의해야 한단다. 하여간 징그러운 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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