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15

현실적인 피해

며칠 전부터 여기저기에 조금씩 남긴 대로 컴퓨터가 또 한동안 말썽이었다. 유난히 이런 일이 많다. 아무리 봐도 다른 사람들도 이런 빈도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조금 열악한 환경이기는 하지만 이것보다 더 열악한 환경도 많다. 컴퓨터를 혹사시킨 거 아닌가 싶지만(그런 면도 약간은 있다), 열광적으로 게임하는 사람에 비해 댈 게 아니다. 약간 '오래되기는' 했지만 대체적으로 좋은 부품들이고, 나름 열심히 관리해준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어쨋든 전혀 미동도 하지 않던 컴퓨터는 다시 살아났다. 다행이다. 소소한 문제 몇가지가 겹쳐있었고, 운좋게 찾아내 고쳤다. 물론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수습된 건 아니다. C, D, E, F, G 다섯개의 하드 디스크 라벨(물리적 디스크는 두개다) 중 C와 G를 포맷했다. 사태를 최소화시키며 D, E, F를 살릴려고 한 거지만 지금와서 돌아보면 하나정도는 더 살릴 수 있었는데 아쉽다. 그래도 하드 디스크 AS까지 생각했었는데 이 정도면 준수하다.

다행히 4월에 Acronis로 백업해 놓은 C 드라이브가 있어서 그걸로 복원을 했다. 백업은 자주 해놓는게 역시 좋다. 2개월의 텀이 있지만 그래도 맨바닥부터 다시 이것저것 설치하는 뻘짓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걸 설치했고, 몇가지 XP 업데이트를 실행했고, AVAST 계정이 만료되었길래(5월에 갱신했다) 복구시켰다. 하지만 문제는 전혀 이상한 곳에서 생겼다. 아이튠스 업데이트다.

2달이나 지난 버전이라 아이튠스를 업데이트했고, 아이폰과 동기화를 시켰다. 그렇다, 동기화가 문제였다. 2개월 전 아이튠스는 108개의 응용 프로그램 업데이트가 있음을 알렸다. 그냥 생각에 아이폰과 동기화를 시키면 108개 중에서 대부분은 없어지겠거니(아이폰에서 열심히 업데이트를 해왔으니까) 생각을 했다. 지금 돌아보면 현재 한국과 미국 두개의 계정을 사용하고 있는데 두 계정을 적어도 한번씩 로그인하며 업데이트를 했어야 했다.

아이폰은 동기화를 하면서 몇가지 이상한 짓을 했다. 약간 비정형적인데 멋대로 아이폰에서 두개의 앱을 지웠다. 하나는 Articles, 또 하나는 Accounts Tracker. 이 둘은 약간 다른게 Articles는 미국 계정에서 구입했고, Account Tracker는 한국 계정에서 구입했다. 한가지만 지워졌으면 뭔가 질서가 보일 거 같은데 이렇게 돌아가니 잘 모르겠다.

애플에서 딱히 두가지 이상의 계정을 사용하는 걸 막고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아이폰용 앱을 업데이트하고 나면 분명히 다른 Apple ID 계정의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다른 ID로 다시 로그인하라고 나온다. 즉 두개 이상 아이디 사용을 이미 상정하고 있다.

 

근 두달 가까이 Account Tracker라는 가계부 앱으로 내 현금 등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었다. 뭐 많지는 않지만(사실 많다는 말은 절대 사용할 수가 없고, 아주 적다는 말은 매우 적합하다) 흐름을 파악하고 로그를 정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나름 꽤 쌓여왔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동기화 중에 'Account... 를 제거합니다'라는 말이 나오더니 모든 게 사라져버렸다. 그걸 보면서 허, 그렇군 이라고 생각했지만 끝나고 나서 Account Tracker를 다시 열어보니 온갖 허무함이 정신을 둘러싼다. 젠장할. 이라는 말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다.

댓글 2개:

  1. onose/

    pc 가 말썽을 부리는 형태는 그야말로 다양해서 뭐라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하드디스크가 죽는다거나 하는 매우 알기쉬운 형태가 아닌, 갑자기 꺼진다
    혹은 메인보드 슬롯에 끼워진 부품들의 작동불량 등은 제 경험상 아마도
    교류전원의 상태불량에 기인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아요.

    해결책으로는 접지를 해준다거나 무게가 무거운 비교적 잘만들어진 파워
    트랜스 등을 사용하실 수 있겠지만, 아마 건물의 정해진 환경을 넘어서는
    근본적 해결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나마 노트북을 충전해서 어댑터와 분리해서 사용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일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돈이 든다는 측면에서 현실과의 괴리는
    좀 더 벌어지지만요...)

    pc 로 인한 피해 없으셨으면 좋겠네요.
    누구에게도 화를 낼 수 없는 종류의 분노가 치밀어 오르죠 pc 가 맛이가면...

    답글삭제
  2. @onose님 / 여차저차해서 복귀에는 성공했습니다. 뭐니뭐니 해도 알지 못할 이유로 사태가 복잡해진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안드네요. 조언 감사합니다~ ^^

    답글삭제

탁월, 표현, 방식

1. 듄의 캐릭터 중 가장 재미있는 건 레이디 제시카다. 그리고 집단 중에서도 베네 게세리트다. 예컨대 듄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건 누군가라고 하면 베네 게세리트다. 수천 년의 계획 속에서 적당히 결함있는 귀족 집단, 황제 집단을 재생산하며 자신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