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17

이슈에 대해서

요즘에는 생각이라는 걸 거의 안하고 있다. 기껏해야 어떻게 하면 방을 좀 더 시원하게 할 수 있을까(밤 11시에 들어왔는데 방 온도가 32도인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문제다), 어떻게 하면 선풍기를 고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컴퓨터가 더 이상 망가지지 않고 버틸 수 있을가 정도다. 그래도 세상 돌아가는 거에 대해 생각도 좀 해야겠기에 컴퓨터를 킨 지 5분 만에 이제는 33도가 된 방에서 써본다.

 

1. 반값 등록금이라는 건 괜찮은 이슈다. 일단 이해하기 쉽다. 이미 반값 등록금이라는 말에 거의 모든게 들어가 있다. 그리고 현 여당의 저번 선거 정책이기도 했다.

 

2. 나는 선거를 할 때 지방 의원이 아닌 경우에야 공약 같은 건 거의 안본다. 여야 양당 체제하에서 나온 후보가 주장하는 공약은 그저 그러고 싶다, 정도의 의미 밖에 되지 않는다. 저번 대통령 선거때 현 대통령의 공약을 보면서 농촌 정책이 매우 진보적으로 보인다고 칭찬하는 경제학자가 있었다. 학자들은 이런 거에 매우 잘 속는다. 당시 농촌 정책이 진보적으로 보였던 건 단지 당시 그 후보가 농촌 정책에 별로 관심이 없고, 그러니까 보좌관들이 써 준대로 나열했을 뿐이다.

그의 공약이었던 반값 등록금 정책도 마찬가지다. 뭐 공약한 적이 없다고 하지만 말해놓고 그런 적 없다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니 그런 건 그냥 지나가자. 그런 나름 놀라운 공약이 등장한 건 대학생들의 투표율이 별로 높지 않다는 걸 그도 알고 있고, 그러니 아무 이야기나 생각나는 대로, 이왕이면 큰 이슈가 되도록, 말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공약을 평가하자면 그 공약의 실현 가능성 뿐만 아니라, 과연 그게 저 정당 하에서 실현 가능한 지도 함께 봐야 한다. 그러므로 당의 이념성, 정치라는 단어처럼 케케묵은 말 같지만 여전히 그런 것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은 당연히 고려 대상이 되어야 한다.

 

3. 어쨋든

 

4. 등록금을 낮추는 건 필요하다. 물가 상승률에 아랑곳하지 않고 너무 치솟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값 등록금은 또한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 예산은 한정되어 있다. 만약 등록금이 반으로 낮아지도록 예산을 사용하면 대학생과 학부모 외에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저 등록금을 반으로 낮추는 건 구조적으로 아무 것도 변화시키지 않는다. 그냥 너무 높아진 등록금을 낮출 뿐이다. 그리고 함정도 있다. 만약 예산이 배정되어 등록금이 반으로 낮아지면 대학은 보나마나 등록금을 마구 올려댈 것이다.

등록금 인상에 제한을 걸면 대학의 사회 기여를 이야기하며 국가 지원 예산을 늘려서 받거나, 장학금을 줄이거나 여튼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현 수지를 맞춰갈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매우 구조적인 문제다.

좀 더 넓게 생각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아마 지금처럼의 집중도는 떨어질 것이다. 참 어려운 문제다.

 

5. 어쨋든 시위를 시작했으면 뭐든 얻어내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그랬으면 좋겠어'라고 아무리 생각하고 있어봐야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역사책을 뒤져봐도 시민이 가만히 있는데 집권층이 뭔가 내준 적은 거의 없다. 당연한 일이다. 가만히 앉아있어서는 노련한 정치권에게 이용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다.

현대 사회에서 시민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은 투표권 밖에 없다. 그 어떤 위력적인 행동도 정권을 바꾸는 혁명/쿠테타가 아니면 투표권 만큼 강한 건 없다. 단지 너무 추상적으로 광범위하게 흩어져있어 눈에 잘 안보일 뿐이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지 이 요구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힘 투표권과 연동시켜야 한다. 등록금 인하에 부정적인 의원들에 대해 낙선 운동을 하든, 뭘 하든 해야한다. 낙선 운동, 당선 운동을 안하더라도 등록금 문제를 선거의 이슈로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투표를 함으로써 위력을  보여줘야 한다.

시끌시끌하다가 투표권이 여전히 낮은 거로 나타나면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는 1/4 등록금 같은 거 들고 나왔다가 당선되고 나서는 그런 말 한 적 없어요라는 사람이 틀림없이 생길거다. 결국 이 이슈는 다가오는 선거에서 모든 게 판가름난다.

 

6. 개인적인 생각 - 실현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일단 문제는 사립 학교들이 등록금 자율권과 나라의 교육 보조 예산을 함께 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돈이 산처럼 쌓인다. 쌓여있는 돈들은 많은 부분이 건물을 더 짓는 다든가, 땅을 산다든가 하는 부분에 쓰인다. 어쨋든 재산이다.

이런 건 지금 학생들도 책임이 있다. 중요한 건 건물의 생김새가 아니라 건물 안에 들어가 있는 교수의 질, 부자재의 질이다. 으리으리한 건물을 보며 우리 학교가 이리 좋아졌구나 착각하는 곳에서 사실 꽤 많은 문제가 생겨났다.

내 모교에서도 멀쩡히 있던 잔디밭을 다 파해치더니 건물들을 쌓아올리고 있다. 다른 건물들도 리뉴얼 대신 재건축을 선택했다. 어처구니가 없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꽤 많은 학생들이 그걸 좋아한다는 걸 언젠가 알았다. 건물의 생김새와 높이를 학교의 위상과 연결시키는 버릇은 아파트 건물의 육중함으로 개인 신분의 위상을 판단하는 습관에서 나온게 아닐까 혼자 생각하고 있다.

어쨋든 내 생각에는 결론적으로 현 대학을 모두 사들여 공립, 시립, 도립으로 만들고 등록금을 없애버리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7. 검찰은 중수부를 이용해 검찰 임기가 끝날 때 쯤 관료로 자리를 옮긴다. 금감위는 감사를 이용해 임기가 끝날 때쯤 은행으로 자리를 옮긴다. 교육부도 감사를 이용해 임기가 끝날 때쯤 학교로 자리를 옮긴다. 거의 모든 부서들이 이런 루트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감싸고 돌기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정말 관심이 없든지, 무식하든지, 모른척 하는 거든지 중에 하나다. 갈 때가 있는 사람들이 뭐하러 시민을 생각하나.

 

8. 면세가 가능한 곳은 항상 문제다. 고려는 절 때문에 망했고, 조선은 사원 때문에 망했다. 간단하다. 유력가가 절을 만들던지 사원을 만든다. 토지를 비롯한 재산을 모두 거기로 돌린다. 면세가 되고 보호를 받으니 언제나 안전하다.

누가 뭐라고 하면 종교 박해다! 아니면 유교 박해다!하며 시위를 하면 된다. 그러므로 면세 혜택이 있는 곳들에는 부정이 뿌리박지 않도록 특히 세심한 감시가 필요하다.

하지만 두번, 사실 통일 신라도 비슷하게 망했다,이나 그런 식으로 나라를 말아먹어 놓고선 이 곳은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있다. 똑같은 일이 요즘에는 아주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게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PS 반값 등록금에 대한 보고를 받은 대통령은 이참에 대학도 구조 조정을 해야라는 엉뚱한 주문을 했다고 한다. 나참, 대체 이 사람을 뭘 보고 뽑은거야.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따뜻, 앵앵, 증거

1. 시험 기간이 끝났나 보다. 도서관은 다시 조용해졌다. 4월 말의 햇빛도 무척 따뜻하다. 2. 운동을 좀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제가 무릎과 발이다. 조금만 무리하면 둘 다 아파. 이 둘이 아프면 유산소, 근력 모두 문제가 생긴다. 스트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