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29

취향

순전히 시각적인(예를 들어 필름, 포토) 견지에서 :

나는 Tatoo, Piercing, Skull, Blood 쪽은 별로 취미가 없는 듯. 그리고 Scatologic한 것들은 전혀 취미가 없는 듯.

하지만 Flickr나 Tumblr, FFFFound! 같은 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느끼는 게 특히 동물 해골 그리고 그냥 해골에 대한 그들의 관심은 정말 뿌리깊어 보인다.

뉴스 토막

* 라가르드는 이코노미스트 출신이 아닌 최초의 IMF 총재로, 2005년 프랑스 정계에 진출하기 전 시카고 소재 로펌 '베이커 앤 맥켄지'(Baker & McKenzie)를 이끌었다. 그는 자신의 직업상 경력 상당 부분을 미국에서 보냈으며 완벽한 영어를 구사한다. 포브스지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여성 중 한 명으로 꼽았었다.

- 라가르드는 얼마 전에 영화 '인사이드 잡'에서 본 적이 있다. 당시 월스트리트의 방만한 운영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인터뷰를 했었다.

그는 경제 장관 뿐만 아니라 이전에 Ministry of Commerce & Industry(2005), Ministry of Agriculture(2007)을 역임했다. Agriculture 장관을 잠깐 하고 Ministry of Finance(2007)에 임명되어 지금까지 하고 있다.

언론들과 정부들, 사람들은 필요에 따라 그의 미국 경력을 강조하기도 하고, 인사이드 잡에서의 인터뷰를 강조하기도 하고, 프랑스 재무 장관 시절을 강조하기도 한다. IMF라는게 움직일 수 있는 폭의 한계가 꽤나 명확하기 때문에 이 구조 안에서 그가 어떤 식으로 대처해 나갈 지 기대된다.

위키피디아에 보니까 미국 윌리엄 코엔 의원의 인턴으로 일한 적이 있고, 10대 시절에 프랑스 국립 싱크로나이즈 스위밍 선수를 한 적도 있다. Vegetarian이고 술을 마시지 않으며 취미는 요가, 스쿠버 다이빙, 수영, 가드닝.



* 특전사령부 예하 제1공수 특전여단 제3대대에 배치됐다. 관등 성명부터 외게 했는데 '여단장 준장 전두환' '대대장 중령 장세동'이었다. 나는 학교 다닐 때 개근상 말고는 상을 받아보지 못했다. 오히려 정학을 당하기도 하고 대학 때는 급기야 제적되고 구속됐다. 그런데 군대에 가보니 군대가 요구하는 기능을 상당히 잘해내는 편이었다. 사격, 수류탄 던지기, 전투수영 등 생전 처음 하는 일을 내가 잘하는 게 스스로도 신기했다. 아내가 면회를 왔다. 그 시절 군대 면회는 무조건 먹을 것을 잔뜩 준비해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내는 먹을 건 하나도 없이 안개꽃만 한 아름 들고 왔다.

- 이건 문재인. 막상 가보니 군대가 요구하는 기능을 상당히 잘 해내는 편이었다는 게 신기하다.

이거 말고 약간 중요한 내용으로는

*하지만 '인용' 의견을 가진 헌법재판관이 다수였다면 대통령은 탄핵되는 것이다. 누가 그들에게 그런 권한을 줬을까. 국민이 헌법재판관을 선출한 것도 아니고, 그들이 꼭 대한민국 최고의 재판관인 것만도 아니다. 9명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고 3인은 대통령이 임명하니 적어도 6명은 정치적으로 임명된다. 헌법재판관 임명제도는 정말 위험하다.

- 그는 헌법 재판소 구성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경계

몇 년을 돌아다닌 조막만한 동네 뒷산에도 안 가본 길이 있었다. 사람의 경로 의존성이란 이렇듯 바로 코 앞에 있는 것들도 못보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곳에 있었다고 같은 경험을 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같은 것을 보면서도 나중 이야기가 다르다. 서로 다른 삶이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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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급격하게 경사를 이루는 곳에 집들이 들어서 있었다. 그리고 법인 소유의 공원과 분리시키기 위해 철망이 쳐 있다. 무슨 연유인지 몰라도 그냥 철망만 있는 게 아니라 곳곳에 철조망도 둘러져 있었다.

위태위태하게 서 있는 집들에 사람이 흔적이 있는 곳도, 베를린 장벽 다큐멘터리에서나 본 듯한 벽만 남아있는 집들이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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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는 이렇게 나온다. 지도로는 경계가 모호해 보이지만 가보면 매우 확실하다.

 

동네가, 내가 지금 사는 곳 만큼이나 갑갑하다. 이런 곳들에는 주로 혼자 사시는 할머니들이 많다. 페트병으로 만들어진 화분들도 늘어서있고, 빨래도 곱게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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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너머에 사람들의 귀여움을 잔뜩 받으며 놀고 먹는 고양이가 하나 있다. 어렸을 때부터 스스럼없이 사람들에게 접근했고, 그나마 안전한 지역이라(학교) 사람들이 가져다 준 집에서, 사람들이 가져다 준 고양이용 밥을 먹으면서 산다.

그런데 산을 넘어가다가 똑같이 생긴 고양이를 만났다. 어, 이 놈이 왜 여기 와있지 했는데 사람들이 버리고 간 닭 뼈들을 뒤적거리다 잔뜩 경계한 눈으로 쳐다본다. 그냥 동네 고양이는 다 비슷하지 그런게 아니라 정말 닮았다.

가만히 앉아 있었더니 그제서야 제 할 일을 한다. 가만히 보니 몸이 약간 더 크다. 조미료와 소금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는 길고양이들은 몸이 붓고(그래서 잘 먹어서 띠룩띠룩 살쪘다는 오해를 받는다) 신장이 안좋아져 일찍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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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폐가는 비가 올때마다 왼쪽 건물이 눈에 띄게 조금씩 조금씩 무너져내리는데 그래도 안없어지고 몇 년째 버티고 있다. 그 동안 고양이 가족들이 사는 모습도 봤고, 누군가 잠깐 사는지 빨래가 널렸다가 사라지거나 하는 모습도 봤다.

뭐 여기 역시 그런 곳이었다. 서울이라는 곳은 파고 들어갈수록 갑갑해진다. 모르면 모르는 채로 사는 거고, 알면 또 아는 채로 사는 거다.

20110628

WebRep

얼마 전부터 구글 검색을 하고 나서 링크를 누르면 사이트가 안뜨고 브라우저가 멈춰버리는 현상이 가끔씩 생겼다. 또 구글 리더를 사용하는데 피드들을 잘 못읽어오는 현상도 생겼다. 사용하는 브라우저는 크롬.

노트북(셀러론 듀얼코어, 2G 램)에서는 그런 현상이 별로 없고 데스크탑(펜4, 1G 램)에서만 이런 현상이 보이길래 조막만한 성능 차이지만 이렇게 두드러지나 + 구글 이용자가 요새 너무 많아서 이렇게 잘 안되는 건가, 서버 증설 좀 하지 + 피드가 너무 많아서 이러는 건가 등등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제 문득 이유를 알았다. 바로 Web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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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에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 avast를 업데이트했더니 크롬에 WebRep이라는 부가 기능이 붙었다. 데스크탑, 노트북 둘 다 avast를 사용 중이다.

WebRep은 Web Reputation에서 나온 말인거 같은데 그러니까 이런 저런 측정으로 사이트의 신뢰도 같은 걸 알려주는 툴이다. 구글 검색만 해도 검색 결과 오른쪽에 WebRep 표시가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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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화면을 보면 초록색으로 그래프가 보인다.

뭐 별로 유용해 보이는 기능은 아니지만 요새 피싱 사이트도 많다고 하고 그러니 그냥 설치된 상태로 사용하고 있었다.

어제 구글 리더만 읽으면 크롬이 어찌할 줄을 몰라하길래 답답해하고 있다가 Shift-ESC 누르면 나오는 작업 관리자를 가만히 보고 있었는데 문득 이게 문제가 아닌가 싶어 지워버렸다. 그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만사 형통, 모든 게 OK.

노트북에서는 별 문제 없는 걸로 보아 시스템 성능의 영향을 많이 받는 걸로 보인다. 내가 사용 중인 데스크탑과 노트북 사이가 커트라인 인가보다.


이외에 요즘 겪고 있는 다른 문제가 하나 있는데 노트북에서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한 다음 맨 아래 '결과 더 보기' 탭을 누르면 '로드중'만 나오고 결과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현상이 있다. 정말 알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

런닝 오리엔테이션

태풍도 지나가고 장마도 소강 상태다. 그래서 아디다스 마이코치의 오리엔테이션을 해보기로 했다. 시간은 12분. 운동화가 아직 없어서 등산화를 신었다.

하지만 OR은 엉망이 되버렸는데 피트니스 센터의 체계적인 운동이나 뭐 하여간 그런 것들에 전혀 익숙하지도 않고 실력도 젬병이라 전혀 하라는 대로 따라가질 못했다. 40%의 강도로 달리세요 이런 말 해봐야 그게 무슨 말인지 못알아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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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순서대로 40%, 50%, 70%, 80%, 90% 뭐 이런 식으로 페이스를 쭉 올린 다음에 쉬어가는 식으로 해야 한다. 그걸 통해서 내 실력에 적합한 4단계 존이 구분되고, 거기 맞춰서 앞으로 속도 조절을 하게 된다.

위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시작한지 500m쯤 지난 다음 냅다 15km/h로 달리기 시작했다. 15km/h가 40%라면, 만약 100%로 뛴다면 30km/h 대라는 소리다. 이렇게나 감이 없어서야. 마라톤 우승하는 사람들이 시간당 20km/h 정도로 뛴다... -_-

하여간 엉망 진창이었다. 아주 아주 대충 감이 오기는 하는데(살살, 약간 더 힘내서, 약간 더 힘내서, 좀 열심히) 다음 번에는 잘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집에서 달리기를 할 수 있는 곳까지 거리가 400m쯤 된다. 동네 어귀 쯤에 있는 소박한 유흥가 인데 거기에 떡볶이 집이 하나 있고, 우동집이 하나 있다. 둘 다 정말 맛있다. 사실 진정한 문제는 바로 이거다.

20110627

박정현

오래간 만에 나가수 이야기. 사실 나가수에 나오는 음악인들 중에 예전부터 '팬'이었다고 말할 만한 사람은 별로 없다. 한 명을 뽑자면 장혜진 정도, 그리고 추가하자면 한때 정말 많이 들었던 조관우. 우연히도 새로 등장한 두 명이 개인적으로는 약간 의미가 있는 사람이라는 게 신기했다.

박정현도 그 중 하나다. 사실 이렇게 기교가 풍부한 보컬을 좋아하지 않는다.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예전에도 말했듯이 가능한 내츄럴하고, 레어한 보컬을 좋아하기 때문에, 차라리 기계적인 소리를 더 좋아한다. 헤비 메탈이나 일렉트로닉 음악을 많이 듣게 된 것도 그런 이유도 있다.

뭐 사실 옛날 이야기고 요새는 그냥 저냥 듣는다.

나가수에서 박정현이 겨울비를 불렀다. 노래가 노래이니만큼 상당히 직선적으로 접근했다. 겨울비는 김종서 솔로보다 시나위 버전을 더 좋아한다. 훨씬 더 담백하기 때문이다.

박정현은 기대보다 꽤 좋았다. 특히 1절 초반 '우울한 하늘과 구름' 부분은 정말 최고였다. 힘을 쫙 빼면서 슬쩍 지나가는 그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2절에도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 곡의 후반부로 갈 수록 박정현 고유의 버릇, 스타일이 나오기 때문에 상당히 의식하는 거처럼 보이는 초반 정도는 아니다.

그 부분 때문에 포스팅한다. 어제 나가수 최고의 1분을 뽑자면 나는 거기다.

다른 1위 후보는 하광훈과 조관우가 만나서 처음 키보드를 두드리며 국악적 접근을 시도하는 부분. 중간 평가때보다 훨씬 레어한 상태인데 그래서인지 더 마음에 들었다.

20110626

영화 풍산개를 보다

영화 풍산개를 봤다. 김기덕이 각본, 제작을 했고 감독은 전재홍. 김민선은 왜 이름을 김규리로 바꿨을까. 김규리라는 배우 원래 있잖아.

영화는 꽤 재미있다. 분명 김기덕스럽지만, 그렇게까지 지글지글거리는, 보는 사람이 짜증나고 난처해지는 막장의 지점으로 돌진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김기덕스럽지 않다. 장철수나 장훈 감독 등과는 조금 다르게 이 영화에서는 김기덕의 영향력이 보다 크게 느껴지지만, 그게 또 그렇지도 않다.

거의 정보가 없이 봤기 때문에 (나는 풍산개가 한 번은 나올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 -_-) 김기덕이 깊숙히 관여된 영화라는 이야기를 듣고 토요일 오후가 너무 우울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괜찮았다. 주제가 性이나 관계의 (구조)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더 그렇지 않았나 싶다.

 

영화는 뭐 그다지 복잡한 점은 없으니 관두고, 어쨋든 김기덕 감독 이야기나 좀 더 해보자.

김기덕 류의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 지글거리는 것들 빼고, 개인적으로는 투박하지만 기발한 상상력이다. 비무장지대를 왔다갔다 하는 방식을 만들어내기 위해 감독과 작가가 고민하며 과정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생각해 보면, 뭐랄까, 웃음이 나온다.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 건 수취인 불명에서 논바닥에 거꾸로 쳐박혀있던 양동근의 모습이다. 김기덕의 영화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그 장면하고, 역시 수취인 불명에서 조재현이 개 때리는 장면, 해안선에서 장동건이 어리버리한 표정 짓는 장면, 그리고 그외 또 여러가지 잔상들이다.

예전 영화들에서도 알아듣기 쉽지만, 쉽게 발상하기 어려운 기발한 상상의 결과들이 꽤 있다. 그런걸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 사람 은근히 참 재미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그 지글거리는 것들 때문에, 알면서도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을 정면에 내놓는 탁월한 기술, 김기덕의 영화를 보는 건 그 자체로 매우 끔찍한 경험이다. 그로 인해 정화되는 일종의 감정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참 어렵다.

김기덕의 영화를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한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그의 존재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는 동감한다. 로메로는 좀비 영화를 계속 만드는 거고, 김기덕은 짜증나고 끔찍한 영화를 계속 만드는 거고, 그걸 누구는 좋아하고 누구는 싫어하고 그러는 거지 뭐.

 

어째든 김기덕 사단(이제는 그렇게 불러도 충분할 만큼 류가 형성되고 있다)은 이렇게 또 범위를 확장해 나아갔다. 예전에 허지웅이 말했던 것처럼 시간이 훨씬 지난 후에는 김기덕은 지금처럼 이단아, 혹은 칸느에서 상을 많이 받는 감독 정도로 불리는 대신에, 뭔가 완전히 다른 밸류의 수사가 붙어있게 될 지도 모르겠다.

파리 바게트의 포테이토 칩

영어로 Potato Chips라고 써있는데 한글로는 포테이토 칩이다. 파리 바케트에 갔는데 포테이토 칩을 팔고 있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포테이토 칩과 소시지 빵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하기 때문에 하나를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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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지는 고만고만하고 80g, 감자가 60.8%(미국산) 들어있다. 참고로 오리온 포카칩은 홈페이지에 감자 함유량이 나와있지 않고, 농심 칩포테토는 91%(호주산), 농심 수미칩은 94%(국산)가 들어있다. (참고로 농심과 오리온 홈페이지, 특히 오리온 홈페이지는 참으로 불편하다, 원하는 정보를 찾기가 무척 어려운 구조)

느낌은 전반적으로 뻣뻣하고 상당히 짜다. 사이다와 먹으면 금상첨화일거 같은데 집에 오면서 생각은 했는데 태풍 바람에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생각만 하느라 못샀다. 아쉽다.

샤니에서 직접 만들었나 하고 뒷면을 찾아봤더니 OEM 수입산이다(!). 제조원은 Shear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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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볼 수 있는 이 클래식 및 바베큐 포테이토 같은 걸 만드는 미국 회사다. 쉬어러스 홈페이지에서 이런 저런 제품들을 찾아봤는데 파리 바케트의 포테이토 칩과 똑같은 건 없는 거 같다. Nutrition이 조금씩 다르다.

뭐, 나쁘지는 않은데 포카칩과 수미칩이 너무 막강해 자주 먹을 거 같지는 않다. 해피 포인트가 꽤 쌓여있기 때문에 조만간 먹을 거 같기는 하다. 꼭 사이다와 함께 먹어야지.

쉬어러스 홈 페이지에 보니 감자칩을 사이드에 놓고 먹을 수 있는 애피타이저, 디저트, 앙트레 레서피가 나와있다. 구아카 올레!나 살사 크루다같은 건 언제 꼭 만들어보고 싶다.

http://www.shearers.com/Recipes.aspx 여기에서 레서피를 볼 수 있다.

20110624

런닝 오리엔테이션

장마 중인데, 태풍도 오고 있다는데, 밤 하늘에 구름이 동동 떠있는 모습이 보이는 걸로 봐 당장 비는 안오겠구나 싶어 시험삼아 달리기를 해보려고 나갔다. 큰 목적은 두가지로 첫째는 최초 목표인 5km가 어느 정도인지 체크해 놓고(되돌아와야 하니까), 둘째는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없는 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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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500m 정도가 더 있는데 1분마다 알려주는 기능이 없을까 싶어 잠깐 껐었다. 런키퍼는 오디오 Cue 기능을 중간에 바꿀 수 없다. 더구나 꺼놓고 세팅에서 봤는데 1분마다 알려주는 기능 따위 있지도 않았다.

평속 6.67km니까 뭐 걷다-뛰다-걷다-걷다-뛰다-걷다-걷다-걷다 이런 정도. 일단 점검 결과.

 

1. 컨버스 스니커즈를 신고 달리지는 말자.

2. 아이폰을 허리에 차든지, 팔에 두르든지 무슨 수가 나야 한다. 집 열쇠도 마찬가지.

3. 반바지가 필요하다. 사실 반바지라는 건 거의 입지 않기 때문에 잠잘 때 입으려고 유니클로에서 산 거(그것도 사실 티셔츠랑 세트인데 티셔츠 때문에 샀다) 밖에 없다.

내 키 - 몸무게 스펙이 클라우디아 쉬퍼와 똑같았었는데(지금은 아마 내가 더 무거울 듯, 다시 같아져야지 -_-), 그의 다리와 가슴에 붙어있는 살이 모두 내 다리에 다 붙어있어 플러스 마이너스 세임이었다고 보면 될 듯. 그래서 반바지는 안입는다.

그런데 어쨋든 지금은 반바지가 필요하다. 유니클로에 두개 세트 5,900원짜리가 있다면 참 좋겠다.

4. 지금 내 실력으로 5km 완주도 무리다. 허들을 좀 낮춰야 겠다. 11월 6일 중앙 서울 마라톤 10km 코스를 나가고 싶은데(제한시간 1시간 30분) 지금 봐서는 절대 안될 거 같다. 참가비도 4만원이나 한다 ㅠㅠ

5. 천(川) 옆을 달리는 건 말은 그럴 듯 한데 냄새가 너무 난다. 하수구 바로 옆에서 심호흡하는 기분이다. 지금도 머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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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달리기를 할때 닥-닥-닥-닥 인 리듬이어야 할 거 같은데 닥닥-닥닥-닥닥하는 리듬, 즉 셔플이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겠다. 필라델피아 블루스의 피가 흐르나. 헬로 비비킹. 무슨 소리야.

20110623

달리기를 할 생각이다

제목을 이렇게 써놓고 보니까 꼭 구글 번역기가 멋대로 번역해 놓은 검색 결과 같다. 누누히 말했지만 달리기를 할 생각이다. 저번에 방송에서 봤었는데(누구였는지 생각이 잘 안난다) 일단 떠들어놓고, 그걸 쫓아가는 삶도 나름 괜찮지 않나 싶어서 보는 사람마다, 그리고 블로그에서도 떠들고 있다.

사실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었는데 이제 적당한 때가 다가오고 있다. 비가 그치고 나면 슬슬 시작할 예정이다.

 

지금껏 살면서 달리기에 흥미를 느낀 경우는 거의, 아니 전혀 없었다. 중고등학교 때 체육 시간 시작할 때 운동장 한바퀴 뛰는 것도 이해도 가지 않고 귀찮고 짜증만 났다. 군대 훈련소에서는 어쩔 수 없었지만 천만 다행이게도 내가 복무한 군부대는 구보를 하지 않는 곳이었다. 한다고 막지는 않았는데 전역하기 직전 병장들이 살뺀다고 달리는 경우 말고는 거의 없었다.

축구도 (나는) 안했고, 가끔 야구는 했다. 그렇지만 일년에 한 번 있는 유격 훈련장은 정말 지옥같았다. 유격 훈련장에서는 어디를 가든 무조건 열 맞춰 뛰어다닌다.

달리기를 이렇게 싫어하는 데 비해 걷는 건 꽤 좋아하고, 나름 자신이 있다. 행군 할 때 전혀 아무런 문제도 없었고, 마라톤 1등으로 완주하고 아베베가 했다는 말처럼 이런 거라면 몇 번 더 할 수도 있겠네 이런 생각도 했었다. 물론 보병들이 하는 며칠씩 먹고 자며 하며 걷는 건 안해봤기 때문에 그것도 과연 괜찮았을까 여부는 잘 모르겠다.

 

의지를 가지고 달리기를 한 적이 한번 있기는 하다. 역시 군대와 관련된 일로 입대하기 전에 이 몸뚱아리로 가면 정말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위기 의식에, 당시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 뿌찌와 함께 아침에 30분 정도씩 뜀뛰기를 했다. 뿌찌가 매일같이 너무나 즐거워해서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었다.

이 운동이 체력적으로 도움이 되었는가 하면 잘 모르겠다. 육군 훈련병의 훈련이라는 건 체력을 기르는 게 아니라 가지고 있는 체력을 어디까지 갉아먹을 수 있는 가의 게임이다.

 

어쨋든 긴 시간이 지나고 요 몇 달 전부터 조깅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꿈틀거리는 걸 느끼고 있다. 딱히 계기가 있는 건 아닌데 그냥 재미있을 거 같다. 지금껏 조깅이란 무식한 미국 놈들이나 하는 한심한 운동이라는 파쇼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딘가부터 조금 변했다. 줄창 걷는 거 가지고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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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엔도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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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런키퍼.

 

엔도몬도에서 77.15km(이건 노키아 시절과 아이폰 초기다), 런키퍼에서 85km니까 합쳐서 170km가 조금 넘는데 워낙 소소한 것들이 합쳐진 거라 계산해보면 회당 2.5km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참 미천하구나.

 

두가지 계획이 있는데 하나는 런닝을 5km 단위로 하는 것,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걷는 걸 좀 더 길게 가지는 거다. 회당 5km면 별거 아닌데 내가 살면서 가장 멀리 뛰어본 게 7.6km였으니 쉬울거 같지는 않다. 아디다스의 miCoach로 잔소리를 들어가면서 해 볼 생각이다. 자, 다같이 달려요. 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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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흥미를 끌만한 사진 없음.

 

이것이 패션인가 아닌가는 매우 진지한 성찰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로버트 알트먼은 -less도 패션이라고 영화 패션쇼에서 주장 / 혹은 조롱했었다), 어쨋든 분명 스타일이기도 하고 삶에 대한 애티튜드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 해외 뉴스 뭐 이런 데에 여성들의 토플리스 권리 주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적 있다. 캐나다였나 뭐 그랬던거 같다.

펜디의 모피쇼로 국내에서도 모피 반대 무브먼트가 조금 더 널리 알려진 것 처럼, 위 사건 때문에 사실은 나름 유래가 깊은 토플리스 무브먼트(Topfreedom이라고도 한다)도 조금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숨겨진 이슈가 밖으로 도출되려면 역시 사건이 필요하다.

패션과 아트 등에 대한 지나치게 긴 구독 목록을 보유하고 훑어보고 있기 때문에 요즘 이 이야기가 심심찮게 눈에 들어온다. 며칠 전에 뉴욕에서 토플리스로 거리를 횡보하던 어떤 여자가 경찰에 티켓을 끊었다는 뉴스가 또 올라왔는데(뉴욕 경찰에 의하면 토플리스가 이유는 아니었을거라고 한다, 이 이야기는 아래에 좀 더 자세히) 겸사겸사해서 조금 써본다.

 

개인적으로는, 여러가지 사건을 거치면서 남이사 뭘 입던 상관안한다는 마인드를 조금 더 굳건하게 가지게 되었다. 원래부터 그렇게 생각하려고 애를 좀 쓰기는 했는데 그게 마음처럼 되는 게 아니다. 평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오, 멋지네 혹은 저건 또 뭔가 같은 생각을 반사적으로 하게는 된다.

그런 것도 요새는 많이 줄었다(인간은 훈련을 통해 생각보다 많은 걸 바꿀 수 있다). 결정적인 계기는 2000년대 초반 아주 추운 겨울날, 예전 종로 서적 앞 거리에서 반팔 앙고라 스웨터를 입은 일련의 무리(중학생으로 추정)를 목격하면서다.

그들이 쿨하게 돌아다녔다면 그려려니 했을 텐데 매우 추워하고 있었고(피부가 빨갛게 일어나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나는 납득을 잘 못했고, 결국 당시 같이 있던 사람들과(내가 운영하던 패션 동호회 사람들이었다) 약간 긴 토론을 가지게 되었다.

어쨋든 그때 내가 내린 결론은 - 설득당했다 - 사람이 옆에서 날아다니고 있거나, 극심한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면 뭐든 상관하지 않으리라다.

가끔씩 패션 이야기를 주로 올리는 다른 블로그나 트위터에 누가 뭘 입었더라하는 이야기를 올리는데 그건 용감하게 사진을 찍을 자신이 없어서(다음 번에 혹시 광고비를 받게 된다면 fashionboop이라고 써놓은 명함을 만들까 생각 중이다) 기록을 해놓기 위함이 더 크다. 순수하게 놀릴 생각도 없고, 찬양할 생각도 없다.

 

그렇지만 토플리스는... 당사자가 아니라 뭐 어떠랴 싶기도 하지만, 나 자신은 토플리스로 다닐 생각은 현재로서는 없다, 그런 걸 원하는 구나 싶기도 하고, 뭐 복잡하다. 하루키 수필집에서 60년대 말에 페민 무브먼트의 여성들이 브래지어를 모아 태웠다는 일화가 생각나기도 하고 그렇다.

 

일단 위에서 잠깐 언급한 며칠 전 뉴욕 사건에 대해 말해보자면. 이 이야기는 처음에 Bowery Boogie 닷컴에 실렸고 곧바로 세계 곳곳에 알려졌다. 최초 원문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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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걸어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경찰 두명에게 딱지를 끊는듯한 사진이 함께 올라왔다.

the Village Voice(인터넷 매거진)에서 저 여성이 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해 문의하는 이메일을 NYPD에 보냈는데 답변은 "주 최고 법원은 아주 예전부터 여성 역시 공공장소에서 토플리스로 다닐 수 있다는 판례를 확립하고 있다, 블라블라" 였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뉴욕주에 거주하는 여성이라면, 딱히 무브먼트를 하지 않아도, 뜻만 있다면 토플리스로 다니기 위해 시위를 하거나 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위에서 말했듯이 이 운동은 Topfreedom이라고도 한다. 이 무브먼트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는 http://en.wikipedia.org/wiki/Topfreedom 에서 읽을 수 있다.

원래는 비치에서 일광욕, 공공장소에서 아이에게 수유를 할 수 있도록하는 부분에서 출발했는데 스케일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거 같다. 얼마 전 캐나다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TERA(Topfree Equal Right Association)이라는 단체도 있고, GoTopless라는 미국 단체도 있다.

약간 더 덧붙이자면 GoTopless는 라엘리안 무브먼트에서 만들었다. 라엘리안 무브먼트라면 들어봤을 것이다. 생각보다 복잡한 일들이 뒤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위키피디아를 읽어보면 아시아 쪽은 아무래도 보수적인 곳이 많아 잘 안돌아가고 있는데 외국인이 많이 오는 해변(푸켓이나 사무이 등등) 정도에서 서양인들의 토플리스가 목격되는 정도다.

중국 칭따오에 있는 넘버 원 시사이드 배쓰 클럽에 놀러온 불가리아 여성의 토플리스가 2009년에 문제를 일으킨 적 있는데, 현지인들이 upset했음에도 딱히 금지하는 법 같은 게 없어서 그냥 계속 일광욕을 즐겼다고 한다.

대충 이런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20110621

냉면 레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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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냉면 레퍼런스는 을지로 우래옥이다. 참고로 어렸을 적 길들여진 냉면은 명동에 있던 한일관 냉면이었다. 강남으로 옮긴 다음에는 안 가봤다. 그때와는 내 음식 취향이 좀 많이 바뀌었는데 전반적으로 좀 심심하고 투박한 걸 좋아하게 되었다. 육식 중심을 탈피하고 싶은데 솔직히 고기가 너무 맛있다... ㅠㅠ

 

사진은 대치동 우래옥. 지난 주말에 오래간 만에 대치동 우래옥에 갔다가 찍었다. 우래옥은 다 좋은데 가게 안에 불고기 냄새가 너무 진동한다. 대략 30분 정도 기다렸음.

슬슬 냉면 레퍼런스를 업데이트할 때도 되었다고 생각은 하는데 아직 더 나은 건 발견하지 못했다. 라이벌은 봉피양 정도다. 이 외에 좋아하는 냉면집은 순서대로(약간 섞이기도 해서) 을지 면옥, 필동 면옥, 곰보 냉면, 흥남집, 함흥 면옥(명동), 원산 면옥(부산) 정도 되겠다.

대전에서 군 생활을 했는데도 숯골원냉면을 못먹어본게 많이 아쉽다.

아, 얼마 전에 충무로 진고개에서 우연히 냉면을 먹은 적 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괜찮았다. 면이 조금 특이했었는데 다음에 다시 먹어 볼 생각이다.

을밀대는 솔직히 납득이 잘 안되고, 진주 냉면도 마찬가지다. 을밀대는 너무 단순하고, 진주 냉면은 너무 복잡하다.

 

우래옥은 이번에 갔을 때는 육수는 약간 별로였지만, 면은 아주 괜찮았다. 예전의 기억과 비교하면 배추 김치의 양이 왕창 줄었고, 무가 왕창 늘었다. 그리고 고기가 유난히 많이 올라와 있었다.

아주 예전의 첫 인상을 되살려보면 (면이나 이런 건 빼고) 우래옥에서 강하게 인상을 받은 건 엄하니 올라가 있는 배추들과 반찬으로 나온 무였다. 냉면 위에 배추가 올라가 있는 건 처음 봤었기 때문에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러고 나서는 붉은 고추가 올라가 있는 모습도 언젠가 본 거 같고, 육수를 마시다가 고추 가루가 꽤 많네 하는 생각을 한 기억도 있다. 또 설렁탕에 들어가는 것 같은 가는 통파는 지금까지 딱히 인상에 크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눈에 확 들어왔다.

저런 통파는 원산 면옥의 냉면에 많이 들어있었던 기억이 있다... 원산 면옥 가고 싶다 ㅠㅠ

 

어쨋든 이 변화가 을지로-대치동의 차이인지, 둘이 같이 약간씩 바뀌어가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맛 자체는 아주 많이 변하진 않은 거 같은데, 뭔가 조금씩 계속 바뀌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처음 갔을 때 냉면이 6,500원인가 해서 벌벌 떨면서 먹었는데 이번에 갔더니 11,000원이다. 하여간 실로 놀라운 가격이다. 냉면 취향 가꾸기도 이제 비싼 취미가 되버렸다.

20110620

일본 바퀴

보통 바퀴벌레라고 하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나오지 않는다. 벌레는 그냥 뒤에 관용적으로 붙이는 거 같고, 정식 이름은 그냥 '바퀴'. 동의어로 '香娘子'(향랑자)라고 한단다. 향은 향기, 냄새를 말하는 거고, 랑은 '낭자'할 때 그 낭이다. 결국 향기나는 아가씨라는 뜻인데 어쩌다가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한때 바퀴와 전쟁을 벌인 적이 있다. 따뜻해지기 시작할 무렵에 어쩌다 하나 보이는 걸 방치하면 그야말로 박살이 난다. 귀찮아서 몇 해를 내비뒀더니 말 그대로 그들에게 점령당했다. 그 광경은 정말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자는 결코 그게 어떤 건지 알 수 없다.

결국 어느날인가 온 집안을 다 헤집으면서 그것들을 잡아들였다. 장농, 바닥, 세탁기, 에어컨, 냉장고, 심지어 냉장고 내부, 싱크대, 가스렌지, 화장실, 가능한 모든 곳을 다 뒤졌고, 다 끄집어냈고, 눈에 보이는 대로 모두 다 죽여댔다. 그 지경이 될 때까지 방치한 것도 물론 문제지만 여하튼 그것들은 놀라울 정도로 여러 곳에 살고 있었다.

그런 massacre가 있은 이후 대략 2년 정도는 또 조용해졌고 평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그것들은 결국 다시 찾아왔다. 살고 있는 패턴 - 청소, 세탁의 완벽한 마무리 - 의 변화가 있거나 동네 전체가 청정 지역이 아닌 한 그것들이 다시 안 찾아올 이유가 없다.

두번째 침략에는 좀 더 확실한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바로 파워포스젤인가 맥스포스젤인가 하는 약품이다. 설치형 약에 나오는 그 까맣고 동그란 플라스틱 통을 100개 쯤과 함께 옥션에서 3년 전쯤에 구입했다. 혹시나 실패하면 그때는 골치 아파지기 때문에 규칙을 명확하게 지키기로 했다.

자주 나오는 곳들을 중심으로 전방위적으로 약을 설치한다. 그러고나서 며칠 지나면 겔겔거리는 바퀴들이 기어나오기 시작한다. 이때 내버려두는 게 중요하다. 그것들은 병든 몸을 이끌고 집으로 기어들어간다.

그리고 정확히 1개월 후에 약들을 다 거두고 거의 같은 위치에 원래 설치한 양의 90% 정도를 설치했다. 그리고 3개월 후에 80%. 잊어버리지 않게 달력에 표시해 놓는 게 중요하다. 어쨋든 그것들은 결국 다 사라졌다. 그리고 구석구석까지 대청소를 한 번 했다. 그 이후 3개월 째도 달력에 표시해놨는데 다시 설치할 필요는 없었다.


이런 지난한 전쟁은 결국 마무리되었다.


그러다가 작년 이맘 때의 일이다. 밤에 집에 들어와 더워서 창문을 활짝 열어놨는데 뭔가 휘리릭하고 날아 들어왔다. 바퀴였다. 4층이니까 설마 날다가 들어왔을거 같지는 않고 벽을 타다가 불빛을 보고 들어온게 아닐까 싶다. 그것은 가끔 바깥에서 보던 미국의 그 거대한 것과는 다르게 생겼다. 덜 큰 놈인가 하고 바깥으로 쫓아내고 말았다.

그리고 올해 동네 길에서 3회, 잠원역 근처에서 1회, 한강 이촌 지구에서 2회, 대흥동 옆길에서 2회, 여의도 한강 공원에서 1회 그것들을 목격했다. 작년하고 돌아다니는 패턴의 변화가 그다지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목격의 빈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러다 며칠 전 일본 바퀴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혹시나 하고 찾아봤더니 역시 그 놈이 맞다.
세스코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의 바퀴 수가 증가하고 있다. 작년 대비 무려 +24%. 이 중 흔한 독일 바퀴가 85%(나와 싸웠던 놈들), 7%가 일본 바퀴다. 하지만 일본 바퀴는 매년 50% 정도의 속도로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다.

참고로 이것들은 주로 바깥에 살며 물 같은 걸 얻기 위해 집에 들어온다. 보통 정원, 화분 같은 데 잘 숨어 있기 때문에 실내 정원 같은 걸 가꾸는 경우 주의해야 한단다. 하여간 징그러운 놈들이다.

20110618

grease

grease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반고체 사태의 윤활류'라고 되어 있다. 이걸 한글로 쓰면 원래 '그리스'다. 하지만 검색을 해보면 대번 지금 경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중해 옆 그리스 이야기만 나온다.

보통은 '구리스'라고들 한다. 예전에 아카데미 과학에서 나온 모터가 들어있는 프라모델들을 보면, 특히 배 종류, 안에 물의 유입도 막고 모터의 회전도 원할하게 만들기 위해 그리스가 들어있었다. 끈적끈적하고 왜 바르는 지도 모르고 여튼 귀찮은 존재였는데 당시 설명서든 뭐든 대부분 구리스라고 적혀 있었다. 이름 참 웃기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 구리스라니. 아리수 친구 구리수도 아니고.

현대 모비스에서 나온 현대/기아 자동차용 순정 부품 중에 휠 베어링 그리스가 있다. 이거 깡통에는 '그리이스'라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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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명에 이렇게 적혀있길래 사실 처음에는 이게 표준어인지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런 거 참 골치아프다. 검색할 때 비슷한 류로 어댑터/아답터/어답터, 또는 배터리/바테리/빠떼리 뭐 이런 것들도 있다. 그나마 이 두개는 워낙 많이 쓰이기 때문에 어댑터와 배터리로 굳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는 뭐가 표준어인지도 잘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색의 편의 등을 위해 어떤 통일 안이 나와야 될텐데 : 같은 장모음 표시가 없는 한 검색할 때 greece와 grease는 구별이 참 어렵다.

그리스 + 모터, 그리스 + 자전거, 그리스 + 선풍기 이런 식으로 한정 짓는 방법이 그나마 가장 확실하다. 구글에서 이런 식으로 대충 적으면 알아서 찾아준다.

 

컴퓨터 때문에 골치가 좀 아팠는데 어쨋든 데스크탑 정리는 끝났다. 정기적인 백업 만이 이 더위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소 자본 / 최대 효용 방안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지만 이게 참 느리고 오래걸리고 귀찮은 일이기는 하다.

그리고 XP가 설치되어 있던 노트북을 윈도우7으로 바꾸는 작업도 끝났다. 윈도우7이라는 건 아직 많이 낯설다. 무선 인터넷을 어떻게 하는 건지 몰라서 한참을 뒤적거렸는데 알고보니 무선랜 드라이버가 설치되지 않았던 거였다.

그리고 또 방에 대형 선풍기를 하나 가져다 놓고 있는데 그게 얼마 전부터 돌아가지 않는 사태가 있었다. 여러모로 검토한 결과 원인은 하나 윤활류의 부족이었다. 여기에 쓰고, 또 다른 선풍기에도 쓰고, 혹시 자전거가 생기면 거기에도 쓰고, 요즘 요란한 소리가 나는 그래픽 카드 쿨러에도 쓰자 싶어 그리스를 사기로 했다.

마트가면 당연히 있을 줄 할고 헤매다가 엄한 매몰 비용만 잔뜩 늘어나고 결국 신촌에 있는 조금 큰 자전거 가게에서 구입했다. 원래는 저 위 사진에 나오는 현대의 그리이스를 사려고 했는데(전형적인 노랗고 끈적거리는 그리스다) 운명의 이끌림 속에서 리튬 그리스라는 걸 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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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선풍기를 뜯고 보니까 생각보다 복잡하게 생겨서 일을 완전히 그르칠 뻔 했는데 그럭저럭 잘 마무리되었다. 뭐든 쉽게 보고 덤비면 안되고 항상 있을 수 있는 가장 복잡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 깨닫는다.

인터넷 검색해 보면 자세한 분해 및 그리스 칠 해야하는 곳 표시가 되어 있는 블로그들이 몇 개 있기 때문에 그런 내용은 생략한다. 선풍기의 만든 퀄러티에 따라 차이가 조금씩 있겠지만 그다지 복잡하지는 않다.

다만 미끈미끈해진다. 여튼 그리스 때문에 온 드라이버, 나사, 플라스틱, 니퍼가 미끈미끈해졌다. 뭘로 만든 건지 참 대단하다. 몸에는 참 안 좋을 거 같긴 하다.

 

결국 선풍기도 잘 돈다. 그래픽 카드 쿨러도 조용해졌다. 기쁘다. 하지만 방은 여전히 덥다. 기분 전환으로 바탕 화면도 바꿨다. 데스크탑, 노트북, 아이폰 쓸데 없이 세개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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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한 게 좋아서 대충 이런 것들로 바꿨다. 그리고 다시 주말이 왔다.

20110617

이슈에 대해서

요즘에는 생각이라는 걸 거의 안하고 있다. 기껏해야 어떻게 하면 방을 좀 더 시원하게 할 수 있을까(밤 11시에 들어왔는데 방 온도가 32도인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문제다), 어떻게 하면 선풍기를 고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컴퓨터가 더 이상 망가지지 않고 버틸 수 있을가 정도다. 그래도 세상 돌아가는 거에 대해 생각도 좀 해야겠기에 컴퓨터를 킨 지 5분 만에 이제는 33도가 된 방에서 써본다.

 

1. 반값 등록금이라는 건 괜찮은 이슈다. 일단 이해하기 쉽다. 이미 반값 등록금이라는 말에 거의 모든게 들어가 있다. 그리고 현 여당의 저번 선거 정책이기도 했다.

 

2. 나는 선거를 할 때 지방 의원이 아닌 경우에야 공약 같은 건 거의 안본다. 여야 양당 체제하에서 나온 후보가 주장하는 공약은 그저 그러고 싶다, 정도의 의미 밖에 되지 않는다. 저번 대통령 선거때 현 대통령의 공약을 보면서 농촌 정책이 매우 진보적으로 보인다고 칭찬하는 경제학자가 있었다. 학자들은 이런 거에 매우 잘 속는다. 당시 농촌 정책이 진보적으로 보였던 건 단지 당시 그 후보가 농촌 정책에 별로 관심이 없고, 그러니까 보좌관들이 써 준대로 나열했을 뿐이다.

그의 공약이었던 반값 등록금 정책도 마찬가지다. 뭐 공약한 적이 없다고 하지만 말해놓고 그런 적 없다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니 그런 건 그냥 지나가자. 그런 나름 놀라운 공약이 등장한 건 대학생들의 투표율이 별로 높지 않다는 걸 그도 알고 있고, 그러니 아무 이야기나 생각나는 대로, 이왕이면 큰 이슈가 되도록, 말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공약을 평가하자면 그 공약의 실현 가능성 뿐만 아니라, 과연 그게 저 정당 하에서 실현 가능한 지도 함께 봐야 한다. 그러므로 당의 이념성, 정치라는 단어처럼 케케묵은 말 같지만 여전히 그런 것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은 당연히 고려 대상이 되어야 한다.

 

3. 어쨋든

 

4. 등록금을 낮추는 건 필요하다. 물가 상승률에 아랑곳하지 않고 너무 치솟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값 등록금은 또한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 예산은 한정되어 있다. 만약 등록금이 반으로 낮아지도록 예산을 사용하면 대학생과 학부모 외에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저 등록금을 반으로 낮추는 건 구조적으로 아무 것도 변화시키지 않는다. 그냥 너무 높아진 등록금을 낮출 뿐이다. 그리고 함정도 있다. 만약 예산이 배정되어 등록금이 반으로 낮아지면 대학은 보나마나 등록금을 마구 올려댈 것이다.

등록금 인상에 제한을 걸면 대학의 사회 기여를 이야기하며 국가 지원 예산을 늘려서 받거나, 장학금을 줄이거나 여튼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현 수지를 맞춰갈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매우 구조적인 문제다.

좀 더 넓게 생각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아마 지금처럼의 집중도는 떨어질 것이다. 참 어려운 문제다.

 

5. 어쨋든 시위를 시작했으면 뭐든 얻어내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그랬으면 좋겠어'라고 아무리 생각하고 있어봐야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역사책을 뒤져봐도 시민이 가만히 있는데 집권층이 뭔가 내준 적은 거의 없다. 당연한 일이다. 가만히 앉아있어서는 노련한 정치권에게 이용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다.

현대 사회에서 시민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은 투표권 밖에 없다. 그 어떤 위력적인 행동도 정권을 바꾸는 혁명/쿠테타가 아니면 투표권 만큼 강한 건 없다. 단지 너무 추상적으로 광범위하게 흩어져있어 눈에 잘 안보일 뿐이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지 이 요구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힘 투표권과 연동시켜야 한다. 등록금 인하에 부정적인 의원들에 대해 낙선 운동을 하든, 뭘 하든 해야한다. 낙선 운동, 당선 운동을 안하더라도 등록금 문제를 선거의 이슈로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투표를 함으로써 위력을  보여줘야 한다.

시끌시끌하다가 투표권이 여전히 낮은 거로 나타나면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는 1/4 등록금 같은 거 들고 나왔다가 당선되고 나서는 그런 말 한 적 없어요라는 사람이 틀림없이 생길거다. 결국 이 이슈는 다가오는 선거에서 모든 게 판가름난다.

 

6. 개인적인 생각 - 실현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일단 문제는 사립 학교들이 등록금 자율권과 나라의 교육 보조 예산을 함께 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돈이 산처럼 쌓인다. 쌓여있는 돈들은 많은 부분이 건물을 더 짓는 다든가, 땅을 산다든가 하는 부분에 쓰인다. 어쨋든 재산이다.

이런 건 지금 학생들도 책임이 있다. 중요한 건 건물의 생김새가 아니라 건물 안에 들어가 있는 교수의 질, 부자재의 질이다. 으리으리한 건물을 보며 우리 학교가 이리 좋아졌구나 착각하는 곳에서 사실 꽤 많은 문제가 생겨났다.

내 모교에서도 멀쩡히 있던 잔디밭을 다 파해치더니 건물들을 쌓아올리고 있다. 다른 건물들도 리뉴얼 대신 재건축을 선택했다. 어처구니가 없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꽤 많은 학생들이 그걸 좋아한다는 걸 언젠가 알았다. 건물의 생김새와 높이를 학교의 위상과 연결시키는 버릇은 아파트 건물의 육중함으로 개인 신분의 위상을 판단하는 습관에서 나온게 아닐까 혼자 생각하고 있다.

어쨋든 내 생각에는 결론적으로 현 대학을 모두 사들여 공립, 시립, 도립으로 만들고 등록금을 없애버리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7. 검찰은 중수부를 이용해 검찰 임기가 끝날 때 쯤 관료로 자리를 옮긴다. 금감위는 감사를 이용해 임기가 끝날 때쯤 은행으로 자리를 옮긴다. 교육부도 감사를 이용해 임기가 끝날 때쯤 학교로 자리를 옮긴다. 거의 모든 부서들이 이런 루트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감싸고 돌기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정말 관심이 없든지, 무식하든지, 모른척 하는 거든지 중에 하나다. 갈 때가 있는 사람들이 뭐하러 시민을 생각하나.

 

8. 면세가 가능한 곳은 항상 문제다. 고려는 절 때문에 망했고, 조선은 사원 때문에 망했다. 간단하다. 유력가가 절을 만들던지 사원을 만든다. 토지를 비롯한 재산을 모두 거기로 돌린다. 면세가 되고 보호를 받으니 언제나 안전하다.

누가 뭐라고 하면 종교 박해다! 아니면 유교 박해다!하며 시위를 하면 된다. 그러므로 면세 혜택이 있는 곳들에는 부정이 뿌리박지 않도록 특히 세심한 감시가 필요하다.

하지만 두번, 사실 통일 신라도 비슷하게 망했다,이나 그런 식으로 나라를 말아먹어 놓고선 이 곳은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있다. 똑같은 일이 요즘에는 아주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게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PS 반값 등록금에 대한 보고를 받은 대통령은 이참에 대학도 구조 조정을 해야라는 엉뚱한 주문을 했다고 한다. 나참, 대체 이 사람을 뭘 보고 뽑은거야.

20110615

현실적인 피해

며칠 전부터 여기저기에 조금씩 남긴 대로 컴퓨터가 또 한동안 말썽이었다. 유난히 이런 일이 많다. 아무리 봐도 다른 사람들도 이런 빈도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조금 열악한 환경이기는 하지만 이것보다 더 열악한 환경도 많다. 컴퓨터를 혹사시킨 거 아닌가 싶지만(그런 면도 약간은 있다), 열광적으로 게임하는 사람에 비해 댈 게 아니다. 약간 '오래되기는' 했지만 대체적으로 좋은 부품들이고, 나름 열심히 관리해준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어쨋든 전혀 미동도 하지 않던 컴퓨터는 다시 살아났다. 다행이다. 소소한 문제 몇가지가 겹쳐있었고, 운좋게 찾아내 고쳤다. 물론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수습된 건 아니다. C, D, E, F, G 다섯개의 하드 디스크 라벨(물리적 디스크는 두개다) 중 C와 G를 포맷했다. 사태를 최소화시키며 D, E, F를 살릴려고 한 거지만 지금와서 돌아보면 하나정도는 더 살릴 수 있었는데 아쉽다. 그래도 하드 디스크 AS까지 생각했었는데 이 정도면 준수하다.

다행히 4월에 Acronis로 백업해 놓은 C 드라이브가 있어서 그걸로 복원을 했다. 백업은 자주 해놓는게 역시 좋다. 2개월의 텀이 있지만 그래도 맨바닥부터 다시 이것저것 설치하는 뻘짓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걸 설치했고, 몇가지 XP 업데이트를 실행했고, AVAST 계정이 만료되었길래(5월에 갱신했다) 복구시켰다. 하지만 문제는 전혀 이상한 곳에서 생겼다. 아이튠스 업데이트다.

2달이나 지난 버전이라 아이튠스를 업데이트했고, 아이폰과 동기화를 시켰다. 그렇다, 동기화가 문제였다. 2개월 전 아이튠스는 108개의 응용 프로그램 업데이트가 있음을 알렸다. 그냥 생각에 아이폰과 동기화를 시키면 108개 중에서 대부분은 없어지겠거니(아이폰에서 열심히 업데이트를 해왔으니까) 생각을 했다. 지금 돌아보면 현재 한국과 미국 두개의 계정을 사용하고 있는데 두 계정을 적어도 한번씩 로그인하며 업데이트를 했어야 했다.

아이폰은 동기화를 하면서 몇가지 이상한 짓을 했다. 약간 비정형적인데 멋대로 아이폰에서 두개의 앱을 지웠다. 하나는 Articles, 또 하나는 Accounts Tracker. 이 둘은 약간 다른게 Articles는 미국 계정에서 구입했고, Account Tracker는 한국 계정에서 구입했다. 한가지만 지워졌으면 뭔가 질서가 보일 거 같은데 이렇게 돌아가니 잘 모르겠다.

애플에서 딱히 두가지 이상의 계정을 사용하는 걸 막고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아이폰용 앱을 업데이트하고 나면 분명히 다른 Apple ID 계정의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다른 ID로 다시 로그인하라고 나온다. 즉 두개 이상 아이디 사용을 이미 상정하고 있다.

 

근 두달 가까이 Account Tracker라는 가계부 앱으로 내 현금 등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었다. 뭐 많지는 않지만(사실 많다는 말은 절대 사용할 수가 없고, 아주 적다는 말은 매우 적합하다) 흐름을 파악하고 로그를 정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나름 꽤 쌓여왔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동기화 중에 'Account... 를 제거합니다'라는 말이 나오더니 모든 게 사라져버렸다. 그걸 보면서 허, 그렇군 이라고 생각했지만 끝나고 나서 Account Tracker를 다시 열어보니 온갖 허무함이 정신을 둘러싼다. 젠장할. 이라는 말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다.

20110614

어줍잖은 이야기

어줍잖은 이야기만 잔뜩 올린 거 같아 지웠다. 피곤하고, 생각의 수심이 낮아지고, 찰라적이 되어간다.

20110610

지하철 지도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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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5호선 마포역 지하철 안에 있는 지도다. 어제 갑자기 비가 오는 바람에 급하게 마포역에 뛰어들었다가 찍은 사진이라 흐리고 뭐 좀 그렇다.

지하철을 타고 마포역에 도착해 지도를 보는 사람이 찾는 건 보통 무엇일까. 우선 근처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지도가 별로 필요가 없다. 지도를 보는 사람이라면 주변의 건물들, 버스 정류장과 정류장에 서는 버스들의 노선도, 그리고 마포역은 특수하게 한강 주변이니까 한강에 진입하는 길 정도가 궁금할 것이다.

 

우선 첫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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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마포역을 구글 지도로 본 모습이다. 그냥 봐도 지하철역 지도는 텅텅 비어있다. 캐논 코리아, 현대 자동차 같은 대리점들, 피자헛, 파리바게트같은 약속 장소들, 선원 건설, 일신 빌딩, 국민 은행 같은 뭔가 일거리가 있어서 찾을 장소도 표시되어 있지 않다.

대신 관공서와 방송국, 아파트 단지는 표시가 되어 있고, KEB(외환은행), 일진 그룹같은 곳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스티커로 큼지막하게 표시되어 있다.

언젠가부터 지도가 이런 식으로 바뀌었다. 아마도 광고와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 딱 생각나는 건 3호선 가락 시장 역 바로 위는 롯데 마트가 덮고 있는데 롯데 마트 표시가 나와있지 않다. 롯데 마트를 가고자 하는 사람은 그 밑에서 아무리 지도를 쳐다 보고 있어봐야 답이 안나온다.

 

그리고 두번째.

버스 정류장과 노선도는 그래도 잘 표시되어 있다. 주의 깊게 살펴보면 못 찾아갈 염려는 없다.

 

마지막 세번째.

지하철에서 내리는 사람에게 강변 북로 진입로의 모습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필요한 사람이라면 마포역 위에 차가 주차되어 있거나, 누군가 와서 픽업하는데 그 사람이 강변 북로 진입 방법을 모르는 경우다. 그 외에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

하지만 한강 공원 진입로의 경우는 다르다. 운동삼아, 산책하러 한강 공원에 가고자 마포역에 내리는 사람은 어쨋든 적어도 강변 북로의 조감도가 필요한 위의 경우보다는 많을 것이다.

전혀 안나와있지만 저 지하철 지도 안에 한강 공원 진입로가 세군대 있다. 마포대교 양 옆으로 두개가 있고, 조금 위 쪽으로 마포 나들목이라는 입구가 있다. 한강 주변 진입로라는게 강변 북로, 올림픽 대로라는 거대한 도로에 둑도 높게 쌓여있는 와중에 뚫어놓은 터널들이라 보통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지가 않다.

이 역시 저 지도로는 전혀 답이 안나온다.

 

공기업이 여력이 남아 수익을 만드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다. 적어도 복지부동같이 아무 일도 안하고 버티기만 하는 거보다는 낫다. 그리고 수익원이 있다면 개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놀고 있는 땅을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공기업의 원래 목적, 나라가 할 공익적인 일을 대신 수행한다는 목적을 이루고 나서 해야 하는 일이다. 편의 제공이 우선이고, 본전치기가 그 다음이고(완벽한 공기업은 수익도 적자도 없고 물가 상승률만큼=인구 증가율이라는 공식이 있다,만 성장하는 회사다), 그 다음 혹시 여력이 있으면 수익을 내야 한다.

대체 지도가지고 얼마나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대중 교통 운영의 가장 중요한 목적과 그게 과연 부합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궁금하다. 지하철 타고 지도보는 사람들 무시하냐.

20110607

랩탑, 걷기, 런닝, 잡담

1. 노트북이 하나 생겼다. 셀러론 CPU를 사용한 시원찮은 거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즐겁다. 현 상황에서는 약간 복잡한데(리커버리 영역도 지워놔서 만원 정도 주고 DVD를 구입해 복원을 해야 한다) 윈도우7도 쓸 수 있다.

팔자에 없던 노트북이 생기니까 이것 저것 가지고 싶은 것들이 덩달아 생긴다. 뭐, 못산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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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있으면 좀 더 즐겁고 유용하려나 생각만 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보니까 되게 칙칙하게 생겼네.

노트북 사이즈가 15.6인치, 16:9라 가방이나 파우치, 슬리브 등 뭐든 좀 애매하다. 여튼 가능하면 들고 다니고 싶은데 어찌될 지는 모르겠다. 들고 다닐 도구도 없을 뿐더러 꽤 무겁기도 하다. 여하튼 보다 생산적인 인간이 되고 싶다.

 

2. 걷기를 여전히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황이 그리 좋지는 않다. 작년에 한달 100km를 목표로 했었는데 컨버스 운동화가 근 한 달 만에 아작이 나는 걸 목격하고 주춤했더니 지금까지 30회, 총 61km를 걸었다. 결론적으로 페이스에 문제가 좀 있다.

 

3. 런닝을 할 생각이다. 3주 전 쯤 결심을 했고, 2주 전 쯤 지도를 뒤적거리며 주변에 런닝을 할 만한 곳을 찾았고, 1주 전쯤 아이폰 용 앱을 뒤적거렸고, 오늘 코스 답사를 다녀왔다. 아직 시작 타이밍은 못잡았다.

참으로 어영부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해명을 요구한다면 진지하게 이 루즈한 일정의 이유를 설명해 줄 수는 있다. 나라고 이러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 건 아니다.

어쨋든 코스가 아주 나쁘지는 않은데 새벽이나 밤에 그곳의 분위기가 어떨 지 명확히는 잘 모르겠다. 낮에는, 여튼 구석 구석 잠자는 아저씨들이 무척 많았다... -_-

아이폰 앱을 찾은 이유는 코치를 받으면 어떨까 싶어서다. Runkeeper를 뒤적거리다가(걸어다닐 때 사용하는 앱이다) 코치가 있는 걸 발견했는데 꽤 유용해 보였다. 5km 코스로 3주짜리가 세가지 있는데 런키퍼에서는 유료다. 회원이 아니면 10불 정도, 회원이라면(한달 5불, 1년 20불) 5불 정도.

뭔가 있겠지 싶어서 찾아봤더니 아디다스에서 만든 miCoach라는 게 괜찮아 보였다. 웹 페이지를 통해 코스를 선택해 신청하면 아이폰과 연동되서 지시도 하고, 평가도 하고, 관리도 하는 방식이다. 이건 무료다.

 

4. 버라이어티를 거의 안보고 있다. 귀찮다. 소소한 농담 따먹기가 사라지고 경쟁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진 이유도 있는 거 같다. 보는 게 피곤하다. 그러니 덩달아 다른 것도 안보게 된다. 무한도전은 어떻게든 챙겨보고 싶기는 한데, 벌써 2주가 지났다.

 

5. 1번에서도 말했지만 생산적인 인간이 되고 싶다. 생산적이라.

 

6. 예전에도 말했지만 여기는 가난한 동네다. 어제 밤 12시 쯤 집에 들어오고 있는데 한 가족(어머니, 딸 둘,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정도)이 저 앞에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재활용 함 옆에 누군가 버린 이불이 보였다. 어머니는 이불을 챙기고, 딸 둘은 서로 자기가 쓰겠다고 주장을 했다. 그러면서 셋 모두 짓고 있던 함박 웃음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서울은 이런 곳이다.

 

7. 동네에 칠성 제화라는 구두 가게가 있다. 정말 뜬금없이 서 있는 가게다. 옆에는 그냥 동네고, 슈퍼가 하나 있다. 골목의 코너라 두 면이 바깥을 향하고 있는데 햇빛 때문에 한 쪽은 신문지로 가려져 있다.

어떤 할아버지가 운영하고, 다른 할아버지들이 놀러와 가만히 앉아있다. 모르긴해도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는 분위기. 몇 개월째 그 앞을 지나가고 있고, 몇 개월째 똑같은 쇼 윈도를 보고 있다.

장담컨대 하나도 팔리지 않는다. 이에 비하면 염천교 옆 구두 거리의 번화함은 맨하탄 급이다.

사진을 찍어놓고 싶다고 예전부터 생각은 하는데 남의 삶의 터전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런지 그게 맘처럼 잘 안된다. 나는 (혹시나) 사진 작가같은 건 되기는 글른 인간이가 보다.

 

8. 기억에 남아있는 패션쇼 포스팅을 하면 재밌지 않을까 싶어 자료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나름 쉽게 찾을 수 있었던 것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좀 당황스럽다. 특히 퍼스트뷰에 헬무트 랑이 하나도 없는 건 충격이었다. 제일 간단하게 생각했던 건데. ㅠㅠ

혹시 이런 류의 아카이브에 대한 정보가 있다면 제보 부탁드립니다.

 

9. 뭐, 내용들이 좀 우중충하네. 이게 아닌데 -_-

20110606

인사이드 잡을 보다

영화 인사이드 잡을 보다. 사실 이미 어느정도는 지나간 것처럼 보이는 미국발 세계 경제 위기를 유심히 쳐다본 입장에서 별로 새로울 건 없는 영화였다. 의미를 찾는다면 복잡하게 얽혀있던 대충의 경로를 나름 정리를 해준 정도.

처음에는 별 생각없었는데 이런 시각의 영화는 많이 봤으니 시카고 학파나, 하여튼 금융 규제 완화를 찬성하는 입장에서 증거들을 제시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싶다는 생각도 괜찮다 싶었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보니 금융 위기 반대하는 사람들이나 이런 영화를 만들지 규제 완화 쪽에서는 더 큰 돈 버느라 정신없을 거 같기도 하고.

가장 궁금한 건 소니 픽쳐스가 이 영화를 왜 배급했는가 하는 거다. 대체 왜?

20110603

카레

P242

티셔츠에 카레 쏟았다. 화장실가서 몇 번 문질러 봤는데 안지워져 ㅠㅠ

랠리

세상에는 여러가지 자동차 경주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개최하는 가장 큰 돈이 굴러다니는 F1도 있고, 분노의 질주에 나오는 NASCAR도 있다. 이거 말고도 또 잔뜩있다.
개인적으로는 랠리를 좋아한다. 뭐니뭐니해도 달리는 차들이 조그맣고(현대가 참가했을 때 베르나를 가지고 갔었는데 다른 회사들도 이 정도 사이즈다. 물론 엔진이라든가 이런 건 전혀 다르다, WRC의 경우 원래 양산차의 부품을 거의, 아마 하나도 쓰지 않는다) 경치가 제일 좋기 때문이다.
다만 랠리의 안좋은 점은 한 눈에 경기장의 모습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거다. 좁은 길을 혼자 달리기 때문에 추월이나 견제의 묘미같은 것도 없다.

가볍게 랠리에 대해 설명하자면 운전을 하는 드라이버가 있고(할머니도 슈퍼 가면서 드리프트를 한 다는 소문이 있는 핀란드 사람이 많다), Co-드라이버가 옆에 앉는다. Co-드라이버는 옆에서 다가올 코스(왼쪽으로 크게 꺾는 다든가, 점프해야할 언덕이 있다든가, 주변의 돌을 조심하라든가 등등의)를 설명한다.
드라이버는 Co-드라이버가 말하는 대로 기계적으로 움직이면 사실 되는데, 사람 사이의 일이라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둘의 호흡이 무척 중요하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열리는 데 각 나라마다 풍토가 다르기 때문에(도로 사정이라든가 등등) 그에 맞는 공략이 중요하다.

위에 핀란드 드라이버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약간 덧붙이자면 예전에 BBC의 탑기어 시즌 12인가에서 핀란드의 운전 면허라든가 동네 랠리에 대해 나온 적이 있다. 눈이 워낙 많은 동네라 운전 면허 따는 것도 상당히 까다롭지만 뭐니 뭐니 해도 그 동네 사람들 랠리를 정말 좋아한다. 탑기어에 따르면 온 동네에서 주말이면 동네 랠리가 열린다. 고등학생부터 할아버지까지 참가자도 무척 다양하고, 다 찌그러져가는 걸 계속 고쳐서 쓰는 랠리용 차도 따로 가지고 있다. 여하튼 그런 나라다.

뭐 대충 이 정도고 랠리 구경이나 한 번. Sardinia 2011에서 Loeb의 운전 영상이다. WRC 유투브에 올라와있다. 크게 해놓고 보면 이런 뷰로 보는 것도 꽤 재미있다.


20110602

비가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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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그쳤다. 어제 새벽에는 급하게 쳐대는 번개 소리에 잠에서 깨났다. 너무 추웠고, 너무 습했다. 오전에는 우산을 들고 나갔는데 점심 먹으러 움직였더니 햇빛이 쨍쨍비쳤다. 바캉스 시즌의 해변가 같다. 밝은 햇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바닥, 숨이 턱 막힐 더위, 몸에다 스프레이로 뿌려대는 습기.

저녁 즈음에 슬렁 슬렁 뒷산을 올라갔다. 해발 90m 밖에 안되는 조막만한 산이지만 어쨋든 들어가면 도심과 동떨어진 기분이 든다. 그나마 공원이 몇 없는 서울이 버티고 있는 건 여기를 비롯해 안산, 의릉, 낙산, 남산 그리고 거대한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같은 것들의 힘이 아닌가 생각한다.

여하튼 산, 이라기보다는 숲 속은 고요하다. 한발짝 씩 올라갈 때마다 사람들의 소음이, 자동차 소리가 조금씩 멀어진다. 그리고 새와 벌레들, 바람에 흔들리는 풀과 나무의 소리가 조금씩 커진다. 풀과 가지 사이를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만큼 멋진 건, 파도 소리 정도 밖에 없다. 이런 순간을 무척 좋아한다.

만사, 음색, 포기

1. 다이어리를 쓰게 되면서 펜을 어떻게 가지고 다닐까가 문제가 되었다. 사라사 볼펜을 쓰고 있었는데 너무 커서 다이어리에 들어가지 않는다. 어케어케 검토 후 사라사, 제트스트림, 유니볼, 무인양품 볼펜 등이 공통 규격의 심을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