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31

피어리스 걸

뉴욕의 피어리스 걸 동상 옆에 누가 오줌싸는 퍼그 동상을 놔서 화제가 되었다. 3시간인가 있다가 철거 되었다는 데... 잘못된 페미니즘의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그 이유를 달았다.

이 동상은 처음에 설치되었을 때는 왜 "걸"이냐는 이야기를 한국 트위터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심심해서 미국 쪽을 찾아봤는데 그런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왜 그런가 생각해 봤었는데 한국에서는 걸 그룹, 소녀상 등의 아이코닉한 상징에 대한 논란이 이미 있었기 때문이고 그러므로 미국에 들어선 "소녀상"을 보면 왜 하필 그런 약한 상징을 사용하느냐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SHE가 SSgA의 인덱스 지수 이름이라는 건 설치 첫 날부터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심지어 멀리 떨어져서 아무 관련 없는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도 바이럴 마케팅이구나 라고 트윗했었다.

그런 점에서 이게 뒤늦게 다시 화제 혹은 문제가 되는 건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이 동상은 분명 투박하지만 스니커즈에 원피스라는 당찬 상징, 이국인이 결합된(저거 만든 분 인터뷰에서 딸과 딸의 남미 출신 친구인가를 합친 모습이라고 들었다) 모습, 그리고 앞에 놓인 황소에 맞서는 자세 등등으로 그게 원래 목적이 SHE 펀드든 뭐든 자기의 자리를 만들어 냈다. 분명 투박하고 너무 전형적인 상징이고, 목적이 따로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소 뒷걸음 치다가 쥐 잡은 느낌이 크긴 하지만, 분명 자신만의 나와바리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 거다.

저걸 보고 SHE 펀드를 생각하는 사람은 저 상에 대해 트집 잡으려는 사람 말고는 별로 없다. 길고 긴 설명을 읽기 전에는 인덱스 지수를 떠올리기도 힘들다. 그리고 사실 홍보든 뭐든 그 지수가 다이버시티 지수다. 그게 있으니까 이름으로 이런 장난도 칠 수 있는 거 아닌다.

뭐 굳이 따지자면 홍보하려고 돈 낸 회사 입장에서는 실패한 바이럴 마케팅 정도가 아닌가 생각되는데... 그래서 저건 홍보용이야!라면서 일부러 긁어 부스럼을 만들면서 논란으로 만드는 걸 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굉장히 기업적 페미니즘의 모습이긴 한데 뭐 겸사겸사 SHE 지수를 보면서 세상이 이 모양이야 라고 함께 욕하며 평등을 촉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용해 먹기 나름이다. 뭐 이왕이면 나라나 공적인 기관에서 하는 일이라면 좋겠지만 나라의 시스템이 이러든 말든 월 스트리트는 돈이면 다 되는 주식 시장, 자본주의의 최전선이라는 특성도 있는 곳이니까.

나중에 저게 치워지고 난 후(내년 2월인가) 이왕 화제가 되었으니 더 훌륭한 목적으로 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이 놓일 수도 있지 않을까. 뭐 애들은 저걸 보고 기운을 얻고, 모르는 사람은 황소 앞에 서 있는 소녀를 보며 각자의 생각을 하는 거고, 저게 바이럴 마케팅인지 아는 사람은 보면서 마케팅의 맥락을 떼어낼 방법을 생각해 보는 거고...


너무 나이브한 생각일까? 하지만 장사 하루 이틀 할 거 아니다...라는 생각은 어떤 영역에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갈 길이 꽤나 멀 수록 더욱 그렇다. 여튼 이러한 점에서 옆에 오줌 싸는 퍼기 따위를 둬 놀리는 행위는 잘못된 일이자 오만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두통, 공습, 직감

1. 주말에 날씨가 무척 더웠는데 월요일이 되니 비가 내린다. 날씨가 종잡을 수가 없어. 오늘은 왠지 머리가 아파서 집에서 일하는 중. 하지만 졸리다. 2.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이 있었다. 드론과 미사일을 상당히 많이 날렸고 대부분 요격되었다. 돌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