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24

군형법 92조의 6

육군 대위가 동성애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실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고 이와 관련된 모든 규정들을 이제라도 손질해야 한다. 애처에 개인의 사생활과 공적인 생활을 함부로 섞어놓는 법이 존재하는 거 부터가 문제다.

여튼 이번 판결을 두고 나오는 이야기가 많는데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점을 말해보자면

1) 대통령은 나랏님이 아니다. 그건 법적으로도 그렇지만 시민들이 만들어 내야 하는 거기도 하다. 현대 사회는 입법, 사법, 행정 권력을 분리해 서로 견제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물론 말처럼 그렇게 될 수는 없고 또 현대 사회가 복잡하기 때문에 특히 입법과 행정은 같이 가는 부분이 많은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 문제에 대해 청와대 신문고에 호소하는 건 이상하다. 이 문제는 법이 이미  만들어져 있어서 생기는 일이니 법을 만들고 고치는 기관 - 국회가 핵심이다. 여당에 우회적 압박을 할 수는 있겠지만 이 말은 결국 대통령보고 입법에 보다 깊이 관여하고 간섭하라는 소리다.

우리가 대통령에게 떠들어서 얻으려 하는 게 뭔가. 저 법은 틀린 것이니 고쳐라! 인가 아니면 저 판결은 틀린 것이니 물러라! 인가. 둘 다 잘못되었다. 물론 워낙에 큰 권력이니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이 그런 식으로 돌아가도록 해서는 안되게 해야 한다. 요구는 권한을 부여하는 일이다.

2) 물론 우리가 대통령에게 요구해야 하는 건 많다. 현 대통령은 진보와 인권을 앞에 내세웠지만 여성 인권,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표를 잃지 않는 범위 내의 두루뭉술한 태도 말고는 보여준 게 없다. 법이 개입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도 많다. 그런 부분에 대한 개선을 촉구해야 한다. 더 크게는 이 나라의 인권 성장을 위한 실질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게 만들어야 한다. 후보 시절처럼 더 이상 뭉개고 있을 일이 아니다.

또한 시민의 대표로서 또한 시민의 대표인 국회와 이런 법을 붙들고 있는 일부 시민들에게 저런 법이 존재하는게 얼마나 창피한 일인지 설득할 필요가 있다. 즉 설득의 주체이자 대표가 되어야 한다. 그런 요구는 반드시 필요하고 정말 진보와 인권을 표방한다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정부 입법을 국회에 밀어 넣는 방법도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특히 여기에서 이걸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선거 기간 동안 별 말이 없었으니까 - 군사 법원이 눈치를 보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는 식의 생각은 득이 될 게 없다. 유죄 판결 후 사면권 주장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제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그걸 이런 식으로 써먹으면 안된다.

이런 부추김이 대통령을 나랏님으로 만들어 버린다. 할 수 있는 일을 간섭이 아니라 견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이 일을 잘하면 좋겠지만 이런 식으로 대통령에게 월권적 권한을 자진해서 부여할 생각은 없다.


3) 군사 법원의 문제도 있다. 평시 군사 법원은 필요도 없고 쓸모도 없다. 게다가 군이 운용한다. 평시에 군사 법원을 군이 운용할 이유는 전혀 없고 그렇기 때문에 군사 법원은 자신의 비리와 문제점을 감추는 데나 유용할 뿐이다. 그러므로 당장 사라져야 한다. 이건 정말 오랜 시절 동안 별 이유도 없이 존재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혔다. 이런 걸 없애는 데에는 대통령의 힘이 필요하다. 

하지만 군사 법원이고 다른 법원이고 있는 법을 거슬러 판결할 수는 없다. 이번 사건에는 법조문이 이미 존재한다. 이 법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때 법원이 할 수 있는 일은 그걸 거슬러 판결하는 게 아니라 헌재에 위헌 법률인지 물어보는 거다. 알다시피 이 법은 이미 몇 번 헌재를 거쳤고 이해할 수 없게도 합헌 판결을 받았다. 지금도 올라가 있던가 그럴 거다.

당장의 가장 큰 책임자를 찾자면 이 법의 개정을 위한 발의에 참여한 의원이 여당에 두 명 밖에 없다는 거다. 다른 당에도 거의 없다. 즉 입법부의 잘못과 가야하는 방향과 로드맵을 제대로 제시하고 있지 않은 대통령의 잘못이다.


4) 결국 문제는 바보 같은 구시대 적 법률이 만들어낸 폐혜다. 그리고 그걸 고칠 수 있는 기회를 구태의연한 헌재의 태도로 날려버린 결과다. 청산해야 할 적폐란 바로 그런 거다.


5) 대충 비스무리하니까로 눙쳐서 일을 판단해가지고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점점 더 커져서 손을 쓸 수 없게 될 뿐이고 결국은 원래 그런 거니까의 수순으로 간다. 

이건 나라를 구성한다든가, 행정부라든가 하는 것도 커다란 문제도 그렇지만 소소한 개인 간의 문제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작은 일도 엄밀히 따져 구분해 생각하지 않는 건 그저 좋은 게 좋은 거지의 세계에만 머물게 만든다. 이건 그냥 생각을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고, 해결되면 여튼 되는 게 아니냐 좋은 게 아니냐 라는 생각은 장기적으로 오히려 해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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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평화,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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