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다가 밤 하늘 달을 바라보니 옆에 별이 하나 보였다. 그래서 저게 뭘까하고 찾아봤다. 어렸을 적에는 과학동아를 들고 옥상에 올라가 후레쉬를 들고 대조해 봤었는데 요새는 앱이 있다. 여튼 그 별의 이름은 알데바란.
사실 어차피 감이지만 달과 저렇게까지 가깝지 않고 약간 더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분명 달보다 앞에 있었다... 그러니까 달과 지구 사이에 있는 것처럼 보여서 위성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긴 하다. 저렇게 먼 곳에 있는 게 어떻게 입체감이 있어서 가깝고 멀고를 판단할 수 있냐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분명 그렇게 보였다.
여하튼 알데바란은 지구에서 65광년 떨어져 있는 별로 황소자리에 속해 있다.
이게 황소자리다. 왼쪽에 알데바란이라고 적혀있는데 α 표시 붙은 별이다. 밤 하늘에서 13번째로 밝은 별인데 황소의 눈이라고 불렸다. 뭐 위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 황소 눈이니까 황소의 눈이겠지...
뭐 이런 별이군 했는데 약간 더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 1972년에 발사된 파이어니어 10호가 알데바란을 향해 가도록 지구에서 출발했다는 거다. 파이어니어 10호는 지구를 떠나 최초로 소행성대를 탐사하고 1973년에 목성에 접근해 사진을 전송한 우주선이다.
파이어니어 10호는 이렇게 생겼다. 위 그림은 NASA 제공 우주를 탐사하는 파이어니어 10호 상상도.
73년 목성을 지나 10년 뒤인 83년 해왕성 궤도를 통과했고 이후 우주로 나아갔다. 파이어니어 11호와 함께 인간과 지구를 그린 금속판이 들어있다.
이거라고 함... 이 금속판은 칼 세이건의 제안으로 들어갔고 저 그림은 칼 세이건의 두 번째 부인 린다 잘츠먼이 그렸다고 한다. 참고로 파이어니어 11호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얘는 1995년에 교신이 끊겼다.
여튼 알데바란으로 향해 가고 있는데... 이건 희망적인 거고 2003년 1월 23일 마지막 교신이 오고 이후로 끊겼다. 2006년 3월 4일 최종 교신을 시도했는데 답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어디가 크게 고장났거나 파괴되었을 가능성도 있는 거다.
만약 파괴되지 않았다고 해도 그렇게 멀리 가진 못했다.
태양계 바깥에 여전히 태양의 중력 범위 안인 카이퍼 벨트가 있고 더 크게는 오르트 구름이라는 게 있는데 지금쯤 아마도 그 안에 있을 거라고 한다. 그러니까 아직 태양 나와바리 안에 머물러 있다. 언젠가 여기서 벗어나고 알데바란을 향해 훨훨 날아간 다고 하면 도착 예정 시간은 200만 년 뒤다.
200만 년이라니... 인류가 아마 다 멸망하고 지구의 운명이 바뀌고 나서도 파이어니어 10호는 꾸역꾸역 날아가 알데바란에 도착한다니 시공이 뒤틀리는 느낌의 이야기다. 2억 년 뒤의 세상은 다큐멘터리에서 본 적이 있는데(대기중 산소 함량이 높아져서 인간은 못 살고 정글과 곤충의 세상이 된다, 산소 함량이 높아지면 피부 호흡을 하는 곤충의 크기가 커지는데 잠자리가 집채 만해서 독을 막 쏴대고 그러함...) 200만 년 뒤의 이야기는 전혀 모르겠다.
여하튼 200만 년 뒤 알데바란 근처 어딘가 혹시나 생명체가 살고 있다면 저걸 보고 무슨 전설이 만들어질 지도 모르지... 하늘에서 뭔가 떨어졌고 거기 이상한 금속판이 들어 있었다느니 하는...
또 재밌는 현상 중 하나는 태양계 바깥으로 나아간 우주선들은 다들 태양계를 벗어나면서 9×10-8 cm/s2의 감속이 확인된다고 한다. 저 숫자의 의미는 모르겠고 여튼 과학자들의 예상보다 느려진다. 이를 파이어니어 변칙이라고 하는데 이유가 완벽하게 확인되진 않은 거 같은데 여러가지 설이 있다. 관심이 있다면 여기(링크)를 참조.
뭐 이렇게 200만 년 뒤에 지구에서 만든 금속판이 도착한다는 알데바란이라는 별에 대해서 잠시 알게 되었음... 파이어니어 10호는 잘 날고 있을까...
검색하다보니 엔야 노래 중에 알데바란이라는 게 있다. 들어보고 싶으면 여기(링크).
PS) 다음 날 다시 확인한 결과 그 별은 위성이 아니라 알데바란이 맞았다.
201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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