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04

모호함

1년 전의 사고와 장소도 형태도 다르지만 그 전개 양상은 어찌 이럴 수가 있을까 싶도록 비슷하다. 루머와 공포는 모호함에서 생겨난다. 모호함이라는 건 이해가 안감에서 비롯된다. 설명이 앞뒤가 안 맞고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고, 그러므로 의구심이 생겨나고, 그 다음에는 불신이 생겨난다. 혼자 힘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거구나라는 걸 다시금 깨닫고, 그 이후로는 뭔 소리를 해도 안 믿긴다.

물론 뭐든 다 밝힐 수는 없다. 더 큰 편의와 안전을 위해 비밀이 되어야 하는 것들은 존재한다. 심지어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는 전체 상황을 다 파악하고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아마 한 명도 없을 거다. 그렇다고 해도 정보 공개의 커트라인은 명확해야 하고, 누군가 책임자는 자신의 바운더리 안이라도 확실히 확인하고 이해하고, 그런 것들을 시민들이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알려줘야 한다.

닥치고 앉아서, 아무 것도 안 알려주고, 심지어 저 놈이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알고는 있는 건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불신을 심어 놓은 다음, 입은 닥치라고 하면 나오는 건 루머 밖에 없다. 제 힘으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퍼지는 루머에 대응할 방법이 있나? 믿을 만한 정보 자체가 양적으로 충분하지 않으니, 심지어 정부를 믿는 사람이라고 해도 순진하게 혹은 악의적으로 루머를 퍼트리려는 사람을 설득하기도 불가능하다.

정부의 편의주의는 불신을 심어주는 좋은 도구다. 모르고 그러는 걸까? 모르고 그런다면 이 정부는 정말 무능한 거다. 알고 그러는 걸까? 알고 그런다면 이 정부는 21세기 현대 민주주의 정부의 자격이 없다. 아무리 봐도 선대 위원장이라면 고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행정부 수장을 맡고 있다. 그럴듯한 어젠다를 만들어 내고, 확실히 밀어 붙이고, 추후 공신에 대한 확실한 보답, 전리품의 알맞은 배분까지 그 쪽 방면에 고도로 특화되어 있는 건 분명하고 능력은 사실 이미 증명되어 있다.

여튼 이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매우 능수능란하게 혼란을 만들어 낸다. 아주 작아보이는 사고가 나도 적당한 곳에서 정보를 끊고, 적당한 곳에서 시민을 기만하고, 적당한 곳에서 딴 소리를 한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감탄이 나올 정도로 정말 탁월하다. 혼란을 원하는 나라가 있다면 그 누구보다 적합한 인재가 여기에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를 데려가 권한을 줘라.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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