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20

테리 리차드슨, 바키 사건

이 두 사건은 사실 연관성이 거의 없다. 그렇지만 이렇게 별 관계없는 걸 묶어보고 그 그림이 과연 어떻게 보이려나...를 해볼 수 있는 게 또 블로그에서나 해볼 수 있는 거기도 하니까.

테리 리차드슨은 유명한 사진 작가다. 소위 야한, 도발적인 시도의 사진을 꽤 많이 찍는다.

2010년에 inappropriate sexual behavior, sexual assaults, exploiting young female models 등으로 몇 명의 모델들이 그를 고소했다. 2000년 초반부터 벌어진 일들이 누적되어 있다가 그 이후 가속화된 것으로 지위와 강박에 의한 성적 행위 등이 문제가 되었는데 리 라스무센, 제이미 팩, 샤롯 워터스, 가브리엘라 요한슨 등 모델이 고발에 참여했고 이 외에도 인턴이었던 알렉스, 세나 체크, 코코 로샤 등의 비슷한 이야기들이 흘러 나왔다.

테리 리차드슨은 이에 대해서 자기는 프로젝트에 충실했고 신중하고 존중하면서 일을 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역시 모델들인 누트 시어, 데이지 로우이, 샤롯 프리 등과 마크 제이콥스도 이 쪽에 서서 그를 변호했다. 뉴욕 매거진에 이름을 밝히지 않은 패션계 사람이 역시 변호하는 컬럼을 쓰기도 했다.

사진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면 개인적으로 그의 사진은 좋아한다. 사람의 어떤 순간, 특히 표정을 잡아 내는 데 굉장한 재능이 있고 감탄한 적도 여러 번이다. 굳이 무리한 설정을 하지 않아도(그것 때문에 유명해지긴 했지만) 훌륭한 사진을 남길 타입이다. 물론 유명해 지지 않는다면 그를 쓰지 않을 테고 모델들도 오지 않겠지만.

여튼 이 사건은 거의 흐지부지 되었고 최근 테리 리차드슨이 푸시 라이엇의 멤버 중 한명과 작업을 한다는 뉴스가 있었다. 굳이 같이 일을 하지는 않는다는 회사들이 몇 있는 정도다. 따지고 보면 계약이 있었고, 그 실행에서 모델이 오펜시브한 느낌을 받았는가가 핵심이다.

중단의 절차가 책정되어 있지 않았다면 그 부분이 불충분한 계약이라는 문제라면 문제일 거다. 여튼 중단하지 않았고, 불쾌함을 느껴 고발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은 법적으로는 몰라도 도의적으로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분노 -> 중단(O), 오 더 좋은 사진(X). 너 지금 안 하면 딴 데서 일 못하게 할 거야(X : 범죄, 테리 월드 측으로부터 위협을 당했다는 9명의 증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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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키는 일본의 AV 기획사다. 문답무용 시리즈라고... 간단하게 말하면 엑스트라 남자를 수십명 모집하고 여자 배우에게 평범한 강박물 AV라고 속인 다음, 실제 집단 강간을 하고(약물과 알콜을 강제로 먹인 경우도 많았다) 그걸 담은 시리즈 물을 낸 사건이다. 비슷한 종류의 기획물들은 물론 꽤 있지만 그런 건 당연히 설정이고 또 티가 나기 마련이다. 이 기획물 역시 다들 설정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진짜였다...가 사건의 내용이다. 2004년 쯤 발생한 사건이다.

AV가 법적으로 허용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배우들이 쉽게 드러내 놓고 있지 못하고, 어디까지나 음지의 상황에 처해 있다는 걸 악용했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어떤 배우가 많이 다쳤고 경찰이 움직였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되었다. 이후 경찰 측에서 대책 본부를 만들어 기존 출연 배우 찾아가 설득해 피해 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했고 재판으로 끌고 가는 데 성공했다. 결국 2007년에 대표가 징역 18년 형을 선고 받았다.

18년 형을 선고를 받으면서 실실 웃고 있는 모습 때문에 많은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이 사람의 주장 중 하나는 원래 그런 (거리의) 여자들이니 저런 취급을 해도 괜찮다는 식이었다.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겹쳐 있는데 우선 저 대표의 인식 부분을 보자면 매우 근대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꽤 많은 이들이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 이건 업데이트의 문제다. 이 방향으로 생각을 멈춰버리니 진전이 되지 않은 거다. 여튼 저 산업이 합법이 된 이유는 물론 세금 문제 같은 것도 있겠지만 배우와 스탭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아무거나 기획할 수 있다고 모든 게 합법이 된 건 아니고 그럴 수도 없다. 이 경계선을 혼동하면 바키 사건 같은 꼴이 나는 거다.

강박을 보여주는 성인 비디오는 존재할 수는 있다. 그리고 그보다 더한 내용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합의된 내용과 연기여야 한다. 그러므로 사실 이런 장르물은 너무 리얼 다큐처럼 찍으면 안되고 여러 군데에서 설정의 티가 나는 게 맞다. 바키 사건의 경우엔 계약을 속여서 일종의 스너프 필름을 찍은 거고 그걸 상업적으로 이용했으므로 도망갈 곳이 없어 보이는 을의 상황을 확실하게 이용해 먹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 중단(O) / 오 더 리얼하게 보인다, 계속 하자(X)

증거 불충분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사건을 경찰 쪽에서 계속 파고 들어가 일본 AV 흑역사 하나를 찾아내 제거해 내는 데 성공하고 일종의 기준점을 마련한 건 매우 훌륭한 점이다. 그렇지만 흑역사는 흑역사여서 AV 업계에서는 이 이야기만 나오면 여전히 쉬쉬 한다고들 한다. 여하튼 경찰이 AV 하는 여자들 다 그렇지.. 라고 생각했다면 그냥 그걸로 끝났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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