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26

허전함

일주일에 방송 세 가지를 본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크라임씬, 어 스타일 포유, 주간 아이돌. 여기에 2주에 한 번 카센터를 본다. 이건 챙겨서 보는 것들이고 밥 먹다가, TV를 틀어놨다가 보게 되는 건 제외다. 밥 먹을 때 나오는 거야 어쩔 수 없어도 그냥 멍하니 틀어놓는 건 이제 없애려고 한다.

여튼 이번 주에 저 셋 중 스타일과 크라임 둘이 함께 종방을 했다. 내가 이렇게 허무한데 두 방송 모두에 나오던 하니는 얼마나 허무할까...라고 잠깐 생각해 봤지만 하니야 나보다 천 배 쯤 바쁘고 만 배 쯤 고소득일테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기로...

그래서 이제 다른 걸로 두 개 채울까 싶어서 편성표를 들여다 봤는데 그건 복잡해서 도저히 읽히지가 않고(어렸을 적엔 5개 방송 편성표가 적혀 있는 신문지 한 장을 외우다시피 들여다 봤었는데...) 잠시 뒤적거려 보다가 그냥 관뒀다. 뭐 뉴스에 누가 출연했다고 나오면 그런 거나 가끔씩 챙겨 보고 하나만 보는 것도... 라고 말했지만 7월 8일에 쇼타임 EXID가 시작하면 보게 될 거 같다.

집 앞에 나가면 꽤 큰 소나무가 일곱 그루 서있다. 오래 된 건 아니고 이 동네를 조성하면서 가져다 심은 거다. 원래 이 곳은 말하자면 아무 것도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아무 것도 없는 곳은 거의 없다. 어디든 사람의 손길을 탄다. 오지를 찾으려면 강원도 북쪽, 강원도-경북 경계 어디쯤의 산 속에나 들어가야 나온다. 그것도 민간과 군부대 경계에 잠깐이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니고... 일곱 그루의 소나무를 보고 있으면 롯폰기 생각이 난다. 롯폰기는 한자로 六本木다. 1600년대 말 부터 이렇게 불렀는데 지명의 유래에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한자 그 대로 6그루의 소나무가 있었다는 거고, 또 하나는 거기에 영지를 받은 여섯 다이묘의 이름에 모두 木자가 들어가서 그렇다는 이야기가 있다.

전자를 어느 만화에선가 봤었는데 뭔지 기억이 안난다. 누가 근처로 행차를 왔는데 그 동네가 너무 볼 게 없어서 겨우 나무가 심어져 있는게 특징인 곳이라면서 그 중 하나를 베어 진상을 했는데 그게 7에서 6이 된 건지, 6에서 5가 된 건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롯폰기는 예전 일제 시대때 육군 보병 3연대가 주둔하면서 주변에 유흥가가 발달하기 시작했고, 전후에 미군이 주둔하면서 여러 행정 시설을 설치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또 주변에 유흥가가 발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롯폰기가 있는 미나토 구는 대사관이 꽤 많은 동네다. 한국 대사관도 미나토 구 미나미 아자부에 있는데 롯데 건설에서 재건축을 했다.

뭐 여튼 중요한 건 여섯 그루 소나무... 롯폰기랑은 전혀 관계없고 비슷하지도 않은 동네인데 1700년 대 쯤이면 근처에 특별한 건 아무 것도 없이 소나무만 여섯 그루 서 있는 모습을 누군가 멍하니 바라봤을 지도 모르고 그 때 풍경은 좀 비슷하지 않을런지... 뭐 그렇다는 실없는 이야기였음.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만사, 음색, 포기

1. 다이어리를 쓰게 되면서 펜을 어떻게 가지고 다닐까가 문제가 되었다. 사라사 볼펜을 쓰고 있었는데 너무 커서 다이어리에 들어가지 않는다. 어케어케 검토 후 사라사, 제트스트림, 유니볼, 무인양품 볼펜 등이 공통 규격의 심을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