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투표안의 발의부터(과연 시장은 이 투표에서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꼼수가 맞는 걸까?) 그 마지막(사실상 승리 -_-)까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주민 투표가 끝이 났다.
정책적으로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투표장에 나가야 한다는, 대의 민주주의의 단순한 기본 원리를 가장 잘 이해하고 실천하는 서초구의 사례가 많은 이들에게 모범이 되었으면 한다는 게 이 투표와 저번 시장 선거가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서 가질 교훈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번에는 졌으니 서초구도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어쨋든 뜻하지 않게 시장직을 거는 바람에 범야권 지지자들의 열망 - 주민 소환 -을 의외로 손쉽게 달성해 버렸다. 어떻게 진행될 지는 아직 모르지만 여튼 재미있는 부분이다.
나꼼수를 듣기는 했지만 오 시장이 과연 무슨 스킴을 그려서 주민 투표를 발안했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분명 이기기는 커녕 1/3이 안되서 개표도 못하게 될 거라는 걸 시장도 한나라당도 알고 있었을거다.
물론 질 줄 알면서도 투표에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매번 총선에서 대선에서 그런 분들을 잔뜩 목격한다. 다들 무슨 다른 이유들이 있다. 분명히 질 게 빤한데, 혹시나 하고 나서는 건 프로의 마음가짐이 아니다.
더구나 이번 선거에는 서울 시장직이 걸려있고, 내년이면 총선이다. 결코 그냥 이렇게 결과가 빤한 승부가지고 버릴 수는 없는 자리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투표가 끝나고 나서 어떤 종류의 로드맵이 한나라당에서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도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잠자코 기다리는 수 밖에 별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투표가 끝났고 일단 표면적인 대응이 나왔다.
그게 바로 '사실상 승리다'....
청와대와 여당 쪽에서 동시에 의견이 나온 걸로 봐서 이미 정리가 된 행동 방안이다. 정말 이런 건 짐작도 못했다. 역시 청와대와 여당은 내 상식의 수준을 너무나 멀리 떠나있다. 나로서는 그 거대한 마음의 조금도 짐작할 수 없었다는 게 여실히 증명된다.
상상의 폭을 많이 잡아봐도, 저번에 지워버린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투표율이 이거 밖에 안나왔으니 이건 의미없는 투표다 드립 정도로 갈 줄 알았다.
하지만 이것은 그들의 승리였던 것이다.
이런 식의 사고 방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에서 매번 지는 건가 반성이 되기도 한다. 참고로 살면서 지금까지 해 온 선거에서 내가 표를 던진 사람이 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것은 마치 자우림이 나가수에서 '뜨거운 안녕'을 부르는 모습을 보며 와 굉장한데, 1등하겠는데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자우림은 7위를 했다).
설마 이것이 그들의 복안이었던 건가 의심스러움을 떨칠 수가 없는데, 여튼 이거 말고는 나온 건 아직 없는 거 같다. 좀 더 복안이 완성된 다음 1-2일 안에 밝힌다는 오세훈 시장의 거취에서 등장하게 될 거 같다.
만약 내가 여당이라면 한나라당이 아니었으면 이제 별 인기도 없고, 또 무슨 짓을 하게될 지도 모르고, 더구나 다가올 대선 경선을 더 복잡하게 만들지 모르는 오세훈 시장을 가능한 빨리 내쳐버리고 새로운 시장 당선에 사활을 거는 쪽으로 나아가지 않았을까 싶다. 민주당이 오세훈 시장 욕할 때 같이 욕하면 되니까 이건 의외로 쉽게 풀릴 지도 모른다.
물론 이건 어설픈 아마츄어의 의견이고 그들은 상상력이 가늠할 수 없는 수준에 가 있기 때문에 무슨 로드맵을 들고 나올 지는 모르겠다.
사실상 승리라니... 새삼스럽게 참 굉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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