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휴가 후유증에서도 벗어나고 해야 하는데 여전히 마음이 콩밭에 가 있어서 맨 이런 이야기만 적고 있는 거 같다. 그래도 뭐 기억날 때 적어 놓는게 나을 듯 싶어서 계속 해 본다.
이번 휴가 동안 찾은 해수욕장은 해운대, 송정, 표선, 김녕, 함덕, 이호, 중문이다. 엄청나게 많아 보이지만 다 오밀조밀 붙어 있는 곳들이고 본격적으로 물에 들어간 곳은 송정과 표선, 해변을 얼쩡거린 곳은 해운대와 김녕, 함덕, 이호 그리고 먼 발치에서 분위기만 파악한 곳은 중문이다.
우선 해운대/송정은 같은 해운대구에 있다. 달맞이 고개 서쪽이 해운대, 동쪽이 송정이다. 해운대가 일류 호텔도 주르륵 늘어선 본격 완성된 해변이라면, 송정은 훨씬 소박하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해운대에 비해서라는 거지 외진 곳의 해수욕장과 비할 바는 아니다.
해운대 구의 경우 정찰제를 시행하는 데 튜브 5,000원, 파라솔 5,000원(돗자리 포함), 샤워장 1,000원, 옷 보관함 3,000원 등이다. 옷 보관함은 원래 보증금 7,000원을 받는 다고 되어 있는데 받지 않았다. 송정의 경우 코인 락커처럼 한번 열면 땡 이런 건 아니고 열쇠가지고 언제든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었다.
야영장은 송정에만 있는데 15,000원인가 10,000원인가 그렇다.
모습은 규격화되어 있고 돈 내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 그게 그거 같지만 돈을 받아가는 곳은 사실 다르다. 이 매출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세금이 잘 걷히지 않고, 관변 단체로 흘러간다는 뉴스도 시사인에 실린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스템은 나름 마음에 든다. 어디를 가도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고, 또 워낙 여기저기에 대여소가 있어서 접근이 무척 편하다. 세금 문제는 부산시나 해운대구에서 해결할 문제다(해결할 마음이 정녕 있다면).
해운대구에서는 사실 Smart Beach라는 선불제 시스템을 만들어놓았다.
여기서 미리 충전을 해 놓고 해수욕장에서 쓰고, 집에 갈 때 잔액은 돌려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게 막상 현장에서는 무척 불편하다. 더구나 카드 결제의 경우 현장에서 잔액을 환불받지도 못한다. 그래서 대부분 현금 결제를 선호하게 된다.
뭐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해운대구에서 직접 운영하는 현장 관리소 등에서 바우처를 팔고 대여점에서는 현금 결제를 금지하고 물품과 교환하는 방식이면 좀 더 낫지 않을까 싶다. 현금 영수증이라든가, 카드 결제라든가, 매출액 파악 같은 것들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운대 구의 시스템이 마음에 드는 건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나름의 노하우가 많이 축적되어 있다는 점이다. 해운대에 하루 100만 명이 찾아와도 군소리가 많이 안들리고 이 시스템이 충분히 견대낼 수 있다는 사실은 사실 굉장하다. 주먹구구 식으로 운영되어 대금을 치루고도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이 불안하고 찝찝한 대부분의 외진 해수욕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제주도. 사진은 함덕 해수욕장 야영장.
우선 표선, 함덕, 김녕 해수욕장은 튜브 대형이 10,000원, 소형은 7,000원. 파라솔은 10,000원, 샤워장은 2,000원이다. 대신 제주도 쪽은 야영장이 거의 무료다.
야영장을 제외하고 해운대에 비해 대략 두 배 가격이다. 그나마 한 두 곳만 운영하기 때문에 일단 해변으로 나가면 다시 돌아가서 빌리기도 귀찮게 되어 있다. 표선 해수욕장 같은 경우 해변이 매우 넓어서 운동장 만 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결심 없이는 못 돌아간다.
제주 해변은 아름답기 그지 없지만 내륙에 비해 아무래도 사람이 아주 많지는 않고, 중문을 제외하면 시스템이 어딘가 허접하다. 그리고 함덕 쪽은 주변에 리조트 시설이 좀 있고, 이호는 제주 시내에 있는 해수욕장이라 약간 정돈이 된 분위기다.
제주의 완성형 해수욕장은 역시 중문이다. 롯데 호텔, 신라 호텔, 하얏트 호텔에 둘러싸인 중문은 오래된 리조트답게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완전 편안한 여행을 원한다면 신라나 하얏트를 일주일 쯤 예약해 왔다갔다 하면 문제점은 전혀 없다. 물론 가격은 다른 문제.
그리고 중문 해수욕장 자체가 파도도 세고 이상하게 들어서 있어서 과연 저기에 들어가서 놀 수 있는 건가 의심스럽기는 했다. 뭐, 다들 재미나게 놀고 있었지만 대천 해수욕장처럼 바다 멀리 들어가 첨벙거리는 곳은 전혀 아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해변은 따로 있다. 울진에서 아래로 내려가다 보면 후포 해수욕장을 지나 백석, 고래불, 덕천, 대진 해수욕장이 차례대로 나온다. 이 중 고래불, 덕천, 대진은 사실 길게 이어져 있다고 해도 괜찮다. 여기를 명사20리라고 부른다. 완도의 명사십리보다 짧지만 그래도 상당히 크다.
고래불이 가장 크고 구석에 덕천이 있는데 여기가 참 멋지다.
잔뜩 쌓여있는 모래사장이 짧게 있고, 바로 바다가 나오고, 그 다음은 바닥이 시커멓게 깊어진다. 이 웃기고 무서운 해변은 하지만 어딘가 감동이 있다. 시스템 적으로는 엉망인데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옆에 조막만한 대진 해수욕장은 마을을 한쪽에 끼고 있는데 덕천은 그런 것도 없다.
여름에 가면 거주가 난해하고 봄, 가을, 겨울은 어느 때나 추천이다. 위치는 아래 링크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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